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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30화 (30/225)

〈 30화 〉 무인도 표류(1)

* * *

“이제 우리 낚시해요.”

희진은 낚싯대를 펴 바다에 던졌다.

상준은 희진에게 테일그럽 윔 사용을 권장했으며 자신은 새드윔을 사용해 보았다.

테일그럽윔 은 곤충의 유충을 본 따 만든 루어로 색깔이 다양하고 모양이 통통하며 말랑 말랑한 것이 특징이었다.

대신 새드윔은 물고기 모양을 흉내낸 것으로 다양한 낚시 채비에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해 보는 것이 지역 물고기가 선호하는 것을 쉽게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늘산 그랬듯이 그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였다.

주위를 살피며 혹시라도 있을 괴물의 섬광을 찾느라 전력하고 있었다.

오늘은 밑밥까지 뿌려두었다.

이왕 나온 것이니 희진의 욕구도 채워 줄 겸 고기를 잡아서 반찬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ㄷ었다.

얼마 후 드디어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첫술에 만족할 순 없다.

처음엔 게르치가 연거푸 잡히다가 먹을 만한 가자미도 걸려들었다.

자신의 낚시에도 같은 어종이 올라오더니 큼직한 벵에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야호!"

희진의 얼굴엔 함박꽃이피었다.

환호를 지르며 어쩔 줄을 모른다.

날이 어두워지자 전자 유동찌로 교체하여 일단 고정대에 낚시대를 꽂아두고 식사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제가 음식 솜씨 한번 내볼게요.”

“아냐, 내가 할게.”

“기다려 보세요.”

희진은 적극 자신이 하겠다고 고집을 한다.

준비해온 식 재료들을 이용하여 우럭 매운탕과 가자미 회 덮밥을 준비하였다.

이미 계획을 세워 준비해 온 재료들 같았다.

“냉장실에 넣어 두었어.”

“네, 벌써 봤어요.”

한참 후 탁자엔 각종 음식이 차려져 나왔고 수저를 놓으면서 그를 불렀다.

“대표님, 무슨 술 하실래요?”

“술? 캔 맥주 밖에 가져오지 않았는데?”

“제가 챙겨왔어요. 맥주? 소주? 막걸리? 원하시는 대로?”

술이 약한 상준은 막걸리를 선택한다.

"난 막걸리."

“횟감에는 소주가 제일 좋아요. 소독도 되고.”

결국 희진은 소주와 막걸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너 술 잘해?”

“요즘 아가씨들 다 잘해요.”

좀 한다는 소리 같다.

“그래도 체질에 맞아야지.”

희진은 막걸리를 부어 상진에게 건네준다.

“대표님은 잘하세요?”

“아니, 난 두 세잔.”

결국 그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소주와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난 후 선상 저녁 식사를 하게되었다.

“저도 한잔 더 주세요.”

희진은 술잔을 내밀며 연거푸 소주 몇 잔을 단번에 비운다.

“대표님도 소주 한잔하세요.”

희진은 상준에게 커다란 막걸리 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주고 다시 한 병을 더 꺼내 왔다.

자신과는 불과 몇 살 밖에 차이가나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세대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자라온 환경 탓도 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상준은 남은 술을 마저 비우고 갑판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바다를 지켜보았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5 ­ 60 m 정도의 먼 전방에서 작은 섬광이 비치는 것 같더니 금방 사라져 버린다.

'잘못 보았나?'

선실로 다시 들어가 희진이 먹고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도와주었다.

그의 가슴은 오늘도 설랜다.

괴물을 잡을 상상만 하게되면 저절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약간의 취기가 얼굴에 오른다.

요트에 불을 밝혀 혹시 있을지 모를 타 선박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수상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낮부터 불던 바람이 밤이 되면서 더 세게 불어온다.

“괜찮아?”

연거푸 마시는 것을 본 상진은 희진에게 물었다.

"이정도로는 괜찮아요."

희진 역기 약간의 취기가 있으나 끄떡 없다면서 다시 낚시에 몰입해 갔다.

바람이 점점 세어지자 요트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때 휴대폰에 신호가 온다.

바로 다슬이었다.

뽀로통한 모습을 보고 온지라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전화 목소리가 이외로 밝았다.

“선배, 저 다슬이에요."

"어, 다슬아."

"낚시는 잘 되세요?”

“그냥 잡어들이 좀 올라오네.”

괴물이 아미면 상준에게는 모두 잡어들이다.

"저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다슬은 같이 낚시를 하고 싶었다느니. 해수욕을 하길 기대하고 있었다느니 이런 저런 말로 휴대폰을 빨리 놓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친구들과 같이 오겠다는 둥 한참을 떠들다 전화를 끊었다.

“대표님, 제 휴대폰 못 봤어요?”

“휴대폰?”

"글쎄."

희진은 옷과 가방을 뒤지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찾느라 요트 전체를 샅샅이 뒤졌다.

"잠깐 기다려 봐."

상준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희진의 번호를 눌러주었다.

그러나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에 두고 왔나?”

생각해 보니 요트를 탄 후 그녀의 휴대폰이 울린 적이 없다.

“그런가 보다.”

“그럼 괜찮아요. 집에만 뒀으면 다행이지 뭐.”

희진은 약간의 구토 증세가 있다고 한다.

파도가 심해 멀미가 나나보다.

“술을 많이 마신 거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닌데?”

“배 멀미인가 보다. 지난 번 멀미가 나서 죽겠더라고. 파도가 세서 멀미가 맞을 거야. 원래 술 마시고 나면 멀미도 잘해.”

지난번 멀미로 엄청 고생한 탓에 은근 희진이가 걱정이 되었다.

“멀미하면 안 되는데?”

“냉장고 열어 봐."

"....?"

"멀미약 있을거야.”

희진은 반색을 하며 선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였다.

그의 눈에 올챙이 모양의 작은 섬광들이 별떼 처럼 몰려오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즉시 낚시를 거두어 전자찌를 제거한 후 추를 달았다.

홍지렁이로 미끼를 바꾸었다.

작은 괴물떼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있는 힘을 다해 그 놈들이 지나간 방향으로 60 m 정도 앞으로 던져 넣었다.

추가 무거워 금방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감고 던지기를 반복하며 그놈들의 행방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낚싯대를 거둔 뒤 6 ­ 7개의 바늘이 달린 고등어 전용 낚시로 교체하였다.

가벼운 추를 달고 다시 전자찌를 착용하였다.

섬광의 모양이 작은 물고기 떼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얘는 왜 또 소식이 없지. 약을 먹고 누워있나?

뱃전 고정대에 낚싯대를 걸어두고 선실 안으로 들어가려다 그냥 두었다.

어쩌면 쉬고나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갑판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거뜬하였다.

지난 번만 해도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요트가 많이 흔들려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자신이 퍽 대견스럽다.

그래서 이번엔 멀리약 까지 준비를 해 왔다.

‘이제 적응이 된 것일까?’

그때 같이 낚시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다.

아무리 멀미를 많이 하는 사람도 몇번 겪고 나면 적응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섬광 떼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애가 왜 아직?”

상준은 선실문을 열고 들어다보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문을 열자 잠시 뒤척이더니 다시 조용해 졌다.

술이 세다고 하더니 멀미와 겹쳐 구토증상이 나타난 것 같았고 멀미약을 먹고 선실에 누웠으니 졸음이 스르르 몰려 왔을 것이다.

슬그머니 문을 닫아주고 뱃전으로 나왔는데, 낚싯대 끝이 살랑살랑 움직이며 뭔가가 걸린 느낌이 왔다.

낚시를 하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소식하나 없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입질을 하는 일은 허다한 것이었다.

찰랑찰랑 초릿대 끝이 움직인다.

파도를 따라 찌가 잠겼다 물 밖으로 나왔다 반복하고 있었다.

조용히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요건 뭐지?'

왕멸치 크기의 홍색 물고기가 얌전하게 걸려있었다.

'괴물은 맞는 것 같은데 조금 전 그놈들이 이 놈들 떼였나?”

머리를 잡고 아래쪽을 만져보니 배속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잡히는 것 같다.

손가락으로 멸치 배를 눌러 딱딱한 물건을 꺼내 본다.

붉은 빛을 발하는 진주알 크기의 구슬이었다.

얼른 보아도 매우 값진 보석이 틀림이 없었다.

‘이놈 이름을 홍멸치로 정하자.’

이렇게 떼가 많으니 신종 괴물은 아닐 것이다.

그대 갑자기 선실 문이 급히 열리면서 희진이 뛰어나왔다.

뱃전으로 가더니 몇 번이나 구토를 한다.

‘밑밥을 많이 주네.’

지난 번 멀미 때 자신을 보고 사람들이 했던 말이었다.

도시어부에서도 그랬다고 한다.

“그래, 구토가 날 때는 해버리는 게 좋아.”

그때였다.

요트의 왼쪽 편에서 또 한 무리의 홍멸치가 요트를 지나가며 조류를 따라 빠져나간다.

상준은 재빨리 닻을 올렸다.

“희진아! 냉장고에 가스명수 있어. 그것 찾아 마셔. 괴물 떼를 따라 배를 좀 옮겨야 겠어.”

희진의 얼굴은 노랗게 떴다.

“괴물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희진은 카메라를 잡고 흔들리는 요트에서 비틀거린다.

“카메라 두고. 가스명수 마셔.”

“좀 좋아 졌어요.”

상준은 시동을 켜기 위해 몇 번이나 키를 돌렸다.

“또 왜이래?”

몇 번인가 시도를 했으나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배가 조류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고 파도는 더 거세어 졌다.

상준은 냉장고에서 가스명수를 꺼내 뚜껑을 열어 희진에게 건네주었다.

조류를 받아 배는 더 흔들렸다.

'울돌목도 아닌데? 왠 조류가?'

상준을 다시 닻을 내리려다 면허증을 딸 때 책에서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유속이 빠를 때나 파고가 높거나 바람이 세면 절대 닻을 내리면 안된다고 했었다.

자칫 잘못하면 배가 전복된다고 한 것 같다.

그냥 물의 흐름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했다.

가스명수를 마시고 난 희진은 진정되는가 싶더니 배가 요동치자 다시 메스꺼워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대표님. 어떡하죠?”

염려스러워하는 희진의 앞에서 상준은 태연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여린 희진이가 자신이 당황하면 더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조류속에서 때때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섬광덩이는 역시 홍멸치가 분명해 보였다.

‘에라 모르겠다. 난 프로 괴물 낚시꾼이다.’

괴물을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여섯 개가 달린 고등어 바늘을 달아 바다에 던져 넣었다.

파도가 치라면 치게 둘 것이다.

난 오직 괴물만 잡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그렇지.'

마치 전어처럼 작은 홍멸치가 종종 걸려들었다.

진주응 꺼내는 건 뒤로 미루고 올라오는 대로 아이스박스에 모두 담았다.

그러는 중에서 수시로 선실에 들어가서 시동을 켜려고 반복해 보았다.

'시발 왜 안돼.'

“대표님, 어쩌죠?”

“걱정하지마. 나만 믿고 있어. 멀미는 좀 어떤데 ?”

“겁을 먹어 그런지 나아진 것 같기도 해요.”

“촬영하려고 애쓰지 마.”

상준은 순간 비틀거리며 희진의 몸을 잡았다.

“미안.”

엔진이 멈춘지 얼마되지않아 요트 불빛마저 점점 퇴색되고 있었다.

요트는 끝도 없이 조류를 따라 흘러가면서.

남들은 이것을 표류라고 한다.

캄캄해진 요트에서 손전등 하나만 들고 희진과 상준은 점점 지쳐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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