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기다리던 이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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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상준은 신 팀장과 희진을 불러 준공식 전에 먼저 이사할 날짜를 협의하였다. 이제 사무실 건물과 주택 조경까지 마무리 되었으니 실내 장식만 하면 끝이난다.요트 전용 계류장 공사도 끝이났고 요트 선착장도 마무리되었다.
이사 날짜는 이번 주 금요일.
준공식은 다주 금요일 10시에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삿짐은 많지않아 이삿짐센터에 연락하면 금방 해결이 될 것이다.
가급적 짐을 줄이기로 했다.
일부 물건은 민박집에 남겨두고 가기로 했다.
그건 이주머니와 처음부터 한 약속이었다. 두고 가면 배치를 다시 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 날이 되자 회사 건물에는 [뉴 해양 컴퍼니]란 큼직한 간판이 부착되었고 회사 정문 한쪽에도 대규모 입석 자연석이 상준의 친필로 새겨져 세워지게 되었다.
입석과 주변조경이 조화롭게 어울려 회사의 무게를 더해 주었다. 건물 현관 좌편에도 현판을 새겨 걸어둘 계획이었다.
일이 바빠지자 다슬이도 이사할 집에 와서 여러가지 일을 도와주었다. 청소도 도와주고 커튼정리도하고 가재 용품 배치에도 신경을 써 주었다.
신 팀장과 희진은 사무실 정리에 전력을 다했고 도우미들은 다슬과 함께 주로 사택에서 일을 도와주었다.
희진의 노력으로 필요한 집기와 가재도구들을 대부분 다 들여 놓았으나 막상 집에 들어오니 빠진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가사 생활용품과 가계 비품들이 부족한 것이 많이 있었고 필수품들도 부족함이 많았다.
“새 도마도 있어야 하구요, 블렌더(믹서기)도 없어요.”
신 팀장과 다슬은 수시로 자동차로 부족한 물품들을 사오게 되었고 방을 꾸미는 일도 끝이 없었다.
‘새로 이사하는 집에 모든것을 알아서 구입해주는 업체는 없을까?’
찾아보면 있을 것도 같았다.
회사의 일과 집안 일이 한꺼번에 겹쳐 더한 것 같다.
소현이 아버지가 유명화가 작품이라면서 미술품 하나를 보내주셨다.
“저건 어디에 걸까?”
“그건 회사 사무실이 좋겠어요.”
처음엔 1층 거실에 걸려든 다슬이가 소현이 어버지가 보낸 것이라 하니 회사 사무실에 보내버린다.
여성들은 묘한데가 있다.
알 수도 없는 신비감도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뭔가도 더 있는 것 같다.
이사한 첫날은 대충 정리하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다슬인 휴가와서 쉬지도 못하고 어쩌지?"
상준은 다슬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던졌다.
"이번 휴가가 보람은 있었어요."
"고마워."
"층마다 거실이 넓고 방이 많네요. 제일좋은 것은 3층에서 1층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중앙 공간이 비어 있어 무척 좋아요."
"나중에 봐. 빈방들이 없을거야. 다 용도가 있거든."
"1층 제일 큰방은 어머니 방. 2층 큰방은 장차....음, 3층 제일 큰방은 희진이 방."
"그래도 층마다 두개씩이나 여유가 있어요. 그리고 창고와 사무실 같은 것이 여러개 있구요."
"앞으로 서재, 아이들 방, 옷방, 영화관, 노래방, 보물 전시관 등등. 사용될 곳은 많지."
상준은 다슬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했다. 각층의 방들은 바다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방앞 배란다는 전망대처럼 설계되어 있다. 건물의 중앙은 3층에서 1층까지 한 눈에 보이게 사각 중앙공간으로 개방되어 있으며 나선형 계단으로 설계되었다.
상준은 다슬이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여기 나중에 우리방.”
상준은 다슬의 허리를 안고는 벽면에 몰아세우고는 다슬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하였다.
“누가 오면 어떻게요?”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의식하며 걱정을 한다.
상준은 아예 다슬의 머리를 잡고 좀 더 진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할 수 없이그녀도 눈을 감고 상준의 입술을 받아주었다.
참으로 감미롭고 묘한 향기가 그녀의 입에서 전해져 왔다.
그때 계단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콩콩들린다. 문을 열어둔 상태였다. 재빨리 떨어져 창밖을 내다보며 바다로 시선을 보낸다.
마침 신항으로 어선 한척이 들어오고 있었고 해자도 뒤쪽에서 제트 보트가 속력을 내며 달리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우리 같이 저녁먹고 데이트해요."
"곤란한데. 엄마가 나보고 미쳤다고 야단인데?"
"그럼, 전화해서 다슬이 좀 빌려달라고 해야겠네?"
다슬은 상준의 말을 듣고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였다.
"사무실에 가서 모두 오라고 해. 저녁 먹으러 가자."
상준은 일을 도와준 도우미들에게 식사하고 가시라고 식비를 준 다음 그들은 모처럼 한우 전문집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한뒤 교통정리를 하였다.
"오늘 모두 고생했어.“
“고생은요 뭘.”
“신 팀장은 회사 3층 숙소에서 생활하고, 희진은 집에서 살도록 해. 네 방은 3층이니 그렇게 하고 난 장차 2층을 쓰겠지만 당분간은 1층에서 지낼게."
"예,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회사 건물관리인 두명, 집 관리인 하나, 총 3명의 관리인이 필요하니 채용공고 하고 출퇴근 가능, 임금은 기본금, 보너스는 별도 200%. 가급적 인근에서 거주하는 장년층이나 노년층을 채용하면 좋을 거야."
"알겠습니다."
"보안업체와 계약되어 있으니 방범시스템을 가동시킨 후 관리원들도 퇴근할 수 있거든."
"그럼 오빠. 가사도우미는 어떻게 할까요?"
"참, 그렇지. 우리 회사에 주방이 있으니 조리사 하나, 주방보조 한 사람을 회사 소속, 가사 도우미를 하나는 집에서 일하도록 세 사람을 구해봐. 식사는 모두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럼"
“그럼 가사도우미는 필요 없을 텐데?”
“그렇지 않을거야. 특별한 행사 땐 일용직을 쓰거나 단기 채용하고.”
“알았어요. 오빠.”
듣고 있던 다슬이 한마디하였다.
"오빠는 경영마인드가 타고난것 같애."
"맞아, 언니. 난 한번씩 놀란다니까."
"됐고, 밥 먹고 신 팀장과 희진은 올라가고 다슬은 나와 함게 시내에 좀 다녀오자."
"시내는 왜요?"
"그럴 일이 있어."
"그리고 신 팀장장. 고생했는데 희진이와 함께, 백화점에 들러 준공식때 입을 옷 한벌씩 준비해. 고생한 특별 보너스야. 결제도 올리고."
"비싼거 구입해도 돼요?"
"그래, 마음에 드는 것 사야지. 정장으로. 나중에도 외출복 가능하게."
상준은 다슬을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나가면서 다슬의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총각이 이 시간에 웬 전화야?"
"제가 드린 보석 목걸이 맞춰뒀다면서요?"
"응, 그랬지."
"찾아드리려고요. 상호가 뭐랬어요?"
"안그래도 되는데. 호수귀금속이라 했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따님, 오늘 밤 좀 빌릴게요."
"그게 무슨 말인데. 빌리다니?"
"놀라셨어요? 장보는데 좀 도와 달라고 했어요."
"아유. 총각. 깜짝 놀랐잖아?"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웃으셨다.
상준과 다슬은 목걸이를 찾으면서 가격을 뽑아보았다. 보석 가격이 약 2000. 맞춤 가격 300 해서 2,300만원이라 일러 주었다.
"예뻐요. 이것 엄마께 나 달라고 해야지."
상준은 미소를 지으며 다슬을 바라보았다.
“과연 아주머니가. 흐흐. 어림없을 걸.”
"그보다 다슬아. 다음 주 준공식때 부산에서 어머님 오시거든. 너에게도 옷 한벌 사줄테니 준공식 참석할때 꼭 입고와."
"오빠, 제 옷 많이 있어요."
"알아. 우리 어머니 만날 때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선물하는 거야."
"고마워요. 오빠."
"우리 어머니 많이 배우지도 못하셨고 고생도 많이하셨어. 앞으로 네가 많이 이해고 잘 보살펴 드려야 해."
"네, 오빠."
그들은 중산에서 필요한 용품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다슬은 서울로 올라갔고 상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튿날은 중산 신항에 정박 중인 요트를 계류장으로 옮겼다.
계류장 옆에는 상준이 있게 해준 갯바위가 가까워 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계절의 변화는 신기한 것 같다. 고향을 찾았던 학생들과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왔던 사람들도 하나, 둘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붐비던 해수욕장도 조용해져 간다. 간혹 늦깎이 휴가객과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 백사장을 거닐거나, 아이를 데리고 온 신혼부부들이 물에서 놀고있는 수준으로 진호동해수욕장도 많이 조용하게 되었다.
더위 때문에 고생하던 어민들은 본격적으로 조업을 재개하여 한 여름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가고 있었다.
상준은 계류장 넘어 갯바위에 올라 틈틈이 낚시를 즐기고 신 팀장과 희진은 동영상 제작과 편집에 열을 올렸다.
준공식을 바로 앞둔 어느 날 밤 희진은 공포와 환희에 찬 얼굴로 상준의 침실로 뛰어들었다.
"오빠, 상준 오빠."
상준이 무슨 일인가 놀라 눈을 떴다.
희진을 바라보니 아예 베개를 들고 상준의 침대로 뛰어들었다.
"또 꿈꿨어? "
이럴때 마다 상준은 가슴이 아팠다.
“꿈이 아닌것 같아. 친구를 해치는 범인의 얼굴이 생각났어.”
“그리고, 엄마도 봤어.”
“엄마? 그럼 너 어머니 얼굴이 기억이 나?”
“응, 기억나.”
희진은 이불에 얼굴을 묻고 오래동안 울었다.
“그래, 이제 다행이다. 이제 어머니도 찾고. 범인도 잡자.”
“오빠가 도와줄게. 내일 우리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자.”
희진은 몸을 떨었다. 상준은 그녀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때 까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상준은 울다 잠든 희진에게 가지런히 이불을 덮어주고 소파에 앉아 잠든 희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침이 되자 상준은 희진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직행했다.
범인의 얼굴과 죽은 친구의 이름을 알려주면서도 꼬치꼬치 묻는 형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못했다.
무엇보다 어릴 때의 일이었고. 기억이 모두 회복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범인의 얼굴을 몽타주로 그려봅시다.”
그리고 담당형사는 오래전에 있었던 미제의 사건들을 조사해 보겠다고 약속하였다. 결국 희진의 진술에는 한계가 있었고 기억이 난 것들만 제보를 하고 나왔다.
“걱정하지 마, 대한민국 경찰이 그리 만만치 않아.”
상준은 희진의 남은 기억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친구를 해친 그놈만 잡는다면 희진의 악몽도 끝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래, 내가 언젠가는 너 어머니도 찾아드리고, 그놈도 꼭 잡아줄게.’
경찰서에서 나온 상준은 희진이를 데리고 중산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경찰서에서 시달렸기 때문에 저녁이라도 먹고 가려는 상준의 배려였다.
식사를 하고 난뒤 집으로 오면서 옆에 앉은 희진을 가끔 돌아보며 상준의 머리도 혼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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