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이수도 황금가죽 참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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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이 올라가자 연안 갯바위 낚시가 작은 잡어들로 채워지자 수심이 깊은 먼 바다로 나가보려 마음을 먹고 있는데 동네 어부면서 낚시를 취미로 하는 프로수준의 광적 낚시꾼 김씨 아저씨와 이씨 아저씨가 운동을 위해 해안 길을 뛰고 있는 상준을 불러 세웠다.
“연 프로! 우리 이수도 낚시 갈 건데 같이 가지 않겠어?”
“언제 가시려고요?”
“뭐, 마음먹었으면 당장 가야지. 내일 어때?”
“그럼 일정보고 저녁에 전화 드릴게요.”
“응,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우리에게도 기회 한번 줘. 자네하고 같이 가고 싶거든.”
“예, 알겠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상준은 신 팀장에게 연락하여 협의를 해보았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가는 걸로 한다?"
"네."
그렇게 해서 결국 이수도 낚시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신 팀장 역시 이수도 낚시라고 하니 매우 좋아하였다.
“최 주무는 지금 여기 있어?”
“네, 부산 자기 집에서 재택 근무하다 오늘, 아니면 내일 온다고 했습니다.”
“그럼 알려줘.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 팀장이 다시 연락을 했다.
“대표님, 최 주무도 이번엔 같이 가고 싶어 하는데요. 어떡하죠?”
“뭘 어떻게 해. 가고 싶으면 같이 가야지. 둘 다 출장 조치해.”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상준은 동네 김영달 아저씨께 동참하겠다는 전화를 했다.
다음날 아침 차를 나누어 타고 거제도로 출발하였다.
운전은 기어이 신 팀장이 하겠다고 우겨 최 주무와 연 대표는 뒷자리에 같이 앉았다.
“최 주무. 국문학과 출신이라 했지?”
사실 상준은 최 주무와 같이 근무를 하면서도 개인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 못했다. 재택근무를 허용한 실정이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예, 대표님. 대표님은 경영학과 출신이라면서요?”
“그래, 어떻게 알았지?”
“그야 워낙 유명하셔서.”
“오늘 내가 억지로 가자고 한건 아니야.”
“아니에요. 사실 저도 이수도에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이수도가 유명한 곳이야?”
“예, TV에 한번 떴어요. 어부의 만찬이라고... 그 뒤부터 방문객이 엄청 많대요.”
“그렇구나.”
거가대교를 지나 장목항에 차를 정박해 두고 6분 정도 소요되는 배에 올랐다. 이수도는 섬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고 대부분의 주민이 민박, 펜션, 횟집 및 체험 활동 등에 관련되어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비록 평일이었으나 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고 배편도 연속하여 교대되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예약된 펜션을 이용하였으며, 낚시를 즐기는 일부 사람들은 섬 주위 해안이나 해상 펜션에서 낚시에 도전하는 것 같았다.
주민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였고, 방문객은 산길을 따라 나 있는 둘레길을 돌며 잔여 시간을 즐기기도 하였다.
이 정도 라면 주말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리라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 좋다. 공기도 맑고.”
최 주무는 모처럼 나온 낚시가 외유 같은 느낌이 드는지 배에 오를 때부터 탄성을 연발하였다.
“무슨 가방이 이렇게 커?”
상준은 최 주무의 가방을 받아들면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밤낚시를 할 것 같아서 햇반과 라면, 고기 잡히면 조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좀 구해 가져왔어요.”
“역시나 짱!”
신 팀장이 엄지 척을 하면서 최 주무를 추켜세웠다. 아무 생각 없이 왔던 상준이도 최 주무의 센스에 내심 감탄하였다.
“우린 어디에서 하면 좋겠어요?”
“선착장 주위에서도 하지만 산길을 걷다보면 암반으로 된 해안이 나와요. 그곳에서 합시다.” 김영달씨의 친구 상훈씨도 즉시 동조했다. 상준 일행은 우측으로 향하는 둘레길을 따라 올라갔다. 오고 가는 방문객이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좋은 곳에 오면 사람들 마음도 고와지나 보다.
드디어 절벽을 따라 내려 해안 갯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낚시 포인트로는 제격이었다. 갯바위라 하기보단 넓은 암반이 적절한 표현이다.
그러나 상준은 괴물이 없다는 걸 모두 파악했다.
“자! 연 프로, 오늘 실력한번 마음 끗 발휘해 보라고.”
이상훈씨의 격려였다.
“오늘 대상어는 뭐죠?”
“참돔! 여긴 참됨이야.”
모두 제자리를 잡아 앉았고 신 팀장을 카메라를 살펴보면서 기분이 좋은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표님. 저도 낚시 한번?”
“신 팀장, 최 주무께 낚시하나 준비해 줘. 미끼도 달아주고.”
최 주무는 평생 낚시가 처음인지 갯지렁이를 보며 오만 인상을 다 쓰며 징그러워하였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영달씨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가씨! 낚시 처음인가 보네.”
최 주무는 생글 생글 웃으며
“오늘 저가 장원하려구요.”
“장원? 허허허.”
영달씨도 한바탕 웃고는 낚시에 집중하였다.
오늘은 찌를 띄워 미끼가 바닥을 치지 않도록 수면에서 8m 내외로 가라앉게 하였다. 수심은 약 10m 내외라 하였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걸렸어요.”
최 주무의 환호를 듣고 돌아보던 영달씨가 농담을 하였다.
“장원 맞네. 먼저 잡으면 장원이지.”
잡아 올린 보리멸을 보며 허허 웃는다.
“고기통, 고기통.”
최 주무의 소리에 상준의 옆에 있던 아이스박스에 잡은 고기를 넣어 주었다.
“미끼 좀 달아주세요.”
상준은 일어서서 갯지렁이를 골라 최 주무의 바늘에 꿔어주었다. 조금 뒤 최 주무는 또 소리를 질렀다.
“허허허, 오늘 연 프로 낚시 다 했네. 근대 팀장이니, 주무니 하는데 어떤 관계야? 대표는 또 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영달씨가 궁금증을 더했는지 상준을 돌아보며 물었다.
“예, 저가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어떤 사업인데...”
“인터넷 방송 관련. 사업이라기 보담 그냥 소일 삼아.”
“그럼 사장이네. 그러니 대표지.”
“꼭 그렇진 않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 하거든요.”
잠시 후 상훈씨는 망상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고 상준과 영달씨도 우럭과 넙치를 건져 올렸다.
“또 잡았어요.”
최 주무는 노래미와 보리멸 등을 연거푸 몇 마리 걸어 올리더니 제법 큰 우럭도 낚아 올렸다. 최 주무는 신이 나서 아예 자신이 미끼까지 끼우면서 더는 갯지렁이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대표님, 저 아마 낚시에 소질이 있나 봐요.”
“그래, 최 주무가 이렇게 잘 낚으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소질이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죠? 대표님,”
“또 물었어.”
이번엔 제법 낚싯대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최 주무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낑낑대고 있었다. 상준은 희진의 옆에서 격려를 해주며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올리도록 주의를 주다 뜰채로 고기를 건져 주었다.
“어! 참돔이잖아.”
“이게 참돔이에요?”
“응, 맞어. 꾀 크네. 40은 되겠어. 오늘 장원 확실해.”
상준의 칭찬에 희진도 자신의 성과에 흥분하는 것 같았다.
그때 김영달씨의 낚싯대가 요동을 쳤고, 아울러 상준의 찌도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
“참돔 때가 왔나보다.”
카메라를 든 팀장 용만은 신이 났다. 바다의 풍경과 희진의 표정, 상준의 포스를 번갈아 가며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들의 일을 창조해가고 있었다. 간혹 영달과 상훈의 얼굴도 담곤 하였다.
한꺼번에 건져 올린 것은 역시 참돔이었다.
“자 벌써 오후 두시야. 우리 뭐 좀 먹고 해야겠어.”
상준은 낚싯대를 건져 암반 뒤 바위에 걸쳐두고 희진이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희진은 쪼르르 상진에게 다가와 햇반과 채소 등 준비해온 재료들을 꺼내 놓았다.
“희진이는 낚시하고 있어. 내가 할게.”
“아니에요. 대표님.”
“좀 더 잡아, 최 주무가 제일 잘 잡는데 뭘.”
상준의 말에 낚시를 계속할까 잠시 망설이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는지 요리를 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는 사이 상준은 자신의 가방에서 냄비와 레인지를 꺼낸 뒤 칼과 도마를 펼쳐 놓았다. 능숙한 솜씨로 잡어들을 잘라 매운탕 끓일 준비를 하고 참돔과 가자미는 회를 떴다.
“요즘 회 먹어도 돼요?”
여름철 어패류에서 발생하는 비브리오 주의보를 방송에서 본 희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낚시 프로 김영달씨가 껄껄 웃으며 대답하였다.
"못 먹지."
"그럼 어떡해요."
"없어서 못 먹지."
영달씨는 희진을 놀리는데 재미가 붙었나 보다.
"참, 아저씨도."
“바다에서 바로 잡은 고기는 상관없어요.” 그리고는 너털웃음을 웃었다.
상준도 희진의 말에 순간 염려가 되었으나 어촌에서 오래 산 어민이고 자칭 프로 낚시꾼이라는 사람의 말이니 믿어도 될 것 같았다.
비늘을 전부 제거하고 난 후 머리를 잡고 목 부위를 칼로 잘라 등뼈를 따라 꼬리까지 내려갔다. 깔끔하게 돔의 단면이 손바닥만큼 도톰한 횟 거리로 분리되었다.
그리고 다시 참돔을 뒤집어 꼭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였다. 그리고는 하나씩 들고 꼬리 부분의 껍질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칼질을 하니 껍질과 살이 분리되었다.
“잘하세요. 대표님.”
“잘하지?”
“네, 대표님 못하시는 것이 없어요.”
참돔 두 마리를 똑 같은 방법으로 살을 분리하여 도톰하게 썰어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머리와 껍질, 내장의 일부를 찌개를 끓일 냄비에 담아 야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
희진은 자신보다 더 능숙한 연 대표를 보면서 한층 더 믿음이 가는 얼굴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리를 하던 상준은 잠깐 고개를 돌려 낚시를 하는 김씨 아저씨를 잠깐 바라보니 그 앞쪽 바다에서 붉은 빛의 섬광 한 덩어리가 물속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저거 괴물인데?’
잠시 일어서서 지켜보고 있는 사이 몇 바퀴 빙빙 돌던 섬광은 다시 멀리 사라졌다.
“대표님, 올해 연세가 얼마세요?”
최 주무의 말에 다시 제 정신을 찾고는
“뭐라 했지?”
“올해 연세가 얼마냐구요.”
“뭐? 연세라니. 나 최 주무와 비슷해.”
“거짓말.”
“그건 농담이고. 하하”
희진은 휴대폰을 꺼내 연대표의 나이를 찾고 있었다.
올려 두었던 찌개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자 상준은 모두를 불러 모았다.
낚시만 하고 있던 영달씨와 상훈씨도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같이 하였다.
“저녁은 우리가 할게.”
그들은 바닷가에 펼쳐진 암반 모양의 바위 위에서 피곤한 것도 잊은 체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상준은 먼저 식사를 마친 괴물의 흔적을 추적해 보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참돔의 살을 골라 바늘에 뀌어 던져두고는 담배를 뽑아 물었다.
“자, 참돔아. 이리와봐.”
절벽 위 산책로에는 산행을 하는 탐방객들이 기웃기웃 내려다보며 지나가곤 하였다.
“신 팀장. 식사하고 난 후 설거지 좀 도와주고 좀 쉬도록 해. 촬영도 무척 힘들어.”
“예 팀장님. 설거지는 제가 전문입니다. 하하 요리는 못해도.”
상준은 이수도 참돔 낚시도 꽤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어쩌면 조금전 그 괴물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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