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황금 거북알(2)
* * *
희진의 대형 능성어 성공은 곧 신 팀장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아예 카메라를 내려놓고 낚시에 도전하는 승부욕에 불을 붙였다.
“도전! 신용만.”
신 팀장이 미끼를 달고 도전을 외치며 낚싯대를 던져 넣자 희진도 지지 않으려 채비를 다시 하여 낚싯대를 던졌다.
경쟁하듯 지지 않으려는 둘의 모습을 보니 상준 역시 재미도 있거니와 의욕도 생겨 루어를 달아 집어 던졌다.
한 동안 모두의 낚시에는 소식이 없었다.
“배 안고파?”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난후 무늬 오징어를 건져 맛있게 먹었으나 자정이 넘어서자 배가 출출하고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
“무늬 오징어회 좀 더 만들까요?”
열의에 찾던 신 팀장도 물고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자 침체된 어투로 상준을 보며 물었다.
“문어다리 숙회 어때?”
“좋죠. 다리 하나면 먹고 남겠네요.”
신 팀장은 가스랜지에 불을 켜고 작은 다리를 골라 가볍게 데쳐 숙회를 만들었다.
참기름 소금장과 잘 설은 문어다리 숙회를 뱃전에 내어 놓았다.
담배를 꺼내 피우려다 다시 호주머니에 넣은 상준은 손으로 숙회 한 점을 소금장에 넣어 씹어 보았다.
“와. 죽인다.”
“최 주무와 신 팀장도 숙회를 먹으면서 탄성을 발휘하였다.
쫄깃쫄깃하면서 입안의 식감이 죽여주었다. 대왕문어 살이 이렇게 부드러울 줄은 생각을 못했다.
담배를 입에 문 상준은 던져둔 낚시를 바라보며 혹시도 있을 섬광의 물체를 찾아 이쪽저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후우”
내뿜는 담배연기는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멀어져 간다.
“오빠, 좀 더 드세요.”
“아냐, 난 많이 먹었어.”
“진짜 맛있어요. 문어 숙회를 여러 번 먹어 봤지만 오늘 밤이 최고예요.”
“그렇지? 나도 그랬어.”
대답을 하며 신 팀장을 돌아보니 신 팀장 역시 미식가처럼 미각을 살려가며 맛을 음미하며 먹고 있었다.
“신 팀장도 좀 먹을 줄 아네.”
“대표님, 저 이래 봐도 미식가예요.”
“하하 미식가? 좋지 미식가.”
그러는 사이 상진은 붉바리 한 마리를 건져 올렸고 신 팀장도 연달아 우럭과 쏨뱅이를 잡아 올렸다.
그때 상준의 눈에 다시 솥뚜껑만한 괴물체가 물위에 떠올랐다. 상준은 낚싯대를 거두어 재빨리 그놈 앞에 던져 넣었다.
그러나 그놈은 꼼작도 하지 않고 다시 천천히 동굴섬으로 유영을 하고 있었다.
‘야, 쌍! 너 어디 가냐. 물지 않고?’
상준은 본능적으로 중얼거리며 그놈을 향해 눈빛을 쏘았다.
“흐윽, 들었나?”
“대표님 뭐라 하셨습니까?” 신 팀장은 연대표가 자기보고 하는 말로 오해하여 대답하지 못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놈도 상준의 말을 정말 들었는지 방향을 돌려 요트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상준은 낚싯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그놈의 동태를 유심히 살폈다.
그놈은 서서히 요트로 접근하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야, 물어. 어딜 가?’
상준은 다시 줄을 당겼다 풀어주었다.
“물었다.”
손에 오는 느낌이 묵직하였다.
‘해초가 걸렸나?’
무게만 묵직할 뿐 반항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통상 이럴 땐 보통 수초더미가 걸려 올라오거나 폐 비닐봉투 내지 통발이나 거물 같은 것이 걸렸을 때 느껴지는 그런 손맛이었다.
낚싯대만 휘어질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끔은 지구가 걸리기도 한다.
‘놓쳤나?’
“오빠, 걸렸네요.”
신 팀장과 희진이 교대로 바쁘게 물었으나 대답할 수가 없었다.
“뭐야. 이것.”
“거북 아니에요? 대형거북?”
상준과 팀장은 있는 힘을 다해 엄청난 크기의 거북을 뱃전에 끌어 올렸다.
“이건 놓아 주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그러나 상준은 거북을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그놈의 정체는 괴물어종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놈은 푸른 섬광을 발산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조금 전 그들이 찾은 동굴의 모양도 거북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았나?
그렇다고 쉽게 해체 할 수도 없었다. 결국 거북을 선실 바닥에 놓아두고 문을 닫아 버렸다. 날이 밝은 뒤에 자세히 살펴본 뒤 방생을 하드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밤이 새도록 그들의 낚시는 계속되었으나 쏨뱅이 몇 마리, 우럭 몇 마리를 추가하였을 뿐 특이한 조황은 얻을 수가 없었다.
어느 듯 달은 지고 새벽이 뿌옇게 밝아오자 상준은 낚싯대를 거둔 뒤 섬 그늘이 드리워진 동굴 입구로 키를 돌렸다.
섬 그늘에 들어서자 뜨거운 햇살은 피할 수 있었고 희진은 지쳤는지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신 팀장도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코까지 곤다.
상준은 손질한 쏨뱅이를 잘라 냄비에 넣은 후 양파와 무를 넣고 한참을 끓여 일단 맑은 쏨뱅이 지리를 완성하였다.
그 다음 불을 낮춰두고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쏨뱅이 뼈를 모두 골라내었다. 그리고 다시 라면사리를 넣어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간을 맞췄다. 다시 7분 동안 불을 올렸다.
“보글보글” 김이 솔솔 올라오자 일단 냄새가 미치게 한다.
‘으응, 이 냄새.’
“아침 먹자. 쏨뱅이 라면.”
순간 상준은 간밤에 넣어둔 거북이 생각나 다시 선실로 뛰어들었다. 이리 저리 살펴보니 소파 뒤에서 눈을 껌벅이며 묘한 자세로 용을 쓰고 있는 거북을 발견했다.
아울러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목격되었다.
“대표님 오세요.”
라면을 퍼 그릇에 담아두고 기다리던 팀장이 선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대표의 손에 골프공 크기의 알 두개를 들고 있었다.
한 개는 힌색, 한 개는 황금색이었다.
“거북 알이에요?”
“그렇긴 한데 이것 만져봐.”
그것은 단순한 거북 알이 아니었다.
“이게 뭐죠?”
“이 거북은 그냥 거북이 아니야. 괴물 거북이 틀림없어.”
신 팀장은 알을 받아 만져보았다.
[황금 거북알]. 적어도 한 개는 황금 알이었다.
상준은 요트를 몰아 동굴섬에서 멀찌막이 떨어져 섬의 모양을 관찰하였다.
“저 동굴섬의 모양이 어때?”
“거북 모양이 맞아요. 겉은 비록 나무와 풀이 돋아나 있으나 거북 모양이 틀림없어요.”
“그렇지? 저 섬은 거대한 거북의 화석인 것 같아. 동굴은 거북의 살과 내장이 있던 곳이고, 살과 내장은 모두 썩어 없어졌지만 딱딱한 껍질은 화석이 된 것 같아.”
“그런 것 같애요. 맞아요.”
그들은 솜뱅이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동굴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리 저리 살펴보던 상준은 희진을 불렀다.
“희진아.”
“예, 오빠”
“어제 올 때 호미 가져왔지?”
“네, 가져 왔어요.”
“저기 저 자갈밭 한번 파봐. 과연 무엇이 나올지.”
희진은 상준의 지시대로 요트에서 내려 동굴안에 펼쳐진 자갈밭을 뒤졌다. 잠시 후 희진은 소리를 질렀다.
“오빠 여기.”
“뭣이 있어?”
“거북 새끼가 부화했어요. 살아있어요.”
“그것뿐이야?” 희진은 자갈밭에서 조개를 캐듯이 침착하게 몽돌과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 했다. 잠시 후 희진은 갓 부화한 거북 새끼와 부화하지 않은 알을 발견하고 상준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오빠 황금색 알도 있어요.”
“그렇지, 황금색 알은 모두 챙겨.”
희진은 몽돌을 뒤지고 모래를 파헤쳐 20여개의 황금알을 찾았다.
“다 뒤졌어?”
“이제 없는 것 같아요.”
상준은 선실에 있던 거북을 몰아 바다에 넣어주고 힌색알은 희진에게 건네주며 모래 속에 묻어두라 일러 주었다. 신 팀장도 연신 카메라를 들고 모래 속에 묻혀있는 거북알과 황금알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가끔씩 부화하여 꼬물거리는 거북의 새끼를 촬영하였다.
“자 모두 타라.”
“어떻게 된 거예요.”
“처음 우리가 본 움직이는 바위랑, 두 번째 잡은 거북은 분명 괴물거북임에 틀림이 없어. 바다 어디에선가 살다 산란철이 되어 저 거북동굴로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것 같애.”
“대표님!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신 팀장 또한 희진과 마찬가지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운이 좋은 거지. 어제 밤에 잡은 거북을 바로 놓아주지 않고 선실에서 하루 밤을 재웠더니 선실 안에서 산란을 했더라고. 만약 나에게 잡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조금 전 모래밭에 가서 산란을 했겠죠?”
“바로 그거야. 거북이 산란 할 때 어쩌다 하나씩 황금알을 낳는 거고.”
“신기해요.”
“결국 거북 동굴은 괴물거북의 산란처라 할 수 있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동굴 모래속에 알을 낳기 위해 찾아오겠지... 특히 이번 여름 같이 폭염이 심할 때는.”
“이 거북섬과 동굴의 내력은 1급 비밀이다. 기온 만 맞으면 또 언제 거북이 나타날지 모르니.”
“섬의 위치는 이미 알려졌을 텐데요?”
“그건 그렇지만 거북알의 비밀은 아무도 모를 걸.”
기온이 너무 높아 부득이 낚시는 섬 그늘을 이동하며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요트에도 수족관 설치가 필요할 것 같다. 확실히 밤보다 낮에 하는 낚시가 조과가 떨어졌다. 낚싯대는 비록 물에 던져두었으나 기대를 하지 않고 여가만 즐긴다. 다도해 지방은 언제 보아도 물이 맑고 깨끗하다.
신 팀장과 최 주무는 수시로 물에 뛰어들면서 무료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는 모습을 지켜보는 상준은 그들의 주위를 알게 모르게 감시하고 있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밥을 하느라 들락거린다. 이번에도 희진은 책을 챙겨와 틈나는 대로 독서를 하여 이를 지켜보는 상준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쏨뱅이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모두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희진은 몰래 상준에게 접근하여 머리를 눌러 물을 먹이려 장난을 걸거나, 등에 업히기도 하고, 목에 매달려 물장난도 친다. 친동생 이상으로 짓궂게 굴었다. 상준도 희진을 물속으로 밀어 넣고, 뒤집기를 시도하여 욕도 보이고, 물속으로 끌어당겨 숨이 막히도록 잡아 두기도 하였다.
“캑캑캑.”
희진의 장난은 끝이 없었다.
그만큼 상준이 만만한 것 같다. 신 팀장은 좀처럼 대표와의 벽을 허물지 않도록 모든 예를 갖추어 대하는 것 같았다.
간혹 연대표가 벽을 허무는 농담을 하여도 정색을 하며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하였다.
그런 신 팀장이 때로는 더욱 믿음을 주었다. 신 팀장 부모님은 중등학교 부부교사라고 했다. 가정의 환경 탓인지 요즘 사람 같지 않은 보수적 기질이 강한 것 같았다. 모든 행동에도 솔선수범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
그런 신 팀장을 볼 때마다 저런 남동생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서면서 때때로 신 팀장이 동생 같다는 마음이 종종 들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