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미확인 생명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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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누나 소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상준은 고기통을 아예 사무실에 둔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한 후 카메라를 돌려 오늘 촬영된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처음 바다에 떠오른 바다사자와 같은 생명체는 카메라 식별이 불가능 했고 바닷가에 앉아있던 그 여자는 선명하지는 않아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사람은 분명 맞는데. 잠수를 하다 나오겠지. 설마 죽었으려고.’
잠을 설치다 뒤늦게야 잠이 들었으나 꿀잠을 잔 것은 분명하였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다 되었다.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 하나로 아침 식사를 때우려는데 신 팀장의 전화가 왔다.
“무슨 일로?”
“대표님, 사무실로 식사하러 오십시오.”
“난 간단하게 때우려고.”
“아니에요. 다 차려 뒀습니다.”
상준은 세수를 한뒤 옷을 챙겨입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미 신 팀장과 희진은 식탁에 앉아있었다.
“누가 준비했지?”
식탁 위에는 우럭미역국 그릇과 잡어 매운탕 냄비가 맛깔나게 김을 모락모락 뿜으며 올라있었다.
“예, 매운탕은 최 주무가 만들었는데 저가 최 주무 생각해서 미역국을 끓였어요. 대표님도 앞으로 우리와 같이 식사하시지요.”
신 팀장은 어제 밤 일이 꼬인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아직도 상준에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던 희진도 신 팀장의 말을 받아
“그렇게해요. 어차피 식사준비는 하는데요 뭘.”
상준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그만이 가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사무실에서 식사까지는 좋은데, 술 파티는 좀 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신 팀장, 그러지말고 사무실 금주 입법 청원을 해봐. 아니면 조례라도 부탁을 하던지. 허허”
“죄송합니다.”
“아니야. 농담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스트레스는 풀어야지.”
“우리 오늘 전 직원 쉬자.”
“어떻게요. 맨날 쉬면 어떻게요.”
“우리 직장 좋은 점이 뭔데. 이런것 아니겠어.”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식사는 매일 여기로 온다.”
결국 상진도 그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식사를 한 후 간밤 저녁 운동도 못해 몸이 뿌듯하여 산책을 하며 생각도 할 겸 반바지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산책을 하면서 여러 가지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길은 정해져 있다.
마을 앞길 해안로를 따라 1Km 정도의 거리를 지나 마을 뒤편 차도로 올라가서 반대 방향으로 1.5Km정도 걸으면 자신의 신축 건물과 주택이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해안으로 내러 와서 돌아오면 된다. 전체 거리는 3Km가 조금 넘는 거리가 된다.
운동량이 부족할 땐 두 바퀴를 돈다. 해수욕장과 신항을 지나고 확장된 차도에는 인도가 생겨나 풍경도 좋고 공기도 좋다.
“총각. 총각.”
고개를 돌려보니 소현의 어머니였다.
“우리 소현이 술 너무 많이 먹이지마.”
“...?”
“총각이 자꾸 권해 할수 없이 마셨다며?”
‘가스나, 또 거짓말을 했구만.’ 어머니의 말씀에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자
“걔가 성격이 활발해서 말은 좀 직선적이지만 티없고 착해.”
“네.”
“늘 총각애기 많이 해. 총각이 좋은가봐.”
“예 저도 동생같이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성민이 말이야. 그 놈은 통 공부를 열심히 안해. 총각 명문대 나왔다며? 우리 성민이 과외 좀 시켜주면 안될까?. 방학 때 만이라도 말이야.”
“저가 워낙바빠서.”
“그렇기는 해. 내가 좀 답답해서. 이야기하는 거지.”
‘부모님은 의대로 보내려고 한다는데, 아주 안하는 건 아닌것 같은데.’
아주머니와의 대화로 시간이 지체되자 남은 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더위에 맞물려 땀이 비 오듯이 흘려 내렸다. 샤워를 한 후 책을 보다가 문득 간밤에 본 여자가 다시 떠올랐다.
‘저녁 무렵에 해자도를 둘러보고 밤에 다시 해자도 주변에서 낚시를 해봐야겠다.’
자신의 성격에 학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 한구석이 편하질 않을 것이다.
상준은 점심때엔 손수 집에서 냉면을 만들어 팀장과 희진을 초청하였고 저녁엔 희진이 상준을 불러 카레를 내어놓았다.
저녁을 먹고 채비를 한 후 아무말도 없이 바다로 나갔다. 직원들에게는 하루 쉬자고 이야기를 했으니 마음 놓고 가도 무방할 것이다.
어둡기 전에 해자도 주변을 몇바퀴 돌아보았으나 집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어제 밤에 정박한 그 지점에 요트를 정박하고 낚시를 던졌다.
조과는 전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괴물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고 우럭과, 보리멸, 장어 같은 물고기가 간간히 걸려들어 올라오곤 하였다.
밤이 이슥하도록 낚시를 하다 담배를 꺼내 한 대를 피웠다.
상준은 수시로 사방을 살펴보며 해자도 해안의 갯바위 부근을 주시해서 보았다.
‘있다.’
‘오늘은 그의 정체를 알아보자’ 조심조심 닻을 건져 올리고 시동을 켜 천천히 접근하였다. 여자인 것은 분명하였다. 해수욕장 불빛을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다가 드디어 상준과 눈이 마주쳤다.
거리는 불과 50여 미터 정도에 불과한 거리였다. 긴 머리카락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다. 바위에 가려 더 이상은 상준도 확인 할 수 없었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물속으로 유형을 하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었다.
‘설마, 귀신이야 있겠어.’
상준은 요트를 천천히 몰아 그녀가 사라진 해역 부근으로 이동해서 살폈으나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꿈인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으나 분명 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뭔가. 드라마에 나오는 인어인가?’
상준은 세차게 고개를 휘저으며 강하게 부정하였다.
‘사람은 맞는데. 왜 들어가고는 올라오지 않지?’
그때였다. 저 멀리 바다 안쪽에서 희미하게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는 꼼짝도 하지 않고 요트를 향해 지켜보고 있었다. 상준은 그녀가 놀라지 않게 손을 흔들며 접근을 해 갔다. 달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잠깐만요. 얘기 좀 합시다.”
30여 미터 정도 다가갔는데 그녀는 다시 잠수해 버렸다. 따라가고 잠수하고, 그러는 행동이 반복되었다. 요트는 점점 해자도에서 멀어져만 가고.
꼭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해자도의 불빛이 아스라이 멀어졌다. 묘한 것은 그런 것을 보면서도 공포심 같은 것이 생기지 않는 것이 또한 이상하였다.
‘내가 진짜 홀린것이 맞나?’
정신을 가다듬고 요트의 방향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물속에 형광빛을 띤 물체가 번뜩이고 있었다.
‘이건 괴물고기잖아!. 이런 기회는 놓칠 수가 없지.’
상준은 재빠르게 낚싯대를 바다로 던졌다. 미끼 주변에만 빙글빙글 돌 뿐 한참을 기다려도 물지를 않았다.
상준은 자신의 목을 가다듬고 카리스마가 담긴 강하면서도 낮은 저음으로 말을 던졌다.
‘왔으면 물어야지. 약만 올리지 말고.’
그 순간 놈은 상준의 미끼를 거세게 물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챔질을 하며 낚싯대가 휘도록 잡아당겼다. 릴을 감으며 걸린 괴물과 씨름을 하다 보니 언재 접근했는지 그 여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상준은 혼자 싱글벙글 하면서 걸린 물고기에 감탄을 하였다. 엄청난 크기의 괴물아귀였다. 괴물아귀라면 파란 보물원석과 괴물상아가 엄청난 값을 지니고 있다. 고기 또한 맛이 좋아 꽤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괴물 상아를 고기통에 담아두고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왠지 이제 두렵지가 않았다.
상준의 행동을 지켜만 보던 여인은 물속으로 가라앉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상준은 그녀를 바다 여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하늘엔 어느 비구름 한 뭉치가 달빛을 가리드니 갑자기 소나기가 뱃전을 때렸다.
‘갑자기 웬 소나기?’
수면 위에 떨어지는 소나기의 빗방울이 묘하게 물결과 어울리어 아름다워 보였다.
“두두 두두.”
‘가자 이제. 나도 모르게 꽤 멀리까지 나왔군.’
상준은 항구로 돌아와 괴물아귀를 해체하여 상아와 보석 원석을 추출하고 고기는 냉장고에 냉동 시켰다.
자리에 누웠으나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진짜 인어가 맞는 것인가? 인어라면 상체는 여자인데, 하체는 물고기가 아닌가?
상준의 머리에는 동화책에서 본 인어공주와 드라마에서 본 탤런트 전지현이 자꾸 떠올랐다. 아직 남자 인어는 보지 못했으니. 여자가 있으면 남자도 있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 인어와 여자 인어가 바다 속으로 유영하는 장면. 그 뒤를 따라가는 작은 아이 인어.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라도 잡을 수만 있으면 분명 세계적인 대 히트를 칠 텐데.
상준은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뒤늦게 잠이 들었다. 그의 꿈속에서는 정말 많은 인어들이 바다를 누비며 유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상준은 물귀신의 꿈을꾸고 있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괴 여인이 물속에서 올라와 지나가는 배들을 헤치고있었다.
“대표님, 아직 주무세요. 대표님.”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아침 식사하러 오세요.”
상준은 대충 세수만 하고 신 팀장을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식사를 하던 상준은 신 팀장과 희진을 보며 한마디 던졌다.
“세상에 정말, 인어가 있을까?”
“....”
“그럼 물귀신은 있을까?”
“그런 것이 어디 있겠어요. 영화에서나 있을 일이지.”
“대표님, 간밤에 인어 꿈 꾸셨어요?”
상준은 신 팀당의 말을 듣고 너무나 황당하여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인어가 존재한다. 자신이 인어를 잡아 올렸다. 아니 인어를 잡아 자신의 집에서 인어를 기른다. 상상만 하여도 기분이 짜릿하였다.
‘내가 정말 인어를 잡을 수는 없을까?’
‘이왕 튀려면 크게 튀어야지.’
상상은 자유다. 상상한다고 잡아가는 사람 없다. 지는 못하면서 지랄들 하는 족속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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