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괴 생명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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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용만은 낚시를 하다 갑자기 바다에서 물결이 일어나며 두 개의 물체가 요트를 향해 접근하자 깜짝놀랐다.
잽싸게 랜턴을 들고 물체를 향해 비춰보니 파도의 울렁임에 리듬을 맞춰 물개와 비슷한 생명체가 물에 잠겼다 떠올랐다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등줄기엔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으나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하였다.
즉시 선실로 뛰어들어가 야전삽을 꺼내들고 랜턴을 비추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불빛을 받은 괴 생명체가 손을 번쩍드는 것이었다.
“흐흑.”
‘속았구나.’
순간 신 팀장은 장난기가 발동하여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으아악.”
상준과 희진은 요트에 올라보니 신 팀장이 엎드려 기절해 있었다.
“신 팀장님!” 희진이 달려가 신 팀장을 흔들며 기겁을 하였다.
“우리가 갑자기 나타나 기절 하셨나 봐요.”
“그래? 그럼 시체를 치워야지.”
“오빠?”
“그럼 어떡해. 시체를 요트에 그냥 둘순 없잖아.”
상준은 신 팀장을 번쩍 들어 바다로 던져버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오빠.” 울상이 된 희진이 정신없이 상준을 쳐다보는데 던져진 시체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올랐다.
“오빠? 어떻게 해요”
그제야 신 팀장 숨이 가뿐지 수영을 하며 요트에 기어올랐다.
“팀장님. 오빠, 나만 속았나?”
희진은 놀랐던 가슴을 진정하고 팀장과 상준을 번갈아 때리면서 깔깔 웃었다.
“오빠는 팀장님이 일부러 장난 한 걸 어떻게 아셨어요?”
“신 팀장도 사나이야. 그 깐 걸 가지고 기절까지 하겠어. 좀 놀랐겠지.?”
자신의 장난에 최 주무가 속은 걸 알고 난 신 팀장은 껄껄 웃으며 손바닥을 펴 하이파이브를 청하였다. 상준도 그에 응해주며 크게 웃었다.
“왜 그곳에 자지 않고 바로 왔어요? 전 두 분이 그곳에서 밤을 지낼 줄 알았는데.”
“그래서 신 팀장은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고?”
“뭐. 그보다.”
“팀장님 정말이세요? 일부러 비켜준 게?”
“뭐. 그렇다고 하기엔.”
“이제 보니 신 팀장님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내가?”
“그렇잖아요. 남자들은 좀 엉큼한 데가 있어. 오빠만 빼고...헤헤”
“고기는?”
“몇 마리 잡긴 했어도 별 것이 없네요.”
상준은 고기 그물을 건져 올려 확인해 보았다. 늘 잡던 고기들이지만 제법 들어있었다.
“많이 잡았네.”
“참, 오빠 국민연금 나왔던데요?”
“그래? 매달 나와. 결재 올려. 그리고 너희들도 곧 나올 거야. 소득이 생기니까 귀신같이 알고 날아오더라고.”
“저희 국민연금 말이죠?”
“응. 자기 소득에 맞춰 연금 불입액을 선택하면 돼. 그런데 기본 만 내면 제일 효율성은 높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혜택이 적지 않을까?”
“우리 업체는 아직 4대 보험 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복지 차원에서 너희들 국민연금과 지역 의료비는 우리 업체에서 부담하도록 하지.... 그 분야에는 사실 나도 잘 몰라. 희진이 너가 한번 알아봐.”
“고맙습니다. 대표님.”
“우리 업체가 앞으로 좀 더 성장하면 4대 보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신 팀장은 연 대표의 배려에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상준은 낚시를 던져두고 안락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고 희진은 선실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신 팀장만 낚시에 빠져 밤을 지새웠다.
연 대표와 최 주무가 잠에서 깼을 땐 오전 10시 경이었다. 신 팀장은 두 사람이 잠에서 깨자 미리 준비해 둔 아침을 차려 내어놓았다. 어제 저녁 무렵 상준과 희진이 딴 배말과 거북손을 넣고 끓여 부추를 썰어 넣은 배말국이었다.
“우리 이러다 체중 좀 늘겠어요.”
“괜찮아, 우린. 우리가 하는 일이 노는 것 같이 보여도 사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거든.”
“그건 그렇지만.”
“걱정되면 희진이도 운동을 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희진은 자신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아쥐면서 약간의 염려를 하는 것처럼
“그럼 오빠 뛸 때 같이 뛰면 안되겠어요?”
“그야 본인 마음이지.”
“그럼 오빠 운동 하실 때 종종 같이 뛰어야지. 팀장님은 운동 안 해요?”
“나야 운동 안해도 돼. 아무리 먹어도 살로 안가니.”
“좋겠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할까요?”
“식사하고 고기 좀더 잡다가 오후 세시 경 돌아가지 뭐. 혹시 누가 바쁜 일 있어?”
희진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대표님 전 이번 주말에 여수 좀 다녀와야겠어요.”
“집에 가려고?”
“예. 첫 봉급도 받고 했으니 부모님께 드릴 선물도 사고.”
“그렇게 해. 부모님 좋아하시겠다.”
결국 그들은 세시가 가까워 오자 중산으로 출발하였다. 중산 신항에 들어올 때는 저녁 일곱시가 지나서였다.
항구에 가까워 질 때 상준은 [주식회사 블랙월드] 서동삭 과장에거 연락을 하여 황금 거북알에 대해 문의를 하였다.
“언제 해외 원정 다녀왔어요?”
서동삭 과장은 이외라는 듯이 엉뚱한 말을 하였다.
“그럼 국내에서는 잡히지 않는 것입니까?”
“네, 우리 해안에서 잡았단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워낙 그 거북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된다 하더라도 황금알을 꼭 품고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저가 알기로는 메크로네시아 제도의 어느 섬에서 몇 개 발견된 기록은 있습니다만.”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습니까?”
“그야 알아봐야죠. 찾기만 하면 대박 터질 텐데.”
상준은 잠시 망설이다
“황금알의 가격과 수요에 대해 아시는 대로 연락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만약 연 프로님께서 소지하고 계시면 반드시 우리 회사에 넘겨주시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값을 잘 모른데요?” 듣고 있던 희진이도 가치가 어떤지 매우 궁금한지 귀를 열고 물었다.
“사례가 많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요트를 정박해 두고 요트에 실었던 각종 남은 음식들과 불필요한 장비를 꺼내 사무실로 옮겨둔 뒤 희진의 의견으로 피자집으로 향했다.
2박 3일의 낚시를 다녀왔건만 해수욕장이 붐비는 건 여전하였다.
사람들의 움직임 뒤에 항상 따라붙는 것이 음식인 것 같다. 여행을 하던, 낚시를 하던, 가장 큰 준비는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만약 사람들이 먹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무슨 재미가 있을까?
주말을 맞아 신 팀장은 고향으로 떠났고 스킨스쿠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으나 별로 얻은 자료는 충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본 장비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데다 이름과 기능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혹시나 희진이가 좀 알까하고 전화를 했지만 역시 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배울까하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방문해 봐도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단지 간단한 체험코스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고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되면 체험부터 해 보고 점차 지식을 쌓아야 하겠다는 결심만 굳혔다.
‘스킨스쿠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다음 주 계획은 서해안 괴물 물고기의 탐색과 체험 계획을 세워보고 괴물고기에 대해 여러 자료와 뉴스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나가려는데 희진이가 상준을 찾았다.
“너 피곤하지 않아?”
“좀 그렇긴 해도 하루 종일 방에서 빈둥거렸더니 갑갑해서요.”
“나, 조금 있다 운동 나갈 거야.”
“그럼 저도 같이 갈래요.”
상준은 옷을 갈아입고 부두로 나갔다. 부도에선 지역 어민과 외부에서 온 보트주인 같은 사람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항구에 보트 정박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는 것 같았다. 상준의 입장에선 누구 편을 들지도 못하고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트 주인이 상준의 요트를 가리키며 ‘저 요트도 정박하고 있지 않으냐’며 항의 하면서 조금도지지 않으려 하였다. 사실 보트나 요트나 어민들의 입장에선 별로 탐탁하지 못할 것이다. 수시로 항구에서 충돌 위험을 제공하고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는가하면 양식장등에 피해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상준은 곧 새집 공사가 끝나는 대로 정원에서 솔밭사이 오솔길로 연결하고 해안 절벽 아래에 간단한 시설을 하여 요트를 정박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곧 공사를 할 계획이었다. 이제는 더는 미루지 않고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허나 그 곳은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심할 때는 피해의 우려가 매우 높은 곳이어서 그때마다 일일이 요트를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상준은 마을 앞 해안로를 따라 한창 진행 중인 사무실 건축현장과 주택 조경을 하는 곳으로 뛰어 올라가 동네 뒷길 차도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희진은 곧잘 따라오다 경사길로 접어들자 더 이상 뛰지 못하고 걷기 시작했다. 부득이 희진의 보조에 맞춰 걸으면서 신축중인 빌라 공사 현장까지 한바퀴 돌았다.
다시 해안로에 들어선 희진은 온통 땀이 범벅이 된 상태로 물로 들어갔다. 상준은 희진의 뒤를 따라 해안 바위에 앉아 얼굴과 손발을 씻었다.
“오빠 들어와요.”
“옷이 젖으면 어떻게 가려고 그래?”
“조금 있으면 어두워 질 텐데. 그때 뛰면 문제 될게 없잖아요.”
‘가스나, 저러고 있을 땐 좀 똑똑하단 말이야’
결국상준도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 시원함은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날이 어둑해지자 물에서 나와 집에까지 뛰었다.
상준은 자기 숙소에 들어가고 희진은 사무실 쪽으로 달려가면서
“집에 가서 씻고 난 후 오빠 방에 갈 거야.”
상준이 샤워를 한 후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수족관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희진이 나타났다.
수진을 보자 상준은 마당가 고목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상준의 입장에선 주말이 되어도 갈 곳이 없는 희진이가 갑갑한 심정으로 자기 주변에 맴도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이제 희진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너 주말에 집에 만 있으니 좀 갑갑하지?”
“왜, 그렇게 보여요?”
“뭐, 그런 것 같진 않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아서.”
“아뇨, 전 오래 전부터 혼자 살아 왔거든요. 그게 일상이에요. 차라리 요즘이 더 좋지. 오빠도 있고.”
“그래?”
“왜, 오빠 귀찮아요?”
“아, 아냐.”
상준은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서둘러 부정하였다.
‘가스네, 눈치는 있어가지고.’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하던데?”
“아냐. 아니라니까.”
“사실 그럴 때도 있어요. 그나마 늘 사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빠를 따라 낚시도 나가고 수영도 하고 하니까 힐링이 되잖아요. 그래서 그리 갑갑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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