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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5화 (25/225)

〈 25화 〉 꼬리치는 여대생(1)

* * *

날씨는 점점 열기를 더해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예보되고 있었다. 아침, 저녁을 이용하여 체력 단련이 상준의 기본 일과가 되었다.

달리는 코스는 해수욕장과 신항 방파제를 따라가는 해안도로와 마을 뒷길 차도를 따라 회사 건물과 주택을 짓고 있는 현장 돌아오기.

운동은 상준의 관심사와 멀어질 수 없었다.

해안 도로와 방파제와 해수욕장 일대는 바다괴물 출현파악에 있었고, 건축 현장은 일의 진척과정과 현장감독에 있었다.

그러나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진호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수많은 파라솔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인파도 꽤 늘어난 것 같다. 곧 있을 휴가철엔 더 붐빌 것이다.

전국 유명 해수욕장 대부분은 물놀이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야간에는 거의 개장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지난해까지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지역민이 찾는 곳이어서 야간 제한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해수욕장 부흥회와 지역상가연합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구체화되지 못한 것 같다.

혹시 영업에 지장을 줄까하는 상인들의 염려도 있었을 것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야간개장 시간을 밤 아홉시까지 연장한다는 말이 있다. 시험운영이면서 특별이벤트를 추가할 모양이다.

‘혹시 괴물상어가 해수욕장에 나타난다면?’

해수욕장 인파의 그 누구도 괴물상어의 출현을 염려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괴물의 출현을 아는 사람도 없다. 단지 괴물상어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핸드 메가폰을 하나 구해두자.’

갑자기 괴물상어가 해수욕장 인근에 나타난다면, 가장 알리기 쉬운 것이 메가폰이 아닐까?

그리고 신속하게 바다파출소와 구조대에 연락하는 것. 더 이상의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 상준은 메가폰을 메고 뛰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 휴가철까지 해수욕장 일대를 틈틈히 돌아보자.’

상준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진 순회를 해보기로 했다. 여름이 오면서 상준의 체력 단련에 지킴이 활동도 포함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돌아보던 방파제를 낮에도 일회 추가하였다. 종일 현장에서 지키고 있다는 것이 쉽지않기 때문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낮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좁다는 것이었다. 섬광의 밝기가 밤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괴물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거리도 문제가 되었다. 먼 곳의 괴물까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보일 리가 없지 아니한가?

해수욕장 일대와 선착장 전체가 너무 범위가 넓은 것도 문제가 되었다.

‘포기해 버릴까?’

아무리 그래도 나름 대비는 필요할 것 같았다. 괴물상어를 낚은 자신의 경험이 그만큼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밤만 되면 낚시 준비를 해서 해수욕장 끝 갯바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수욕장의 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불빛을 받아서 괴물의 출현이 잘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한낮 방파제를 뛰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가 상준을 불렀다.

“총각, 시간되면 마을회관에 좀 와.”

“왜요?”

“그냥.”

“지금요?”

“그럼 좋고.”

할머니를 따라 회관에 들렸는데 회관 안은 정말 시원하였다. 그만큼 냉방시설이 잘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떤 할머니는 아예 긴팔 옷을 입고 계셨다. 더위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인가 보다.

“와! 시원하다. 안녕하세요?”

“어깨에 메고 있는 건 뭐여?”

“아, 예 그냥.”

“마이크구만, 마이크.”

할아버지 한 분이 상준의 대답을 가로 막았다.

“예, 메가폰이라고.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상준은 자기를 데리고 온 할머니를 돌아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집 짓고 있다면서?”

“예.”

“정원을 그리 크게 만든다면서?”

“예, 생각했던 것 보다 땅이 넓어져서.”

상준은 왜 이리 꼬치꼬치 물으실까 약간의 염려도 되었다.

“근데, 너무 비싸게 샀어.”

“예, 주인이 못 팔겠다고 하셔서.”

“한 사람이 그리 비싸게 사들이면 동네 땅값만 올리는 것 아니야. 여기 농사짓고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하겠어?”

“예?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젊은 사람에게 말을 알아듣게 해 줘야지.”

듣고 계시던 다른 노인이 답답한 듯 대신 말을 가로막았다.

“이곳 땅은 전부 객지사람들 꺼야. 그도 아니면 여기 살던 사람들의 자식들이 대부분 객지에 있어. 여기서 계속 살고있는 사람은 논밭도 제대로 사지 못하고.”

“....?”

“여기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땅을 사서 농사지어야 하는데. 객지 사람들이 비싸게 주니까 살 수가 없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아, 예, 이제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전 토지가 아니고 임야를 매입했습니다만.”

“그건 다행이지만 그래도 영향이 있는 거야.”

“예, 죄송합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그때 또 다른 한분이 두 노인들의 말씀을 막아섰다.

“왜 이 영감들이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어. 이 사람 부른 건 그것이 아니잖아!”

“그럼?”

상준은 또 불안해 졌다. 오늘 뭔가 이 노인들이 객지에서 들어온 자신을 작정하고 부르신 것 같았다. 오래 있다간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죄송합니다. 어르신들. 제가 너무 몰라서 그만.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자네를 탓하려고 부른 것이 아니야.”

“그럼?”

“자네 정원 꾸미는데 나무가 많이 필요하지?”

“.....?”

“우리 뒷밭 둑에 60년 가까운 토종 향나무가 있거든.”

“아~ 예.”

“그리고 이 노인 집 앞에 50년 쯤 되는 목련도 있고, 저 노인 집 산 밑에도 팽나무, 포구나무 등 좋은 나무가 있어. 소나무도 있고.”

“소나무야 지금 그곳에도 많이 있잖아.”

“어쨌든, 사서 심을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줄테니 가져가서 심어.”

“......?”

“도시 사람들 나무를 사서 정원에 많이 심는다며?”

“그렇긴 합니다만.”

“돈 달라는 것 아니야. 자네 덕분에 우리 동네가 많이 발전하고 있잖아. 사람들도 많이 찾고”

상준은 노인들이 자신의 흠을 잡아 기를 죽이더니 나무를 팔려고 저러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할아버지, 저는 나무 열 그루만 살게요. 멋진 것들 골라 열 그루만 적어주십시오. 그리고 팔려고 하는 나무 가격도 좀 적어주세요.”

“무슨 소리야? 누가 나무를 판다고 했어. 고마워서 주려는 거야.”

“예 고맙습니다. 그럼 종이에 좀 적어 주십시오. 예쁜 걸로 골라서요.”

“응, 알겠어. 나중에 적어서 가져다 줄게.”

“예, 전 지금 좀 바쁘거든요. 나중에 용돈 좀 드릴게요.”

상준은 회관 밖으로 나오면서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무더운 폭염주의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저녁 무렵에 상준은 낚싯대를 준비하여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테트라포드가 끝나는 바로 옆 방파제였다. 어쩌면 그곳은 괴물상어의 이동을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 시골은 옛날 같지 않다더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이곳 출신도 아닌데 저 어르신들이 이렇게나 잘 대해주시니.’

‘텃세 하시는 것으로 오해나 하고.’

상준은 아직 동네 어르신들에게 좀 더 잘 해 드리지 못한 자신이 후회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 보았다.

‘그래, 내일은 수박이라도 몇 통 사서 회관에 넣어드리자. 그리고 틈틈이 인사를 드리자.’

상준은 자신이 어른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27년이나 살아왔지만 학교에나 다니고 군에나 갔다 오고 취준생으로 보낸 것이 전부 아닌가?

고민을 하다 한편 생각하니 자신을 생각해서 그러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생겼다.

‘아무렴, 손주 같은 나에게 텃세야 하시려고.’

괜히 지나친 생각을 한 자신이 죄송하고 미안한 감이 들었다. 바다는 조용했고 멀리 해수욕장엔 불빛이 찬란했다. 꼬물꼬물 사람들의 움직임이 자그마하게 보였다.

망원경이라도 있으면 해수욕장 밤 풍경을 확대해서 보고 싶었다.

‘참, 망원경을 구해서 바다를 보면 괴물들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여기서는.’

상준은 잘못하면 오해를 받겠다는 생각에 기회가 되면 망원경을 구입하여 낚시를 다닐 때 가지고 다니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때였다. 방파제 넘어 50m 전방 수상한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휴대폰을 꺼내 바다파출소로 연락을 하려하였다. 다행이 물체는 괴물상어는 아닌 것 같았다.

‘뭘까. 저놈은?’

푸른색 덩어리가 물결 속에서 이리 저리 움직였다. 아귀도 아니고 상어도 아닌 그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였다.

상준이 던져놓은 미끼까지 왔었지만 물지는 않고 그냥 멀어졌다.

발견 할 때 마다 잡을 수만 있다면. 혹시 그런 초능력은 얻을 수는 없을까?

그리고 그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밤은 더욱 깊어갔다. 해수욕장 인파도 많이 조용해 졌다. 그렇게 복잡하던 백사장이 가끔 쏘아 올리는 화약용 불꽃놀이 소리만 “딱, 슈웃, 따닥.” 하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한밤에 방파제에서 보는 해수욕장의 풍경이었다.

상준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낚싯대를 거두어 집으로 돌아왔다.

‘괴물을 유인하는 유인책은 없을까?’

자리에 누웠으나 상준의 머리엔 같은 생각만이 맴돌 뿐이었다. 다음날 오전 슈퍼에 가서 수박 세 덩이를 트렁크에 싣고 회관으로 갔다. 역시 회관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수박을 내려드리고 먹고 가라는 할머니들의 말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추리닝을 갈아입고 건축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일을 안 한다고 하였다. 같은 업체에서 또 다른 일을 맡고 있어서 상준의 집안 일과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한다 하였다. 처음엔 빨리 진척이 되더니 어느 시쯤부터 두, 세명의 인부만 남겨둔 체 느려터지듯이 진척이 없다. 날씨가 더워 그럴 수도 있겠다.

“신 팀장? 점심 먹었어?”

“아뇨, 아직.”

“그럼 나와. 세영 식당에.”

상준은 신 팀장과 점심을 먹으면서 휴가 일자를 꺼내 놓았다.

“아직 근무도 얼마 안됐는데 어떻게요.”

“그러지 말고 최 주무와 의논하여 교대로 휴가원을 내. 한사람 휴가가면 다른 사람은 이곳을 지키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휴가원을 내고, 휴가비도 신청하고.”

“감사합니다. 얼마 신청하면 될까요?”

“많이는 못주지. 일인당 5일씩, 휴가비는 30만원 어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많이 챙겨 줄게.”

“그건 그렇고, 오늘밤 해수욕장 넘어 갯바위에 낚시 한번 해보자. 준비해서 와.”

“예, 잘 알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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