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56화 (56/225)

〈 56화 〉 날치 떼의 공격(1)

* * *

밤은 점점 깊어갔지만 낚시고 뭐고 할 기분이 아니었다. 의자를 가져와 뱃전에 앉아 몽둥이만 움켜쥐고 바다를 주시하며 버티고 있었다.

“카톡"

카톡방을 열어보니 희진이었다.

“오빠. 어디야. 설마 낚시 간건 아니지?”

열어보진 않아도 글은 다 보인다.

‘일단 생 까자.’

상준은 바로 전화를 하려다 바다에 나간 걸 알면 걱정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연락이 없으면 그 또한 걱정을. 상준은 즉시 전화를 했다.

“오빠. 으엉.”

“희진아, 왜? 난 괜찮아, 걱정하지마.

“바다에요?”

“응, 바다야.”

갑자기 희진이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미쳤어? 지금 어느 땐데 바다로 나가. 전국이 날치 떼로 온통 시끄러운데.”

“걱정마, 희진아 .난 괜찮아.”

“몰라. 으으응 엉엉.”

아예 희진은 통곡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희진이도 날치 떼를 목격하였다. 사이렌이 울릴 때 잽싸게 카메라를 들고 상준의 뒤를 따라 해수욕장에 달려 나갔었다.

바다에서 솟아올라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 날치를 다 보았고,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들도 모두 목격했다. 오빠 상준이가 쇠막대를 들고 날아오른 날치 떼를 후려치는 모습과 제트스키에서 떨어지는 청년의 모습도 모두 봤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런데 순식간에 오빠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분명 있는 것을 확인 했는데. 느긋한 마음으로 해수욕장 일대를 돌아보면서 오빠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기 시작했다.

‘오빠 어디있어?’

인근 상가도 다 뒤졌으나 보이지도 않았다. 전화를 하려니 급히 오느라 챙기지를 못했다.

‘설마, 괜찮겠지. 분명 백사장에 올라와 있었으니.’

그래도 끝까지 오빠의 흔적이 보이질 않자 속이타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 사이 언제 집에까지 가셨나?’

집에도 없었다. 희진은 이제 울기 시작했다. 세상에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해준 유일한 사람.

상준이 오빠가 보이지를 않는다.

손을 떨며 문자를 보냈다. 기다려 봤으나 대답이 없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하늘이 무너지는 공포를 느꼈다.

그때 바로 상준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오빠.”

“울지마. 희진아, 내 조심할게. 알았지?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어. 좀 멀리 나왔거든. 오빠 알지... 오빠 안죽어...절대로.”

겨우 희진을 달래놓고 휴대폰을 끊었으나 너무나 미안하였다.

때때로 자신이 한 곳이 꽂히면 아무 생각도, 듣지도 못하는 것이 무척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상준은 다시 바다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조금 넘었을까?

“살려줘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빠르게 소녀가 헤엄을 쳐서 다가오고 있는데 그 뒤편에 하얀 물보라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저것은?’

분명 식인 날치였다.

상준은 허리를 숙여 소녀의 손을 낚아채어 요트로 당겨 올려놓고 뛰어 오르는 날치를 몽둥이로 갈겼다. 몽둥이에 맞은 퍼덕이는 날치가 요트에도 떨어지고 주변 바다에 첨벙첨벙 떨어졌다.

“선실로 들어가.”

상준은 놈들과 일전을 벌이며 몽둥이를 흔들며 후려치고, 발로차고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어느새 한 놈이 상준의 어깨에 날카로운 주둥이로 찍어 눌렀다.

마치 벌떼가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시발 놈들!’

끝도 없이 솟아오르는 날치 떼를 보며 악에 바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들! 전부 뒈져라!”

순간 솟아올랐던 날치 떼가 우수수 떨어졌다. 가을 은행잎 떨어지는 것처럼.

‘아니!’

상준도 놀랐다. 그렇게 날뛰던 날치 떼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물위에서 퍼덕였다.

그리고는 바다가 조용해 졌다.

달빛을 받은 수백 마리의 날치 떼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 이리 나와.”

창백하게 질린 바다 소녀가 선실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요트 갑판은 개판이었다. 아니 날치 비늘과 시체들이 그득했다. 상준은 요트에 떨어진 식인날치의 시체를 전부 바다로 던져 버리고 양동이로 물을 떠 요트를 씻었다.

놓여있던 의자도 깨끗이 씻어 소녀를 불러내어 다시 앉혔다.

소녀는 아직 겁먹은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제 다 죽었어. 걱정하지마.”

“고마워요. 아저씨.”

소녀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이젠.”

상준은 옆에 앉아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죽은 날치의 시신을 보며 차츰차츰 그녀도 안정을 되찾았다. 가끔 한번 씩 가볍게 몸을 떨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젠 괜찮을 거야. 거의 다 죽은 것 같아.”

소녀는 상준을 빤히 처다 보며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오늘 같은 날 왜 이리 나왔어. 집에 있지 않고.”

바다소녀 뷰티 걸은 괴물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다고 하였다.

세포 내 시그널 전달기능이 체내에 내재되어 외부 일들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종의 상호 간 텔레파시의 충돌로 다른 물고기의 동태를 파악하는 능력 같은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아저씨께 오고 싶어 유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치 떼가.”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그녀는 본래 써큐라 케플러 행성에서 살다 어느 날 행성이 폭발하면서 어머니의 품에 안긴 체 튕겨 나와 지구의 관문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때 우주의 많은 괴물어종이 지구로 유입될 때 그들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 바다에서 살았다고 하였다.

자신은 그때 아기였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보호 아래 나름 자유롭게 자라났는데 어느 날 남미 해안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 날치의 습격을 받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 왔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어머니는 무슨 예지력이 있었는지 딸이 지닌 선천적 능력과 인간세계의 언어와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고 하였다.

“그럼 그 행성에서 온 사람은 너 뿐이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많이 외로웠겠구나.”

어머니는 소녀에게 인간을 경계하도록 가르쳤다고 하였다.

“항상 사람들을 조심해야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사람들이라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야.”

“그럴까요?”

“호기심이 많다보면 너 같은 아이가 관심 대상이 될 수도 있지.”

“그건 알아요.”

상준은 머리를 굴려 이 불쌍한 아이를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냥 막막하기만 하였다.

“일단 우리 이것이나 먹자.”

상준은 준비해 온 피자와 햄버그를 꺼내주며 먹으라고 권했다.

“맛있어요. 저를 주려고 일부러 가져왔어요?”

“너가 뭘 좋아할지 알 수 있어야지.”

“이것 맛있어요.”

“그럼 다행이고.”

소녀는 배가 고팠는지 허급지급 먹었다. 상준은 음료수 캔을 따서 건네주며 물었다.

“그럼 넌 지금까지 뭘 먹고 살았어?”

상준의 궁금증은 계속되었다.

“네. 주로 해초와 멸치 등이 주 음식이고, 소라와 고등, 해삼과 전복이 간식이었어요.”

“아, 그랬구나.”

“가끔 한번 씩 냉수대에 있을 땐 연어와 대게, 온수대에서는 대하와 새우 등을 먹고 살았어요.”

“그래, 천천히 먹어.”

뷰티 걸은 간혹 외로움에 못 이겨 해수욕장을 찾아가 사람들 틈에 섞여 놀기도 하였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 점차 용기가 생겨났다고....

“원래 너희들 옷을 입고 살았니?”

“아니에요. 원래는 그냥 옷 없이 살았어요.”

원래 모녀는 본래의 모습처럼 전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부터 어머니가 해수욕장에서 육지의 인간들이 입는 옷을 획득한 이후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옷이 필요하면 어둠을 이용해 해안에 위치한 마을로 들어가면 빨래를 하여 널어둔 옷이 많다고 하였다. 남의 옷을 훔치기도 하고 선박이나 요트에 올라 챙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상준은 소녀에게 준비해간 물건을 보여주었다.

“이건 내 선물인데 마음에 들지 몰라.”

“선물 요?”

“이런 걸 너도 좋아할지 모르겠네.”

“이건 선글라스. 이건 수영복. 이건 너 만한 육지 애들이 좋아하는 외출복. 그리고 속옷.”

저 이런것 갖고 싶었어요. 소녀는 선실로 들어가 외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하고나와 무척 좋아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상준도 마음이 흐뭇하였다.

‘내가 신발을 못챙겼네.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

상준은 다음 기회에 꼭 예쁜 신발을 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앞으로 너를 [뷰티]라 부를게.”

“뷰티 걸이라 했잖아요?”

“그랬지. 처음엔. 그랬는데, 부르기가 불편해.”

“뷰티. 좋아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육지 애들은 이름이 다 있거든.”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 같으세요. 저 생명도 구해주시고. 저 어머니 살아계실 때 사람들이 어머니를 보고 인어라 불렀어요. 그리고 간혹 엄마를 잡으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랬구나.”

“아마 지구엔 저희들이 오기 전에 우리와 비슷한 종족이 살았나 봐요. 우리를 보고 인어라 하는 걸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상준도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라 지금의 뷰티와는 너무 다르다.

뷰티는 거의 사람과 다름없는 인간 모습 그 자체니까.

“이제 어떡할 거야?”

“......”

“너 혹시 육지에서 살 수 있어?"

“오래 살진 않았지만 섬 같은 곳에서 산 적이 있었어요.”

“그렇겠다. 지금 요트에 오른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거든.”

“너 사람들에게 바다에서 왔다고 말하면 안돼. 절대로.”

“예, 알아요.”

아무래도 상준은 뷰티를 그냥 보내기는 너무나 찝찝하였다.

“나하고 같이 갈래?”

“.....”

“널 두고 가려니 불안해서 그래.”

“저가 같이 가면 아저씨께 민폐예요. 정말 고마웠어요. 선물도 고맙고요.”

망설이던 소녀는 결국 돌아갔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너무나 텅빈것 같았다.

“부디 건강하게 잘살아.”

상준은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뷰티도 잠깐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고는 물 속으로 잠수해 버렸다.

그래도 상준은 뷰티의 안전을 일단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대까지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오빠를 기다리던 희진은 상준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상준은 희진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오빠 없으면 나도 못살아요.”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미안해.”

“난 세상에 오빠 밖에 없어요. 엄마가 있어요. 아빠가 있어요.”

상준은 울음 섞인 희진의 말을 듣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희진아. 내가 오늘 식인 날치를 모두 제거했어.”

“어떻게?”

“그 놈들을 만나 한바탕 싸웠어. 당분간은 나타나지 않을거야.”

희진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상준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갔다. 상준은 그놈들과 싸운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오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고맙다.”

“그래도 오빠, 정말 조심해, 알았지?”

“알겠어.”

그러나 상준은 뷰티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하였다."

“희진아. 벌서 새벽이야. 들어가서 자.”

“가려고?”

“아니야. 나 사무실에서 잘게.”

상준은 희진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사무실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