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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70화 (70/225)

〈 70화 〉 뉴해양 컴퍼니(2)

* * *

"엄마야!"

다슬은 기겁을 하며 벌떡 일어나 상준에게 달라붙었다. 상준은 다슬의 팔을 잡고 바다로 들여다보니 죠스는 아니었다. 돌고래 세 마리가 갯바위 아래쪽에서 대하를 잡느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돌고래."

돌고래라 하는 상준의 말을 듣고 그제야 다슬이도 놀란 표정을 진정하여 바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잠시 돌고래를 구경하고 있더니 휴대폰을 꺼내 폰카 촬영에 돌입하였다.

"성공입니다. 대표님."

신 팀장은 돌고래의 점프를 동영상에 잡은 모양이었다.

"다슬씨 땜에 잡았습니다."

"......?"

"다슬씨가 대하를 줍겠다고 아래로 내러가기에 그 장면을 포착하려다 우연히 돌고래의 점프를 포착하여."

"오, 예."

다슬은 다시 하얗게 웃으며 신 팀장을 보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제야 상준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작은 갯바위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하를 줍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다슬도 상준의 뒤를 따라 대하 줍기에 바빴다.

때 아닌 대하파티가 열리게 되었다.

상준은 대하의 꼬리를 떼어내어 등껍질을 떼어낸 뒤 다슬에게 먹어보라 입에 넣어줬더니 다슬은 사양하지 않고 생새우를 받아먹었다.

“음, 이 달콤한 맛.”

언젠가 한번쯤 먹어본 것이 틀림없었다.

"이번엔 신 팀장."

상준은 깐 생새우를 신 팀장 입에도 넣어주었다.

"음, 달작지근 하면서 오들오들 해요."

"그래서 일본 놈들이 오돌이라 하나?"

상준은 가방을 열어 아예 준비해온 밥과 초고추장, 된장과 풋고추를 포함한 각종 야채와 과일을 꺼내놓고 얼른 회를 쳐서 신문지를 깔아 얹어놓았다.

“점심 먹어요.”

늘 하던 얘기지만 바다에 나와 먹는 밥은 언제 먹어도 진짜 맛있다. 산행을 가서 산에서 먹는 밥도 정말 맛있지만 이보다 더 맛있는 건 없을 것 같았다.

생 대하의 식감은 표현하기 어렵다. 구운 대하 맛도 좋다고는 하지만 생대하의 달큰한 맛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거 돌고래가 준 선물이지. 멋지지 않나?”

상준의 말을 듣고 다슬이 한참 생각하더니

‘서해안에도 돌고래가 있나?’

다슬은 문득 돌고래에 대해 궁금했던지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돌고래를 볼 수 있데요. 남해나 서해에서는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가 주로 분포하고 동해에서는 참돌고래, 제주도 해안에서는 남방 큰 돌고래가 나타난다 하네요.”

“그런 것 같네요. 전에 언제 보니까 무녀도 부근에 돌고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게 아마 상괭인가 보죠.”

식사를 하면서 화두가 주로 돌고래에 머물다 다시 바다낚시로 옮겨가게 되었다.

“오후에는 제가 촬영할 테니 신 팀장님도 손맛 좀 즐기세요.”

다슬의 말에 신 팀장은 얼굴에 화색을 띠우며 연 대표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더니

“다슬씨 그렇게 해 주실래요?”

“네, 그러세요.”

“그럼 잠시만 해볼게요. 제가 낚시에 빠져서.”

“하하하, 내가 여럿이 망쳐놨네.”

상준의 이야기에 모두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뒷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낚시에 빠져들었다.

“무엇을 하던지 즐기면서 하자.”

상준은 그들을 보며 한 말이였으나 앞으로 경영할 회사의 경영 슬로건이다. 오후 낚시는 몇 마리의 광어와 농어, 참돔을 올릴 때쯤 벌써 낚싯배가 도착하였다. 영목항으로 돌아온 일행은 저녁 식사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휴양소로 들어가 쉬기로 하였다.

“넌 이제 어떡 할거야?”

상준이 다슬이에게 한 말이다.

“이번 휴가는 3일뿐이에요. 내일 아침에 올라가야죠.”

그리고 신 팀장은 고기를 꺼내어 잘 장만한 뒤 염장처리하고 일부는 저녁 요리의 반찬으로 사용하였다.

“신 팀장, 서해 낚시는 어땠어?”

“성공이죠. 재미 있었구요.”

“다슬은?”

“다 좋았죠. 한가지 빼고는.”

“한가지, 뭐?”

“그런 것이 있어요. 저가 여기 온 이유.”

저녁을 먹은 후 다슬은 상준에게 데이트를 나가자고 하였다. 상준은 좀 피곤하긴 하였지만 다슬의 청을 받아들여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제 차타고 드라이브 할 거예요.”

다슬은 자신의 차에 올라 운전석에 자리를 잡았다. 상준은 어디로 갈 것인지 말도 없는 다슬에게 더는 묻지 않고 옆자리에 앉았다.

다슬은 차를 몰아 무작정 달리다 달산포 해수욕장까지 와서야 속도를 늦추었다.

"왜 이렇게 멀리까지."

차는 해수욕장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너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지?"

다슬은 아무 말도없이 바다만 바라볼 뿐이었다. 상준은 지금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다슬을 따라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분위기는 꼭 이별을 선언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담배를 꺼내 물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한 일이 있었는가?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으나 특별히 잡히는 건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차에 올라 다슬의 손목을 잡고 조용하게 물었다.

"다슬아, 넌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지만 다음에 하면 안 될까?"

다슬은 상준을 돌아보며 결심한 것처럼 무슨말을 하려고 하였다.

"내가 먼저 얘기하면 안될까?"

상준은 속초의 어느 날 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다슬이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무안하여 얼렁뚱땅 넘어간 것이 후회가 되었다.

“다슬아. 속초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잘 못했어. 결코 너를 얕잡아 보았거나 무시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야. 변명 같지만 너무 좋아서 좀 흥분했던 건 사실이야. 그것 때문에 네가 이런다면 진짜 내가 미안해.”

“오빠. 그것 때문에 그런것 아니에요.”

“그럼 또 뭐가 있어?”

“난 그날 밤이 너무 후회돼요.”

다슬은 더 이상 말을 하지않고 다시 차를 몰았다. 길 옆 모텔이 보이자 무작정 모텔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부쳤다.

“여긴 왜?”

“들어가요.”

다슬은 방에 들어서자 상준의 품에 안겨들었다.

“오빠, 나 많이 고민했어. 그날 밤 오빠를 받아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 돼.”

“다슬아.”

“오빠가 원한다면 나 모든걸 다 줄 수 있어.”

“다슬아.”

“오빠 오늘 나 다가져.”

상준은 다슬을 꼭 안아주고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생수병을 꺼내 냉수 한잔을 부어 다슬에게 건네주었다.

“너, 이 오빠가 우유부단한 것 같지?”

“그런 생각 해본적 없어요.”

“넌 나의 모두야. 난 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그러나 난 너를 끝까지 꼭 지켜주고 싶어. 이건 진심이야.”

다슬은 상준의 품에 안겨 까슬까슬 돋아난 수염을 만지면서 가만히 그의 얼굴을 처다보고 있었다.

상준은 다슬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 주었다.

상진의 진심어린 표정과 순수한 그의 얼굴을 보며 다슬은 무한한 행복에 젖어 들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헤어졌다.

한 사람은 서울로. 그리고 한 사람은 중산으로.

그리고 다슬은 한 동안 중산에 내러오지 않고 틈만 나면 공부에 열중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다슬은 지금의 생활에도 만족하였지만 중등교사 임용교사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중산으로 돌아온 상준과 신 팀장은 희진과 더불어 얼마 동안 업무에 전념했다. 중산해양박물관은 결국 부도 처리되어 법원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으나 쉽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덩어리가 큰 반면에 수익성이 없어 선뜻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상준은 해양박물관 보다도 아쿠아리움에 관심이 많다보니 해양박물관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만약 3차에 걸쳐 유찰되어 값이 최저가로 구입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도 늦지않을 것이다.

관리팀장 채용은 경력자를 우선하였다. 여러 명의 지원자 중 약간의 경력을 가진 30대 중반 김시후씨가 채용되었고 관리주무는 현 관리인 중 가장 젊은 30대 초반 박대훈씨를 보직 변경시켰다.

그리고 업무보조는 특채하였다.

결국 [뉴 해양 컴퍼니]의 재편성 부서조직과 발령 현황은 다음과 같다.

0. 업무부

* 팀장 : 신용만

* 주무 : 연상미

* 업무보조: 나영미(일용직)

0. 관리부

* 팀장 : 김시후

* 관리주무 : 박대훈

* 관리인 2명(이성훈, 최해섭)

* 구내식당 : 조리사(이현미), 주방보조 1(장수현)

* 정문 경비원(정일도. 용역업체 소속)

0. 사택 관리 : 가사도우미 1명(남미애), 사택관리 1명(선수호)

연 대표는 신 팀장과 연 주무의 건의와 새로 특채한 직원을 능력과 경력들을 감안하여 재배치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새로 획득한 다슬조기의 추출물은 [쇼라이트컴퍼니]에, 다슬조기의 고기는 [괴물가공]에 넘겨주었다.

상준은 틈틈이 신 팀장과 연 주무와 함께 스킨스쿠버 교육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현장에 적응해 나갔고 현장실습을 거치면서 안전사고 대비 훈련 및 대처법, 심폐소생술, 심해 적응교육에 열중하게 되었다.

수심 18­40미터(60­130피트) 수심에서 다이빙을 하는 데 필요한 테크닉 과 수면에서 시간 측정, 수심에 따른 압력변화 관찰, 수심에 따른 색상변화 관찰, 비상 감압정지 상황 연습 등도 중요 교육 대상이었다. 처음엔 누구나 간단한 스킨스쿠버에만 관심이 있지만 점차 심해다이빙에도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었다.

추진하는 업무에 바쁘고 틈만 나면 다이버 훈련에 집중하는 동안 소식이 없던 뷰티가 어느 날밤 상준에게 연락이 왔다. 시간이 되면 꼭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 뷰티의 요청이었다. 상준은 휴대폰 충전기 몇 개에 충전을 해두고 노인과 뷰티가 필요할 옷과 간식, 음료, 그리고 쌀 등을 구입하고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기구들을 구입하여 설치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태양광 발전기야 말로 외딴 섬에서 자연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뿐 아니라 점차 가을이 오면 기온이 낮아질 것이고 겨울이 되면 추워질 것이다. 가을옷과 겨울옷을 노인의 것과 뷰티가 입을 것을 각각 몇벌씩 준비하였다.

곰곰이 생각하니 전기장판도 필요할 것 같고 겨울 담요와 이불도 필요했다. 아울러 뷰티가 읽을 다양한 교양도서와 시사지. 여성잡지 등도 함께 구입하여 낚시 준비를 해서 다녀오기로 하였다.

신 팀장과 연 주무가 혼자 출발하려는 상준을 보며 걱정을 하였으나 상세한 이야기는 할 수도 없고 준비한 내용도 공개할 수가 없어 몇 일간 멀리 해양관광을 다녀오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만약 일이 있을 때는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줘.”

그동안 배운 스킨스쿠버 연습도 이번 기회에 해볼 생각으로 다이버에 필요한 모든 장비도 함께 챙겨넣었다.

“바다인간 뷰리. 그녀는 정말 모든 것들이 육지인간과 다름이 없을까?” 이점 또한 상준이 늘 궁금한 과제이기도 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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