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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37화 (37/225)

〈 37화 〉 낚시꾼의 하루(1)

* * *

상준은 자본금이 늘어나고 방송관련 수입도 증가함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을 서서히 세우면서 개인사업자 등록증이 나오자 직원의 명함을 만들어 제공하도록 하고 본인도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상호명을 [뉴 해양 컴퍼니] 로 정한 후 점차적으로 개인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사회적 기업 설립을 고려하다 시기상조인 것 같아 그것은 차후에 고민하기로 하였다. 개인사업자 등록 절차에서는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 없었고 사업장의 소재지를 일단 지정하고 상호를 정해 기록하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짓고 있는 집을 사업장 주소지로 설정하였다.

비용도 별도 들어가는 것이 없고 세무서에 가서 신청을 하였더니 해당업무 담당자가 등록증을 만들어 주었다. 그 외에 특별한 조건도 없었으며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아주 작은 계획의 일부였다. 상준의 목표는 장차에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확장하고 인수, 합병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택일은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사무실 건물은 아직 멀었다. 건물의 준공에 맞추어 조경사업도 병행하여 추진되고 있었다. 주택과 건물이 빌딩처럼 올라가니 동네에서 보기에도 새로운 명소처럼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더구나 해안 쪽으로 소나무 숲이 연결되어 있었다. 해안은 화암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상준은 회사의 휴업에 맞추어 어머니를 함께 휴양지에 모시려고 노력했으나 끝까지 사양을 하셨다.

“난 니 애미니 상관없지만 직원들은 어디 그래?”

결국 어머니는 사무실이 완성된 후 준공식을 할 때 오신다고 하셨다. 날씨가 덥고 햇볕이 뜨거워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도 하셨다.

동생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어도 전화로 여쭙기는 곤란할 것 같아 며칠을 고민하다 할 수 없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어머니 마음에 또다시 상처를 줄까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상미 말인데요?”

“뭐, 상미? 왜 너 평소 안하던 상미애긴 하고 그라냐? 마! 그 얘긴 듣기 싫다.”

“네, 그럼 나중에 여쭐게요.”

“나중에는 무슨 나중에고, 니는 밥은 잘 묵고 다니나?”

“예, 걱정 마세요.”

“그라머 끊자. 요금 마이 나온다.”

상준은 상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좀 더 진지하게 여쭈려 했던 것이 염려했던 것처럼 빗나가고 말았다.

‘중산으로 오시면 직접 말을 하려 했는데. 내가 실수했나?’

무인도에 다녀 온 뒤로 상준의 마음 한 구석에는 희진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는 것을 자꾸 물어본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였고.

상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집이 들어서고 있는 솔밭아래 절벽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 갯바위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공사 진척 파악도 용이할 뿐 아니라 주변 갯바위를 잘 이용하면 요트 계류장도 가능할 것 같아서이다.

최근에는 잡히는 주종 어류는 뱅에돔과 무늬오징어이고 밤에는 주로 장어와 우럭이었다. 그러나 연안 낚시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였다. 잡은 고기는 좀 씨알이 좋은 놈을 제외하고는 희진과 신 팀장의 반찬으로 보내주고 주인집 아주머니와 소현이 어머니, 그리고 마을 회관에 돌아가며 넣어드렸다.

괴물고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해일이 일어난 날 유성우가 솟아진 지점이 분명 해수욕장 넘어 몇 Km 이내라고 생각되었지만 특이한 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는 희진이 결재를 올렸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무인도 생활]과 [프로헌터의 홍멸치와 개우럭 잡이] 를 다큐테인먼트로 제작한 기록물 영상이었다. 여기에는 신 팀장과 희진이가 모두 합세하여 주인공 상준을 주축으로 한 신선한 다큐였다. 상준은 그들의 능력에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과 예능을 작품으로 구성하고 실제 촬영한 영상을 코믹하게 배합하여 명작으로 재 탄생시켜 놓았기 때문이었다.

“둘 다 대단하다. 이건 히트 할게 분명한 것 같다.”

상준의 격려와 결재가 이루어져 즉시 인터넷 방송에 올려 보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홍멸치와 개우럭에 대한 영상도 희귀한 것이었지만 무인도 생활이 현실성이 있으면서도 너무나 신선했기 때문이었다.

상준은 집 앞 솔밭 절벽아래 낚시에 특별한 재미를 보지 못하자 해수욕장 좌측 바다, 아름답고 자그마한 섬 해자도에 가서 밤낚시를 해볼 결심이었다.

해자도는 일 년에 몇 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 진도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매력이 있는 곳이다. 원래 바닷길은 해와 달의 인력과 해류의 조화에 의해 생기는 이름 그대로 신비의 길이다.

상준의 이야기를 들은 신 팀장은 이때가 바로 기회로 생각했는지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섰다.

“집에 있으면 뭘 하겠어요.”

“저도 가고 싶어요.”

결국 희진이도 같이 따라 나섰다. 상준은 이들과 함께 아니, 전 직원이 참여한 해자도 밤낚시를 추진하였다. 해안에서 불과 200m 밖에 되지는 않지만 섬에 들어가려면 요트를 탈 방법 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해자도에 도착하여 해수욕장을 바라보니 온통 불빛으로 뒤덮여 있고 진호동 해안 일대도 제법 상가와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해안 안쪽 깊숙한 산골짜기 안에는 새로 올라가는 고층아파트가 풍광을 돋보이게 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진호강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해자도에는 제법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아마 주로 수영을 해서 들어온 사람들 같았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었고 가끔 커플들도 보였다. 시에서 설치한 야간 조명은 그런대로 야경을 돋보이게 해 준다.

섬을 한 바퀴 다 돌아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낚시 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해수욕장 앞바다는 사방 모래로 가득 차 있었고 해안 쪽으로는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았다. 곳곳에 작은 갯바위가 뜨문뜨문 솟아있다.

“해수욕장 까지 교랑을 건설하면.”

신 팀장이 해수욕장을 가르치며 한 마디 하였다.

“그럼 좋겠어요. 둘레길도 좋고.”

희진이도 거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얼마가지 않아 이 섬도 사람들의 몸살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낚시 할만한 포인트는 없네.”

“그럼 어쩌죠?” 신 팀장이 염려가 되는지 연대표를 쳐다보며 물었다.

“안되겠다.”

“그럼, 우리 요트타고 조금만 더 나가서 해봐요.”

희진의 말이다.

“또 요트 전기선 빼려고....큭큭.”

희진의 말을 듣는 순간 상준은 무인도 사건 생각이 나서 농담 섞인 소리로 한마디 하였다.

“헤헤헤, 오빠.”

희진의 반응을 들은 신 팀장이 내심 놀라며

“선은 뭐고 오빠는 뭐예요?”

“.....?”

“왜, 내가 신 팀장 보고도 형이라고 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건 아니죠.”

상준은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요트를 타고 중산 신항 방파제 뒤편으로 나가 선상 낚시를 하였다.

고기는 많이 올라오진 않아도 가끔씩 보리멸이랑 게르치, 노래미 등이 세 사람의 낚시에 교대로 걸려왔다.

카메라를 돌리던 신 팀장이 설치해둔 낚싯대를 잡아채면서

“이번엔 좀 크네.”

신 팀장이 손바닥 크기의 우럭 한 마리를 건져 올리자 희진도 덩달아 장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뭐 좀 먹을 것 없을까?”

“캔 맥주 있을 거예요. 지난번에 남은 것.”

“응.”

“드릴까요?”

희진이 선실에서 먹다 남은 캔 두개와 과자 몇 봉을 꺼내오자 신 팀장은 재빨리 잡어들을 골라 간단하게 장만하고 초고추장과 된장을 꺼내 왔다.

상준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괴물고기의 출현을 살펴보았으나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맥주 누가 마셔.”

상준은 맥주 캔 하나를 따면서 나머지 캔을 내어주자 신 팀장과 희진은 서로 양보하다 결국 신 팀장이 나눠 먹자며 종이컵을 가져왔다.

“이런 점이 요트가 좋네요.”

“....?”

“비상용으로 넣어두면 언제든지 먹을 수도 있고 사용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건 그러네.”

상준은 그들과 잔을 부딪치며 시원하게 한잔을 원샷하였다.

“딸랑 딸랑.”

“저것 누구 낚시야?”

희진이 달려갔으나 조그마한 망상어 한 마리가 걸려 올라오자 다시 바다로 던져 넣었다.

“희진이도 이제 낚시꾼 다 됐네.”

“그렇죠? 저도 이제 한 꾼 하다고요.”

희진의 말에 그들은 한바탕 웃고는 과자봉지를 뜯어 먹으며 다시 낚싯대에 집중하였다.

별다른 소식이 없다 상준은 희진을 돌아보며

“요즘은 악몽을 안 꾸나?”

“그 후로는 악몽은 줄었지만 어쩌면 어릴 적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악몽이 줄어든 건 잘된 일이네.”

“그런데 그동안 꿈들을 정리해 보면 뭔가 좀 잡힐 것 같아요. 어쩌면 그건 악몽이 아니라 어릴 때 기억일 수도 있으니까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다시 낚싯대에서 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우럭이다.”

그날 밤은 우럭과 장어를 포함하여 수족관에 넣을 몇 마리의 물고기와 반찬용 잡어를 좀 잡아 새벽이 되고서야 철수하였다.

돌아오면서 상준은 희진에게 어릴 때 기억이 모두 떠오르면 꼭 이야기 해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하였다.

새벽녘인데도 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아직도 물놀이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많았고, 상가와 가게 앞에는 의자를 내어놓고 밤새는 줄 모르고 떠들며 마시면서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사람이 사는 진솔한 모습일거라 [뉴 해양 컴퍼니] 직원들은 생각하는 듯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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