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낚시꾼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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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휴가의 절정을 치닫고 있는 7월말.
올해 따라 전국 대부분이 비가 오지 않아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벌써 가뭄으로 시달리는가 보다. 벌써 매스컴에서는 계속되는 고온과 가뭄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전력 소비량에 대한 기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산에서도 며칠 전 밤 잠깐 비가 오는 것 같았으나 흡족할 만큼 충족되진 못했다.
소현이 어머님께서 상치와 가지, 풋고추와 부추 등의 다양한 채소를 가지고 오셔서 날씨 때문에 텃밭의 채소가 가뭄을 타서 말라 죽는다고 하소연 하시면서도 맛을 보라며 가져다 주셨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줘도 모두 타죽어 가.”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손에는 잘 키운 채소들이 수북하였다.
“아주머니 드시지 그랬어요?”
“그래도 나눠 먹어야지. 어쨌든 무공해 채소니까 몸에는 좋을 거야.”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상준은 희진을 불러 채소를 전해주자 희진은 무척 좋아하였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라 그만 큼 믿음이 가나 보다.
“오빠, 점심 드시러 올라오세요.”
“오이 냉채와 부추 전 해둘게요.”
“응, 시간 맞춰 올라갈게.”
점심시간에 맞추어 해변 식육점에서 삼겹살을 좀 끊어 봉투에 담아 사무실에 올라갔다.
“삼겹살을 받아든 희진은 프라이팬에 구워 상치와 쌈장을 식탁에 올렸다. 혼식할 때 보다 가끔 올라와 함께하는 식사는 별미처럼 느껴졌다. 햇살은 피부를 파고들 것 같이 따갑고 무더웠다.
저녁이 어스름할 때 해안 한 바퀴를 뛰고 나서 방파제로 나가 등대 아래로 뛰어들었다. 이곳은 언제나 물이 맑고 시원하여 상준이 즐기는 풀장 같은 곳이었다.
방파제로 나갈 때만 해도 별로 많지 않던 동네 주민들이 한참동안 수영으로 몸을 식히고 돌아올 땐 열대야를 피해 나온 많은 동네 주민들이 방파제에 자리를 깔고 야식을 즐기며 앉아 있었다.
“더우시죠?”
“말도 마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었더니 머리가 아파 안 되겠어. 그래도 여기가 최고야.”
방파제를 둘러보며 동네 아저씨가 앉으라고 하신다.
상준은 마지못해 자리에 않자 소주잔을 내밀면서 술을 권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아주머니가 함께하는 자리였다.
“사귀는 사람 있어요?”
“예?”
“나 좋은 사람 하나 알고 있는데 중매서 주려고.”
“이이는? 이런 총각이 사귀는 사람 없겠어요?”
부인은 남편을 보면서도 상준의 반응을 살피는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는 상준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수없이 들은 이야기였다. 아직도 완전하게 도시화가 안 된 이런 곳에는 옛날 인심이 많이 남은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란 상준은 이런 문화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 땐 자신이 어려서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마을회관에 오시는 할아버지들도 그렇고, 횟집 사장님도 그렇고, 동네 낚시하는 형들도 그렇다. 어찌 그들뿐이겠는가?
주인집 아주머니, 상미를 포함한 상미 부모님 등. 심지어 마트, 식육점, 노래방 사장님들 까지.
참 자신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자긍심도 생겨난다.
“저는 아직 결혼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뭐, 스물 일곱이면 장가갈 나이가 됐지. 애인은 없고?
“예.”
“요즘 처녀, 총각. 결혼 빨리 안해요.”
상준의 대답을 들은 아주머니는 상준의 편을 드는 것처럼 하면서 다시 상준의 술을 더 채워주었다.
“통닭도 들어요”
상준은 안주삼아 전통통닭 한 조각을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먹었습니다.”
해수욕장에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해수욕장에는 잘 가지 않는 것 같다. 지역 상인과 해수욕장부흥회 관계자들 외에는....
차라리 해수욕장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바다를 찾지만. 그 점이 상준은 매우 궁금하였다.
그 때 방파제 테트라포드 넘어 푸른 섬광이 물속에서 어른거린다.
‘혹시 상어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 크기와 길이로 봐서 상어는 아닌 것 같았다. 일단 마음이 놓여 빠른 걸음으로 요트로 가서 낚싯대와 고기통을 들고 나왔으나 마땅한 미끼가 없었다. 루어를 달아볼까 잠시 망설이다 조금 전에 먹었던 닭고기가 생각나 한 조각을 얻었다.
“물고기 미끼로 닭고기도 쓰나요?”
“그냥 한 번 사용해 보게요.”
상준은 닭고기 살을 조금 떼어내어 낚시 바늘에 꿰어 바다로 던졌다. 이때 느끼는 것이 상준의 딜레마다. 괴물고기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유인해야 할지를.... 그러나 섬광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전과 다름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는...
‘이왕 왔으면 물어나 봐라’
아이의 아버지도 상준의 낚시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괴물고기 프로 낚시꾼은 어떻게 물고기를 잡아 올리나 하고....
구경을 해 봤지만 프로라고 해서 별반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았다.
“아빠!”
“응?”
“뭐해?”
자리에 앉아있던 꼬마가 아빠가 자리로 돌아가지 않자 궁금했는지 아빠에게 묻는다.
“잠깐만.”
그때 마침 낚싯대가 흔들이다 무늬오징어를 잡아 올라왔다.
“이것 드세요.”
상준은 오징어의 먹물을 뽑아낸 뒤 아이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 후 한참동안 소식이 없자 테트라포드에 낚싯대를 걸쳐두고 두 손으로 눈을 비벼 만지고 난 후 바다를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쭉 펼쳤다. 바로 그 순간, 상준의 낚싯대가 다시 출렁거렸다.
‘왔다’
상준이 재빨리 낚싯대를 낚아채자 묵직한 진동이 손으로 전해왔다.
“또 물었어요?”
“이번엔 제대로 문 것 같습니다.”
물고기는 요동쳤다. 길이가 무려 60Cm정도 되는 제법 큰 참돔이었다.
“참돔이네.”
“네.”
“여기에도 이런 참돔이 나오나? 그런데 색깔이 좀 다르네. 붉은색이 아니고 누런색이네”
아이들과 아주머니. 그리고 방파제에 나와 있던 많은 주민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예, 이놈이 바로 황금가죽 참돔이란 놈입니다.”
“황금가죽 참돔?”
“예, 은색 원뿔 두 개와 가죽처럼 질긴 황금색 껍질이 독특합니다.”
“그러네요. 그럼 이것이 괴물 참돔?”
모두 낚아 올린 참돔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하였다.
“진짜로 뿔이 달렸네. 두 개나. 그리고 껍질이 가죽 같아.”
“그러니 황금가죽이라 하지.”
“고기 맛도 일품이라며?”
상준은 빙그레 웃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기통에 물을 받아 소중하게 담고는 방파제를 떠났다.
그 후 한동안 중산 일대에서는 닭고기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는 후문도 있고 통닭집과 치킨 집은 대박을 쳤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상준은 원뿔을 뽑아 보관하고 껍질을 벗겨 잘 말려둔 뒤에 희진을 불러 고급 고기이니 냉동 보관을 잘하라고 일러두었다.
무인도에 다녀온 후 희진은 상준의 방에 자주 들렀다.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상준이 집에 머물 때를 놓치지 않고 군것질 할 것들을 준비해서 방문을 두드리곤 하는 것이었다.
TV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낚시에 대해 묻기도 하였다. 신 팀장은 말은 안했으나 두 사람의 관계가 썸 타는 사이로 발전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며칠 후 자정 무렵 한적한 시간대에 진호해수욕장 한쪽 가장자리에 큰 텐트가 들어섰고 그 앞에는 [뉴 해양 컴퍼니] 직원 하계휴양소 현수막이 걸렸다. 그리고 현수막 아래쪽에 날자와 기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특별히 해수욕장부흥회에 부탁을 하여 해수욕장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한적한 가장자리에 자리를 얻어 휴양소를 설치하게 되었다.
해수욕장 진흥회에서는 특별히 관리위원이 순회도 자주해 주고 주변 청소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쓰겠다며 부탁도 하지 않는 배려를 약속하였다.
다음 날 아침부터 직원 휴양소가 개소한다는 의미가 된다. 현수막 내용대로 모든 직원이 편히 쉬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거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이라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님은 그냥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모두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것은 신 팀장이 상준에게 한 보고 겸 통고였다.
천막 안쪽은 햇빛 가름막이 설치되어 있고, 가름막 안에는 작은 싱크대와 수도를 연결하고, 인근 가게에서 전기도 당겨왔다. 대형 선풍기도 두 대를 설치하였으며 탈의실과 샤워실도 설치하였다. 모두가 희진의 계획에 의해 설치된 것이었다. 기본적인 음식과 필요한 도구들은 아침에 가져가기로 신 팀장과 약속하였다.
“내일 일찍 휴양소로 바로 오세요.”
희진의 말을 듣고 개장 첫날 아침 아홉시 경에 몇 벌의 옷과 담배와 휴대폰만 챙겨 휴양소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에 한 업체에서 의자 16개와 탁자 4개를 가져와서 진열해 주었고 조금 있으니 음료수와 소주와 맥주가 담긴 아이스박스를 배달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과일들이 담긴 박스도 배달되었다. 들어오는 쪽쪽 접수해 두고 대충의 위치를 잡아 진열해 두었다.
상준은 담배를 꺼내 한 모금 피우려다 금연지역이 아닐까 해서 해수욕장을 벗어나 갯바위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는데 그제야 신 팀장과 최 주무가 무겁게 가방을 들고 휴양소에 나타났다.
“일찍 오셨네요. 대표님.”
“뭐가 그리 많아?”
“먹고 살아야죠. 이것저것 좀 샀어요.”
희진이 주는 음료수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햇볕은 너무나 뜨겁고 모래가 벌써 발바닥이 따끈따끈 할 정도로 몹시 뜨거웠다. 조금 있으니 신 팀장과 최 주무는 해수욕복을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버렸고 상준은 혼자 선풍기 앞에 드러누워 버렸다.
날씨가 무더웠으나 대형선풍기를 틀어두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그런대로 아직은 견딜만 하였다. 밖을 내다보니 해수욕장 중심에는 제법 많은 인파가붐비고 있었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 한낮에는 대부분 물놀이 자체를 피하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제법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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