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변형 도치고기(1)
* * *
유난이 섬광이 선명하고 뿜는 힘이 보통은 아니나 거의 움직임이 나타나지않았다.
“처음 보는 놈이네.”
“....?”
상준은 낚시를 빼내어 다시던졌다.
“푸드득.”
잠깐 그 자리에서 날개짓을 하는것처럼 꿈틀거리다. 다시 꼼작하지 않고 버티고있었다.
‘자, 이제 물어보자.’
“물었다.”
상준은 릴을 감아올리자 별 저항도 없이 끌려나왔다.
“손맛은 별로네.”
“.......”
“묘하게도 생겼네.”
몸이 타원형이고 머리와 몸에는 상아로 보이는 혹 모양 돌기가 돋아있었고 돌기의 표면에는 작은 가시가 나 있었다. 양 지느러미 사이 아랫턱에 거머리 빨판 모양의 입에다 묘한 모양의 관이있었다.
상준은 지난 공형진항 앞바다의 쏠종개 독가시가 생각나 조심조심 가시부터 제거한 후 차례대로 상아 돌기를 추출해 내었고 배를 갈라 36면을 지닌 주사위 모양의 섬광체 두개를 추출하였다. 고기를 그냥 바다에 버리려다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있어 보여 별도 보관하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바로 변형 도치고기였다. 이름도 묘하지만 모양도 묘하다.
“자. 우리 한잔 더하자.”
“네,”
상준은 방금 잡은 놈의 뱃살 일부를 칼로 잘라 초장에 찍어 먹어보았다.
“야, 맛이 괜찮아. 아니 맛있어.”
신 팀장도 잘라내어 맛을 보고는 식감도 좋고 맛도있는 고기라 극찬하였다.
“신 팀장, 요즘 무슨일이야?”
“회사일에 무슨 어려움이 있어?”
“신 팀장은 극구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이성 문제야?”
신 팀장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성 문제라면 두말 할것 없이 소현이 와의일이다.
‘가스나. 지는 아무일도 없는듯이 잘도 까불더니만.’
차마 그런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잘 설득시켜봐. 하기야 사랑이 설득으로 되는것은 아니지만. 오해는 풀어야하고.”
이튿날 [주식회사 블랙월드] 양만선 이사와 과장 서동삭씨가 중산으로 내러왔다. 그들은 기어이 상준과 신 팀장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며 해변가 한우불고기 집으로 그들을 초대했다.
상준이 내어 놓은 다양한 원석과 황금 거북알(3개), 수정원석에 혼이 빠진 모양이었다. 이것만 하면 1년 가까이는 그들 업체의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신 팀장에게는 원석 비용과는 별도로 팁이라면서 금일봉을 주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엄청난 금액이 회사통장에 입금되었다.
“신 팀장. 중국과 일본 등 수석 경매시장에 대해 좀 알아봐.”
“경매시장 이라면?”
“언제, 어느 때 경매시장이 열리는지 파악을 좀 해봐. 국내 애호가들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을거야.”
“변형 쏠종개에서 나온 야광보석 때문이지요?”
“응, 그건 아무래도 수석 경매시장에 내어 놓아야겠어.”
“네, 알아볼게요.”
“크기도 알맞고 색깔도 곱고 모양이 매우 특이하잖아. 경매에 붙이면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을거야.”
“알겠습니다.”
결국 하나는 중국 수석 경매시장에 내어놓을 예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상준은 인터넷을 통해 최근 괴물고기를 잡았다는 개인 카페와 블로그 등을 검색해 보니 민물에서도 가끔 호수나 강에서 괴물이 출현하거나 목격했다는 글과 이미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심해어종, 괴 생명체, 돌연변이. 등과 기형, 변형된 고기들의 이미지가 만만찮게 올라와 있는 것을 검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괴물의 가치와 원석이나 가죽, 물고기 상아. 고기의 품질 같은 고가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기록은 별로 찾을 수가 없었다. 해외 언론 기관에서 제공한 기사에도 그런것은 없었다.
주로 ‘발견되었다.’
‘잡혔다.’
‘목격되었다.’ 등의 기사밖에 없었다.
어느 듯 시간은 새벽으로 치닫고 있을때 뒤늦게야 잠자리에 들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오전 10시가 다 되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집으로 다니러 가셨고 주방에 들어가 먹을 것을 찾아보려 냉장고 문을 열려는데 냉장고 출입문에 메모가 붙어있었다.
어제 밤 상준이 낚시를 하고 있을때 아주머니가 출발하면서 남긴 메모 같았다.
“식사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하시고, 냉장실 열어보시면 간식 좀 준비해 뒀어요. 전자랜지에 데워 드세요.”
식사 문제는 이미 다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냉장실을 열었다. 키친타월로 덮어둔 쟁반위에 식초 소스와 부침개가 소복하게 놓여 있었다. 소스에 부침개를 찍어 맛을 보았는데 물고기의 고깃살을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섞어 살짝 튀겨낸것 같았다.
‘고기를 이렇게도 해 먹는구나.’
어느 방송에서 본 것 같았지만 이런 맛이 나리란 건 짐작하지 못했다. 아주머니 요리 솜씨도 보통은 아니지만 간식까지 배려해줘 무척 고마웠다.
간식을 먹고 사무실에 올라가니 신 팀장이 간단한 보고를 하였다.
인터넷 방송에 올린 동영상이 100만을 돌파한 것이 등장했다고 하였고 그 외에도 상당량의 영상들이 40만에서 70만 내외를 통과하였다고 하였다. 기회를 봐서 유명 성우나 인기 연예인을 모셔와 내레이션을 부탁하거나 잠깐이나마 제작에 출현하면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 건의를 하였다.
"그럼 연 주무(상미)가 돌아오면 의논해 보도록 해."
상준은 사무실에서 머물다. 관리팀과 주방팀의 8월 임금을 중간 결산하라 일러 주었다. 이들은 아직 근무한지가 1개월이 완전 차지 않았지만 기존 직원과 같이 임금을 지급하려면 첫 달은 부득이 중간 결산하는것이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새로 입사한 분은 근무 날짜를 계산하여 결재하는 것이지요?”
“아마 그럴 걸. 연 주무에게 연락해 봐.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리고 이번에는 건물과 주택의 완공시기였고 준공식 등을 거치면서 평소보다 두, 세배는 일이 많았어. 이를 감안하여 섭섭하지 않게 보너스를 포함시켜 지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상준은 구내식당을 들러보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후 다시 준비하여 화암대로 나갔다. 채비를 한후 낚싯대를 던져놓고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상미의 전화가 왔다.
“오빠. 엄마 바꿔줄게요.”
“밥은 묵었나?”
상준의 어머니는 전화를 받기만 하면 말투가 좀 달라지신다. 오랜 식당 경험으로 평소에는 늘 어느 정도는 표준어를 사용하시는 어머니께서 자신과 통화만 하게되면 사투리를 쏟아놓으신다. 어떤 때는 참 구수하게 들리다가 싫은 말씀을 하실때는 거부감이 생길때도 있다.
“조금 전에 먹었어요.”
“내일 상미 내러 간단다.”
“그래요?”
“너 소현이 어떠노?”
지난 번 아버지 산소에 갈 때부터 좀 이상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드디어 본의를 드러내시려는 것 같다.
“예?”
“요즘 세상에 소현이 같은 애가 어디있노?”
“.....?”
“잘 생각해래이. 그런 아 요즘 없데이. 갸도 게안키는 해도 엄마 같은 사람 이해 해 줄 수 있는 아가 요즘 얼마나 있겠노?”
"어머니, 다슬이를 아직 몰라서 그래요.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상냥한지 몰라요. 마음도 착하고."
"몰다. 그런데 갸는 좀 콧대가 높은 것 같던데. 도도하기고 하고."
"....."
사실 상준도 다슬의 고고한 품격과 지적인 고상함을 모르는것이 아니다. 그것이 다슬의 매력이기도 하다.
"우째튼 잘 생각해 봐래이. 소현이는 상미하고도 잘 지낸데이."
그리고 어머닌 전화를 상미에게 넘겨주었다."
"네가 엄마께 바람 넣는것은 아니겠지?"
"호호호, 걱정마 오빠. 내일봐."
'그것 참.'
상준은 뭔가 씁쓰레한 입맛이 나는 것 같았다.
던져 둔 낚싯대에서는 별다른 소식도 없었고 괴물의 출현을 알아볼 수 있는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이런 대낮 오후에 해변 갯바위에서 고기더러 막 물어 달라 하기엔 염치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상미의 전화가 왔다.
"참, 오빠 엄마 땜에 진짜 전화한 용건은 잊었네요. 민수 오빠 있잖아. 한번씩 안부전하 오거든."
"어, 그래?"
"지난번에도 왔었는데... 내 오빠께 말 한다는 걸 까먹었어. 민수 오빠 어때?"
"그 친구야 진국이지."
"지난번에 바람 맞았다며?"
"요즘 다 그런것 아냐?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리고 또 만나고. 그러다 사랑하게 되면 결혼도 하는 거고?"
"응, 알았어. 그냥 그렇다고."
'가스나, 뭐가 그렇다 말이야.'
이제야 낚싯대에 신호가 왔다. 조그마한 게르치였다. 이런 정도는 놓아주어야 낚시 프로답다.
그리고 한참 만에 찌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제법 손맛을 주는 놈이 걸린 것 같다. 챔질을 하여 천천히 올렸더니 떡전어였다. 손바닥 크기의 떡전어가 제법 힘을 썼나보다. 전어는 일단 고기통에 담아두었다. 곧 전어 철이 오려나 보다. 사실 전어는 가을 전어가 가장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먹는 떡 전어도 고소한 맛이 제법이다. 그만큼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전어와 같은 종이지만 크기가 크고 살이 붙어 떡전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망상어를 잡아 놓아주고 숭어 세끼고 놓아주고 저녁이 되자 붕장어가 올라온다. 미끼를 갯지렁이로 바꾸어 장어 낚시채비를 하였다. 역시 상준의 예감이 맞아들어 수시로 장어들이 꼬리를 치며 손맛을 더해준다.
화암대 갯바위는 놀기좋고, 하기좋은 집앞 낚시터로 제격인가 싶다. 오늘 밤처럼 고기가 좀 잡혀 줄때는.
간혹 한번씩 변종 괴물도 나타나주고.
‘한때는 아주 고기라고는 구경도 못했는데.’
그런 것이 바다인가 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낚시에 도전하면 성공하기 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그게바로 물때의 차이 때문일까? 바다는 항상 수시로 변하는 것 같다.
낚시꾼들은 대게 허풍이 좀 있는것 같다.
남들과 얘기할 때 성공한 이야기만 반복을 하게 되고 실패한 경우는 말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허풍쟁이로 여겨질지 모른다.
조황이 좋다는 자랑을 믿고 그 곳에 갔을 때도 성공률은 여시 반반인 걸 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물때도 중요하다. 물때를 맞춰도 바람의 영향도 받게되고 너울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상미가 오면 신 팀장과 함께 안면도 앞바다 다슬조기 낚시에 도전을 해 볼까 마음을 굳혔다. 더구나 휴양림 휴양관은 오래전에 이미 예약해 두지 않았던가.
안면도에는 학창시절의 작은 추억도 있는 곳이다. 여러모로 상준은 안면도에 다시 가보고 싶다.
물론 낚시가 주 목적이지만. 그곳도 이제 많이 변했을 것이다. 요즘 국내 어디를 가도 23년이 지나면 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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