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죽순도 금발소녀 뷰티(3)
* * *
“이제 가자. 어머니 기다리시겠다.”
“엄마, 나, 오는 것 몰라요.”
“몰라?”
“응, 오빠가 말 안했으면 모르고계셔.”
“.....”
사실 다슬은 지난 정포항 낚시때도 포항까지 와서는 집에 가지않고 그냥 올라간 일이 있었다.
“오빠. 나 황당하지?”
“그래, 황당해.”
“그건 다 오빠 때문이야.”
“알아. 사실 나도 그래줬으면 했어.”
다슬은 상준의 팔짱을 꼭 끼고 머리를 기대었다.
“너, 건물 준공식 할때 참석할거라 했지?”
“응, 해야지.”
“그럼, 다음 주에 또 내러와야 하는데?”
“그럼 좋지. 뭐.”
“자, 이제 가자. 술도 좀 깼어.”
그들은 차에 올라 중산으로 향했다. 피곤에 지친 다슬은 어느새 앉아 졸고 있었다.
상준은 비교적 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운전하여 집 앞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다슬을 깨우려다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다슬의 입술이 탐스럽도록 반쯤 열려있었다.
눈을 껌벅이며 가만히 지켜보다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대어보았다. 짜릿한 감각이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한번 더, 또 한번.
다슬은 어느 순간 상준의 행동을 의식하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고있었다.
“다 왔어요. 아가씨.”
상준은 차에서 내려 다슬의 캐리어를 내려놓고 그녀가 앉은 차문을 열었다. 그때까지 다슬은 상준의 채취를 느끼묘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내리세요. 아가씨.”
다슬은 차에서 내리자 상준의 머리를 당겨 상준의 입술에 키스를 한 후 캐리어를 끌고 먼저 집안으로 들어갔다.
상준도 방에 들어와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있었다.
“카톡.”
“오늘 고마웠어요. 오빠.”
"응,"
“데리러 와줘서 고마웠어요.”
다슬의 문자였다.
“잘 자.”
“내꿈 꿔.”
다슬은 어머니 잠을 깨우지않게 조용하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씻은 후 잠이들었다.
“가시네, 너 언제 왔어?”
“늦게.”
“너 봉급 좀 받는 거 길바닥에 다 깔아버리는 아니야?”
“글쎄. 헤헤.”
다슬의 어머니는 최근들어 딸의 고향 방문이 지나치게 잦은 것 같아 한편 좋으면서 한편은 걱정도 되었다.
어머니가 생각하기로는 상준의 주변에 꼬리를 치는 여자애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상준은 운동을 하기위해 해안 상가 앞을 뛰고 있을 때, 대형 마트에서 나오는 눈에 익은 놈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 놈은 순간 눈길을 돌리며 의식적으로 상준을 피했다.
“야, 너, 나좀 보자.”
상준은 망설임 없이 놈의 멱살을 잡았다.
“뭐요? 갑자기 내게 왜이래요?”
당황한 그놈은 상준의 팔을 뿌리치려 했다.
“조용하게 따라와. 창피당하기 싫으면.”
"형씨, 뭐야?"
“죽을 래?”
상준은 그놈을 끌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 행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뭣땜에 이러시는 겁니까?”
상준의 단호한 태도에 약간 기가 죽은 말투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 왜 날 미행하고 다녀?”
“내가 언제요?”
“죽고 싶어?”
“....?”
“나, 네놈이 우리방과 사무실을 뒤지는 걸 CCTV로 찍어 뒀거든. 처넣어 버리기 전에 바른대로 말 해."
“.....?”
“그리고 내돈 3억을 도둑맞았거든. CCTV에 아무리 찾아 봐도 너 밖에 없어.”
“저 돈은 안훔쳤어요.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난 돈도 잃었거든. 네놈 밖에 들어온 놈이 없단 말이다.”
그 놈은 갑자기 상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십시오.”
상준은 휴대폰을 꺼내 무릎 굻고 용서를 비는 그놈의 모습을 동영상 촬영했다.
“왜 그런짓을 했어? 젊은 놈이.”
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만 기업에 다니다 경기관계로 부도가 나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먹고 살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했다고 실토하였다.
“네 이름이 뭐야?”
“추병연.”
“나이?”
“수물 둘입니다.”
놈은 3억이나 되는 돈까지 잃었다는 상준의 말에 완전하게 기가 죽어 술술 털어 놓았다.
“집은?”
“중산요.”
“중산이 다 네거 집이가?”
“동주동요.”
“네 배후에 누가 있어?”
“아니요. 절대 그런 건 없습니다.”
놈은 반색을 하며 적극 부인했다.
“뭘 노리고 우리 집에 왔어?”
“보석 원석이 있을까 해서. 낚시를 해서 많은 돈을 모은다는.”
“보석 몇개 훔쳤어?”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번 한번은 용서한다. 그러나 이런 짓은 한번으로 족하다.”
“예, 앞으로 절대 그런일은 없을 것입니다. 진짜 약속합니다.”
상준은 그를 보내주었다.
“돈은 네 가져라. 앞으로는 이런짓 말고 제대로 살아.”
“고맙습니다. 형님.”
“누가 네 형이야?”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됐고, 나 한번은 믿어준다. 앞으로는 아니다. 알겠나?”
“고맙습니다. 형님.”
상준은 마지막엔 너그럽게 타이르고 용서를 해 주었다. 신고를 해봐야 이런 놈들은 금방 튀어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형님, 전 정말 돈은 안훔쳤습니다.”
“알아.”
“네?”
“허나, 이런짓 또하면 네가 훔쳐간 거야. 내가 도둑을 맞았으닊?”
“.....?”
상준은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 준공식 준비를 체크한 뒤 모두 함께 스킨스쿠버교육에 참가하였다. 평소 늘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기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이론과 실기를 받으면서 지난번 처음 참석했을 때 보다 더 흥미가 솟구쳤다.
스쿠버 강사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을 하였다. 선천적으로 강의에 대한 특별한 소질을 가지고 난 사람 같이 보였다.
“심해 몇미터까지 들어가 봤어요?”
꼭 상준의 궁금증을 희진이 대신 질문하는 것 같았다. 강사는 유별나게 희진에게 더 친절한 것 같다. 남자들의 특성일까?
돌아오는 길에 함께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저녁 8시 경이었다.
도착 시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소현이와 다슬이가 함께 올라왔다.
“소현이, 지난번 데이트 재미있었어?”
상준의 말에 소현은 얼굴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당황하였다.
그리고는 신 실장을 바라본다.
“알고 있었어요?”
신 실장이 머리를 끍적이며 어색하게 물었다.
“내가 언제 모르는게 있었나? 알건 다 알지.”
신 실장도 당황하며 소현이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휴가 결재를 받느라고. 소현이라는 말은 안했는데?”
“엄지하면 척이지. 그걸 꼭 말로 해야하나?”
“아, 역시 우리 대표님.”
신 팀장은 소현이에게 자신이 소문을 낸 것이 아니란 것을 몇번이고 강조하여 설명하였다.
“언니는 왔으면 오빠하고 데이트 안하세요?”
이번엔 희진이가 다슬이를 향해 은근슬쩍 물었다.
이번엔 다슬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지금 할거야.”
“네?”
다슬은 상준의 얼굴을 보며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가자, 다슬아. 우리 요트로 드라이브 나가자.”
“정말요. 오빠.”
“그럼. 정말이지.”
“나도 갈거야.”
희진이가 질세라 따라나섰다.
“그럼, 나도.”
이번엔 소현이도 따라나설 기세였다.
“넌 신 팀장과 사무실이나 지켜.”
상준의 말에 소현은 약간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너 그런 표정 안 어울리거든. 속으론 좋으면서.”
“헤헤헤, 어째든 오빠는 못말려.”
상준은 다슬과 희진이를 태워 진호동 앞바다를 몇 바퀴나 돌았다. 그리고 해자도에 정박한 후 섬에 하선하였다.
해자도는 시에서 설치한 조명 덕분에 주간보다 야간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조명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 의자도 배치하여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고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오솔길도 나 있었다.
“우리 여기서 쉴까?”
“상준은 벤치를 가리키며 자리에 앉았다. 다슬도 상준의 옆에 나란히 앉자 희진은 다슬의 반대편에 자리를 하였다.
“여기 좋지. 바람도 시원하고.”
“여기 언제 이렇게 꾸며뒀어요?”
“최근에 그랬나봐.”
“저 어릴때 이곳에 자주왔었는데.”
다슬은 옛 생각이 나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상준의 팔을 잡았다.
희진은 상준의 옆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려 해도 고향이 아닌 외지 사람이 해자도에 대해 아는 척하기는 그랬다.
꼭 개밥에 도토리처럼 남의 데이트에 자신이 낀 것 같아 마음도 상하고 오빠도 순간 남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분은 여기 계세요. 전 정상까지 갔다 올게요.”
희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솔길을 따라 선위로 올랐다.
정상이라지만 섬이 작아 조금만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오솔길 옆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불빛이 새로운 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제 오빠의 곁을 다슬 언니께 내어줘야 하나.’
정상에 오른 희진은 소중한 뭔가를 빼앗긴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도 이제 새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때 희진의 폰이 자그만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확인했으나 모르는 번호가 떴다. 요즘 곳곳에서 들어오는 각종 문자와 태양열 광고, 은행과 보험 회사 등 너무나 많다.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희진아, 나 민수 오빠야.”
‘민수? 누구지?’
“나 모르겠어. 민수?”
희진은 순간 오빠친구 민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예. 그런데 어떻게 제 번호를?”
“내가 물었지. 오빠에게.”
“아, 그런데 무슨 일로?”
“너 잘 있나 궁금해서. 오빠도 별일없어?”
“네, 뭐.”
“너, 내 전화받고 황당했구나. 미안해. 내가 요즘 좀 어이없어. 미안해.”
그리고 민수는 전화를 끊었다.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미안하다는 말만하고 전화를 끊는 오빠친구 민수가 그냥 황당하지만은 않는것 같았다.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했다는 것이 그리 기분나쁜 일도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 아는 언니에게 오빠를 뺏긴 기분. 그 기분으로 전화를 한건 아닐까?
‘둘은 지금 저 아래서 깨가 솥아지겠지?’
‘아무래도 내가 미쳤나봐. 여긴 왜 따라왔어.’
희진은 이제 상준을 친 오빠와 같이 생각하기로 다짐을 했었다. 다짐 뿐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왜 오빠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다시 산 아래로 내러가고 싶었지만 두사람의 데이트를 방해하는 것 같아 그러지를 못한다. 자신도 결국 정상에 놓여있는 벤치를 찾아보다 멀리 신항 방파제의 등대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상준은 다슬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며 준공식 일자와 시간을 알려주고 초대장을 건네 주었다. 초대장을 들여다보고 있던 다슬은 자리에 일어서면서 희진이에게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끼리 이러고 있으면 희진이 무척 쓸쓸할거예요.”
“고맙다. 다슬아. 그렇게 생각해줘서.”
“희진아, 여기 풍경 좋지?”
상준은 다슬과 함께 오솔길로 따라 정상에 올라 혼자 앉아있는 희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렸다.
“응, 오빠. 마을도 예쁘고, 항구도 예뻐. 저기 산호등대도 여기서 보니 더 멋지네.”
다슬은 희진의 옆에 나란히 앉아 어릴 때의 고향 모습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상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여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주었다. 조명 불빛을 받아 꼭 예술사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시 그들의 앞모습을 잡기 위해 촬영 포스를 취하자 다슬과 희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를 기댄 채 한손을 들어 V자 자세를 취해 주었다.
상준은 그 모습이 너무나 좋고 감격스러웠다. 그때부터 상준은 둘의 자리에 끼어들지 못하고 자신이 꼭 왕따를 당한 기분이었다.
한 참 후에는 무슨애길 하는지 둘이서 온통 깔깔거리고, 키득키득 하고, 자신에 대한 뒷다마를 까는지 교대로 자신을 돌아보기까지 하며 킬킬거렸다.
“내 흉보는 것 맞지?”
그들은 이제 대답도 하지않았다.
상준은 아예 다른 벤치에 가서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려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가자. 이제. 시간 좀 됐어.”
“오빠, 화났어?”
“그래, 화났다. 너 같음 화 안나겠니?”
그들은 마주보며 까르르 웃었다.
‘왕따도 이런 왕따는 행복하구나.’
상준은 그들이 자신을 종종 왕따시켜 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항구에 정박하자 희진은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고 상준과 다슬은 방파제로 나갔다. 그렇게 번잡하던 해수욕장도 이제 삶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슬아, 오늘 정말 고맙다.”
“아니에요. 희진이 알고보니 정말 생각이 깊은 애야.”
사무실에 돌아오니 신 팀장과 희진이 둘 밖에 없었고 소현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소현이 벌써 갔어?”
“네, 방금 갔어요.”
그들을 남겨 놓고 상준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점차 자신의 주변이 정리되어 가는걸 느끼면서 마음놓고 낚시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하나 더 다녀와야 할 곳이 남아있었다. 바로 뷰티가 거쳐하는 외딴 섬의 할아버지 댁이다. 뷰티의 말로는 더 이상 물품이 필요 없다고는 하였지만, 상준이 생각에는 일상적인 소모품과 필요한 도구들은 아직 멀었다.
‘준공식 하기전에 꼭 다녀와야겠다.’
잠에서 깨어나니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기온은 많이 떨어졌지만 비는 좀처럼 내리지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시내로 나가 뷰티가 필요로 할 모든 것들을 챙겨 담았다. 해녀용 슈트(물옷), 핀(오리발), 스노클링 마스크. 수중작살, 개닦이도구, 수중까꾸리 와 채집을 하여 담을 수 있는 그물바구니도 함께 구입하였다.
그 외에도 육지에서 쓸 수 있는 작은 나이프, 손도끼, 낫, 호미 등도 함께 넣었다. 여성용품을 생각해보니 화장품, 썬 크림, 비누와 칫솔, 머리빗, 손톱갂이, 후라이팬, 그 외에도 눈이 보이는 대로 주워 담아 넣고는 속옷과 브라. 양말, 슬리퍼 등 한 차 가득 추가하여 아예 요트에 실어두었다.
할아버지께 드릴 것은 소주 몇병을 사려다 취소하고 법주 몇병과 막걸리 두병을 사서 넣었다. 그 외에도 작업복 몇벌, 양말, 장갑, 낚싯대와 루어, 낚시 바늘과 추 등을 등을 구입하고는 돋보기안경을 도수별로 구입해 집어넣었다.
요트에 오래 뒀다가 남들이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은 물건들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마음이 편할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구입하고 보조용 충전기를 5개나 구입하여 요트에 올랐다.
‘그래, 누가 보기전에 지금 다녀오자.’
상준은 요트를 몰아 단숨에 죽순섬에 도착하였다. 갑작스런 상준의 출현에 뷰티는 깡충깡충 뛰며 좋아하다가 상준의 품에 와락안겼다.
“나 아저씨 보고 싶어 죽는줄 알았어요.”
‘언제는 또 오빠라 한다더니 이젠 또 아저씨래. 여자애들은 뭐든 제멋대로야.’
누군가 상준에게 또 그랬던 것 같다.
노인도 무척 반갑게 맞아주었다.
“할아버지. 필요한 물품은 뷰티와 함께 사용하세요.”
“걱정마라. 안그래도 그렇게 하고있어.”
노인은 법주와 막걸리를 제일 좋아하셨다.
당장 막걸리 한병을 따서 상준과 함께 먹자고 하시고 부엌으로 들어가 자리돔 젓갈을 가지고 나오셔서 같이 마시자고 하셨다.
요트에서 집까지 몇번이나 왕래하며 가지고 간 물건을 모두 내려드리자 노인이나 뷰티나 좋아하는 마음은 꼭 같아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이건 내 전화번호야. 계속 켜두면 안되니까 꼭 필요할 땐 켜서 사용하고 밧테리가 부족하면 이걸 꽂아 사용해.”
“여기서 살아보니 어때?”
“다 좋아요.”
“응. 다행이다.”
“그런데, 아저씨. 제가 삼일을 바다에 가지 않았더니 숨이 막혀왔어요.”
“그래, 그래서 어떻게?”
상준은 걱정이 되어 즉시 물었다.
“바닷물에 들어가니 금방 좋아졌어요. 바닷물은 저의 생명수인가 봐요.”
“다행이다. 큰일 날뻔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하였다.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봐. 그러면 차차 좋아지겠지.”
“아, 참!”
뷰티는 갑자기 자기방으로 들어가 조그만 돌을 한개 들고나왔다.
“혹시, 이것 아저씨 찾는 것 아니에요?”
뷰티가 건네준 것은 분명 보석 원석이었다.
“맞아, 이걸 어디서 구했어?”
“전복 따다 발견했어요. 이것 아저씨 가져가세요.”
“이것 굉장히 값비싼 거야. 이것만 하면 오늘 내가 가져온 것 10배도 더 살 수 있어. 너가 잘 보관해.”
“아저씨. 저도 아저씨께 뭐 하나라도 보답하고 싶어요.”
상준은 뷰티의 착한 마음에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뷰티, 우리 언젠가는 같이 살자.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해 보자.”
“네, 아저씨.”
상준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진정 육지에서는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준공식 준비와 아울러 주식회사의 설립, 해양박물관 인수건이 목전에 와 있어 당분간은 좀 바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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