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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50화 (50/225)

〈 50화 〉 미확인 생명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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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으로 돌아온 상준은 하루를 쉬고 희진이 올린 기안에 결재를 하였다. [무인도 개우럭 낚시]와 [거북동굴 왕문어 낚시] 영상 게제 건이었다.

상준은 저녁을 먹은 후 해수욕장 앞 해자도 부근에서 요트를 타고 밤낚시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해안 원정 낚시를 다녀온 후라 낚시도구들이 전부 집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밤낚시에 필요한 간식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편의점에 가려하는데 소현이와 동생 성민이 낚시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낚시 잘 다녀오셨어요?”

“응, 서해안 군산 앞바다.”

“오빠! 그럼 말씀 좀 해 주시지. 원정 갈때 함께가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때를 맞추어 신 팀장이 내러왔다.

“대표님 최 주무는 오늘밤 하루 더 쉬겠다고 하고요, 전 준비해서 내러 올게요.”

“오빠! 저희도 좀 태워줘요.”

소현은 언제는 곧잘 아저씨라 부르더니 이제 제멋대로 오빠라 부른다. 동생과 함께 온 것이 밤낚시를 따라 가겠다고 단단히 벼른 포즈였다.

“신 팀장도 하루 더 쉬고, 소현이는 사무실 희진이 방에 가서 위로 좀 해 줘라. 둘은 나이도 같고 좋은 친구가 될 꺼야. 그리고 성민인 나하고 같이 가자.”

“왜 희진씨 무슨 일 있으세요?”

“몰라. 몸이 좀 불편한가봐. 같이 시간좀 보내줘.”

소현은 좀 아쉬웠으나 금방 마음을 고쳐먹고 들고 있던 봉지를 성민에게 건네주며

“오빠, 여기 맛있는 것 많이 넣어 뒀으니 성민이랑 드세요.”

“가져가서 희진이와 먹지?”

“우린 나중에 사다 먹을 게요. 질투나게 오빠. 희진씨 너무챙긴다.”

그리고 소현은 다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신 팀장, 카메라 가져와서 성민에게 간단한 조작법 일러주고 올라가.”

“성민이 촬영할 수 있지?”

“예, 뭐 간단한 것은.”

상준과 성민은 모든 짐들을 요트에 싣고 해자도로 나가 요트를 세워두고 닻을 내렸다.

“넌 낚시하다가 특별한 것 있으면 촬영하는 것 잊지 마라.”

성민은 상준의 말을 듣고 약간은 짜증이 났으나 겉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상준이 일단 삼각대를 설치하여 카메라를 고정시켜 주니 더욱 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트까지 얻어 탔으니 무엇이라 하겠는가?

“형, 서해안에서 뭐 좀 잡았어요?”

“아니 뭐 그냥. 늘 잡는 것들.”

상준과 성민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성민도 누나 소현이처럼 상준을 보고 아저씨라 부르더니 소현이가 오빠로 부르자 따라서 형으로 호칭하는 것 같았다.

“보충 수업은 끝났어?”

“예, 이번 방학 보충은 끝났어요.”

“그럼 곧 학원에 나가겠네. 요즘 고등학생 학원 안다니는 학생 없을 걸.”

“죽겠어요. 형도 학원 다녔어요?”

“나야 뭐. 진로는 결정했어?”

“저는 공대쪽으로 생각하는데. 아버진 의대로 가래요.”

성민의 표정으로 봐서 부모와의 의견차로 약간의 갈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순간 그들의 눈에 대략 40m 전방에 검은 물체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목격되었다.

“보셨어요. 저기?”

“뭔가 떠올랐다 내러갔지?”

“바다사자 같았어요.”

상준도 똑 같은 생각을 하였다. 얼른 보면 바다사자의 머리가 물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느낌 이었다. 달빛을 받아 약간의 빛이 반사된 것 같았다.

그때 상준의 낚싯대에 신호가 왔다.

“노래미네요. 성민이 상준이 잡은 고기를 보며 한 말이다.

“첫 수확이네.”

상준은 낚시에 걸린 노래미를 뽑아 성민에게 보여주고 고기통에 넣은 후 물을 담아주었다.

“우리 누가 많이 잡나 내기 할까?”

“예, 좋아요.”

낚시를 하면서 무료함을 줄이려면 내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승부욕을 자극하면 낚시의 열정이 살아나기 때문이었다.

“저도 왔어요.”

“좀 큰놈 같은데?”

성민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싣고 열심히 릴을 감았다.

“우와, 우럭.”

“제법 씨알이 좋네.”

성민은 싱글벙글하면서 고기를 뽑아 자신의 고기통에 넣은 뒤 다시 갯지렁이를 꿔어 바다로 던졌다.

그때 그들의 뒤편에 또다시 축구공 크기의 물체가 수면위로 떠올라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이상한 텔레파시에 고개를 돌리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약간의 소름이 돋는 묘한 감정이 스쳐갔다.

“내가 잘못 보았나?”

그러고 보니 지난번 해자도 낚시 때도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넘겨버렸지만 오늘은 두 번이나 목격을 했으니....

“여기서 밤낚시 하면 운만 좋으면 아나고도 올라와.”

“아나고 좋은데.”

“아나고가 일본 말인가?”

“붕장어 사투린가 봐요.”

상준은 종전의 일들은 잊어버리고 낚시에만 집중하여 고기를 잡아 올렸다. 한번 물기 시작하니 장대도 올라오고 서대도 잡고 잔잔한 손맛에 흥을 가지며 열중하였다.

*

상준과 성민이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그 순간 소현은 희진을 만나 풀이 죽어있는 희진을 위로하며 건강 상태를 물었다. 처음엔 서해안 낚시의 후유증으로 몸이 피곤하다고만 하던 희진이 소현의 밝고 쾌활한 태도에 점차 마음을 열고 대화에 응했다.

“오빠가 희진씨 너무 챙겨요. 질투심이 날 만큼.”

“그러면 뭘 해요. 날 여자로도 보지 않는데.”

“그래요? 하기야 오빠는 그게 문제지... 나보고 지난번에 뭐라 하드라? 여자인척 하지 말라고. 여자보고 여자인척 하지 말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그런 말도 했어요? 웃겨 진짜.” 어느새 두 사람은 상준을 도마에 올려놓고 흉을 보다 보니 서로 간에 공감을 느끼는지 제법 죽이 맞아들었다.

“혹시 오빠 고자 아니야?”

“글쎄, 헤헤헤.”

그들은 대 놓고 떠들고 있다.

“희진씨 몇 년 생이세요?”

“96년”

“오빠는 우리가 동갑이라 하더니 나보다 한 살 위네. 언니라 불러야 겠네.”

“그래. 그럼 동생. 그럼 우리 말 트자.”

결국 다슬과 희진은 언니, 동생이로 발전하였고 말은 트기로 하였다.

“언니! 나 나가서 뭐 좀 사올게. 오빠가 심심당부 했거든.”

소현이가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밖으로 나가자 사무실에 앉아있던 신 팀장이 재빨리 희진의 뒤를 따라나섰다.

“어디 가시게요?”

“네, 간식거리 좀 사려구요. 희진 언니가 저녁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해서.”

“네, 나도 편의점에 같이 갈까 해서.”

그들은 편의점에 들러 캔 맥주 몇 개와 닭다리. 음료수 등을 구입하여 모두 사무실로 나왔다.

희진이와 소현이가 상준에 대해 흉도 아닌 것을 트집삼아 흉을 보고 있으니 결국 신 팀장은 듣고 만 있기 거북스러운지

“그래도 우리 대표님 같은 분 없어.”

“누가 뭐래요. 말이 그렇다고요.” 희진의 말이었다.

“......?”

신 팀장은 소현의 눈치를 살피며 연 대표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대표님, 성격 좋지, 인물 좋지, 키 크지, 이해심, 배려심, 없는 게 없어요. 통은 또 얼마나 크신데.”

“팀장님은 아주 광팬이시네. 호호.”

“저야 뭐 소현씨 팬이지.” 신 팀장은 소현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을 돌렸다.

“뭐래요?”

그들은 그렇게 치맥을 먹으면서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

성민도 모처럼 요트에서 하는 낚시가 마음에 들어 기분이 최대한 업 되어 있는데, 고기도 그런대로 올라와 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으로 상륙했다 사라진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도 조금씩 불어오는데다 열대야도 많이 수그러진 탓에 낚시에 몰입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상준은 고기의 입질이 뜸한 틈을 따서 담배를 피우며 해자도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해자도에 사람들이 건너왔나?’

지난 번 해자도 낚시 때 수영을 하여 이곳까지 건너온 몇몇 커플들을 본 적이 있었다. 해자도 연안 물에 잠긴 갯바위에 사람이 하나 앉아 있었다. 거리가 멀어 분명하지 않아도 여자인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잡아보며 그림을 잡아 끌어당겨 확대를 하였다. 멀건이 앉아 요트를 바라보던 그 여인은 스르르 바다로 잠수를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를 내밀었다 잠수했다 하며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물속에 잠겼다.

‘곧 올라오겠지?’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영영 소식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의아한 생각을 하면서 촬영해둔 사진을 리플레이 해 봤다. 분명 여자였다. 잠수 타다 올라 오지 않고 영 사라져 버렸다.

상준은 다시 물고기를 잡으면서 머리에는 계속 해자도 갯바위에 앉아있던 그 여자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형! 또 잡았어요.”

“이번엔 뭔데?”

“보리멸.”

“하하, 안주 감으론 제격이지.”

“그럼 캔 맥주 하나 드릴까요?” 성민은 봉지에서 캔을 하나 따서 상준에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오징어포를 찢어 넘겨주었다.

“넌 뭐 먹을 것이 있어?”

“헤헤, 저도 캔.”

상준은 비록 성민이 고등학생이긴 해도 맥주 캔 하나 정도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회쳐 줄까?”

“그럼 좋지요.”

상준은 신속하게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볍게 장만하여 회를 치고 보리멸은 통째 잘라놓았다. 초고추장에 회를 찍어 먹는 맛은 그들의 입맛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몇시까지 하실거에요?”

“왜, 지루해? 갈까?”

“아뇨, 전. 천천히 가요.”

그리고 그들은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 2시가 넘어 항구로 돌아왔다. 항구에 도착한 성민은 누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어쩌면 가지 않고 희진 누나와 같이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성민이야? 우린 오빠 사무실에 있어. 같이 올라와.”

“형, 누나 아직 사무실에 있대요. 같이 오라는 대요.”

상진과 성민은 대충정리한 후 챙길 것 만 챙겨 사무실에 들어섰다.

“와, 많이 잡았다. 성민아 너가 잡은 건 어느 거야?”

“이것.”

“너가 더 많이 잡았네. 오빠 뭐 했어?”

소현은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술기운에 젖은 사무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신 팀장의 얼굴도 붉게 물들었고 희진은 아예 얼마나 먹었는지 눈이 풀려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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