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68화 (68/225)

〈 68화 〉 변형 도치고기(2)

* * *

다음 날 아침 일찍 상미가 출근하였다. 상미는 도착 하자마자 밀렸던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휴가를 얻은지 열흘이 넘었다. 미루어 두었던 방송자료와 밀린 결재 서류를 한꺼번에 올렸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탓인지 신속하게 처리해 나갔다.

아직은 작은 기업이라 주무 역할을 하면서도 장기 휴가를 공석으로 비워두고도 큰 부담은 없나 보다. 모처럼 업무회의를 주제하면서 상준은 신 팀장에게 사석에서 했던 이야기를 구체화하였다.

"첫째 신 팀장과 연 주무는 중산 해양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재무제표를 알아 볼것."

"둘째, 중국 및 일본 등지에서 수석관련 경매시장의 상황을 파악할 것."

"셋째, 영상 제작과 방송프로 제작에 유명인을 초빙했을 때 경제적 효율성을 검토해 볼것."

내가 오늘 부탁하는 것은 이 세가지다. 혹시 다른 건의사항이나 협의사항 있으면 이야기를 해봐.

그러자 신 팀장이 건의를 하였다.

“관리팀 업무 담당자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문에 경비원도 필요하구요. 외부차량들이 무분별 하게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통제 없이 드나들어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건 좀 그러네. 정문 경비는 용역업체와 계약하여 주간 근무만 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그러자면 당장 정문경비실이 필요하지 않겠나?”

“예, 당장 경비실을 지어야합니다.”

“그럼 당장 추진하고, 실내 관리실은 업무실 옆방을 쓰면 되겠지만 집기는 추가 구입해야 될것 같아.”

“예.”

상준은 동생을 돌아보며

“연 주무는 필요한 집기를 파악해서 올리고.”

“예.”

“그럼 관리 팀장은 누가 하면 좋겠나?”

“관리팀에서 회사와 집의 모든 관리원과 구내식당 근무인원, 도우미 등 인력관리와 시설 및 환경까지 책임져야 하니까 좀 젊고 경험있는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 추가 인원을 채용하자는 말인데?"

"생각보다 관리팀이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와 집에 있는 대형 수족관 관리를 포함하여 수목관리, 안전관리, 도난 방지, 화재 예방 점검 등 찾으면 일이 끝도없이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상준은

“그럼 신 팀장은 업무 팀장을, 추가 채용하는 사람은 관리팀장으로 나누어서 부서조직을 재편해야 할 걸세.”

“알겠습니다. 우린 내일 서해 안면도에 가서 다슬 조기 낚시에 도전할까 하는데.”

“오빠. 그럼 저도 한가지 건의할게요.”

“연 주무, 이제 회사에서는 공식적인 호칭만 쓰도록 해. 밖에서는 아니지만. 앞으로 회사가 점점 커지면 사적 호칭은 곤란할 것 같아.”

“맞는 말씀입니다.”

신 팀장도 연 대표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상미는 약간 토라진듯하더니 이내 수긍하였다.

"연 주무가 건의할 사항은 뭔가?"

"저가 현장에 나가게 되면 사실상 사무실이 비게 됩니다. 전화라도 받을 수 있는 일용직 업무 보조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연 주무가 계속 현장에 나가야 하나?”

".....?"

"처음에는 연 주무는 현장에 나가지 않고 사내에서 근무하기로 했잖아. 심지어 재택근무도 허용해 줬고. 그 뒤 우연하게 현장에 나가다 보니 현장에 재미를 붙인것 같고."

"오빠, 저도 현장에 간혹 나가고 싶어요."

"참, 오빠가 아니고 대표님."

상준은 실실 미소를 짓더니 간혹 한번 씩은 동참할 것을 허용하였고 그와 상관없이 잠시라도 사무실을 비우면 업무 보조는 필요할 것 같아 허용하였다. 허용한 이유는 사업의 확장에 필요한 인원을 미리 채용하여 일을 배우게하면 장차의 대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일은 신 팀장만 2박 3일로 출장 조치하고 연 주무는 밀린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 하도록 해. 그리고 필요한 집기와 시설 확충 등에 필요한 것들을 뽑아 준비를 해줘."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상미는 혼자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흐응, 나도 가고 싶은데.”

상준과 신 팀장은 첫날 생활 낚시에 도전하기 위해 새벽 일찍 출발하였다. 안면도 생활 낚시는 오전 오후로 구분하여 하루에 두 번 출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순천에서 전주 익산에서 서해안을 따라 안면도로 가는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학창시절 동아리 MT 가서 머물었던 곳이다. 울창한 송림과 맞은편 수목원이 마음을 설레게 할 때였다. 밤늦게 까지 마신 술, 뭔지도 모를 막연한 기대. 다음날은 꽃지 해변. 그리고 해안공원. 당시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다.

‘그때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니었나?’

평일 새벽이라 바람이 시원하고 교통량이 적어 영목항에 도착 했을 땐 아침 9시가 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주변 낚시점에서 루어 타이바라 몇 개와 혹시 하는 마음에 갯지렁이 까지 집어넣어 오전 출조에 참가하였다. 물론 오후 예약도 미리 해 두었다. 생활 낚시는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 인근 바다를 탐색하는 것이다. 특별한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손맛을 보는 것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타이바라를 달아 던져 보았으나 소식이 없어 지렁이를 꿔어 던져 넣었다. 주낙으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분은의 출조객들은 릴낚시에 도전했다.

“두두둑.”

광어였다. 그리 크진 않았으나 30은 넘을 것 같았다. 신 팀장은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열중이었다.

신 팀장이 카메라를 들고 주변의 풍경과 낚시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상준의 낚시에 초점을 맞추자 사람들의 시선이 상준에게 솔렸다.

“아, 그 사람 맞죠?”

대부분의 생활낚시 출조객은 상준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상준과 비슷한 청년하나가 알아보는 것 같았다.

“누구더라. 이름이 음. 맞어.”

청년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신 팀장을 보며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맞아요. 연상준 프로. 같이 촬영해도 되겠어요?”

“네, 상관없어요.”

청년은 갑자기 상준의 옆에서 셀카를 찍어댄다.

‘여긴 광어뿐인가?’

광어 한 마리를 추가 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한참 후에야 제법 손끝에 느껴지는 짜릿한 전율이 팔뚝을 타고 어깨로 전해온다.

‘왔어.’

이때 느끼는 스릴감은 세상에 아무도 모른다. 희열, 기대, 조바심...등등.

상준은 침착하게 자신은 프로라는 인식을 하면서 천천히 릴을 감아올렸다. 드디어 놈이 물위로 떠올랐다. 선장님이 달려와 뜰채를 이용하여 건져 주셨다.

“시간 다됐습니다.”

너무나 아쉽다. 이제 막 시작을 하려하는데 벌써 시간이 끝나 버렸다. 항구로 돌아와 회도 먹고 매운탕도 먹고...

잠시 후에 다시 출조에 나섰다. 오후 1시부터 3시 30분 까지 오후 출조 시간이다. 아쉬운 것은 누구에게나 모두 같다.

‘출조객의 마음은 나갈때는 희망을, 들어 올때는 아쉬움을’ 모두가 똑 같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래도 오후에는 참돔도 낚고 뜻하지 않은 농어도 건졌다. 타이바라가 다용도가 틀림없다. 운이 있으면 농어도 잡고 참돔도 잡고.

상미의 전화가 날아왔다.

“오빠, 다슬이 언니가 오빠 낚시간 곳을 묻던데 가르쳐줘도 돼요?”

‘갑자기 왜 얘가 그런걸 물어. 언제는 안가르쳐 줬냐고?’

“....?”

“오빠에게 묻지않고 왜 내게 전화했지?”

“글쎄.”

“알아보고 전화하겠다고 했거든. 가르쳐 준다.”

상준은 동생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일은 낚시의 꽃 갯바위 낚시에 도전을 한다. 아침 일찍 낚싯배로 갯바위에 출조한 후 오후 4시에 다시 회항한다.

‘근해 보다 먼 바다 갯바위가 더 좋겠지.’

차를 몰아 자연휴양림 휴양관이 들어갔다. 신 팀장은 고기들을 장만하여 농어는 회로 가자미는 국으로 나마지는 모두 염장 처리하여 보관하였다.

“이제 신 팀장도 요리를 잘해.”

어디서 들었는지 진짜 회맛은 숙성시킨 후에 먹는것이 제 맛이라고 하였다.

‘아닌데.’

시간을 보니 저녁 먹기에는 좀 이른 편이었다.

“그럼 우리 산책이나 하고오자.”

“대표님 다녀오세요. 전 조금 쉬고 있을게요.”

상준은 휴양림 오솔길을 따라 한바퀴 뛰다 휴양관 근처 밴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음, 상쾌하다.’

폐까지 들어오는 오는 향긋한 숲의 공기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운동기구를 보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상준의 특성이다.

각종 기구로 운동을 시작했다. 허리도 돌리고, 윗몸 일으키지도, 철봉까지 하면서 심호흡을 해가며 숨을 빨아당겼다.

이런 곳에서는 담배는 아닌것 같다. 담배를 만지다 다시 집어넣었다.

이러한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지켜보는 한사람. 다슬이었다.

당분간은 절대로 내러오지 않고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던 그 다슬이었다.

동해안의 일 뒤 어색한 관계라 연락도 못하였고 오지도 않았다. 두 번의 휴가를 넘기고 보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언니 알아보니. 안면도 자연휴양림 휴양관에서 2박을 한데.”

상미는 다슬에게 아는 그대로 모든것을 알려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슬은 더는 참지 못했다.

그날의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오빠가 얼마나 쑥스러웠을까?’

‘그래놓고 내가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고?’

다슬은 상준이가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무안해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아까울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날은 자신도 너무나 당황하여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오빠.”

사실 기다린건 다슬이 보다 상준이 더했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 들떴던 그날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다슬의 거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못난것은 이성을 잃은 자신이라 생각했다.

‘못난 놈. 덜떨어진 놈.’

상준은 자책하며 그녀가 먼저 용서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슬아.”

상준은 안겨오는 다슬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미안하다 다슬아. 이제 그런일은 정말 없을거야. 그날은 내가 미쳤나봐.”

“오빠. 우리 나가요.”

“어디로 갈까?”

“꽃지에 가 봐요.”

상준은 신 팀장에게 자동차 키를 받아 다슬을 싣고 꽃지 해안으로 나갔다.

이미 시간이 늦어 꽃지의 멋진 일몰은 볼 수 없었으나 많은 연인들과 방문객들이 할미, 할비 바위를 보면서 기도를 하고 주변 공원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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