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62화 (62/225)

〈 62화 〉 눈물의 준공식(2)

* * *

좀 전만 해도 눈물을 글썽이던 하객들이 사회자의 말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사실 신 팀장의 염려는 사실로 들어났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식사를 하기전 변형 아귀맛을 보려 몰려들었다.

“자 1인당 한 젓가락씩만 맛보세요.”

신 팀장은 하객들을 보며 웃는 얼굴로 일일이 말씀을 드렸지만 그 맛이 너무나 감미롭다 보니 어찌 욕심이 생겨나지 않을까?

웃음을 머금고 한 젓가락을 더 먹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가 있을까?

“음 녹아버리네, 음 향기로워.”

음식을 먹고 행복한 느낌, 누가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주머니 안되겠어요. 냉장고에 남겨둔 것 다 가져 오세요.”

결국 신 팀장은 도우미 아주머니께 추가로 내어 올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남 여사가 누구인가. 상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다시 절반은 남겨두었다. 이것은 상준이 어머님께 드리려고 남겨둔 아귀고기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요.”

“상미야, 어머니 모시고 들어가자.”

그들의 뒤를 따라 민수와 다슬이도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보라가 따라왔다.

거실에 앉은 어머니는 상미의 손을 꼭 잡고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네가 진짜 상미 맞제?”

어머니는 연신 상미의 두 뺨을 잡고 이마에 뽀뽀를 하였다가 손을 들어 가슴에 붙였다가 하며 안절부절 못하신다. 그리고는 또 부들부들 떨다 몇 번이나 의식이 가물가물하였다.

“어머니, 이제 정신 차리세요. 상미도 찾았는데.”

“상준아 맞제. 이게 꿈이 아니제?”

“맞아요. 어머니. 어머니를 꼭 닮았어요.”

언젠가 상준은 희진이와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 보니 어머니와 무척도 닮았는데 왜 그 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죽은 시신을 목격했기 때문이었을까?

‘이 등신, 바보, 멍충이. 동생 같은 생각이 종종 들었는데 왜 의심은 하지 않았나?’

‘병신, 바보.’ 상준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래, 맞아. 너 처음 볼 때.”

상준은 말을 하다 그만 멈추었다. 어머니가 다시 상미를 보며 말을 꺼내셨기 때문이었다.

“너 옷과 신발을 내가 확인했거든. 비록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옷과 신발은 내가 알고 있었거든.”

“엄마, 나 오빠 처음 봤을 때, 그때 아버지 같았어요. 오빠에게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 너 오빠가 너의 아버지를 많이 닮았지. 너의 아버지 젊었을 때 모습이 지금 오빠 같았어.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인물은 또 얼마나 좋았다고.”

“그래서 늘 오빠가 아빠 같이 느겼었구나.”

“여보, 이제 우리 상미 찾았어요. 난 죽어도 당신 볼 면목이 없었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엄마, 죽기는 왜 죽어. 이제 저랑 오래같이 살아야지.”

“미안하다 상미야. 오빠가 너를 못 알아보고. 정말 미안하다.”

“아니에요. 오빠. 오빠 없었으면 상미도 없을 거예요. 지켜줘서 고마워요. 오빠.”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리신 어머니가 다시 아들과 딸을 번갈아 보며

“그런데, 너희 둘은 어떻게 만났어?”

“그 얘길 다하자면 끝이 없어요. 상미가 우리 회사에 면접보러 왔어요.”

“그랬구나. 내딸, 어떻게 요렇게나 잘 컷을까?”

“하느님, 고맙습니다.”

“어머니, 그건 앞으로 두고두고 이야기해요.”

“그래, 알았다. 그래야지. 아구. 내 딸 상미가 살아 있었다니. 부처님, 예수님 감사합니다.

상준은 모녀의 모습을 꿈꾸는 듯 바라 보았다.

“상미야, 너, 나의 몇살인 줄 알아?”

“스물 셋이 아니야. 오빠.”

“너 스물 둘이야. 너 97년생이거든.”

상준의 말에 이제야 상미도 고개를 갸웃하였다.

한참만에야 고조되었던 환희와 흥분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분위기가 진정되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들의 상봉을 오랫동안 지켜만 보던 민수가 상준의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축하드립니다. 저 민수예요. 알아보시겠어요?”

“그래, 민수도 왔구나. 고맙다. 민수야.”

“따님 찾은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상준아 너도 축하한다. 오늘 좋은 일이 많아서.”

“그래, 친구야, 정말고맙다.” 상준과 민수는 서로 얼싸 안았다.

“어머니 전 보라에요. 축하드려요.”

“너도 고맙다. 결혼 했다더니 잘살고 있겠지? 얘가 상준이 동생 상미다.”

“네, 어머니. 상준아 축하해.”

“보라야. 고맙다. 넌 진정 내 친구다.” 상준은 보라의 손을 잡아주었다.

상준은 옆에 있던 다슬이를 소개시켰다.

“정다슬입니다.”

“이 아가씨는 누구?”

“어머니 저의 여친입니다.”

“그래, 반갑다. 착하고 예쁘게 생겼구나.”

“축하합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시려다 그만 두시는 것 같았다. 아마 잠시 소현이 생각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상준아. 너도 고생 많았다. 네가 이룩한걸 보니 난 가슴이 뿌듯하다. 너 동생도 찾았고.”

“상미야,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하고 하나만 더 물어보자.”

“네, 엄마.”

“그때 왜 너 옷을 죽은 친구가 입고 있었지. 그것 때문에 난 너가 죽은 줄 알았지.”

“미안해요. 죽은 친구 주희 옷이 하도 예뻐서 주희를 졸라 바꿔 입어 보자고 제가 졸랐어요. 그땐 왜 그렇게 그 옷이 입고 싶었는지... 운동화도 그렇고...그거 제 소원이었거든요. 해수욕하고 나올 때 바꿔 입었어요.”

“그랬구나. 미안하다. 엄마가 잘못했다. 그 옷 얼마한다고 그걸 못사 줬으니.”

“아니에요. 엄마, 제 나이 그때 10살 박이였어요.”

상준은 경찰서에 가서 그 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미제로 남아있던 해운대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다시 수사팀이 편성되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혹여 살아있을까 기대했던 주희의 부모는 죽은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는 또다시 실신 했다. 혹시라도 살아올까 십, 수년이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결국 그 때 죽은 아이가 자신의 딸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충격이 더 컸을까?

상미의 어머니가 수시로 찾던 금정산 아래 작은 무덤. 상미, 아니 주희의 무덤 앞에서 주희 부모님의 통곡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아가씨, 다슬이라 했지?”

“네, 어머니.”

“정말 곱고 예쁜 아가씨네. 우리 상준이 언제부터 만났어요?”

“말씀 낮추세요. 어머니.”

“엄마, 다슬인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만나서 제게 힘이 되어 줬어요.”

“엄마, 다슬이 언니 정말 좋은 언니야. 나에게도 참 잘해줬어.”

“그래? 고맙구나, 너희들이 이렇게 한 곳에서 만나다니 이게 하늘의 뜻이 아니면 또 뭐겠어.”

“어머니. 우리 이제 여기에서 함께 살아요.”

상준은 어머니가 상미와 함께 여기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 진심이었다.

“아니다. 내 여기 며칠 있다 부산으로 가야지. 내 할 일이 있잖아.”

“엄마, 난 이미 오빠와 한집에 살고 있어. 엄마도 나랑 여기서 살아.”

“너와 함께 있고 싶지만 난 너희들에게 짐이되고 싶진 않아. 그리고 난 아직 너무 젊잖아.”

“짐은 무슨 짐. 어머니가 함께 살면 힘이 되지.”

상준의 어머니는 자신에게 힘이 있을 때 까지 하던 장사도 계속하고 뭔가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다. 그 말씀은 생각해 보면 사실이기도 하다. 상준의 어머니는 아직 곱고 젊으신 연세 52세의 한창나이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일을하며 지내신 분이라 그냥 놀고 지낸다는 건 자신의 체질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신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부산에 갈까? 엄마.”

“아니다. 넌 여기서 오빠일 도와줘. 부산은 한번씩 다녀가고.”

“우리 엄마 또 그러신다.”

상미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상미의 손과 팔을 잡고 다시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중산 진호동 상준의 집에 열흘간을 머물다 다시 부산으로 가시게 되었다.

어머니가 계신 며칠간을 상준도 휴가를 내었다. 회사 일이 중요했으나 그것보다도 상미였다. 가족들을 태우고 어머니가 좋아 하시는 온천에도 가고 상미가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가까운 맛 집은 모두 찾아 다녔다.

어머닌 늘 상미의 손을 꼭 쥐고 다니셨다. 틈만 나면 지난 일들을 애기하고 상미의 어릴때 모습도 들려주셨다.

“엄마, 나 오빠 사랑했다?”

“그게 뭔 소리야?”

“그런데 오빠에게 퇴자 맞았어.”

“가스나, 무슨 소리야.”

상준은 상미의 이야기를 듣고 비시시 웃었다. 지나간 짧은 날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상준은 상미와 어머니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였다. 혹시 하는 마음보다 친자 확인되어야만 본래 호적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 확인서가 날아온 날 봉투를 쥐고 어머니는 다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정순자씨와 최희진씨는 관련 정황으로 미루어 99.9% 모녀 관계임을 증명함].

상미는 결국 어머니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 확인되어 본래 호적을 되되찿게 되었다. 그날 저녁 집에서는 단촐한 파티가 벌어졌다.

“자, 우리 이제 됐다.”

어머니의 축배사였다. 상미는 어머니와 함께 오빠의 집에서 10여일 동안을 보내면서 지난 시절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상미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예쁘게 자란 딸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고 상미는 상미대로 보고 싶고 그리워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체험하며 지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끝내 부산으로 돌아가려 하시자 휴가를 얻어 어머니를 따라 부산에 갔다. 좀더 기억이 일찍 돌아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자신의 기억을 찾게 된것은 오빠 상준이라 생각하였다.

상준을 만나 오빠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면서 악몽이 줄어들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다보니 점점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으로 떠나면서 상미는 다시 오빠 품에 안기었다. 예전에 안기던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진심 오빠를 존경하고 진심 감사하고 진심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였다. 가날픈 몸매의 연약해 보일정도로 자그맣고 예쁜 동생을 안아보는 상준의 마음도 행복하기가 말 할 수 없었다.

상미가 더 예뻐 보이고 더 귀여워 보이면서 더 어린애 같아 보였다.

“오빠, 사랑해요.”

“나도. 상미야.”

떠나가는 차를 보내면서 상준은 오랫동안 서서 어머니와 동생이 떠너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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