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꼬리치는 여대생(3)
* * *
“시승해 보셔도 됩니다.”
상준은 요트 주인에게 간단한 기계 조작법을 배워 주인과 횟집사장을 태워 시승을 해 보았다.
천천히 항구를 벗어나 잠시 돌아본 뒤기계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계약을 하려했다.
그러나 소개를 해준 횟집 사장님은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아 300을 더 깍아 8,200만원에 계약을 체결시켰다.
앤진 소리가 부드럽지 못하다는 것과 실내 분위기가 칟칙하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장님의 트집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산 신항까지 운반해 줄 것을 전제로 하였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직 소현이 자기 집에 가지 않고 책을 보고 있었다.
점심에 냉면을 먹을 준비를 해뒀다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래도 요리는 좀 하나 보다.
소현은 마치 여친이라도 되는 듯 마주 앉아 베시시 웃는다.
“맛이 어때요?”
“음, 그런대로 괜찮네.”
“무슨 대답이 그래요? 노인네처럼.”
“....?”
“맛있으면 맛있다. 없으면 없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니에요?”
“....”
“오빠, 제가 이러는게 무척 귀찮죠?”
“뭐. 귀찮다기 보다는...”
상준은 말을 얼버무렸다.
“오빠 어머니 부탁 받았단 말이에요.”
“뭐?”
“방학때 올라가면 오빠 잘 돌봐드리고.”
“어머니가?”
"네. 어머님이."
그리고 빤히 처다보며 또 베시시 웃는다.
갑자기 기분이 묘해진다.
일단 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다.
'아니지. 그럼 안되지.'
상준은 스스로를 자제 하였다.
요트 구입에 대한 모든 행정 절차가 끝이났다.
요트 운전 연습을 하기위해 신항 일대와 해수욕장 앞쪽을 천천히 달려 본다.
기어이 요트를 타겠다는 소현을 싣고.
요트에서 보는 진호해수욕장 풍경은 더 멋진 모습이었다.
그것도 낮보다 밤 풍경은 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상준의 시선은 아름다운 진호항 풍경보다 바다 속 상황에 맞춰져 있었다.
혹시라도 괴물고기의 흔적이 있는지.
“오빠, 저기 봐요."
"....?"
"아름답죠?”
22세의 아가씨 다운 반응이었다.
연신 소리를 지르며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밖을 내다보며 손까지 흔들어 댄다.
“제일 촌스러운게 뭔지 알아?”
“....?”
“남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손 흔드는 사람.”
“헤헤헤. 오빠."
"내말 틀렸어?"
"몰라. 웃겨. 나보고 미친년이란 말 아니야?"
"큭큭."
"진짜인가 보네."
갑자기 소현은 호준의 뱜에 뽀뽀를 한다.
"왜 이래?"
"앞으로는 요트타고 낚시하실 거예요?”
“그럼, 그래야 겠지?”
“그땐 저도 함께 낚시하게 해주세요.”
“.....”
“요트타고 나가면 정말 잘되겠죠?”
“글쎄.”
일단 얘를 요트에 태워 먼 바다에 나가 먹고 올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상준은 요트가 자신의 몸에 맞도록 꾸준한 운행 연습을 하면서도 항구와 해수욕장을 오가며 괴물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상어 출현도 체크할 겸 틈틈이 바다로 나와 순찰을 하며 돌아다녔다.
신 팀장도 역시 동승을 하고 싶어 했고, 어민 김영달과 이상훈씨도 같이 시승하자며 꼬드기고 있었다.
사실 두 분은 이미 어선을 가진 분들이다.
그런데도 요트에 관심이 매우 많아 보인다.
요트를 타본 일이 없기 때문에 매우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하루는 두 분을 승선시켜 해수욕장 밖을 순항하고 있었다.
“연 프로. 우리 이것 타고 먼 바다 낚시 한번 가자. 이런 거 타면 잘 될 것 같지 않아?”
“예, 기회 되면 그러죠 뭐.”
“근데, 연 푸로. 이제 우리 보고 아저씨라 부르지 말고 형이라고 해. 우리도 연 프로를 동생처럼 생각할 테니.”
“그래, 그렇게 해. 아저씨라니 좀 어색해.”
“예, 알겠습니다. 그럼 형님이라 부를게요.”
“그래, 그렇게 불러.”
“고맙습니다. 그럼 앞으로 두 분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젊은이들 답께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며 한바탕 웃었다.
동네 노인들은 나무 열 그루가 있는 대략적인 위치를 종이에 적어 상준에게 넘겨주셨다.
그리고 가격은 적지 않으셨다.
상준은 공사가 끝난 뒤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사실 조경 나무는 조경 업체에서 직접 구입하면 수종과 모형, 수령에 따라 엄청나게 가격이 비쌀 수가 있다.
그만큼 캐고, 옮기고, 심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상준은 조경업체에 연락하여 자기 회사 건물과 주택 정원조성 계획을 말씀드리고 동네 노인들이 적어준 수종들을 제시했더니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였다.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고 중장비를 포함한 장비 동원 견적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어째든 동네 어른들이 주시겠다는 나무를 포함시켜 조경을 부탁합니다."
"뭐 그렇게는 하겠지만."
"그리고 소나무는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시고요.”
조경업체 사장은 나무를 많이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결코 좋아하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만큼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일이 번거로워 진다고 하였다.
며칠간이나 중산 신항 일대와 진호해수욕장 앞바다를 살펴보았으나 괴물상어와 괴물고기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마침 뉴스에 백상아리에 관한 기사 떴다.
포항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연안복합 어선 H호 선장 김모씨가 조업차 수렴항을 출항, 장어 주낙 작업 중 백상아리 한마리가 그물에 죽은 채 감겨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포항해경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포항해경 관계자의 말도 나왔다.
발견된 백상아리 크기로 봐서는 성채가 아니지만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어종이기 때문에 경북 동해안 연안 해상에서 어민들과 해수욕하는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상어를 만났을 때는 고함을 지르거나 작살로 찌르는 자극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즉시 그 자리를 피해 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상준은 이 뉴스를 접하고는 자신이 거주하는 중산 진호해수욕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번 자신이 잡은 것은 백상아리는 아니었으나 혹시 하는 걱정은 떠날 줄을 몰랐다.
“대표님 모래부터 저는 휴가에 들어갑니다.”
신 팀장의 말이었다.
“순서를 바꾸었어?”
“예, 대표님.”
“그럼 휴가 가기 전에 요트낚시 한번 할까?”
“저야 좋지요. 자랑거리도 생기고.”
상준과 신 팀장은 일찍 일어나 간단한 식재료와 취사도구를 싣고 신항 외곽을 돌아본 후 요트를 몰아 항구 밖 외곽지역 먼 바다로 낚시를 떠났다.
폭염으로 찌는 듯한 날씨였으나 요트 안은 냉방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그런대로 견딜 만 하였다.
먼 바다로 나온 그들은 둘 다 해수욕복을 갈아입었다.
“야! 이제 자유구나.”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 물장난을 친 뒤에 무인도를 등지고 있는 섬 그늘에서 낚시를 던져 넣었다.
장마가 끝난 뒤부터는 해풍도 별로 세지 않았다.
낚싯대는 선체에 꽂아두고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웰빙이라 해야 할까?
가끔 흔들리는 낚싯대에는 그리 크지 않는 우럭과 넙치 등이 잡혀 올라오고 신 팀장도 틈틈이 카메라를 작동시켜 주변 풍경과 낚시 풍경을 기록하곤 하였다.
“대표님! 이런 곳엔 애인과 함께 와야 하는 것 아니에요?”
“왜, 나하고 온 것 후회 돼?”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허허, 너 애인 생기면 이 요트 빌려줄게.”
“아닙니다. 대표님! 전 운행 자격증도 없습니다.”
“자격이야 뭐 따면 되지.”
신 팀장은 정말 자격이라도 따 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동안 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신 팀장의 낚싯대 찌가 물속으로 딸려 들어간다.
“어, 왔네.”
신 팀장은 초보이면서도 이제 제법 여유를 가지며 챔질을 하는데 낚싯대 끝부분이 휘어지면서 물속으로 끌어당긴다.
“대물 같다.”
“그렇죠?”
신 팀장은 있는 힘을 다해 놈과 일전을 벌인다.
“천천히 감아. 한번 당겼다가 늦추면서 감고 또 당겼다가 늦추면서 감고.”
제법 팀장과 씨름을 하던 놈이 그제야 항복을 하며 물 위로 떠올랐다.
“이것 무슨 고기예요? 돔인가?”
“그게 바로 능성어야. 제법 크네.”
상준은 뜰채를 들어 건져주었다. 물고기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어 본 덕택에 능성어를 알아볼 정도가 된 것이었다.
좋아서 법석을 떨던 신 팀장이 스스로 대견함에 젖어
“대표님도 이런 고기 잡아 보셨어요?”
“아니, 이것 엄청 맛있어. 고급 어종이야.”
“값은 요?”
“제법 비쌀 걸.”
“야! 기분 좋다. 40Cm는 되겠어요.”
신 팀장은 다시 미끼를 끼워 바다로 던져두고 낚싯대를 꽃아 두었다.
“아참! 동영상 찍을 걸.”
“.....”
“맞네, 하하하.”
“다음엔 내가 찍어 줄게. 습관이 안 되서.”
“아니에요.”
“상준은 수시로 괴물의 흔적을 찾느라 주위를 살폈으나 괴물고기는 보이질 않았다.
상준은 요트에 누워 출렁이는 피도를 온 몸으로 느끼며 이제야 자신에게 느껴오는 편안한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데 그 때는 왜 멀미를 하고 그랬을까?”
들어가는 대로 상비약도 비치하고 물과 비상식량 등을 확보해 언제 어느 때 바다로 나가더라도 10일 정도는 견딜 준비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신 팀장, 어군 탐지기 한번 봐. 이거 고기 아니야?”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부지런히 잡아봐.”
상준은 가끔 낚싯대가 휘면 잡어를 올리곤 하면서도 신 팀장의 낚시 장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주변의 풍경을 찍어 두곤 하였다.
어쩌면 여기서도 최 주무 말처럼 하나의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대를 하면서.
그때였다.
“대표님! 최희진이에요.”
“어, 최 주무. 웬 일인데?”
“저 내일 오후에 갈게요.”
“근데, 신 팀장하고 휴가를 바꿨다며?”
“팀장님, 말씀 들었지요? 저 휴가를 친구들하고 같이 맞추려구요. 그래서 팀장님께 부탁해서 바꾸었어요.”
“지금 어디세요?”
“우린 멋진 곳에 왔지. 먼 바다 섬 부근.”
“낚시 잘 되세요?”
“그런대로. 지금 신 팀장 낚시에 빠졌어.”
“좋겠다. 저 가면 저도 요트낚시 해 봤으면.”
“그러지 뭐.”
“약속 하셨어요.”
최 주무는 지난 이수도 낚시에서 제대로 손맛을 알게 되어 이제 낚시라면 약간의 전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상준은 잡아 올린 고기를 장만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여 냉동시키고, 준비해온 식자제로 요리를 하였다. 역시 바다에서는 시원한 우럭 미역국이 제 맛을 낸다. 신 팀장도 낚시를 접어두고 대표를 따라 요리도 배우고 배를 운항하는 기본 지식도 쌓으면서 한가한 시간을 마음 끗 즐겼다.
“신 팀장, 우리 식사하고 조금만 더하다 돌아가는 게 어때?”
“예, 대표님 생각대로 하십시오.”
“여기 괴물 고기는 없는 것 같애.”
“네.”
그때였다.
“저기?”
“뭣이 있어?”
“상어, 상어에요.”
상준은 신 팀장이 손짓하는 곳을 바라보니 커다란 상어의 등지러너미가 바다위에 떠돌다 물속으로 잠기는 걸 보았다.
“여긴 해수욕장과 멀어서 다행이긴 하네요.”
“그렇긴 하네. 신 팀장! 휴가 갈 때 오늘 잡은 고기 씨알 좋은 걸 골라 집에 좀 가져가. 적으면 내방 냉장고에도 냉동시켜둔 것도 있으니.”
“예 감사합니다.”
“난 신 팀장과 최 주무를 만나 너무 좋아. 꼭 동생 같고....”
상준은 형제자매가 없어 한번씩 이 둘이 형제나 남매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저도 그래요. 대표님이 꼭 형님 같애요.”
“그럼, 우리 형, 동생 할까?”
“그건 안됩니다.”
“왜?”
“어째든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리고 상준은 신 팀장에게 낚싯대를 올리라고 손짓을 한 후 요트의 시동을 걸었다.
“왜 시동이 안걸리지?”
“키키키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하여 중산 신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웰빙의 하루였다.
‘이런 마음이 행복이란 걸까?’
상준은 회항하는 뱃전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불과 수개월 전 참담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새겨 보았다.
입항하기 전 해수욕장 앞바다와 방파제 주변을 요트를 몰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일반 상어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괴물 상어의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진심어린 마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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