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악구 백상아리(1)
* * *
항구에 정박한 후 인근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물과 식량 등 몇 가지를 챙겨 요트에 실어 두었다. 그러고 난 후 고기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한 후 반바지 복장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 보는데 잠이 체 들까 말까 할 무렵에.
“똑똑똑.”
자리에 누웠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주무시나?”
“똑똑.”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문밖에 서 있었다.
“누구?”
“예, 선배님. 이 동네 사는 학생입니다.”
“무슨 일로?”
“선배님 좀 만나 뵈러 왔습니다.”
결국 상준은 자는 것을 포기하고 그들을 방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한명은 이 동네 출신 대학생이고 한명은 친구 따라 해수욕장에 왔다고 하였다. 그들의 말로는 상준이 요즘 대학생들의 로망이라 했다. 인터넷에 뜬 상준의 근황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포함하여 블로그, 펜클럽, 카페 등에 누군가에 의해 수시로 제공되고 누가 올린 사진인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일일이 자기의 휴대폰에서 상준의 기사를 찾아 보여주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그 청년들은 상준과 대화하는 친구의 모습을 교대로 찍어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들의 행동에서 인기 연예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잘난 체 하는 것 같고 어떻게 하면 매우 친한 관계 같고.... 그들은 진심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사용하는 초능력이 무엇이야?”
“평균 월수입이 어느 정도냐?”
“어떻게 하면 괴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느냐?”
모두 상준이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만 궁금한 것 같았다. 그때 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빠.”
“어! 손님 계시네.” 소현이었다.
“너, 너, 현석이 아니니?”
“어, 누나네.”
“너 언제 왔어?”
“오늘. 누나도 종강했구나.”
소현이와 현석이는 한동네 출신으로 초, 중, 고교 선, 후배였다.
현석은 소현의 한해 후배로 서울에 소재하는 대학생이었고 현석의 친구 진영은 광주가 고향인 학생이었다. 소현은 한참 동안 그들과 떠들다가
“내가 여기 왜 왔지?”
“참 누나도.” 소현의 말을 듣고 현석이 좀 어이없어 하였다.
“아! 참, 오빠, 오늘 밤 낚시 가실거예요?”
“아니야, 조금 전에 들어왔어.”
“그래요. 그럼 식사는?”
“아직.”
소현의 대화 중심이 그들에서 상준에게 넘어오자 청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현은 아무렇지 않게 냉장고를 열어 냉동된 물고기를 꺼내 해동시켜 놓고, 들고 온 삼겹살을 굽고, 수족관 가자미를 가져와 국을 끓이며 밥솥의 밥을 퍼서 상을 차렸다. 마지막으로는 해동된 물고기를 구워 내어 놓았다. 실로 순식간에 상을 차려 내었다.
“식사해요.”
그녀와 둘이 마주앉자 식사를 하려니 뭔가 좀 어색한 상준은 전화를 하여 신 팀장을 불렀다.
“식사했어?”
“아직요.”
“그럼 내방으로 와.”
결국 국밥을 한 그릇씩 더 준비하여 셋이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밖은 이미 해가 넘어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오빠, 우리 해수욕장 산책해요.”
저녁을 먹고 난 후 김 팀장이 설거지를 하자 소현은 다시 상준을 조르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신 팀장은 피곤하다면서 자기 방으로 올라가고 상준은 소현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오후까지 잠잠하던 날씨가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백사장엔 제법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수욕장 백사장은 더욱 신이 나는 풍경이었고 파도를 따라 많은 인파들이 몰려다니면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우리도 물에 한번 들어가 봐요.”
언제부터인가 팔장을 끼고 있던 소현이 상준을 바닷물에 끌어 당겼다. 소현이의 복장 역시 상준이와 다름없이 짧은 반바지와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아무 부담 없이 무릎까지 오르는 바닷물을 즐기고 있었다.
주로 청바지 차림만을 보아왔던 소현의 길고 쭉 뻗은 다리와 몸매에 약간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상준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이
“오빠, 나 다리 어때요?”
“뭐?”
“날씬하다고 생각 안 돼?”
“....”
“오빠, 또 긴장하신다.”
해수욕장을 둘러본 소현은 지난 번 동생과 낚시하던 갯바위까지 상준을 데리고 갔다.
“오빠, 우리 숙명 같지 않아?”
“또 뭣이?”
“오빠가 여기서 날 건져준 것 말이야. 꼭 영화 같잖아요.”
“영화는 무슨. 꼭 옛날 신파 같구만.”
신파란 말에 소현은 상준의 팔을 꼬집었다.
“오빠 건물 올리는 곳에 가봐요.”
상준은 자신도 궁금하여 공사현장으로 올라갔다. 일의 진도는 좀 더 나간 것 같아 보였다.
“와! 여기서 보니 풍경 죽이네.”
“저쪽은 뭐할 거야?”
“저쪽은 일단 텃밭. 나중엔 모르겠고.”
“대문은.?”
“도로를 따라 회사 정문과 주차장. 동네에서 올라오는 바다 쪽에 주택과 정원, 대문을 두려고... 사무실과 주택 사이엔 중간 출입문을 두어야겠지?”
상준은 소현의 질문에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부러워.”
“너희 집도 좋던데 뭐. 바다도 보이고.”
“그래도 전망은 여기가 훨씬 더 좋아. 해수욕장과 신항이 모두 보이잖아.”
“그런가?”
“사무실에서도 바다가 보이겠네.”
“그렇게 하려고 했어. 이제 가자. 사실 나 무척 피곤해. 하루 종일 바다에 있었거든.”
“그래요. 그럼.”
상준은 소현이를 집 가까이 데려다 주고 대문으로 들어선 시간이 저녁 8시가 지나서였다.그때였다.
“선배.”
“응?”
상준은 순간 오늘 내게 다들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이 극도로 몰려왔다.
“왔어?”
“예, 어디 다녀오세요?”
“응, 소현이가 와서 해수욕장 둘러보고.”
“네.”
“일단 우리 방에 들어가자. 열대야 같아.”
사실 상준은 해변을 거닐 때는 약간의 바람이 부는 것 같더니 막상 동네로 들어서니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야! 시원하다.”
에어컨을 틀어 바람을 쐬며 다슬이를 보니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옷이.”
“왜요? 예쁘잖아요.”
“해수욕장 갔다 왔다면서요?”
“응. 그래.”
“나도 해수욕장 갔다 왔어요.”
사실 다슬은 수영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혼자서?”
“그럼, 선배도 없는데. 누구하고 가요.”
“....”
“동네 앞에 아가씨들 전부 다 이러고 다니는데.”
“아니야. 내가 뭐랬어. 그냥 좀 놀랐지.”
다슬은 늦게 집에 도착하여 선배와 함께 해수욕장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준이 집을 비우자 마음이 좀 틀어져 심통이 난 것 같았다.
“선배 옷이나 내 옷이나. 선배도 반바지네. 내 옷은 반바지 수영복이고...뭐?”
“그래 알았어. 넌 언제는 오빠라고 하더니 오늘은 또 선배야?”
“몰라. 갈 거야.”
“조금 있다 가.”
상준은 냉장고에 음료수를 꺼내어 다슬이에게 한잔 부어 주었다. 그제야 약간 심통이 가라 않는 듯하였다.
“요트 쌌다면서요?”
“응, 중고요트.”
“좋았어요?”
“먼 바다 낚시를 갈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그때 해수욕장 쪽에서 갑자기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파장을 따라 들려오는 사이렌은 긴급을 알리는 경고음이 분명했다. 그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웅웅거리며 분명하지 않은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소리야?”
“해수욕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상준은 신속하게 대문 밖으로 나가 방송에 귀를 기우렸다.
“빨리 백사장으로 올라오기 바랍니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상준은 웃옷을 챙겨 입고 재빨리 항구로 나갔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누군가 백상아리를 발견한 것 같았고 바다파출소에서 물에 들어간 피서객들에게 긴급히 알리는 방송이 틀림없었다.
다슬이도 상준을 따라 신속하게 요트에 올랐다. 몇 번의 시동을 걸어 겨우 성공한 상준은 급히 해수욕장 앞바다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도 바다에는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많은 피서객이 시끄러운 잡음에 뒤섞여 멍하니 백사장만 바라보고 있었고 해수욕장 한쪽에는 허급지급 물 밖으로 피신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상준은 메가폰을 들고 해수욕장 좌우로 왕복하면서 그들의 대피를 독려하였다. 그제 서야 눈치를 챈 사람들이 부인의 손을 잡고 뛰쳐나가거나 아이를 찾느라 혼비백산하여 혼란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튜브를 타고 먼 곳까지 나와 허우적대는 청년과 부모를 떠나 멀리 나온 초등학생. 수영 자랑하는 고등학생 등을 요트에 태웠다. 다슬이도 이들을 끌어 올리느라 진땀을 빼었다.
30여분이 지나서야 해수욕장이 안정 기미를 보였으나 한 쪽에서는 가족과 친구를 찾느라 야단법석이었고 아이를 놓친 부모도 있었다.
요트를 몰아 해수욕장 한쪽 보트선착장으로 들어가는데 보트요원들이 구조한 사람들을 하나 둘 내리면서 무용담처럼 떠들고 있었다.
“대표님.”
상준도 다슬이와 함께 구조한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는데 신 팀장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보트에서 구조해온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신 팀장 옆에는 최 주무도 같이 있었다.
“최 주무. 일찍 왔네. 신 팀장하고 빨리 타.”
요트에 올라 해수욕장 일대를 한 바퀴 돌았으나 더 이상 상어는 보이지 않았다.
“신 팀장은 어떻게 알고 나왔어?”
“예, 최 주무가 막 도착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비상 싸이렌이 울려 직감적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저는 뭔지도 모르고 팀장님이 뛰니까 그냥 따라 왔어요.”
“헤헤, 별 사고는 없는 것 같네. 이만하면 다행이야.”
“다슬이도 수고 했어. 놀랐지?”
“예, 저야 뭐.”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요트는 벌써 해수욕장을 벗어나 방파제 등대가 있는 신항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데 상준의 눈에 한발 정도의 길쭉한 섬광덩어리가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저놈이다.’
상준은 즉시 요트를 세우고 뱃전에 걸려있는 낚싯대를 뽑아 형광루어를 단 뒤에 섬광이 어슬렁거리는 앞쪽으로 던졌다. 낚싯대를 흔들며 놈을 유인하자 결국 그놈은 미끼를 덥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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