〈 77화 〉 여자의 향기(1)
* * *
“김 이사님. 어떻게 전화를.”
“예, 회사로 연락했더니 보문에서 휴가 중이라면서요?”
“예, 그렇습니다만.”
“나도 지금 보문이거든요. 그래서 만나 술이라도 한잔하면 어떨까 하고.”
준영은 상준이 진지한 통화를 하자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예, 김 이사님. 술도 좋지만 여기오셔서 준영이 좀 데려가 주세요.‘
“준영이요? 준영이가 누구죠?”
“이준영 말입니다. YS건설 사원.”
“그 친구가 왜요?”
“막걸리 몇잔하고 게기고 있어요. 하하하하.”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준영은 술이 확깨는지 당황하는 얼굴로 물었다.
“야, 누구기에 그래?”
“김현석 이사. 너 직속상관. 좀 있으면 너 데리러 사람 보낼거야.”
“네가 그 사람 어떻게 알아?”
“네가 직접 물어봐. 날 어떻게 아는지?”
이준영 이 친구는 늘 이렇다. 남의 입장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자기 할말만 다하고 사는 인간이다. 옛날에도 그렇더니 지금도 그렇다.
힘으로 하면 한주먹 꺼리도 안되는 놈이 입으로는 제 맘대로 다 지껄이고 있다.
상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술값을 계산하고 다슬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친구라고 자칭하는 그 친구를 두고.
‘에이 시발, 저 새끼는 나이를 처먹어도 변한 것이 없네. 맨날 저지랄이야.’
상준은 다슬에게 뭐라고 변명은 해야할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하며 말없이 그냥 걷기만 하였다.
한참동안 걸으면서 변명꺼리를 찾아보려 이 궁리, 저 궁리 해 보았지만 도통 묘안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 이 시발 놈아. 내가 차였다. 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해줄 걸, 그 말을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상준의 뒤를 따라 걷던 다슬이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상준은 다슬의 부르는 소리에 가슴이 뜨끔하여 돌아보았다.
“차였죠?”
“응.”
정신이 차려보니 생글생글 웃고있었다.
“내 그럴줄 알았어.”
“.....?”
“내가 그럴줄 알았다고요.”
“네가 어떻게?”
“요즘 애들 뻔하지. 처음 만날때는 그렇다 치고, 두번째 만났을 때 손을 잡지않거나, 세 번째 만났는데 뽀뽀를 안해주면 거시긴 줄 안다니까. 호호호.”
“뭐, 거시기?”
“그래, 거시기.”
“그럼 내가 고자란 말이야?”
상준은 고자란 이야기를 하고나니 다시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빠같은 사람이 요즘 어딨어?”
“.....?”
“오빠같은 사람을 천연기념물이라고 하지.”
“천연기념물?”
“그래, 그도 아니면 박물관에나 가야 있을까?”
“그럼 내가, 고자 아니면 골동품이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다슬은 상준의 말을 듣고 목젖이 다 보이도록 깔깔거렸다. 상준은 건장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얼굴이 붉혔다.
“내가 좀 못났지? 우유부단하고.”
“다른 건 다 좋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아냐, 그래서 난 오빠가 더좋아.”
“뭐가, 더 좋아?”
“금방 불타올랐다 금방 식어버리는 그런 사람은 싫어.”
“고맙다고 해야하나.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들은 호수를 한 바퀴 돌아 출발지점에 가까이 왔을 때 호반 야외공연장에서 은은한 생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슬은 상준의 팔을 잡고 음악이 나오는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5인조 그룹이 전자 오르간에 바이올린을 들고 잔잔한 고전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잔잔한 호수위로 불고 있었다.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물결, 물결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불빛, 이어졌다 끊어졌다하는 꿈결 같은 음악. 호수 주변의 풍경과 어울려 이상하리만큼 조화를 이루며 환상의 꿈을 꾸는 듯했다.
새삼스러웠다.
이런 분위기에 자신의 혼이 뺏기고 있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많은 커플들이 공연에 열중하는 그들에 매료되어 정신을 놓고 있었고 말없이 기대앉아 흐르는 음악에 도취되어 있는것 같았다.
‘음악 감상이란 것이 이런것이구나.’
상준 자신도 이런 느낌은 처음인 것 같았다.
음악 연주가 끝이나자 호수위에서 홀로그램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와아.”
잠시 후에 홀로그램이 호수에 뜨면서 새로운 환상이 그들을 자극하였다. 여러 가지 그림들이 허공에 그려지며 주위의 불빛과 조화를 이루며 묘한 흥분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보는 관중들은 탄성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시선은 홀로그램에 집중되어 차라리 그들의 혼을 뺏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묘하게도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면서 순간, 순간 묘한 그림들이 겹쳐 지나갔다. 실제의 입체물이 허공에 떠다니는 느낌을 주면서 호수위에 놀고 있는 백조 한쌍의 부단한 몸놀림과 벤치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는 한쌍의 커플. 자신들이 모두 그림속에 앉아있는 주인공이 된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가벼운 입맞춤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보고 있던 많은 커플이 자신도 모르게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예술의 극치랄까? 영상미의 극치랄까 완벽한 홀로그램이 관람석을 압도했다. 그리고는 이어 신라의 왕관, 불국사와 첨성대, 천년의 미소 등이 영상으로 나왔다.
미의 극치가 아닐까?
언제 지나갔는지 한시간이 넘게 지나간것 같다. 꿈을 꾸다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건 다슬과 함께하는 상준에게만 다가오는 느낌일까?
다슬은 상준의 어깨에 기대어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갑자기 상준의 몸에 이상 반응이 솟구쳤다.
상준의 남성에 피가 몰리면서 주체할 수 없이 쳐들고 일어났다.
‘설마, 저 홀로그램이?’
그건 아닐것 같다. 그런데도 모든 커플들이 착 달라붙어 넋을 잃고 있는것 같았다.
‘내가 오늘 왜 이러지?’
‘왜 이놈이 갑자기 일어서서 지랄을 할까?’
나만 느끼는 그런 기분일까? 그만 그 자리에서 그녀를 와락 껴안고 싶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그녀를 눕혀놓고 그녀의 모든 것을 탐하고 싶었다. 아니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
“오빠, 이제가요.”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냥 일어섰다가는 벌떡일어선 그놈 때문에 창피를 당하는 건 불을 보는듯 뻔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가꾸어온 자신의 이미지가 한꺼번에 추락할것 같았다.
“조금만 더 있다가자.”
일단 시간을 번 다음 거시기를 죽이려고 온갖 잡생각을 다해 보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거시기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죽을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았다.
아예 대 놓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끄떡이고 있었다.
무단히 애를 썼지만 좀처럼 그놈이 죽어주질 않았다.
호수에서 나오는 물귀신을 생각하고 영화에서 본 구미호도 생각했다.
나중에 가서는 다슬이가 아예 구미호라고도 상상해 봤다.
좀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구미호! 구미호! 다슬이는 구미호를 외치며 주변을 돌아 숙소로 들어왔다.
그 놈 싸가지 준영이를 만난 통에 시간이 제법 흘러가 버렸다.
밤바람이 제법 시원했지만 온 몸에 땀이 비온 듯 했다.
호숫가를 돈지가 한참이 지났는데 땀은 여전히 함북 젖었다.
어쩌면 운동보다 허벅지에서 꿈틀거리는 놈의 배신 때문에 나는 진땀인지도 몰랐다.
숙소로 들어오면서 슈퍼에 들러 캔맥주 몇개와 안주를 구해 방으로 들어왔다.
이것이라도 먹으면 좀은 나아지리라 기대를 하면서.
상준은 목이말라 캔을 따서 마시며 다슬에게도 하나를 내밀었다.
다슬은 사양하였다.
‘마, 그냥 하나 먹고 푹 잠이나 자버려라.’
그런데도 끝까지 사양하였다.
‘가스나. 하나 마시고 그냥 잠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예 눈까지 말똥말똥하다. 예쁘기는 왜 저리 예뻐 가지고. 다리는 왜 저렇게 날씬한지.
눈을 감고 안보면 되겠는데 이놈의 거시기는 눈도 없으면서 또다시 발광을 하려하고 있었다.
“저 먼저 샤워할게요.”
“응, 그래.”
상준은 TV를 켜 오늘 있었던 야구게임을 보고 있었다.
아니, 야구 게임을 보는것이 아니라 괴물을 생각하는 상상판이 되었다.
샤워물소리가 오늘따라 자꾸 귀에 거슬린다. 그놈의 아랫도리가 또 쳐들고 일어난다.
‘너 이러면 배신행위다. 주인을 배신 한 놈은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알긴 뭐를 알아.
그놈의 배신은 오늘따라 유난히 거세기도 하다. 아예 대 놓고 반항을 한다. 오늘따라 왜이런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저녁에 내가 뭘 먹었더라?’
‘어제는 또 뭘 먹었더라?’
알 수가 없다.
옛날에도 이런일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오늘 만큼 노골적으로 이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노골적인 저항은 없었던것 같았다.
“불 좀 꺼주세요.”
다행이었다, 이때 만약 다슬이가 거실로 나와 자신의 해괴한 모습을 보게된다면. 상준은 다시는 다슬이를 못 볼 것 같았다.
다슬은 욕실 문을 빼꼼히 열고 불을 꺼달라는 주문을 하였다. 그리고는 잽싸게 방으로 뛰어 들어가 가운을 걸쳐 입고 침대로 들어갔다.
‘설마, 다슬이가 눈치를 챈 건 아니겠지.’
다슬이가 방금 샤워를 끝내고 나온 욕실에 상준이 들어가서 물을 뒤집어 섰다.
TV 화면에서 나온 불빛에 비친 다슬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자꾸 어른거렸다. 가슴이 뛰고 온 몸의 피가 한 곳으로 몰리면서 그의 큰 음경에 다시 힘이 솟구쳐 주체할 수 없었다.
면도를 하고 양치를 하면서 놈을 진정시키려 무던히 애를 썼다. 온갖 괴물을 다 상상해 보고, 마귀할멈도 떠올려 보다 캐리비안 해적의 괴물 같은 놈도 상상해 봤다. 나중에 상준은 대물을 낚았을 때 손맛을 생각하며 떨쳐버리려 노력을 다했으나 진정되지 않았다.
‘너 오늘 왜이래?’
상준은 할 수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놈을 손으로 쥐고 몇 번을 앞뒤로 맛사지를 해 주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자위 수단으로 놈의 저항을 달래주려 하였다.
순식간에 놈은 팽창을 더하더니 샤워실 거울에다 엄청난 량의 분비물을 분출시켰다.
‘미안하다. 내세끼들.’
샤워기를 쥐고 솥아 놓은 정액을 씻어 내린 뒤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기분이 좀 개운한 것 같았다.
욕실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그녀가 보면 얼마나 웃긴일일까?
다행이 거실에는 다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쇼파에 앉아 눈은 TV를 보는 체 하고 있었으나 마음은 이미 딴 곳에 가 있었다.
다시 욕실로 들어가서 한번더 놈을 달래주었다.
‘됐지 이놈아. 이제는 좀 가만히 있어라.’
잠시 진정하더니 다시 일어섰다. 알고보니 문제는 그 놈이 아니었다. 머릿속의 상상이 놈을 부추긴다.
상준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 네가 기어이 날 무너뜨리는 구나!’
‘네가 원한다면 너 뜻대로 해주겠다.’
더디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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