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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4화 (24/225)

〈 24화 〉 이수도 황금가죽 참돔(2)

* * *

식사를 마친 후 제 각각 담배를 피우거나, 누워있거나, 잡담을 하며 쉬고 있는데 주무 최희진은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한잔씩 나누어 주었다.

“음, 이 맛.”

누가 뭐래도 이 때 마시는 커피는 일품이었다.

커피 맛은 때와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른 것 같다.

아침에 마실 때와 저녁에 마실때 맛이 다르고 기분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때는 또 다른 것 같다.

‘뭐, 꼭 괴물을 낚아야만 낚시 맛인가?’

상준은 스스로 자위하며 괴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괴물아귀에 들어있던 작은 구슬을 삼킨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 후 자신에게 나타났던 증상들.

낚시는 결과보다 기대를 할 때가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괴물이 보이지 않으니 호기심을 잃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해가 질때까지 몇수 더 건지고 담배를 피우면서 다른 사람들의 낚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동네 어부 낚시꾼도 역시 달랐다.

여러 수의 참돔과 벵에돔을 올렸고 그 외의 어종을 쉼없이 올렸다. 많은 조과에 그들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연 프로 뭐해?”

“최 주무 보다 더 못해.”

"네, 헤헤."

희진은 혼자 신이 났다.

팀장도 지쳤는지 카메라를 팽개치고 낚시에 빠져버렸다.

저러다 둘 다 자신을 제끼고 낚시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지 꽤나 궁금하다.

저녁을 먹고 밤이 이슥한데도 이들의 챔질은 끝이 없었다.

“최 주무, 신 팀장. 이리 와서 좀 쉬어.”

상준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본다.

“이리 좀 와. 많이 잡았잖아.”

“팀장님 지쳤어요?”

“그렇진 않은데 많이 건졌잖아.”

이들의 나이는 불과 23세와 25세 밖에 안된다.

대학을 나온지 1, 2년씩 됐다. 신 팀장은 신방과 출신이고 최주무는 국문학과 출신이라 했다. 다행이 신 팀장은 군이 면제되어 한시름 놓은 것 같다.

어릴 때 받은 큰 수술 자국 때문에 군입대가 면제되었다는 것이다.

“둘다 오늘 어때?”

“제 인생 최고의 날이에요.”

말수가 적은 신 팀장에 비해 최 주무는 역시 발랄한 성격이었다.

“신 팀장은?”

바로 그때였다. 상준의 눈에 축구공 크기의 붉은 섬광 덩어리가 바다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음, 더디어 그 놈이 나타나셨구나.’

“잠깐.”

상준은 낚싯대를 건져 움직이는 섬광쪽으로 잽싸게 던져 넣었다.

이미 손에는 힘 들어가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바닷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너희들 저거 보여?”

“뭐가 보여요?”

"저게 안보인다고?"

그게 다 보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는 혼자 미소를 짓는다.

“조금만 기다려 봐. 신팀장은 카메라 켜두고.”

이미 신팀장은 눈치를 챈 것 같다.

카메라는 벌써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놈이 사라져 버렸다.

"젠장."

"...?"

‘실패한 건가?’

‘저런 놈이 나타났을 때 쉽게 건질 방법은 없을까? 그게 진짜 초능력일 텐데...’

잠시 후 놈은 다시 나타났다.

'넌 죽었어.'

“안물고 뭐해?”

“물었어요?”

“무슨 고기에요?”

“참돔 같긴 한데.”

손맛이 그립다.

엄청난 힘을 받는 그런 놈을 잡고 싶다.

상준은 특유의 포스로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주 나지막하게.

"물어라. 이놈아!"

순간 그놈이 거짓말 처럼 미끼를 덥썩 물었다.

“성공이다.”

한참 동안 씨름을 하던 놈이 제풀에 꺾여 물위로 드러났다. 희진은 뜰채를 쥐고 놈을 건져보겠다고 용을 쓰지만 그때마다 놈은 뜰채를 비켜가며 빠져 나간다.

구경을 하던 영달씨가 희진이 들고 있던 뜰채를 받아 겨우 건져 올렸다.

“와! 크다. 70은 되겠어!”

70Cm가 넘는 참돔을 보며 모두 환호를 질렀다.

“이 놈이 바로 황금가죽 참돔입니다.”

“뭐? 황금가죽. 그게 뭐야?”

자칭 프로 낚시꾼이라 큰 소리치던 동네 아저씨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제서야 손전등을 들고 잡아올린 참돔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어, 뿔이 있네. 뿔이 있어.”

“껍질 한번 만져보세요.”

“이게 뭐야?”

그들은 탄성을 지르며 놀라워하였다.

“이놈이 바로 황금가죽 참돔입니다.”

“그럼 괴물고기인가?“

“예, 괴물은 괴물이지요.”

“이야, 여기서 또 이런 걸 보는구나. 역시 연프로, 정말 대단해.”

신 팀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입을 벌리며 신기해하였다.

그러자 희진이 본능에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대표님, 이것 얼마나 할까요?”

“글세, 천은 안될까?”

“예? 천요?”

“나도 몰라.”

상준은 입을 다물고 고기통에 물을 채워 소중하게 담았다. 사실 상준은 3,000 만원은 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놈이 가진 은색 원뿔, 황금색 가죽, 환상의 맛을 내는 살고기 등, 어쩌면 값이 더 나갈 것 같다.

가죽만 해도 가죽 참돔으로 만든 핸드백이 수천씩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니까.

신 팀장과 최 주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죽 참돔도 참돔이지만 가죽 참돔을 건져 올리는 동영상을 너무나 생생하게 촬영했기 때문이었다.

“대표님 이번 원정은 대성공입니다. 적어도 두개의 작품은 나올 것 같습니다.”

신 팀장이 목소리를 높여 흥분하였고 최 주무도 동조하며 박수를 쳤다.

지켜보던 영달씨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연 프로, 미끼는 뭐로 썼는데?”

“참돔회요. 먹다 남은 걸로.”

그러자 그들도 잡아 두었던 참돔 새끼들을 골라 회를 처서 미끼로 달았다.

상준은 담배를 피우며 바다를 보고 앉아 쉬고있었다.

“대표님, 고백할 게 있어요.”

"고백?"

“제가 처음 면접 왔을 때 제출한 이력서에 거짓말을 썼어요.”

“나이 말이야?”

“알고 계셨어요?”

“앞뒤가 맞지 않잖아, 대학 졸업하고 구청 행정계약직 3년 경력이면.”

“그런데 왜 뽑았어요?”

“몰라. 나도.”

“속인 것이 더 있는데?”

“더?”

“실은 졸업 못했어요.”

최 주무는 두 손을 비비면서 용서를 빌었다.

“진작 고백을 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어서.”

“음, 내가 그런 것을 문제 삼았으면 경력증명서, 자격증 사본 등을 다 요구했을 텐데. 그런 건 다 무시하고 능력만 보고 뽑았지.”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거예요?”

"이미 짐잣했으니 고백한 거 아니야?"

"호흐흥."

“나이는?”

“2학년 마치고 휴학했거든요. 그리고 행정 계약직 2년, 그래서 스물셋”

“그럼, 이제부터 나도 말을 놓아야겠다.”

듣고 있던 신 팀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돈을 좀 모아서 복학을 하려 했는데, 그게 잘 안되서. 아직 졸업 포기는 안했어요.”

“앞으로 거짓말하기 없기다.”

“네. 대표님.”

상준은 잡은 가죽참돔을 들여다보며 희진의 고백에 대해 대처를 잘 했는지 되새겨 보았다.

무슨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우주보석 대표 신수라 사장의 전화가 왔다.

“예, 사장님.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안녕하세요? 연 프로님, 지난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좋은 물건도 주시고.”

“예, 뭐, 저도 감사했습니다.”

“입금 확인 하셨죠?”

“예, 문자 뜬 걸 봤습니다.”

“이 시간이 한창 활동할 시간 아니세요?”

“그렇긴 합니다만.”

“혹시 좋은 일 있나 해서요. 지금 영업하는 중이거든요. 뭐 없으세요? 호호호.”

“내일 오후 세시 경쯤 아들 보내주세요.”

대국은 시원그럽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죠? 제 예감이 맞죠? 하하하. 영업부장 상윤이 보낼게요. 중산으로 가면 되죠?”

“네.”

“근데 물건이.”

“황금가죽 참돔.”

“아! 그게 올라왔어요? 그거 진짜 귀한 건데. 고기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

“그럼 고기도 저희가 가져와서 처리해 드릴게요. 그건 그냥 서비스로.”

“고맙습니다.”

‘영업은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구나.’

호준은 담배를 피운 후 다시 낚싯대를 던져 넣었다.

희진이도 좀 홀가분한 기분인가 보다.

조금도 지치지도 않고 낚시에 열중했다.

“신 팀장, 우리 최 주무 낚시하는 거 단독 동영상 제작 안 될까?”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상준은 신 팀장에게 엄지척을 해 주었다.

아침 해가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햇살을 받은 남해 바다는 은물결이 찬란했다. 멀리 고기를 잡기위해 항구를 떠났던 어선들도 하나, 둘 입항을 서두르고 있을 무렵 김영달씨가 라면을 끓였다고 신호를 보냈다.

오늘 낮 기온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상훈씨는 얼굴을 때리는 아침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로 피해 그늘을 찾았지만 떠오르는 햇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늘 최고기온 34도라네요.”

희진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어제 올 때에 비해서 모두들 수염이 자라 텁수룩한 얼굴로 바뀌어 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몰골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오직 희진씨만 세수를 하고는 화장을 하였는지 앳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 일단 라면 먹고 나서 조금만 더 해보고 갑시다.”

영달씨는 간밤 낚시에서 제법 건지는 것 같았는데 아직도 마음이 충족되지 못했나 보다.

낚시꾼의 마지막 꿈은 대물이었다.

대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상훈씨도 친구 영달의 말에 즉극 동조하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상준은 두 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그러자고 했고 신 팀장과 최 주무도 동의하였다.

상준은 바다를 바라보며 괴물고기의 출현을 살펴 보았으나 햇살에 부서져 반사되는 바다에서 괴물의 빛은 보기가 어려웠다.

돌아오는 배를 타고 다시 장목항에 도착했을 때 상준은 일행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감밤에 조과도 좋았으니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 뭐 드시고 싶으신 것 말씀하십시오.”

“뭘 먹어야 잘 했다고 소문나지?”

“그럼, 가다가 냉면이나 한 그릇씩 땡기고 갑시다.”

“그럼 제 차를 따라오세요. 천천히 가겠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상준은 다음 여정을 여수 앞바다 배낚시로 잡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운만 좋으면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물속 괴물은 알아는 볼 수 있겠는데 놓치지 않고 잡을 수는 없을까?”

앞으로 해결할 낚시꾼 상준의 새로운 과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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