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74화 (74/225)

〈 74화 〉 고가의 수석 경매

* * *

다음 날 아침 뷰리가 다쓴 휴대폰 보조충전기를 전부 회수하고 새로 가져온 충전기를 내어주었다.

“아저씨, 이제 보조 충전기는 필요 없잖아요.”

“그러네. 참.”

영리한 뷰리의 말을 듣고 태양광 전기를 이용한 휴대폰 충전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보조 충전기는 하나만 남겨두고 모두 회수하였다.

“고마워, 젊은이.”

“고맙습니다. 아저씨.”

뷰리는 요트에 오르는 상준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아저씨,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몇개 안되지만 필요한 곳에 쓰세요.”

상준은 그 자리에 서서 호주머니에 넣어준 것을 꺼내 펴보았다. 책을 찢은 종이를 탁구공 크기로 똘똘 말아뭉친 것이었다.

“그게 뭐지?”

몇 겹을 벗겨보니 잘 익은 석류 알처럼 생긴 영롱한 보석 원석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상준은 다시 요트에서 내려 뷰리의 손을 잡고는

“고맙다. 뷰리야. 너가 날 이렇게도 생각을 해주니.”

상준은 순간 가슴이 찡 하였다.

섭섭해 하는 뷰리를 남겨두고 상준은 이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요트에 올라 멀어지는 뷰리를 보며 녀석이 혹시 울고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돌아오는 요트에서 다시 뷰리에게 전화를 하였다.

“너 이제 휴대폰 꺼두지 않아도 되는것 알지?”

“알아요. 저가뭐 어린애인가. 이제 마음 놓고 충전할 수 있는데...”

“너, 너무 휴대폰 가지고 놀지말고, 검정고시란 것이있어. 학교에 못간 사람들을 위한.”

“이미 알고있어요.”

상준은 전화를 끊으면서 오지랖이 너무 넓은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하였다.

회사로 돌아온 상준은 신 팀장의 보고를 받았다. 며칠 후 홍콩에서 수석 경매시장이 열린다고 하였다.

“그럼, 너희들. 홍콩에 출장다녀와.”

“이번에도 내가, 좀 있어 보이는 운석수석 하나를 건져 왔거든. 지난 번 수정 원석과 함께 두개 다 가지고 가서 경매시장에 한번 부처 봐.

“저희들은 중국어가 좀 약해서.”

“영어회화는 좀 되잖아. 정 안되면 통역자 동행하거나, 현지에 가서 통역 의뢰하거나.”

“내일이라도 당장다녀와라. 가는 길에 여행도 좀 하고.”

“알겠습니다. 대표님.”

“출장비 넉넉하게 신청하고.”

신 팀장과 연 주무의 출장을 확정한 후 상준은 변호사 개업을 한 선배에게 전화를 하였다.

“선배님, 저 상준입니다.”

“그래, 내 자네 소식은 듣고 있지. 그런데 무슨 일로?”

“중산 해양박물관 인수건입니다.”

“어우, 자네 소문대로 성공했구만. 알았어. 내 알아보고 추진해 보겠네.”

상준은 죽순섬에 지내면서도 늘 머리엔 중산해양박물관 인수 건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업 구상도 어느정도 끝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여유가 생기자 모처럼 다슬에게 문자를 보냈다.

[슬아. 뭐하니?]

[오빠 생각. 오빠가 먼저 문자 줬네. ㅋㅋ]

[ㅎㅎ 넌 요즘 왜 문자 안넣어?]

[이제 좀 튀겨보려고]

[뭘 튀겨?]

[ㅋㅋ 오타야. 튕겨보려고]

[다서라,ㅎㅎ]

[응? 다서? 뭘 다서?]

[나도 오타 ㅋ. 아서라]

[ㅋㅋㅋㅋ.]

[ㅎㅎ. 끊는다]

[자주 넣어 줘요]

[뭘 넣어줘?]

[문자. ㅋㅋ]

상준은 해양박물관이 인수된다면 주변지역 매입에 대한 것도 고민해 보았다. 지금 부지만으로는 아쿠아리움 건립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작부터 지역 부동산사무실과 비밀리에 주변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해양박물관을 인수한 후 부지 매입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프리미엄과 알박기 하는 사람이 생길것 같아서였다. 그렇게되면 생각지도 못할 추가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그비밀을 유지하고 은밀하게 추진하기 위해 직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었다.

만약 주변 지역의 부지를 매입하고 나서 해양박물관 인수에 실패한다면 그곳에 바로 아쿠아리움을 조성할 계획도 들어 있었다. 상준은 죽순도에 다녀오면서 쌓인 피로감도 해소할 겸 가벼운 운동을 위해 마을 뒷산에 올랐다. 해가 막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상준이 처음 회사 부지와 주택 구입을 고민하고 있을때 가장 투자 전망이 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뒷산 정자로 올라온 일이 있었다. 그때 이후 이번이 두번째 올라오는 뒷산이었다.

뒷산은 해발 200m 밖에 안되는 바닷가의 낮은 산이지만 능선을 따라 해안으로 쭉 연결되어 있어 주변 지역 사람들이 봄, 가을이 되면 많이 찾는 곳이다.

기온이 다소 떨어지다보니 산행을 하는 사람도 늘어난것 같고, 최근 분양한 아파트와 빌라 등에 새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건강을 위해 산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상준은 산행을 하면서 곳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할 만한 곳을 3­4곳 체크한 후 관리 팀장에게 연락을 하였다.

“김 팀장님, 저가 지금 마을 뒷산 해자산에 올라와 있습니다. 사진 보내 드릴테니 이곳에 운동 오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운동기구 몇개를 설치해 드릴까 하는데 적당한 장소를 검토해 보시고 세 곳 정도 설치해주세요.”

상준은 휴대폰으로 주변 지역을 촬영하여 사진을 넣어주고는 지역에 알맞은 운동 기구들을 파악해서 동과 협조하여 설치할 것을 지시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대표님.”

상준은 정자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았다.

분명한 것은 이 지역이 상당하게 발전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해안에서 깊숙이 흐르는 진호천과 진호천 양편에 선상지 모양의 길고 깊은 골짜기가 시선을 끌었다. 또한 배후 여건으로 중산 시내와 비교적 가깝고, 새로 건설되고 있는 진호동 우회도로. 바닷가 해안도로와 어울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솔밭을 따라 발달한 해안 절벽과 풍광 등.

거기에 한 가지 중산항에 이어 진호동 해수욕장과 중산 신항이 뭔가는 모르지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았다.

최근에는 마을 뒤 기존도로 양편에 뜨문뜨문 들어서고 있는 펜션, 음식점, 전문 커피숍 등이 들어서면서 발전 기반이 구축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있었다.

상준은 다음 날 죽순도를 떠날 때 뷰리가 건네준 보석원석을 넘겨주기 위해 [우주보석] 신수라 대표에게 연락하여 영업부장 이상윤씨를 회사로 들어오라 연락하였다.

불과 세개 밖에 되진 않았으나 제법 좋은 가격으로 매매되었다.

비록 이 원석은 뷰리가 자신에게 선물로 준것이었으나 그냥 써버리기엔 아닌 것 같았다. 상준은 즉시 부동산에 연락하여 천뷰리 이름으로 전망이 좋은 곳에 빌라 한 채를 구입해 두고 나머지는 모두 뷰리 통장에 입금해 주었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보석 원석을 뷰리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며칠 후 신 팀장에게 연락이왔다. 수정 원석은 수석으로서는 사상 최대의 가격으로 낙찰 되었고 운석도 20억에 경매처분 받았다는 연락이었다.

“그래 수고했어, 같이 홍콩 여행하고 들어와.”

‘야호,’

상준은 전화를 끊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를 하였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홍콩 신문에서 수정 원석 수석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였다는 것이 보도 되었고 그 것이 원 소유주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함께 보도되었다.

어떻게 알려졌는지 얼마 후에 상준의 휴대폰에 불이 났다. 축하 전화와 취득과정에 대한 문의 등과 아울러 운석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전국을 휩쓸고 있었다.

“오빠. 축하해.”

“고맙다. 전부 너 덕이다.” 다슬의 전화에 이어 민수, 보라, 소현의 전화 등이 쏟아졌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뷰리의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뷰리는 휴대폰을 검색하다 이 기사를 본 모양이었다.

“아저씨, 뷰리예요.”

“응, 잘 지내?”

“아저씨, 뉴스 봤어요. 축하해요.”

“그래, 고맙다. 난 너에게 축하전화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나도 너 놀래 주려고 준비하나 해 뒀다.” 상준은 처음엔 깜짝 선물로 나중에 말하려했던 이야기를 전화를 받자 털어놓았다.

“뭐죠 그게.”

“너가 살집하나 마련해 뒀다. 전망 좋은 빌라하나 너 이름으로 구입해 뒀다.”

“고마워요. 아저씨. 저 이제 일주일은 육지에서 버틸수 있어요. 그리고 검정고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수고가 많다. 너무 무리는 하지말고 천천히 해라.”

다음 날 아침 상준은 토지 매입 담당 부동산 중계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가계약을 체결한 건물과 상가대지 등의 대략적 건수와 평수에 대한 내용이었다. 계약금은 이미 지불되고 있지만 등기를 하면서 상준의 명의를 전면에 내세우게 될때 대금을 완납해야 한다며 미리 대금 지불 준비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매입 대금은 걱정 않으셔도 좋으니 목표물이 전량 매입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비밀이 없는 것 같다. 주변의 건물과 대지가 하나하나 매도되고 있다는 소문이 새어나갔는지 두사람이 갑자기 현 시가보다 몇 배를 더 요구하며 매매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준은 낚싯대를 메고 집 아래 갯바위로 나갔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잘 안될 때 가장 좋은 것이 낚시이기 때문이다. 미끼를 끼워 바다에 던져 놓고 앞으로의 일을 정리해 보았다. [뉴 해양 컴퍼니]를 개인 사업에서 주식회사로 전환 할 계획이다. 변호사를 하는 선배에게 언급은 해 두었지만 갑자기 사업이 확장될 때 대비한 기업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유동찌가 물속으로 쏙 끌려들어간다.

챔질을 한후 건져 올려보니 게르치 한마리가 걸려 올라왔다. 바로 휴대용 나이프로 살을 갈라내어 안주거리로 장만하였다. 그때 다시 찌가 흔들리며 전어가 걸려 올라왔다.

즉시 요트에 가서 캔 맥주 하나와 마트에서 파는 쌈장을 들고 나왔다. 맥주 안주로는 부적합 한 것 같지만 땅콩이나 오징어포 보다는 구미가 당긴다. 적어도 상준의 입맛에는 횟감이 더 구미에 당긴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의 경영마인드가 40대 같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주무란 말은 공직의 주무관이란 용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것이 바로 요즘의 대세이다.

작은 중소기업에서 관자를 붙인다는 것은 웃길 일이다. 관은 원래 중앙 부처나 지자제에서 사용한다.

기업이 확장되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다. 부서도 늘어나고 직위로 다양화 될 것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손으로 직접 회를 집어 된장에 찍어 먹어본다.

‘역시 짱.’

어떤 안주보다 게르치와 전어회가 입맛을 돋궈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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