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악구 백상아리
* * *
상준은 연료를 충전한 후 노인과 뷰티가 살고있는 죽순 바위섬으로 달렸다. 그렇게 푹푹 찌던 날씨가 어느새 어렴풋이 가을의 소식을 전하려는가?
피부에 느껴지는 바람의 촉감이 여름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뷰티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 폴짝폴짝 뛰었다.
"아저씨, 정말 보고싶었어요."
"나도 널 보고싶었다. 자주오지 못해 미안하다."
할아버지도 상준의 방문에 매우 기뻐하였다.
"처녀가 말은 안했지만 많이 기다리는것 같았어. 내가 연락해 보라고 하는데도 전화만 만지작거리며 그러고만 있더라고."
"그랬어요. 제가 좀 바빠서 그렇게 되었어요."
상준은 먼저 가져간 물건들을 전부 내려두고 가을에 대비하여 준비해온 할아버지와 뷰티의 옷을 챙겨드렸다.
"내가 처녀 때문에 신세 많이지는구나."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가 할아버지께 신세를 지는거지요."
태양광 에너지는 최근에는 어렵지않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 일어나는 광전 효과를 태양전지와 전기에너지를 저장,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태양광 패널에 부딪히는 광전효과를 전력제어 장치에 보내게된다.
그리고 축전장치에 저축을 해 뒀다 쓰면 되는데, 축전장치는 직류이기 때문에 부득이 인버터에서 교류로 전환하여 방과 주방. 전기장판 등 전기 사용 시스템에 연결하면 전기장판도 사용할 수 있고 TV도 볼 수 있다. 더구나 야간 조명, 마당의 등불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상준은 태양열 집열판을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 폐가지붕에 설치하고 축전기와 연결하고 다시 인버터에 전선줄을 연결하여 마루와 방에 전기를 연결하여 불을 켤 수 있도록 완성하였다. 겨울이 되면 전기장판에도 연결가능하게 시설을 갖추었다.
그러나 TV화면은 썩 깨끗하지는 못했다. 아쉬워하는 상준에게 할아버지와 뷰티는 그것이 어디냐고 그냥 좋다고만 하셨다.
그 외에도 부탄가스. 석유 등을 가져와서 저장해 두고 쌀과 부식을 전달하였다.
"아저씨, 고마워요."
"넌, 뭐가 좀 바뀐것 같은데 무엇이 바뀌었지?"
"헤헤 제가 더 예뻐진것 같지 않아요?"
"그런가? 그런것 같기도 하고."
뷰티는 부엌으로 들어가 상을 차려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뷰티의 일상을 물어보았다. 섬에서의 일상이 뭐 특별하겠는가?
“한가지 이상한 일이 있어요.”
“이상한 일?”
“두 번 목격했는데 전복을 따러 물에 들어갔는데 고기떼들이 한꺼번에 물 밖으로 뛰어 올라왔어요. 빨리 나와 살펴보아도 전혀 다른것은 보이지 않고.”
“그건 괴물인데. 괴물이 갑자기 고기떼를 습격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나던데.”
사실 그런 현상은 상준이도 몇번 목격한 사실이 있었다.
지난번 안면도 앞 갯바위에서도 새우가 튀어 오르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는 상굉이였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은 그런 현상은 자주목격한다.
삼치만 해도 그렇다. 먹이 사냥을 하는 삼치가 갑자기 고삐리나 전갱이(아지) 새끼들을 공격하게 되면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광경은 종종 목격한다.
“어째튼 조심해. 작은 고기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큰 고기떼들이 뛰어오를 땐 분명이 뭔가가 있다는 뜻이거든.”
“그건 알아요. 그런데 도통 공격하는 물고기는 보이지가 않아서.”
“어쩌지?”
“걱정하진 마세요. 자주있는 일도 아니고.”
“근데 너 반찬 솜씨는 점점 좋아지네.”
상준은 뷰티가 좀 애처로워보여 위로 겸 격려를 해 주었다.
식사를 한 후 할아버지랑 뷰티와 함께 낚시를 하였다. 할아버지는 겨울철에 대비하여 낚은 고기들을 말려 보관을 하신다고 했다. 이제 뷰티가 와서 입이 늘었으니 더 많이 저장해야한다고 말씀 하셨다. 뷰티는 고기는 잘 못 잡지만 소라와 전복, 군소와 해삼 등을 따서 늘 비축하고 있다고 자랑을 하였다. 미역과 다시마, 파래도 말리고 감태도 말려두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하였다.
그리곤 최근에는 물속으로 들어가 빠르게 유영하는 고기들을 따라 손으로 잡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하였다. 할아버지의 힘을 덜어드리려고 그런다고하였다.
“그럼, 맨손으로 잡은일이 있어?”
“아직은 잘 못잡아요. 그러나 하다 보니 어쩌다 한마리씩 잡을때도 있어요.”
상준은 뷰티에게 연습을 하면 못할 일도 아니라고 격려해 주었다. 원래 뷰리는 바다에 살다보니 수영하는 영법이 사람들과 다르고 민첩성과 유연성이 남달라 보였다.
“너 전화할 때 많이 망설인다며?”
“혹시, 아저씨께 짐이 될까봐서.”
“그러지 마.”
“하시는 사업은 잘되세요?” 뷰티는 상준의 일이 궁금한지 이것저것을 꼬치꼬치 물었다.
“음, 그런대로.”
“저 이제 4일 정도는 육지에서 버틸 수 있어요. 방법도 알았구요.”
“방법이라니?”
“바닷물을 떠다 보관해 두고 세수를 하거나 발을 담그면 호흡이 가빠지는 걸 줄일 수 있어요.”
상준은 뷰티가 끈임 없는 노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육지에 살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고기가 물었는지 찌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저씨 찌가?”
뷰티는 상준의 옆에 앉아 물속으로 잠기는 찌를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 상준은 챔질을하여 릴을 감아올렸다. 감성돔이었다.
그때 신 팀장의 연락이 왔다.
“대표님 중산 해양박물관 또 유찰됐데요.”
“그래, 좀더 두고 보자고.”
“지금 어디세요?”
“무인도.”
“잘 쉬다 오세요.”
‘쉬기는 뭘, 내가 언제 쉬러다니는가?’
전화를 하는 상준의 모습을 보고 있던 뷰티가 검지로 상준의 팔뚝을 콕콕 찔러보고는 다음엔 자신의 팔뚝을 콕콕 찔러 보았다.
그리고 난 다음 손바닥을 펴 다시 상준의 팔뚝을 살살 문질러보고 자신의 팔뚝을 문질러 보았다.
“육지 사람이나 바다 사람이나 피부는 별로 다른것이 없네요.”
“그야, 다 같은 사람이니까?”
“저 이제 한글 다 알아요. 할아버지께 배웠어요.”
“할아버지 잘해 주시니?”
상준은 저 만큼 비켜서 낚시를 하시는 할아버지를 돌아보며 뷰티에게 물었다.
“할아버지가 저에게 궁금한 게 많으신가 봐요.”
“그러시겠지.”
“그래서 바다에서 왔다고하니 믿지 않으시는 거예요.”
“뭐? 말을 했어? 어쩌려고?” 상준은 걱정이 되어 나무라는 어투로 다시 물었다.
“더 이상은 안했어요.”
“그런 말은 하지마.”
“혹시 저가 납치돼서 왔나하고 신경쓰시다가 어떤때는 죄를짓고 도망쳐 왔나하고.”
상준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우럭 한마리를 추가하였다.
“넌 요즘은 낚시 안해?”
“네, 낚시보다 바로 물에서 미역, 조개 따는것이 더 재밌어요. 그리고 맨손으로 물고기도 추격하고.”
“응.”
“세종대왕 있잖아요. 한글 만든 임금님.”
“그분이 훌륭한 분이라고 하잖아요?”
“맞아. 근데 누가 그래?”
“지난번 아저씨 사다주신 책이 그런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부인이 20명이나 됐다면서요?”
“그렇게나 많았나? 그럴 수도 있지. 임금님이었으니.”
“아저씨는 앞으로 부인 몇명 두실거예요?”
“.....?”
“세명? 다섯명?”
“요즘은 아니야. 그건 옛날이야기야.”
“근데 그건 왜물어?”
“그냥 궁금해서요.”
그때였다. 상준의 눈에 푸른빛을 띤 엄청난 크기의 섬광 덩이가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저 정도면 돌고래 정도는 될건데?’
상준은 정신이 번쩍들어 낚싯대를 움켜잡았다.
천천히 낚싯대를 감아올렸다. 그래도 그놈은 반응이 없었다.
건져 올린 낚싯대를 다시 던져 넣고는 간단한 주문을 하였다.
‘물자. 물어보자.’
역시였다.
괴물은 상준이 던진 루어를 물고 세차게 흔들었다. 낚싯대가 휘어지면서 엄청나게 요동쳤다.
“물었어요.” 뷰티는 소리를 쳤다. 멀리서 바라보던 할아버지도 심상찮은 놈이 물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상준이에게 달려 왔다.
“야, 큰놈 같애.”
“상준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버티며 힘겨루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팽팽하던 줄이 잠시 느슨해지자 옆에 있는 돌 뿌리에 줄을 걸었다.
직접 당길 때의 힘 보다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릴을 감기 시작했다.
해안 갯바위로 가까워질수록 놈의 발버둥은 더 거세졌다. 그리고는 순간 물위로 튀어 올라 다시 발버둥 쳤다.
모두 다 보았다. 그 놈의 모습을.
“악어다.” 노인이 소리쳤다.
“줄을 끊어버려.”
“악구 백상아립니다.”
“백상아리?”
상준은 있는힘을 다해 버티고있자 할아버지는 집으로 올라가서 도끼를 챙겨 다시 내러오셨다.
갯바위 가까이 접근한 악구를 할아버지는 있는힘을 다해 도끼로 내리쳤다. 피가 바다를 시뻘겋게 물 드렸다.
상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악구 백상아리를 해체하였다.
악어머리에다 상어몸통을 한 악구 백상아리. 진호해수욕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그놈 중에 하나였다. 주먹 크기의 수정원석을 추출하였다.
“내 평생 바다에서 살았지만 이런놈은 본적이 없어.”
할아버지도 놈의 흉측한 모양에 혀를 내둘렀다.
“뷰티야. 이제 괜찮을 것 같네. 이놈인가 보다. 다른 물고기를 따라 다니 놈이.”
“그런가 봐요. 이젠 다행이다.”
“이제 집으로 올라가자. 할아버지도 올라가시죠.”
“아저씨 가시게요?”
“아니, 이번엔 며칠 있다 갈거야.”
“정말이요?” 뷰티의 표정은 금방밝아졌다. 낚싯대를 메고 고기통을 든 상준의 팔을잡고 뷰티는 나풀나풀 춤을 추듯이 따라 올라왔다.
이른 저녁을 먹고나서 뷰티의 제안에 따라 마을 산책에 나섰다. 처음 이 섬에 들어왔을 때 할아버지가 일러주신 본래 마을 진입로로 나가보았다. 집 앞 능선을 따라 주민들이 많이살던 옛날 선착장에 나가 보았다. 이제는 너무 세월이 흘러 선착장 모습이 파괴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때 사용하던 각종 어구와 낡은 폐어선이 몇척 누워있었다.
상준과 뷰티는 선착장 주변에 앉아 옛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몇 집 밖에 안되는 순박한 섬사람들이 배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고, 자식을 공부시키려 육지로 유학을 내 보내고, 오순도손 서로 믿고 살아갔을 것이다.
“너 해녀복 입어 봤어?”
“종종 입었어요. 미역이나 소라를 잡을 때마다.”
“어때? 좀 편리한 것 같았어?”
“처음에는 좀 불편했으나 점차 몸에 익으니 점점 좋아졌어요.”
“난 너에게는 불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슈트도 좋았지만 오리발을 신었더니 진짜 좋았어요. 수영하기가 훨씬 더 편했고.”
“다행이었네.”
“스노클링 마스크도 정말 신기했어요. 물속을 들여다보니 장관이었어요. 지금은 저의 애용품이 됐어요.”
뷰티는 상준의 가까이 다가앉아 팔을끼었다. 꼭 초등학생이 친구의 팔짱을 끼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사실 나는 인간의 옷을 다 벗어버리고 맨몸으로 유영하면 가정 편할텐데.’
뷰티는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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