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인어소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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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운 상준은 금발 소녀 뷰티걸이 갈수록 궁금했다. 소속 직원들께 공개를 해야 할지 그도 고민이었다. 매번 신 팀장을 떼어 놓을 수는 없지않는가?
‘신 팀장의 임무가 영상촬영인데, 뭐라고 하지.’
잠이 들자말자 상준은 이외의 꿈에 시달리고 있었다. 낚시를 하는데 물귀신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잡은 물고기를 가로채는 요상한 꿈이었다.
‘흐윽.’
‘시발, 내가 이상한 꿈도 다 꾸는구나.’
‘냉면집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의 헛소리가 꿈에 나타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금발소녀 뷰티걸이 귀신 일리는 없지 않은가?
다시 잠을 자려했으나 몇 번을 뒤척이다 늦게야 다시 잠이 들었다. 피곤이 쌓여 골아떨어졌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오전 11시였다.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신 팀장과 최 주무는 다큐테인먼트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괴물거북과 항금알. 거북의 부화]였다. 둘은 교대로 내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놀라면서 추측과 해설을 겸해 영상내용에 맞추어 척척 잘도 해내고 있었다.
입을 다물고 한참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세련되고 전문화 되어가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둘다 대단하네. 희진이는 이제 전문 내레이터 모델로 진출해도 되겠어.”
“칭찬 맞지요?”
“그럼 칭찬이지. 흉이겠어?”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식사준비 할게요.”
“대표님, 늦게오셨나 봐요?”
“응, 조금.”
아침 식사 때문에 문을 두드렸으나 잠을 너무 깊이자고 있어 깨우지 못했다고 하였다.
“대표님,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 휴가 좀 얻었으면 하는데요?”
“뭐 좋은 일 있어?”
“팀장님, 데이트하시려나 봐요.”
“그래, 그래야지.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해.”
상준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장 오늘 밤부터 신 팀장의 거취가 고민이던 참이었다.
“누구하고 데이트 하는지 아세요?” 희진은 그 말을 할 때는 순간 입이 실룩하였다.
“누구? 내가 아는 사람?”
“소현이에요. 팀장님이 데이트 신청했어요.”
“음. 소현이. 소현이 좋은 애지 발랄하고 예쁘고.” 상준의 칭찬을 듣자 신 팀장도 입을 열었다.
“거절할줄 알고 고민했는데, 승낙해 줬어요.”
상준은 팀장의 말을 듣고 잠시 딴 생각을 하다 격려를 해주었다.
“거절은. 우리 신 팀장이 어디 보통사람이야?”
그때 상준의 휴대폰에 진동이 왔다. 낚시할 때 맞춰둔 진동 모드를 체 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친구 민수였다.
“어, 민수야.”
“내다. 너 오늘 오후에 집에 있을거야?”
“응, 오늘도 밤낚시 갈거야. 왜? 여기오려고?”
“올라가는 길에 잠깐 너 보고가려고.”
“알았어. 몇시 쯤 올거야?”
“세시 경.”
“그래, 그때보자.”
전화를 끊고 상준은 서둘러 차를 몰아 중산시내로 달렸다. 백화점에 들러 수영복 한 벌과 여자용 선글라스, 여학생들이 좋아할 반바지와 티셔츠를 구입하였다. 그때 다시 휴대폰에 문자가 날아왔다.
다슬이었다.
“오빠, 저 올라가요. 전화할게요.”
“그래, 나 시내에 나왔어. 조심해서 올라가.”
상준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니 신 팀장은 휴가를 떠났고 민수는 도착 할 때가 다됐다고 문자가 들어왔었다.
“갑자기 어떻게?”
“그냥 가려니 마음이 갑갑해서. 너라도 보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응, 잘왔어.”
민수는 상준을 껴안으려 하자 상준도 민수를 같이 껴안았다.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하는 시늉만 하던 희진은 그들의 노는 모양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맥주 한잔 어때?”
“뭐 이런 대낮에. 그럼 조금만 할까?”
“희진아, 너도 갈래?”
“둘이 다녀오세요.”
“희진아, 민수. 오빠 친구니까 너에게도 오빠야.”
“알아요.”
민수도 희진을 보며 같이가자고 권해 보았다.
“전 일이 좀 남아있어서.”
상준은 맥주보단 소주가 좋다는 민수를 데리고 선착장 주변 횟집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여기 매운탕 하나하고 오징어 회 좀 주세요.”
“요즘 오징어 회보다 무늬오징어가 싱싱해.”
“그래요? 그럼 그 걸로.”
소주 한병을 시켜 술잔을 부딪쳤다.
민수는 여친 주현이와 헤어진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는 그녀의 태도에서 이렇게 되리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막상 이별 통고를 받고 보니 무척 괴롭고 안타깝다고 하였다. 왜 진작 먼저 이별 선언을 하지 못했는지 그 것이 더 안타깝다고 하였다.
그때 희진이가 전화를 했다.
“오빠, 어디야?”
“여기 부두횟집.”
“또 횟집이야?”
상준은 민수를 위로하며 자신의 술잔에 입술을 축였다.
잠시 후 나타난 희진이도 그들과 합석했다.
“언제 봐도 미인입니다.”
민수는 희진을 보며 농담 섞인 어투로 말을 걸었다.
“그렇지, 내동생 미인이지?”
희진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술잔을 내밀었다.
“저도 한잔 주세요.”
민수는 놓칠 새라 얼른 희진의 잔을 채워주었다.
“말씀은 낮추세요. 오빠 친구신데.”
“그래, 그게 맞아, 낮춰도 돼.”
상준도 희진의 말을 받아 민수를 보며 그러라고 하였다.
“넌 안오겠다더니 어떻게 왔어?”
“생각해 보니 오늘 일도 그렇고 소주 생각도 나고.”
사실 민수는 참 괜찮은 친구이다. 상준의 둘도 없는 친구면서 의리가 있고, 남자답고, 배려할 줄 아는 쿨한 친구다.
언젠가 상준은 민수를 보면서 만약 자신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저런 놈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참, 저놈 남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놈이야.’
상준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희진이라 했나? 잘 부탁한다.”
“그래, 희진아. 이 친구 좀 위로해 줘.”
“....?”
“이 친구, 이렇게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여자에게 차인 몸이야.”
“상준아.”
“내말 틀렸어?”
“그야 저도 그런걸 뭐. 저도 위로 받아야 해요.”
“나 이제 좀 살것 같다. 너도 보고 희진이도 보고.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더니.”
민수는 상준에게 자신의 마음속 말을 토해내고 나니 속이 많이 풀리는 것 같았다.
“내 동생 남친은 나만큼 동생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상준은 두 사람이 들으라고 의도적인 말을 흘렸다. 또한 그 말은 진심 펙트였다.
“......”
“내 동생을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는.”
상준의 표정을 본 민수가
“너 정말 동생 많이 사랑하는구나.”
“응, 이건 진심이야. 난 희진이를 내 목숨처럼 지킬거야.” 상준은 얼굴엔 진심이 가득하였다.
“희진인 좋겠다. 난 이 친구를 잘 알지. 한번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걸.”
“......”
“난 이제 가야겠어. 좀 살것 같아.”
“그래, 가야지. 아쉽지만.”
“친구야! 난 오늘 너에게 또 한가지 배웠어.”
민수는 상준을 보며 한마디 던졌다.
“뭐?”
“사랑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민수는 상준의 손을 잡고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조심해서 가세요.”
희진도 한마디 인사를 던져주었고 민수는 더나갔고 상준과 희진만 남았다.
“희진아, 너 민수 위로 좀 해 줘라.”
“......”
“난 민수를 알아. 얼마나 멋진 사내라는 걸.”
“오늘 낚시 가실거예요?”
“가야지 .그것이 내일이니까.”
“그럼, 혼자?”
“응.”
희진은 다시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출조가기 전에 올라와서 식사해요.”
“응, 그래. 먼저 들어가.”
상준은 잠시 생각을 하다 야간낚시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보충하였다.
그리고는 또 피자집에 들러 피자 한판과 음료수를 구입하여 챙겨놓았다.
그때 갑자기 해수욕장 쪽에서 비상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긴급 대피 바랍니다. 긴급 대피 바랍니다.”
늦깎이 피서객이 마지막 물놀이에 바쁜 오후 뜻하지 않은 재난 경보가 순식간에 진호해수욕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상준은 즉시 바닷가로 뛰었다.
물놀이 하던 피서객들은 영문도 모르고 백사장으로 몰려 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요?” 상준은 피서객들에게 물어봤다.
“모르겠어요. 우린.”
상준은 긴급히 119 안전구조대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세요?”
“먼 바다 출조 나간 어선에서 긴급 구호 요청이 왔어요.”
“하늘로 뛰어오른 괴물 때가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는.”
“괴물이요?” 상준은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날치와 비슷한 괴물같다 하네요.”
“그럼 식인날치?”
상준은 수년전 남미 어느 해안에 식인날치 때가 출몰하여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본것 같았다.
“그놈이 우리 해안에 출몰했다면.”
“일단 전국 해수욕장에 비상경보가 하달되어 피서객을 전부 대피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약 10여분 뒤에 바닷물이 반짝이며 수많은 날치대가 솟아올랐다. 해수욕장 멀리 지나가던 제트보트를 수십 마리 날치 떼가 번갈아 가며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해수욕장 연안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는가 하더니 뒤늦게 탈출하는 피서객들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식인날치가 분명했다. 상준은 즉시 옆에 있던 파라솔의 쇠막대를 뽑아 물 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의 주변으로 뛰어오르는 날치를 후려치면서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몸부림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입만 쩍 벌리고 바라만 보는데 몸이 빠른 상준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십 마리를 후려 갈겼다.
제트스키를 탄 사람은 손 한번 쓰지못하고 물속으로 떨어졌다. 해수욕장 해안에도 피를 흘리거나 머리가 찍히거나 어깨가 찢어진 사람들이 늘어갔다.
“이 새끼들 저리가라.”
본인도 모르게 악이 받쳐 소리쳤다.
순간 놈들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반짝이는 물결이 해자도를 지나 먼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놈들이 사라지는 해수면 위에 반짝이는 물결이 파도처럼 번져나갔다.
순식간의 일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수십 명의 피서객들이 날치의 공격을 받아 다치게 되었고 제트스키를 타던 한 청년은 끝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참혹한 광경이었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해수욕장 연안에는 상준에게 맞아죽은 수십 마리의 날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조업에 참여했던 어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아 배로 뛰어오른 날치 떼의 희생물로 빈 배만 남은 선박이 발견되었다는 긴급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다.
‘큰일이다. 금발 소녀’
상준은 갑자기 어린 바다소녀가 걱정이 되었다. 집으로 달려가 몽둥이를 챙겨 요트를 몰라 바다로 달렸다. 해는 아직 서산에 걸려있고 뷰티 걸이 나타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해자도에서 한참을 더 몰아 먼 바다로 나갔다.
“뷰티 걸, 괜찮아?”
바다는 조용했다. 몽둥이를 들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날이 어둑하고 사방이 모두 어둠에 쌓였으나 소녀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제발, 살아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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