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인터넷 방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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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촌 출신들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것 같았다.
보통 여자들은 참돔이나 감성돔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하긴 정부에서 치어를 방류한 이후로 이 주변 바다에서는 자주 올라오니까 그런가. 소현이도 그렇고.
“나중에 회쳐서 먹을까요?”
“회? 좋지.”
“돔은 뭐라 해도 회가 최고죠.”
“집에는 자주 안 와?”
“네, 한때는 그랬어요. 이젠 자주 다닐 거예요.”
그 때 다시 초릿대가 살짝 움직인다.
어느 정도 세부 계획안을 정리한 뒤에 인력 채용공고에 들어갔다. 초보를 넘어 검색자의 기호에 맞추려면 약간의 전문성이 필요할 것 같았다.
촬영기사 1명, 작가와 편집 업무를 담당할 사람 1명, 선착순 면접 후 즉시 채용. 그리고 응시 자격과 전공분야, 업무 수행 능력, 경험자 우대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후 채용 목적을 분명히 하였다.
물론 응시자가 가장 궁금해 할 건 근무조건과 임금일 것이다.
근무할 지역도 적시해 두었다. 유의점에는 합숙이 가능할 것과 사전 전화 후 방문 바람이란 내용도 포함 시켰다.
기대를 하게 된다.
자신이 설마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찌를 지켜보지 못하자 낚싯대 초릿대는 계속해서 떨고 있다.
미끼를 튼실하게 끼웠으니 말이지 보통의 미끼라면 벌써 뽑아먹고 도망쳤을 것이다.
신 기사가 낚싯대를 가리키며 신호를 보낸다. 다슬이에게 낚싯대를올려보라는 신호 같다.
“제가요? 놓치면 어쩌지?”
“잘 하던데 뭘.”
상준은 낚싯대를 다슬에게 맡기고 간단하게 요리를 할 채비를 하였다.
그 사이 다슬은 제법 큰 감성돔을 건져올렸다.
포말이 일어나며 커다란 물고기가 끌려 올라온다.
신 기사가 뜰채로 받아주자 다슬은 흥분하여 법석을 떨었다.
“야호! 선배, 저 감성돔은 처음 낚았어요.”
아예 팔 벌려 환호까지 한다.
모처럼의 손맛과 짜릿한 기분에 잔뜩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원래 낚시라는 건 물고기를 건지면 순간의 맛이 일품이다.
마치 날아 갈 듯 기분이 짜릿하다.
“그렇게나 좋아?”
“그럼요. 언젠가 이놈 한번 잡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하하. 손맛은 일품이지. 다시 미끼 끼워줄까?”
“괜찮아요. 저 선배보다 낚시 경력이 많다고 했잖아요.”
“하하. 그랬지.”
시간이 흐르니 어색해 하던 상준의 표정도 많이 달라졌다.
워낙 옆에서 재잘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았다.
감성돔으로 회를 치고 작은 참돔은 찌개를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신 기사는 부지런히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다슬이에게 한 마디 물었다.
“다슬씨, 혹시 방송할 때 다슬씨 얼굴 나와도 괜찮아요?”
“그럼요, 괜찮아요. 영광이죠 뭐.”
“출연료는 별로 챙겨주지 못하는데?”
“정말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다슬은 까르르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낚시에 빠져있는 그녀를 보니 사교성이 좋은 정이 많은 아가씨란 생각이 들었다.
본래 스튜디어스란 직업에서 오는 상냥함도 있을 것이었다.
찌개 냄새가 솔솔 풍겨오고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렌지 위에선 보글보글 매운탕이 끓고 있었다.
밥을 해서 그릇에 담아두고 초장과 깻잎을 꺼내어 갯바위에 늘어놓았다.
이렇게 펀펀하고 넓은 갯바위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매운탕을 렌지에 데워서 다슬을 불렀다.
신기사는 이런 장면도 빠짐없이 촬영했다.
먹방도 방송의 일환이었다.
“배고프지? 식사하자.”
다슬이는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워 던져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신이 난 탓에 미안하다고도 하였다.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바닷가에서 먹는 밥은 언제 먹어도 최고의 맛이다. 끝내주는 바다 경치에다 늘씬한 아가씨에. 매운탕 맛까지 기가 막힌다.
“맛이 어때?”
“선배 진짜 맛있어요. 누군가는 좋겠다.”
“.....?‘
“선배 여자 친구 말이에요.”
“어? 어어. 여자 친구 없는데.”
이놈의 썸!
내가 연애뇌인가?
아니면 다슬이가?
“선배, 오늘 밤에도 하실 거예요?”
“넌 피곤하지 않아?”
“그렇긴 해도 선배가 하고 싶으면 해요.”
“뭐. 나도 아침 일찍 와서.”
“이것 좀 드셔보세요.”
다슬이 깻잎에 마늘과 풋고추, 된장을 얹어서 회를 듬뿍 올려 상준에게 내밀었다.
카메라를 의식해서 거절하려다 그냥 받아먹었다.
거절하는 것도 그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일 것 같았다.
자신도 쌈을 싸서 다슬에게 먹여주었다.
신기사 보기에는 은근히 민망했지만 받아만 먹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낚시 동영상이야?
썸 타는 동영상이야?
“음, 맛있다. 선배가 싸주니까 훨씬 더 맛있어요.”
“나중에 진짜로 맛있는 회 맛보게 해 줄게.”
“진짜요? 선배 약속했어요. 꼭 지켜요.”
그때까지도 신 기사는 촬영에만 몰두하였다.
역시 경험을 가졌다고 하더니 프로의 기질이 엿보였다. 촬영은 그에게 모두 맡겨두었기에 그냥 머릿속을 비웠다. 어떻게든 편집할 건 편집하고 잘 처리해 주겠지. 간단하게 우리쪽의 먹방이 끝나자 그도 불러서 같이 식사했다.
“신 기사님. 이제 촬영 그만 하시고 같이 식사해요.”
“네,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저 96년생이니까요.”
“음, 그럼 우리 서로 편한 대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 모든 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편하게 하세요.”
“모든 거? 예를 들면?”
“방금 전에 식사 문제도 그렇구요. 제가 없는 것처럼 해 주셔야 편집이 자연스럽거든요.”
“하긴 그렇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해는 넘어갔으나 어둠이 내리려면 아직 시간이 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조용하던 낚싯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상준은 긴장감을 가지고 천천히 낚싯대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촬영을 위해 멋진 앵글을 내어주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다슬 역시 상준의 옆에 서서 옆모습을 지켜보다가 순간 생각이 떠올랐는지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멋져!’
다슬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이런 저런 모습들을 많이 담았다. 상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그리 크지 않는 괴물아귀였다. 그러나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상준은 의도적으로 괴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려고 고기를 이리 저리 돌려가며 카메라 촬영에 협조하였다.
“컷”
“방금 이것 촬영했어요?”
“예, 잘 찍었습니다. 좋은 것 하나 건졌습니다.”
촬영기자가 만족한 얼굴로 대답하였다.
“멋졌어요. 저도 찍었어요.”
다슬은 자신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며 좋아하고 있었다.
“후배, 우리 이러지 말고 구룡포로 가. 구룡포 가면 아마 숙박할 곳이 있을 꺼야. 여기서 그냥 밤을 쇨 수는 없어.”
“전 괜찮은데...”
“그렇지 않아! 피곤해서.”
“그런데 후배가 뭐예요. 그냥 이름 부르세요.”
“그래, 알았다. 어떻게 할 거야?”
“우리 구룡포로 가봐요.”
“그럼, 너 차는 우리 기사님께 드리고 내차로 간다.”
신기사는 촬영 영상을 업무 담당자 최희진 씨에게 보내겠다고 하였다. 상준은 신기자에게 다슬 양의 자동차 키를 넘겨주면서 인근에서 식사하라 일러주었다. 신기사는 아무 염려 말라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정포항에서 구룡포 까진 제법 시간이 걸렸다. 피곤하지 않다면서 큰 소리 치던 다슬이도 식사 후라 그런지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더니 드디어 잠이 든 것 같았다. 상준은 다슬이가 좀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차를 천천히 몰아 구룡포항으로 들어왔다.
다행이 구룡포 항에는 숙박할 곳이 있었다. 항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뒤돌아서서 살펴보니 붉은 색 펜션 간판이 이미 눈에 들어왔다. 상준은 조금 전에 잡은 괴물아귀를 들고 구룡포 전통시장 횟집에 들렀다.
“사장님. 이것 괴물아귀거든요. 회 좀 쳐주세요.”
“이게 괴물아귀예요? 그러고 보니 연상준 프로네. 와!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이것 복어회 처럼 해 주시구요, 참기름에 소금 조금 넣어주세요.”
“예, 예 걱정 마십시오.”
비록 아귀가 크기는 않았으나 먼저 원석과 괴물상아를 뽑아낸 뒤 고기는 피를 전부 뽑아낸 뒤 종이처럼 아주 엷게 썰어 쟁반에 담아 내어주면서, 참기름을 친 소금장을 곁들여 함께 내어 주었다. 투명해 보일 정도로 야들야들해 보여 자세히 봐도 복어회와 구별이 잘 안될 것 같았다.
“사장님. 여기 술 한병만 주세요.”
상준은 술잔에 술을 부으면서
“이것 한번 먹어봐. 정말 환상적이지.”
“선배는 먹어 봤어요?”
“응, 지난번에. 너무 맛있어서 너에게 맛을 보여 주고 싶었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
다슬은 회 한점을 참기름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음, 행복해. 이럴 줄 알았으면 신기사 님도 같이 오자고 할 걸.”
“왜?”
“이런 괴물아귀 먹는 장면 촬영했으면 좋잖아요.”
상준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슬을 따라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음식의 맛이 사람에게 이런 행복감을 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상준은 술잔을 들고 다슬에게 건배를 제의하였다.
“위하여!”
다시 한 점 씩을 참기름 장에 찍어 먹는 맛은 가희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장님, 그리고 사모님도 오셔서 한 점 씩만 맛보세요?”
그들도 찬사를 보냈다. 평생 횟집을 하면서 장사를 하였지만 괴물아귀의 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느낌이 어때?”
“진짜 개깜놀.”
“깜놀. 그렇지?”
“선배, 조금 전에 받은 파란돌과 아귀 뿔은 어떻게 하려고요?”
“응, 그것 값이 제법 비싸더라고... 수백만원씩 하거든, 조금 작아서 그렇지, 조금 만 크면 수천만원씩 해. 일종의 보석 원석이거든...”
“응, 그렇구나.” 상준은 행복해 하는 다슬을 보니 자신도 행복한 것 같았다.
“선배, 나는 굶주리던 사람이 음식을 보면 행복하리란 건 짐작했었지만, 회 한점이 이렇게 행복감을 주리란 걸 미처 생각지도 못했어요.”
상준은 다시 횟집 사장님 내외를 불러 술 한잔씩 권하고 고기를 한 점 더 드시라고 권해드렸다.
“여보, 오늘 밤 우리 막내 만들자.”
횟집 사장은 자신도 모르는 회맛의 정취에 아내를 보며 눈을 찡긋하였다.
상준은 남아있는 괴물 아귀회 몇 점을 남겨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워 한 젓가락에 뭉치 그대로 입에 넣었다.
“달그락.”
콩알 만한 무언가가 이빨 사이에 뭉그적거리다 찰나에 그만 쏙 넘어가 버렸다.
“캑캑”
다시 뱉으려 용을 썼으나 넘어간 것은 다시 넘어오지 않았다.
“돌인가? 아주머니 물 좀.”
“선배 왜 그래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았다. 횟집을 나와 다시 구룡포항 주차장을 따라 바닷가로 한참을 걸었다. 하루 밤을 보낼 숙소가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펜션 불빛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갑자기 온 몸의 진력이 얼굴로 모이는가 하더니 눈앞에 번쩍하는 섬광이 일어났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괴물아귀의 약효 때문인가? 아니면 조금 전 뭘 잘못 먹었나?’
“너 고기 먹고 나니 괜찮아?”
상준은 자신에게 오는 느낌을 다슬이도 느끼는가 하여 물어 보았다.
“응, 괜찮아요.”
“아니, 이상한 것 없어?”
“아뇨,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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