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뉴해양 컴퍼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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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할미 할비 바위는 일몰이 워낙 아름다워 이를 화폭이나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사시사철 찾는 명소이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때 장보고는 안면도(당시 견승포)를 관할하는 책임자로 승언이란 사람을 세웠다고 한다. 승언은 전쟁터로 떠나면서 부인 미도에게 반드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승언은 끝내 돌아오지 못하자 미도는 이 바위 위에서 남편 승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결국 죽어 망부석이 되었고 하였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할미 바위로 불렀고 어느 날 맞은편에 불쑥 솟아오른 다른 바위를 할비 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안내판을 다 읽은 다슬은 상준의 팔장을 끼고 기도하자고 하였다. 할미, 할비 바위를 바라보며.
"오빠, 우리 기도해요. 저분들처럼."
다슬은 상진을 옆에 세어두고 한참 동안 바위를 향해 소원을 빌었다.
"우리 식사하러 가자."
상준은 다슬이를 데리고 인근 조개구이 집으로 향했다. 가리비, 맛조개, 백합, 소라 등이 주 메뉴였다. 불에 익으면서 갈라지거나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모양이 식욕을 돋우어주었다.
"공기밥 두개. 매생이 국도요."
다슬은 식사를 주문하고 나서 가방을 열고는 조그만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이것 국제선 탔을 때 사온 것이에요. 오빠 생각나서."
"이것 와인이네." 상준은 와인병을 쥐고 산지와 제조연도 등을 살펴보면서
"이건 독한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둘은 술잔을 받아 한잔씩 나누어마셨다.
"내일은 어떻게 하실거예요?"
"음, 내일은 갯바위 낚시 예약해놨어."
"대상어는요."
"다슬."
“....?”
"다슬이 목표라고."
"저를 잡겠다고?"
"응."
"아, 이제 알았다."
다슬은 목젖이 다 보이도록 명쾌하게 웃었다. 낚시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바로 다슬조기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낚시대회 하던곳과 거리가 가깝네."
"그래서 이곳으로 온거야."
다슬은 상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였다.
"우리 나가서 산책 좀하고 휴양관으로 가자."
"신 팀장님 있겠네요."
"응."
그들은 밖으로 나와 꽃지 해안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공원 산책을 하였다. 상준은 다슬의 옆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무얼 보고 다슬이를 도도하다고 평가를 하셨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보기엔 늘 상냥하고 이지적이며 반듯한 아가씨인대 왜 어머니는 단 한번 보시고는 그렇게 표현하셨을까?
포토 존에는 조명 불빛이 들어와서 기념촬영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 여기서 기념사진 찍어요."
“셀카로 할까?”
“저 분 들게 좀 부탁드려서. 제대로 나오게.”
상준은 지나가는 커플을 불러 폰카 셔터를 부탁했다. 상준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한 장을 찍은 다음 좀 더 가까이 포즈를 취하라며 한술을 더 떴다. 다슬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찰싹 상준에게 밀착하여 않았다.
"감사합니다."
"오빠, 우리 휴양관 가지말고 여기 오래 앉아있다. 인근 숙소에 가요."
"아니, 그곳에 가면 거실 빼고도 방이 두개가 있어."
“그긴 가기 싫어요. 신 팀장도 있고.”
"어쨌든 오늘 일찍 들어가자. 내일 출조도 빨리해야 하거든."
그리고 상준은 휴양관에 가지 않으려는 다슬을 데리고 결국 휴양관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휴양관에 들어서자 신 팀장은 TV를 보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연 대표와 다슬을 보고는 피곤하다며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상준은 다슬을 보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권하자 간단하게 씻는다며 방과 욕실을 드나들었다. 방에 딸린 욕실이 따로 없기 때문이었다.
“넌 방에서 자.”
“난 거실에서 잘 거야.”
상준도 간단하게 씻고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다. 눈이 부셔서 거실의 불을 끄고나니 너무나 어두워 욕실문을 조금 열어두고 잠을 청했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다시 영목항에서 배에 올랐다. 고대도를 지나 한참을 달리다 어느 갯바위에 내려 주었다. 선장의 말씀으로는 이 지역 주요 포인트라 일러 주었다. 배가 달리는 동안 내내 신 팀장은 주변 사진을 촬영하느라 본연의 일에 빠져있었다.
“오후 4시 10분에 배들어 옵니다. 미리 준비해 주세요.”
상준이 주변을 살펴보니 수심도 적절하고 조류도 흘러 낚시하기에는 제격인 포인트였다. 즉시 채비하여 타이바라를 사용하여 기본적으로 광어와 농어를 노리면서 주요 대상어 다슬 조기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낚시 대회의 경험으로 보아 이곳이 중요 포인트임에 틀림없었다. 다슬이도 일단 포인트에 도착하니 눈을 반짝이며 낚시에 도전했다.
한참동안 고기를 잡다 상준은 갑자기 궁금하였다.
“다슬아. 미안 하지만 우리 어머니 만나보니 첫 인상이 어땠어?”
“그때 경황이 없어서 그렇지 무척 인자해 보이시던데. 얼굴도 미인이시고. 상미가 어머니 많이 닮은것 같던데?”
“그 후 전화 안해 봤지?”
“네, 번호도 모르고. 미쳐 생각도 못하고.”
상준은 그제야 어머니의 말씀을 짐작할 것 같았다. 소현의 성격으로 볼 때 상미를 찾았다는 기쁨과 반가움. 어머니에게 신뢰감을 얻기 위해 수시로 전화를 하였을 것이었다. 더구나 상미가 부산에 있을 때는 더했을 것이었다.
상준은 즉시 다슬의 폰에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찍어 주었다.
“미안 하지만 우리 어머니께 전화 좀 해봐. 딸을 찾은 소감이나 그 후엔 어떻게 지내시는지?”
다슬은 상준의 말을 듣고 번개같이 머리에 와 닿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다슬도 머리가 영리하지만 미처 거기 까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다슬은 즉시 안면도 먼 바다에서 전화를 하였다. 상준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머니. 저 다슬이에요. 그날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와서 죄송해요.”
“뭐, 죄송은, 그래 잘 지내나?”
“네, 어머니. 저가 회사일로 해외 이곳저곳 국제선을 타다보니 전화내지 못해서 늘 안타까웠어요. 상미 찾으시니 좋죠?”
“그럼. 좋지.”
“상준씨도 잘 있어요?”
다슬은 상준의 옆에 서서 어머니께 상준의 안부를 물었다.
“상준이야 잘 있겠지. 지난 토요일에 왔다갔다.”
“지금 중산 집에 내러왔니?”
“아니에요. 아직 집에도 못갔어요”
“그래, 많이 바쁜가 보구나.”
그들의 전화를 듣고 있던 상준은
‘가스나. 거짓말도 참 잘도한다.’
“어머니 전 어머니 보니 꼭 친어머니 같았어요. 인자하시고, 얼굴도 예쁘시고. 상미 얼굴과 많이 닮았어요.”
“그래? 나도 한 때는 상미처럼 고왔지.”
“지금도 고우시던데요. 뭐.”
이제 아예 어머니를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전화요금 많이 나오겠다. 이제 끊어라.”
“예, 어머니 기회 될 때마다 자주 전화 드릴게요.”
“언제 상준이와 부산에 한번 다녀가거라.”
“저가 요즘 바빠서 상준씨도 잘 못만나요. 기회될 때 들릴게요.”
‘가스나. 진작 좀 전화라도 드렸으면.’
상준은 찌만 바라보고 전화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안했다.
“오빠. 죄송해요. 미쳐 생각을 못해서.”
“너 어머니께도 자주 전화 드려.”
“네.”
상준의 찌가 물속으로 박혀들자 갯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따라 재빠르게 챔질을 하였다. 손맛이 제법 즐길 만 하였다. 발버둥 치는 놈은 행태로 봐서 농어가 분명했다.
다슬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얼마 있지 않아 참돔 한 마리를 걸려 올렸다. 상준은 이번에는 광어 한마리를 걸어올렸고 다슬이도 따라서 광어를 잡았다.
상준은 바위에 낚싯대를 걸어두고 담배를 꺼내 한개비를 피웠다.
“오빠. 고마워요.”
“뭐가?”
“그냥 다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와서 갑자기 고맙다고 하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것 같았다.
이번에 안면도에 온 것이 무척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12년 만에 딸을 찾은 상준의 어머니께 전화 한통 올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 것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상준 오빠였다.
‘오빠는 항상 내 편이고 나를 지켜줄 사람은 오빠 밖에 없어.’
다슬은 담배를 피고 있는 상준을 바라보며 든든한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다.
그때였다.
드디어 상준에게 빛이 보였다. 상준은 민첩하게 낚싯대를 움켜쥐고 조용히 당겼다.
“다슬아, 온나.”
무슨 소린가 하고 오빠를 바라보니 낚싯대를 쥐고 챔질을 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낚싯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얏 호.”
상준은 소리를 지르며 릴을 감기시작했다.
“다슬이 맞아요?”
“그런 것 같아.”
미소를 띠며 자신 있게 예상했던 대로 다슬 조기였다. 바로 잉어의 머리에 조기의 몸통을 가진 놈. 다슬기 모양의 상아 돌기와 금빛 보석 5개.
안면도 앞바다 갯바위 낚시도 성공이었다. 너무 많은 욕심을 내는 것도 헛된 과욕이다. 손맛을 즐기며 그녀와 함께 힐링만 하면 된다.
잠시 후 다시 두 사람의 찌가 동시에 움직였다. 상준이 즉시 챔질을 하자 다슬이도 뒤질세라 챔질을 하였다. 잠시 후 그들은 민어와 조기를 잡아올렸다.
“오빠, 나 조기.”
“난 민어네.”
신 팀장이 두 사람에게 엄지 척을 하며 카메라 앵글을 맞춘다. 그리고 얼마 후에 갑자기 수면 위로 물보라가 일어나면서 작은 물고기들이 팔딱 팔딱 뛰어올랐다.
"저거 뭐죠?"
신 팀장의 말이었다.
"글쎄, 뭐지?"
어디선가 본 장면 같았다.
"저건 식인 날치가 나타났을 때 물고기들이 뛰어오른 현상이었는데."
상준은 긴장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물보라가 사라지면서 잠잠하였다. 그때였다. 파도가 출렁거리는 갯바위 아래쪽에 작은 새우 떼들이 두두둑 튀어올랐다.
"오빠 저기 새우들."
대부분의 새우들은 파도에 씻겨 다시 바다로 사라지고 있었으나 일부 낮은 곳에서는 튀어 오른 새우가 바위 위에서 파닥이고 있었다.
“저거 대하예요.” 심팀장이 소리치자
"나 대하 잡을래."
다슬은 낚싯대를 놓아둔 체 아이스박스를 들고 대하를 주우려고 자신이 서있는 아래쪽 작은 바위로 건너가려 하였다. 상준은 즉시 다슬의 팔을 잡고 끌어 당겼다. 순간적이었지만 제법 큰 힘이 상준의 팔뚝에 들어가 있었다.
“엄마.” 깜짝 놀란 다슬이 비명을 지르자
“잠깐.”
휘청하던 다슬은 털썩하고 갯바위에 주저 않았다. 순간 엄청난 크기의 죠스처럼 생긴 괴물이 파도를 따라 갯바위 쪽으로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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