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48화 (48/225)

〈 48화 〉 야미도 원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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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항에 주차를 해 두고 배편을 이용해 관리도 갯바위 포인트를 찾아 이동하였다. 오후 1시를 철수하니 시간 놓지지 말고 철수 준비 해서 기다려 달라고 몇 번을 강조한 뒤 배가 이들을 내려두고 떠나갔다.

갯바위 낚시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신 팀장은 아예 삼각대를 설치하여 카메라를 고정 시킨 뒤에 낚시를 하겠다고 채비를 하였다. 희진이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신속하게 채비하여 바다에 던져넣었다.

상준은 본래의 목표에 맞춰 괴물의 흔적을 추적해 보았으나 보이지는 않고 담배를 피우며 무녀도 주변 경관에 빠져있었다.

‘여기가 감성돔과 참돔의 포인트라 했지.’

그들을 내려줄 때 선장이 했던 말이다. 참돔 채비를 하여 홍개비 미끼가 바닥 가까이 도달하도록 채비를 완료한 후 구멍찌를 달아 바다에 던져 넣었다.

충분한 밑밥을 투척한 후 집어가 되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먼저 고기를 건져낸 사람은 희진이었고 다음은 신 팀장이 잡아 올렸다. 그러나 작은 씨알의 광어가 걸려들어 돌려보냈으니 결과는 모두가 출발선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진짜입니다.”

신 팀장의 낚싯대가 반원을 그리며 휘어지기 시작했다. 몸동작의 움직임이 예사가 아닌 것으로 보아 제법 큰 놈이 걸린 것은 아닐지.....

“이것 뭐예요?”

“.....?”

“뭐지 이게?”

아귀 같은 큰 입에 고슴도치 같은 괴물고기였다. 도감을 꺼내 찾았으나 이런 것은 없었다.

“일단 촬영부터 해. 관리도 괴물 아귀고슴도치라 명명하고”

희진은 고정시켜둔 카메라를 들고와서 동영상으로 촬영한후 다시 고정하였다.

“일단 우리 해체해 보자. 이것도 살려 둘 수만 있으면 아쿠아리움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이놈은 괴물고기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나 가죽이나 상아, 원석 같은 귀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웠다. 상준도 섬광이 나타나지 않는 괴물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어도 그럴 때마다 가치가 없는 괴물임을 알게 되었다.

신 팀장은 잠시 실망을 하였으나 원석괴물은 초능력을 가진 사냥꾼들만이 잡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낚시에 집중하였다.

잠시 뒤 다시 신 팀장은 손맛을 느끼며 대형 참돔을 걸어 올렸다. 이제 신 팀장과 희진은 초보 낚시에서 벗어나 프로급 낚시꾼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신 팀장이 잡아 올린 관리도 참돔은 70Cm급 대형고기였다. 색깔이 곱고 반짝이는 것이 그만큼 물색에 맞게 건강한 참돔임을 입증해 주었다.

상진과 희진도 참돔, 가자미 등과 노래미, 광어 등을 잡아 올렸고 아침을 먹지 못해 라면을 끓여 아점(아침+점심)을 먹었다.

관리도는 역시 낚시꾼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선상낚시를 운영하는 선주들도 여러 포인트를 찾아 이동하다가 마지막 코스로 관리도 해안에 들린다고 하였다.

“오빠, 오늘 장원은 신 팀장님이 하신것 같네요.”

“그러네.”

희진의 말을 들은 신 팀장은 기분이 으슥하여

“저도 이제 낚시엔 자신이 있어요.”

“그런 것 같애. 촬영하느라 제대로 낚시를 못해서 그렇지.”

신 팀장은 연대표의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하였다.

“두 사람 어때? 우리 직장이?”

“대기업 안 부러워요.”

“희정이도 그런가?”

“예, 저도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 줘. 진짜 내 너희들 우리 기업 일으켜 대기업 뺨칠 정도로 멋진 직장 만들어 줄게. 내 반드시 약속 지킨다.

여기 있는 모두가 한때 직장을 얻지 못해 마음 상해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일과 취미를 겸하고 있는 자신의 직장이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오후 1시가 되자 정확하게 낚싯배가 관리도에 갯바위에 도착하였다. 무녀도항에 돌아온 일행은 다시 차를 몰아 선유도로 건너갔다. 옥돌 해수욕장 부근 민박집을 찾아 겨우 방을 구해두고 선유봉에 올라 자연 경관을 구경하고 하산하였다.

역시 휴가철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은 적지 않았다. 하산하던 한 아저씨의 말로는 봄, 가을은 지금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세배는 넘을 것이라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걸 보면 지역 분이거나 적어도 이곳이 고향쯤 되는 분임이 틀림없었다.

“아저씨는 어디에서 오셨어요?”

신 팀장의 물음에 물었다.

“난 군산이요. 여기 섬이 좋아 종종 와요.”

그분은 선유봉보다 대장봉이 더 좋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셨다. 자신이 살고있는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이 남다르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와서 선유도 맛 집 기행은 하고 가야지.”

다양한 해산물과 맛있는 광어회를 맛보며 간단하게 술 몇 잔을 한 후 숙소로 들어왔다. 목욕을 한 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몸을 식힌 후 옥돌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선유도의 참맛을 잠시 즐겼다. 바로 밤낚시가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해수욕장 왼편 해안 길을 조금만 나가면 작은 반도의 끝이 나온다. 바로 앞산섬을 바라보는 해안 갯바위다, 해안 절벽이 잘 형성되어 안전한 곳을 잘만 택한다면 그런대로 짭짤하게 손맛을 볼 수 있는 좋은 곳이라고 맛집 주인이 알려주었다.

고군산군도를 찾아 낚시하는 사람들이 선상낚시나 먼 바다 갯바위 낚시를 하지 않을 때 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선유도와 장사도 등 주변 일대에 낚시 포인트가 많기는 해도 이곳에도 태공들이 제법 찾는 곳이다.

더위를 피해 밤 시간에 손맛을 보려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상준의 일행은 채비를 하여 낚싯대를 던져두고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열대야의 밤을 식히고 있었다.

한 참 만에야 상준의 야광찌가 물속으로 끌려들어 갔으나 조그마한 노래미였다.

“대표님. 가서 맥주캔 몇개만 사올까요?”

“팀장님. 물고기회에는 소주가 제격이지요. 초장도 좀 챙겨 오시고요.”

“대표님은 무슨 술을 원하세요?”

“희진이 말이 맞아. 회를 먹을 땐 소주가 제격이더라고.”

상준도 점점 소주 맛을 알아가는 것 같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상준도 낚시를 다니면서 술과 인주의 연관성, 때와 장소에 따라 주종이 바꿔야만 제 맛이 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고기 많이 잡아 놓으세요. 술 사올게요.”

“알았어요.”

잠시 후 상준은 조그만 우럭 한 마리를 건져 올렸고, 희진은 손바닥크기의 가자미를 건져 올렸다.

상준은 팀장이 도착하기 전 안주를 만들 결심으로 우럭과 노래미는 회를 뜨고 작은 가자미는 뼈가 있는 통째로 새꼬시를 만들었다.

신 팀장 손에는 소주와 맥주가 무겁도록 들려 있었다.

“팀장님, 술 생각 많이 나셨나 봐요?”

“그게, 최 주무가 많이 기대할 것 같아서.”

결국 그들은 낚시를 접어두고 술잔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제야 그들은 밤낚시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다.

“희진아. 너 돌아가는 대로 스쿠버다이빙 전문가를 알아보고 문의를 해봐. 내가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그냥 혼자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저도 알아봤는데요, 일단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인증된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렇지.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교육기관도 많고 좀 복잡한 것 같더라고 우리 팀이 배우려면 어느 곳이 좋을지. 교육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지. ”

“전문가를 일정기간 초빙하면 안될까요?”

“이론교육도 있지만 실기, 실습이 중요하니 시설과 장비, 현장 교육을 위한 선박 등 다양한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

“대표님! 직접 배우시려고요?”

“신 팀장도 배워야지. 암튼 좀 더 알아보라고. 우리 팀 셋다 배운다고 보고.”

“네.”

술에 약한 상준은 한잔, 두잔 마신 술에 취기가 올랐다. 혀가 약간씩 꼬이는 것 같더니 소변을 보고난 후 자리에 앉을 때는 몸이 휘청하였다.

“저기 저 푸른 덩어리 보여?”

“어디요?” 바다를 가리키는 상준의 손끝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대표님,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또 그러시네요.”

“오빠, 취해?”

“어, 약간. 그런데 저기 움직이는 저 푸른 오이 같은. 안보여?”

상준은 정신이 취한 건 아니었다. 몸은 술기운에 잠깐 비틀거렸지만. 정신 마저 비틀거린 건 아니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낚싯대를 건져 다시 던졌다.

“너희들 내가 헛소리를 하는줄 알지?”

“.....”

“헛소리 아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냥 안보여서.”

희진이 상준의 말에 이유도 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얼버무렸다.

“자! 오너라. 괴물아.”

상준은 갯바위에 중심이 흔들리며 낚싯대를 잡았다. 신 팀장은 희진에게 눈짓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연대표의 팔뚝을 잡았다.

“왔구나.”

상준은 낚싯대를 당기며 자리에 앉았다.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가운데도 낚싯대는 여전이 상준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제가 감을까요?”

“아냐, 이놈은 내가 올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도망가 버려.”

상준은 릴을 감으면서 당겼다, 놓았다는 씨름을 하며 건져 올렸다.

괴물고기 갈장어였다. 갈장어는 이름 그대로 갈치머리에 장어몸통을 지닌 희귀 물고기다. 여기에서 이런 고기가 잡히리라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신 팀장. 이건 먹을 수 있어. 귀하고 맛있는 고급 어종이야. 우리 이것 회해서 한잔 더하자고.”

“그럼 값이 엄청 나갈 텐데요.”

“그래도 먹자. 일단 맛을 보자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잖아.”

신 팀장은 상준의 말에 장어를 받아 회를 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장어 간을 찾아보면 작은 원석이 있을 거야. 그건 잘 챙겨놔.”

“여기도 원석이?”

상준은 다시 낚시를 바다에 던져 넣었다.

“다 됐습니다. 대표님.”

그들은 잡아 올린 갈장어를 안주로 하여 연거푸 술을 마셨다. 그때였다. 상준의 휴대폰이 밤 공기를 가르며 울리기 시작했다.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상준은 전화를 받지 않고 술을 마시면서 희진을 보며 한마디 하였다.

“넌 술 너무 하지마.”

“전 많이 안했어요.”

“여자애가 술 너무하면 안돼.”

“오빠! 그 말씀 성차별인 것 아세요?”

“넌 임마. 여자이기 이전에 내 동생이야. 그래서 하는 말이야.”

잠시 끊어졌던 전화가 다시 요란하게 우렸다.

“누구세요?”

“민수.”

“내 친구 민수?”

상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고치며

“민수야. 무슨 일 있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상준아, 주현이 떠났어.”

“뭐? 너 휴가 때 만나보라 했잖아.”

“만나려 했지. 싫대. 기집애. 헤어지제. 새로 애인 생겼데... 엉엉” 술을 마셨는지 전화기에 들려오는 민수의 목소리는 울음과 고통의 혼합된 덩어리였다.

“시발! 무슨 계집애들이 모두 그 모양이야?”

“상준아, 나 어떡하면 좋아.”

“시발, 걱정하지마. 내 동생 꼬셔서 너 만나라 할게.”

“몰라 세끼야. 너가 동생이 어디 있어.”

“내 동생 요기 있잖아. 희진이 말이야. 너 지난번에 보고 예뻐 죽겠다며. 잊어버려. 그 기집에 생김 것도 영 아니더라.”

“너 내 친구 맞아? 너도 술 먹었제?. 나 끊는다.”

상진은 정신을 수습하고 희진과 신 팀장을 처다 보니 멀뚱하게 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겸연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여

“낚시 안하고 뭐하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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