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뉴 해양 박물관(1)
* * *
고기통은 이제 의자 역할을 단단히한다. 연거푸 입질이 있는 상태에서 상준은 챔질을 하여 대형 붕장어를 건지고 있을때 마을 청년회장이 나타났다.
"아이구, 이건 대물이네."
청년 회장은 상준이 잡은 장어를 들여다보며 허접을 쳤다.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어떻게?"
"어, 그냥 지나가다. 요즘 좋은 소식있던데?"
"예, 뭐."
상준은 다시 그물망에 장어를 넣으려 물속에 담궈두었던 그물망을 끌어 올렸다. 청년 회장은 그물망을 잡아주면서 그물망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여기서 참돔도 올라오나?”
한 손으로 그물망에 손을 넣어 참돔 한마리를 꺼내 들었다.
“이놈은 50은 되겠는 걸. 우리 저 아래서 소주 한잔 하는데 안주가 시원찮아서.”
이분이 청년회장은 분명하지만 청년회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족히 나이가 50은 넘은 것 같다. 요즘 시대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노인들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년회를 운영하는 곳도 있는것 같았다.
“예, 그렇게 하세요.”
“잘 먹을게.”
그가 떠나가는 쪽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낚싯대를 바다로 던져 넣었다. 더 이상 소식이 없어 낚시를 접고 돌아오려는데 다시 야광찌가 물속으로 처박혔다. 타이밍 보소. 큰 놈이 하나 올라오나 싶어 신나게 낚싯대를 끌어올렸더니 중간에서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하.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된장.’
상준은 그물 망태를 건져 통에 옮겨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한후 TV를 켜 두고 곧바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아주머니가 식혜를 가져다주시면서 간식이 생각나면 냉장고를 열어보라 얘기를 하시곤 방으로 들어가셨다.
다음 날.
신 팀장과 연 주무가 출장에서 돌아왔다.
상준은 업무 팀장과 관리 팀장을 불러 권해우 변호사와 협력하여 중산해양박물관 인수 건을 적극 검토하라 지시하였다. 해양박물관 인수전에 먼저 주식회사 설립 추진도 지시하였다. 대대적인 직원채용에는 경력자를 우대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였다.
“최대한 빠르게. 잘좀 부탁드립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업무부를 총무부로 승격하고 업무팀장 신용만을 부장으로, 업무팀장으로 정해선, 업무보조 나영미를 주임으로 승진 임명하였다. 또한 총무부에 인사팀과 홍보팀을 신설하고 인사팀장에 연상미를, 홍보팀장에 엄주영을 임명하였다. 거기다 원활한 자재관리와 효과적인 영업을 위해 영업구매부를 설치하여 영업구매부장에 양승재 부장을 특채 임명하고, 영업구매부 안에는 구매 1팀, 구매 2팀 및 영업 1팀, 영업 2팀을 배치하였다.
“어휴. 머리아파.”
생각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이 부분은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다. CEO답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아울러 관리부장에 팀장 김시후를, 관리 팀장에 박대훈을 승진시켰다. 이는 장차 해양박물관 인수와 아쿠아리움 건립 등에 필요한 상호 지원을 위한 인사개편이었다.
‘애들 월급 다 챙겨주려면 엄청 벌어야겠네.’
얼마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기다렸던 소식이다. 헐값으로 흘러나온 중산 해양박물관 인수에 성공했단다. 전화를 받은 상준이 박수를 치며 흥분을 감추지못하자 직원들도 모두 난리가 났다. 상황이 의도대로 풀려나가자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숨길수가 없었다.
“크, 대박인데요?”
“대표님.인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좋아! 오늘은 기념으로 회식이다.”
“흐흐. 크게 한턱쏘시는 겁니다.”
“배터지게 마셔보자고.”
그 날 밤은 배가 찢어져라 마셨다.
인수에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곧바로 리모델링 전문 업체들을 물색하여 건물의 외관과 내부의 분위기를 바꿨다. 전문가들이라서 그런지 돈만 대주면 알아서 척척 잘도 한다. 가끔씩 들러서 달라져 가는 모양을 구경한지도 어느덧 한 달. 깔끔한 현대식 리노델링에 인테리어의 거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고 구성과 배경까지 모두 마쳤다.
“뭔가 좋은 이름 없어? 중산 해양박물관으로 그냥 놔두긴 좀 그런데.”
“회사 이름하고 관련된 이름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 뉴 해양박물관으로 해야 하나?”
“그럼 이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
“뉴 해양 컴퍼니 해양박물관.”
그래, 그렇게 하자.”
본사에는 해양관리부를 추가 설치하여 젊고 유능한 해양학의 권위자 조성우(박사)를 부장으로 임명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업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고 업무처리 능력도 높다고 명망이 자자했다. 그에게 박물관의 관장을 겸임하도록 조처하였다.
“중책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아니요. 모든 것을 바치실 필요까지는 없구요. 아무튼 고생해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표님.”
다시 한 번 더 허리를 숙여보이는 조성우 박사.
괴물이나 바다 생명체와 관련해서 앞으로도 그와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새 식구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종전부터 근무하던 사람들을 대폭 승진 시키고 해양관리부 안에도 관리팀과 운영팀을 따로두었다.
‘이제 거의 다 됐나?’
‘아니지. 아직.’
상준은 다슬이와 친구 민수에게 전화를 하였다. 주식회사 설립에 최소한의 주주가 필요할 테니 적은 돈이라도 투자하라하였다.
“아직은 여유가?”
“그럼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이름이라도 좀 빌리자.”
그러나 그들은 약간의 투자금을 입금시켰다.
주식회사 설립에 필요한 모든 절차와 요건을 갖춰 드디어 상준은 새 회사를 창립하였다.
[뉴 해양 컴퍼니(주)],
본점은 중산시 진호동 산 11,
주주는 연상준, 연상미(동생), 정순자(모친). 정다슬, 신용만, 김시후, 김민수(친구)를 주주로 하여 90%의 자본금은 연상준의 자본금으로, 나머지 10%는 6명의 주주들의 지출로 확정지었다. 즉각 창립 주주총회를 열어 연상준을 대표로 선출한 후 등기 절차를 밟아 나갔다.
등기할 사항은,
상호 [뉴 해양컴퍼니(주)],
본점의 위치(상준의 건물 주소),
공고방법은 일간지 중산신문,
한주의 가격 : 5,000원,
주식 총수 : 50만주(보통주식), 그 외에도 회사의 목적, 이사 및 대표이사의 인적사항. 감사 1인, 과세 표준액 등을 산정하여 필요한 경비를 책정하였다.
구비할 서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관 1통, 주식인수증 3통, 주식청약서 1통,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 1통, 창립총회의사록 1통, 창립사항보고서 1통 등을 포함하여 이사회 이사록, 취임승락서, 인감증명, 위임장, 인감신고서 등을 첨부하여 등록을 마감하였다.
상준은 또 하나의 계획을 진행시켰다.
“조성우 부장님.”
“예, 대표님.”
“우리 해양박물관의 쇄신을 위해 을 추가 설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으신 생각입니다. 아울러 대대적인 홍보로 경영 쇄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과 똑 같은 전처를 밟게 될테니까요.”
“그렇게 합시다.”
“예, 대표님, 최선을 다해 경영쇄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박물관 운영에 관한 모든것은 조 부장님께 일임을 할테니 최선을 다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성우 부장은 매우 생각이 깊고 정중한 분이 틀림없었다.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것 같다.
회사 운영에는 믿음직한 측근이 많아야 하니까.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는 50%의 관람료를 받으시도록 조처 바랍니다.”
“지역 주민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면 좋겠는지요?”
“흠, 글쎄요. 조부장님 생각은요?”
“중산시 전체로 하지 말고 진호동 주민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알겠습니다. 관람비도 타 박물관과 비교하여 지나치지 않도록 책정하십시오.”
“그럼, 성인 기준 2만원이면 적절할까요?”
“예. 다만 초창기에는 입소문을 타야하니 가격을 낮춰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긴 합니다만.”
해수욕장이 폐쇄되어 인파가 줄어있는 상태지만 홍보를 하면 금세 소문이 날 것이다. 가까운 지역부터 점차 이용객을 늘려갈 것이었다. 전국 관광업체에 알려 단체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아쿠아리움이 완성되면 박물관과 연계하여 관람객 유치가 많이 늘어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즐기면서 하자.]
본사 건물과 해양박물관 앞, 양측 강당 전면에는 현판이 걸렸다. 이는 직원들에 대한 독려이면서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생이었던 자신이 회사를 차리고 CEO까지 되다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버티고, 진심으로 즐기면서 일한 덕분이란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모두가 행운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가 그랬다.
“결코 행운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추가하여 대표 직속 비서실을 두게되었고 비서실장 엄경욱, 비서 전송이, 방송 홍보팀장 선혜영, 영상 제작팀 이명호를 임명하고 대표의 활동을 보조 홍보하도록 하였다. 물론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지지만 상준의 일은 변함없었다. 헌터로서 해야할 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괴물을 잡아 올리는 일. 그것이 상준이 해야 할 일이다.
‘내가 할일은 업무결재가 아니라 낚시지.’
주식회사의 설립, 해양박물관 인수, 부서조직의 개편, 대대적인 인원채용 등을 통해 소용돌이친 업무로 인해 지친 상준은 잠시나마 업무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힐 겸 다슬에게 해외휴양지 추천을 부탁했다. 그녀는 수시로 국제선을 타면서 그런 정보는 무척 밝으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전화를 받은 다슬은 자신도 좀 쉬고 싶다면서 해외보단 경주로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 사실 상준도 해외보다는 가까운 곳에가서 조용하게 며칠, 푹쉬고 싶었다.
“그럼 저도 특별 휴가를 내서 내려갈게요.”
상준은 비서진의 동행을 과감히 뿌리치고 다슬과 둘이서만 경주에 가기로 결정하였다. 열심히 벌었으면 때로는 기분전환도 해줘야 하지않겠는가.
그녀가 자청해서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고생한 사람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나.
“오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은데.”
중산에서 출발하여 보문까지 가려면 3시간 쯤 걸린다. 상준은 조수석에 앉아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쉬고만 오려는데 계속 머리에 맴도는 것이 있었다. 모국회의원이 자신의 질녀를 소개시키겠다고 몇번이나 전화를 했던 것. 게다가 잘나가는 대형병원에서 인턴 중에있는 미래의 유망한 성형외과 의사라고 했다. 몇번이나 사양을 했으나 일단 만나보라고 성화가 대단하다.
상준을 도와준 변호사 선배의 이야기가 머리에 맴돈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투명한 재무관리, 자기자본 비율확대, 공정한 인사관리, 청탁 배제 등이 우선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의 마인드와 외부의 간섭에서 독립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워야만 성정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런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뭘까?’
첫째 자기자산 비율확대, 다시 말하면 외부자본 비율줄이기. 둘째 지나친 방만 경영 근절, 셋째가 인사관리라 강조하였고 사람관리가 부실관리를 막을 수 있는 척경이라 했다.
“다슬아. 너 나 믿지?”
“......?”
“나에 대해 어떤 소문이 떠돌아도 믿을 수 있겠어?”
“그럼요. 오빠를 안믿으면 누굴 믿겠어요.”
“고맙다.”
“호텔과 리조트 중 어느 쪽으로 갈까요?”
“리조트가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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