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아픈 추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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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어의 머리를 자른 뒤 절반으로 갈라 두 토막을 만들고 지느러미와 꼬리를 데어내어 상어의 머리와 함께 한곳에 쌓았다.
“할머니, 저기 저 솥에 넣어 푹 찌세요. 삶으면 안되고 푹 쪄서 먹어야 해요."
할머니는 상어머리와 꼬리 등을 채반을 놓은 가마솥에 넣어 불을 때기 시작했다.
이번엔 배를 갈라 상어의 간과 이자를 꺼내 회를 만들어 모든 노인들께 맛을 보라 권하신다.
“이것 정 말 맛있구만.”
할아버지들은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상어애를 드신다.
“자네도 먹어봐.”
사양하는 상준에게 손으로 집어 기어이 맛보게 하셨다.
“할아버지. 맛있어요.”
“맛있지? 이 것 먹으면 오늘 밤 그냥 못자.”
옆에 계신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쿡쿡 찌르며
“젊은 사람에게 무슨 헛소리야?”
“응? 어.... 그래 총각이지...허허허”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셨다. 그리고 해체 작업은 계속되었다.
“할아버지, 우리 주인집에 갖다 드리게 맛있는 부위 조금만 잘라 주세요.”
“응, 그래야지.”
해체를 하시던 할아버지는 뱃살이라면서 한 덩어리를 떼어 놓으시자 할머니는 회관 안으로 들어가셔서 비닐봉지를 가져와 고기를 담아 상준에게 건네주시면서
“이건 찌개거리야. 양파와 무, 풋고추 썰어 넣고 고추장과 된장 넣어 찌개 만들어 먹는 거야.”
“예.”
주인아주머니도 모처럼 상어고기를 맛보게 되었다고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예전엔 간혹 먹어 봤다고 하시면서.
다시 상준은 갯바위로 되돌아가 해가 질때까지 고기를 건져 올렸다. 태풍이 지나간 해수욕장 갯바위엔 다양한 고기들이 제법 많이 올라왔다. 도다리, 보리멸, 가자미도 잡혔다. 이정도면 오늘도 재미있게 보낸 하루가 되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집으로 돌아오니 주인아주머니께서 또 상어 찌개를 하셨다고 오라고 하셨다.
“늘 저가 이렇게 신세만 져서.”
“별 소리 다한다. 총각.”
“요즘도 민박 많이들 와요?”
“아니, 아직은.... 뜨문, 뜨문.... 해수욕장 개장을 해야지.... 그때가 되면 제법 오지.”
“네, 그땐 힘들겠어요.”
“아냐, 그냥 방만 내어주면 돼. 주인이라고 특별히 하는 것은 없어.”
“예, 여름에는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많이 와요?”
“많이 오지. 해마다 사람들이 늘고 있어. 해양박물관이 들어선 이후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지난번 해일 이후 해수욕장을 새로 개발한다고 하네. 시에서.... 그리고 해수욕장 주변에 호텔도 들어오고 시내버스 주차장도 들어온다네.”
상준은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사무실 겸 집 마련을 위해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기로 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역 주민들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이 아주머니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의 집과 사무실 지을 마땅한 터를 좀 알아봐 주세요.”
“총각, 잘 생각했어. 지난번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여긴 장래가 밝은 곳이야.”
“사실 저도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 동네 어느 곳이 좋겠어?
일단 총각이 위치를 찍으면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개시켜 줄 테니.”
“저 해수욕장 넘어 소나무 숲이 있는 언덕 위가 어떻겠어요. 마을에서 이미 도로도 나 있고 해수욕장과 항구, 등대도 보이고.”
“그곳이 마음에 들어?”
“이곳은 농지를 구입하려면 오히려 값이 비쌀 것 같은데, 차라리 저런 야산이 더 싸지 않을 까요?”
“몇 평정도 구입하려는데?”
“계획을 바꿨어요. 부산에 건물을 먼저 구입하려 했는데, 그건 조금 미루고, 약 400평 정도.”
“알았어. 저 솔밭은 지금은 얼마 안할 거야. 그러나 나중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지.”
상준의 계획은 차근, 차근 진행되었다. 당분간은 휴무를 구별하지 않고 낚시에 좀 더 전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아주머니는 마실을 나가신다. 상준은 벌써 아주머니께 단단히 신임을 얻은 것 같았다.
“카톡.... 카톡, 카톡.”
‘뭐지?’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잠시 쉬려하는데 휴대폰에서 소리가 요란했다. 다슬이 보낸 사진이었다. 낚시 장면과 과 호미곶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이었다.
“잘 찍었네. 고마워.”
그리고 상준은 간단하게 준비하여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지난 해일 이후 모든 것이 정리되어 도로 옆 횟집식당과 가게들은 모두 문을 열었고 몇몇 모텔에서도 불빛이 찬란했다.
백사장에 의자를 펴고 소일 삼아 앉아 낚시를 던졌다.
가로등 불빛으로 훤한 백사장에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고 있었다. 장마가 지나고부터 기온이 올라 밤 기온도 매우 무더웠다. 습도가 높은지 불쾌지수도 높을 것 같다. 곧 해수욕장은 개장 될 것이다.
바다를 살펴보니 섬광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없나보다.
‘오늘은 아무 것이나.’
무거운 추를 달아 지렁이를 미끼로 모래 바닥을 공략하기로 하였다. 낚시를 던져두고 멍 때리고 앉았다. 새로 마련할 주택의 기본 설계와 사무실 건물의 구조를 구상하고 있었다.
규모랑...구조랑....층수랑... 그리고 나름 정원도 생각해 보았다.
“츠르륵”
“꽂아둔 낚싯대의 끝 부분이 세차게 흔들렸다. 천천히 감아올려도 더 이상 감이 잡히지 않고 그냥 묵직하기만 하였다. 광어였다. 백사장 모래 바닥에 광어가 붙어 있었나 보다. 연거푸 크고 작은 광어들이 미끼를 물고 올라왔다. 갑자기 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조금 씩 내러 가는 것 같았다. 가끔 가다 데이트 족들이 팔짱을 끼고 백사장을 걷고 있다.
그때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한 무리가 왁자지껄 소란을 떨며 백사장으로 나왔다. 비틀비틀 하던 어떤 아저씨는 바다를 향해 한 가닥 소변줄기를 뽑아내면 휙휙 원을 그려댄다.
“햐, 하늘 맑다.”
그리고는 부르르 떨다 바지춤을 올렸다.
또 다른 사람들은 상준의 고기통을 들여다보며 많이 잡았다고 한마디씩 하였다. 그때 중년의 한 부부가 이상한 낚시를 들고 상준이 앉아있는 부근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다. 이 넓고 긴 백사장에서 왜 이렇게 가까이 와서 자리를 잡을까?
‘저것이 무슨 낚시지?’
상준은 궁금하여 여쭈어 보려다 일단 구경만 해보려고 지켜만 보았다. 그물 한 움큼에 생선 대가리를 묶어두었다. 커다란 양동이를 준비해 왔으면서도 낚시 바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에 던져두고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다시 상준의 낚싯대에 소식이 왔다. 역시 광어였다.
“와! 크다.”
아주머니가 탄성을 내셨다.
“여기 이런 것도 있었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상준에게로 다가왔다.
“미끼 뭐를 달았어요?”
“갯지렁이를 사용했어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보고 “그 봐”라는 어투로 질책을 하였다.
“봐, 이왕 낚시하려면 저런 걸 잡아야지...”
“무슨 낚시 하세요?”
“아, 우린 게.”
“게요?”
“예, 게 낚시.”
상준은 갑자기 게 낚시란 말이 우스워 입가에 웃음이 번져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푸른 섬광이 해수욕장 주변을 누비고 있었다.
‘저놈이 바로 괴물이구나. 푸른 빛을 내는 저 덩어리가...’
덩치로 봐서 여간 큰 놈이 아니었다.
‘그래, 괴물아. 어디 한번 보자.’
‘이 때 한번 물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뜻밖의 광경이 벌어졌다. 그놈이 바로 자신이 설치한 덫으로 오고 있다.
꽂아둔 낚싯대가 앞으로 휘다가는 주르르 바닷물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대물이다.”
상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물로 뛰어들어 낚싯대를 손에 잡았다. 엄청난 힘이 손아귀에 전해 왔다. 낚싯대를 처 들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이때는 낚싯대를 낚싯줄과 같이 일직선으로 잡는 거다.’
낚싯대를 잡은 상준의 모습은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었다. 소리를 듣고 멀어져 가던 사람들이 다시 상준의 곁으로 모여 들었다.
“치링..., 치링...”
낚싯줄 떠는 소리가 백사장을 흔들었다.
누군가 상준의 허리를 잡고 같이 당겼다.
“아니에요. 그냥 두세요.”
상준은 성급하게 당기면 낚싯줄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냥 들고만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고랜가? 이게 뭐지?”
구경꾼들은 모두 궁금하였다. 연상준 역시 자신도 궁금하였다. 20여분이 흘렀을까. 상준은 조금씩 릴을 감기 시작했다.
발버둥 치던 그놈도 제풀에 꺾여 조금씩, 조금씩 끌려나왔다. 바로 괴물 상어였다. 며칠 전에는 일반 상어를 올렸었는데 이번엔 진짜 괴물 상어였다.
“조심해 줘요. 다칩니다.”
발버둥치는 상어를 보면서 한편 염려가 되었다. 우리나라 해안에 괴물 상어가 종종 나타나다니. 그것도 곧 해수욕장 개장을 며칠 앞두고.
‘여긴 이놈 뿐 이겠지?’
상준은 일전에 본 상어 해체 방법을 머릿속에 헤아리며 해체 작업에 돌입하였다. 먼저 머리를 잘라 양 볼을 떼어 분리시키고 지느러미를 분리하여 값비싼 괴물 상아를 추출하였다. 그 후 내장을 꺼내 가치가 높은 수순으로 분리시켜 나갔다. 먼저 쓸개를 찾아 구슬을 골라낸 후 간, 지라, 콩팥 등 괴물상어의 가장 소중한 부위를 찾아 하나하나 조심하여 포장한 후 등뼈를 주축으로 양분시켜 마지막으로 고기들을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 포장했다. 그것으로 괴물상어의 해체 작업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대표님! 또 한건 한 것 같습니다.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올린 괴물 상어 낚시는 대박 터졌습니다.”
“그래? 두 사람 다 수고 많으셨네.”
다음 날 아침 괴물 상어는 엄청난 값으로 팔려나갔다. 특히 이번 괴물은 크기가 크고 나이가 있어 많은 슬개에서 많은 구슬이 추출되었고 내장 각 부위도 약용으로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지느러미에 들어있는 상아와 이빨상아 크기도 보통 괴물고기의 상아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문제는 해수욕장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개장을 앞둔 진호해수욕장은 괴물의 등장으로 우려를 자아내었고 지난번 동해안 괴물상어에 이어 또다시 출현하여 해수욕장 주변상인들과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 하였다. 진호해수욕장이 전국으로 알려지고 당국의 철저한 대비와 장마가 끝난 후 전국 고온현상과 폭염주의보로 등으로 전국 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진호해수욕장도 예년에 볼 수없던 호황이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괴물상어를 잡아보겠다고 전국에서 모인 낚시동호회 회원들로 인근 바다와 식당, 가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제 상준은 중산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 어디를 가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는 상준에게는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때때로 공짜 서비스를 받는 약간의 즐거움도 따라 다녔다.
상준이 구하려던 바닷가 야산 솔밭은 아주머니의 끈질긴 설득과 상준의 후한 대금 지불로 서서히 집을 지를 터전이 마련되어 가고 기존 도로가도 정비되어 나갔다. 당초 400평 정도 예정했던 규모가 덩어리가 커서 800평으로 확대되었다. 상준이 원하던 땅의 위치가 지주가 소장한 800평의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한꺼번에 모두 넘기려는 지주의 요청 때문이었다. 가운데를 빼고 나면 주변의 모든 땅이 자투리땅으로 추락하기 때문이었다. 지주의 입장에선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집과 사무실이 들어설 지반의 구축과 전체적인 균형, 주택의 설계 등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또한 두 번째 올린 동영상 호미곶도 인터넷 방송에서 폭발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연상준이란 이름과 간간히 잡고 있는 괴물낚시의 성공도 한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아울러 최 주무는 상준이 예상했듯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가자미와 광어 하물며 노래미 낚시 까지 보통 물고기를 잡는 과정과 야외 조리를 하는 과정을 작가다운 내레이션을 적당하게 붙여 명품 동영상을 만들어 내었고 신 팀장도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촬영과 예술성을 살린 편집으로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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