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괴물 낚시 대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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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게 자신의 장점 중 하나다. 상준은 즉시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련된 법적 문제와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등 다양한 분야에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단은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 촬영을 해보자.’
한창 인터넷 방송을 준비하느라 바쁜 가운데, 동네 이장이 와서 후원금을 좀 달라고 한다. 지역 청년들이 노인정에 다니시는 어른들을 모시고 1박 2일 관광을 가게 되었다고. 앞으로 이곳에서 오래 살려면 한 번씩 노인정을 찾아봬야 하고, 지역행사에도 참여하고, 청년회도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이 좋을 거란다. 썩 내키진 않았으나 지갑을 열었다.
“얼마 드리면 되겠어요?”
“어, 청년은 아주 이사한 것도 아니고 혼자 사니까 조금만 줘.”
농촌이나 어촌은 아직도 이런 것이 있나본데. 뭐 약간만 투자를 해두면 인간관계가 한층 더 편해질 것 같아서 단돈 몇 만원이라도 후원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자신이 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거니까. 약간의 후원금을 내어놓자 참 고맙다면서 동네 어르신들께 이야기를 잘 해놓겠단다. 인정조차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란 걸까.
호구가 되는듯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일단은 세무소로 가서 개인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였다. 이건 인터넷 방송 때문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본 한 수였다.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 설립이나, 주식회사 설립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행한 일이다. 기왕에 하는 거 여러 방면으로 손쉽게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취업이 어렵기는 어려운가 보다. 인력채용 공고가 나가자마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상준은 하나하나 전화가 올 때마다 필요한 업무 수행 능력을 설명하고 자신의 계획을 상세하게 부연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의 문의자는 이래저래 자진 포기하였고, 몇몇 사람들은 이쪽의 생각이 자신의 상황과 부합하는지 방문 면접을 자청하였다.
그것도 당장에 찾아오겠다는데. 시간을 미루면 채용에 대한 우선순위를 잃을까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상준은 자연스럽게 사장님 마인드가 됐다. 한때 취준생이었던 자신 역시 그들의 염려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월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상담을 했다. 사전 전화 상담의 효과가 있었는지 상당한 능력의 보유자들이 왔다.
“요즘 티브이에 자주 나와서 뵙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열심히 할게요, 잘 부탁드려요.”
두 명이 가장 마음에 들었기에 면접 즉시 채용하였다.
촬영기사 신용만, 작가 겸 업무담당에 최희진. 둘은 계획에 맞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신용만 촬영기사는 촬영뿐만 아니라 편집이 가능하고 재치와 아이디어가 매우 참신 하였고, 최희진은 국문학과를 졸업한 탓에 작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구청에서 행정 계약직으로 일한 경력도 있었다.
그런데 최희진을 보자 유달리 기분이 묘했다.
최희진은 언제, 어디선가 꼭 만나본 것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본인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하고, 자신 역시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뭔가 묘하게 아는 사람 같은데 연결고리가 아무것도 없다고나 할까. 뭐 상관없었다. 과거의 언젠가 어디에선가 스쳐지나간 누군가와 닮은 사람이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이제부터 한 가족처럼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해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능력을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그리고 필요한 모든 자금은 끝까지 지원합니다. 방송을 시작 할 때 까진 최저 임금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활동비와 출장비는 무한 지원할 것이고, 수고에 따른 별도 수당도 반드시 지급할 것입니다. 물론 성과급도요.”
촬영 기사의 숙소는 상준이 머무는 민박집을 한 채 더 얻어 공동생활을 약속하였고, 업무 담당자인 최희진은 재택근무 하도록 조처하였다. 어느 정도 계획에 맞게 필요한 장비들을 수집하러 다녔다고 그렇게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갔다.
“당장 신 기사님은 내일부터 저랑 함께 동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주인아주머니도 민박용 집 하나를 별도로 예약하자 매우 좋아하셨다. 물론 임대료도 넉넉하게 지급하겠다고 계약을 했다. 이게 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이들 모두 자신이 헌터 자격증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자 더욱 더 신뢰감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이제 자신도 조금은 전문가가 됐다는 소리다.
화요일 일찍 촬영기사와 함께 정포항으로 떠났다. 저번에 뉴스에서 봐뒀던 괴물상어를 노려보기 위해서다. 헌터라면 당연히 정보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지금 시즌은 괴물상어의 출현이 헌터들에게 가장 큰 각광을 받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차를 달리면서 동해 바다를 마음껏 즐겼다. 평일이지만 정포항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신 기사님, 모든 촬영은 기사님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신문에 새로운 명소에 오른 지역이나, 드라마 촬영지 같은 곳이 인기가 있다는 건 많이 들어 알았지만. 설마 괴물이 나타났다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으리란 상상은 하지 못했다. 그것도 괴물이 잡힌 것도 아니고. 어쨌든 보통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찾는 사람이 많은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물론 정포항에도 명소라고 할 만한 장소는 있었다. 다만 이번에 사람이 이렇게나 모인 이유는 괴물상어의 탓인 것이 분명하였다. 관광객보다 낚시인이 훨씬 더 많았다. 상준은 낚싯배를 빌려 타고 도전을 계획하였다. 아니, 당일은 너무 늦었다. 새벽부터 배를 찾는 선객이 너무 많아 상준에게 돌아갈 자리가 없었다.
“일단은 계획을 변경할게요. 방파제에서 좀 낚아보죠.”
이럴 때 보트가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수 없이 방파제로 이동했다. 이곳의 테트라포드 배치가 좀 위험해 보인다. 너무 높이가 높고 규모도 지나치게 큰 것 같았다. 이 위에서 낚시를 하고 촬영을 하기는 좀 그렇다. 동해안은 파고가 높아 더 높게 쌓은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불편했다. 방파제 안쪽 분위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 아니고.
주변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한 후 자리를 옮겨 도전하기로 하였다. 항구 주변의 한적한 갯바위를 찾고 있을 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저번에 낚시 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 찾아왔던 그녀. 바로 스튜어디스이자 하숙집의 딸인 정다슬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자신을 선배라고 부르고 있었다. 상준은 다슬의 이외의 말에 약간 당황했다.
“잘 지냈어요?”
“지금 내려가고 있어요. 여기 옥천이거든요.”
“어? 그래요? 아주머니께서 다슬씨가 오신다는 말씀을 안하시던데.”
“어머니께 말씀 못 드렸어요. 갑자기 짠 나타나려구요.”
“아아.”
이런 성격이었나.
왠지 웃음이 나왔다.
“네, 선배 지금 집에 계시죠? 오늘 밤 낚시하실 거예요?”
“아닙니다. 오늘은 정포항에 왔습니다.”
“정포항? 그게 어디죠?”
“포항 아래 쪽에 괴물 상어가 나타난다고 해서.”
“그럼 저 내비 찍어서 그리로 갈게요.”
엉? 여기로 온다고?
상관은 없지만 왜? 설마 날 보러 오는건가?
아니면 다슬씨도 괴물 상어에 관심이 있었나?
집에 어머님이 기다리실 텐데, 다슬은 집으로 가지 않고 상준이가 있는 정포항으로 오겠다고 한다. 의외의 느낌에 약간은 가슴이 설렜다. 사실 그녀의 소식이 조금은 궁금하던 차였다. 전화를 하려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 관두기도 했었고. 이게 다 여자친구였던 연희한테 매몰차게 차인 이후로 가끔씩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정다슬이 자꾸 거리감을 좁혀오니 자연스럽게 썸을 타게 되어버린 형국이랄까.
바닷가에 위치한 넓은 갯바위에 자리를 잡고 다시 바다로 미끼를 던졌다. 뒤에서 카메라로 촬영중인 신기사가 있으니 낚시를 하는 기분이 조금 색달랐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원줄을 좀 실한 놈으로 8호 줄을 사용하고 목줄은 5호로 잡아서 채비하였다. 미끼는 오전에 잡은 잡어를 썰어서 그대로 사용하였다. 도감에서 읽은 대로라면 괴물상어 역시 일반적인 상어들처럼 피 냄새에 반응을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낚싯배를 못 탄 것이 아쉬웠는데 생각하니 참 다행인 것 같았다. 배를 타고 가버리면 다슬씨를 못 봤겠지. 여기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낚시를 하고 있으면 된다. 잠시만. 옥천이면 언양에서 울산을 거처 울산포항 고속도로를 타면, 제일 빠를 텐데. 초행길인데 그녀가 잘 찾아오려나. 내비에게 맡겨두면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가르쳐 줄지도. 뭐 이제와서 말해주기엔 늦었다.
조과는 별로 없었으나 참돔 작은 씨알 두 마리와 조금 큰 강성돔을 잡아두었다. 얼마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정다슬인데 지금 정포항에 거의 다 왔다고 어디쯤에 있냐고 한다. 상준이 뒤를 돌아보니 정포교회의 십자가가 보였다. 자신은 그 앞 해안 갯바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낚시를 걸어둔 채 교회 앞을 지나가는 해안도로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그녀의 차가 보였다.
“대구 포항 도로 탔어요?”
“아니, 울산 포항 고속도로요.”
“아, 그 길을 알고 있었나봐요.”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잘 어울린다.
정다슬의 모습을 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자동차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상준에게 건너줬다. 왠지 그녀에게 남자의 힘을 과시할만한 찬스인 것 같아 호구처럼 덥썩 가방을 받아들었다. 이게 다 썸을 타는거길 빈다. 정다슬이 자신의 뒤를 따라왔다.
“여기 비탈길 위험하니 조심해요.”
낚시터에 도착해서 다슬이에게 촬영기사를 소개하였고, 기사에게는 하숙집 주인 딸이라고 소개를 마쳤다. 인터넷 방송을 위한 촬영중이라고 하니 정다슬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래저래 널린 게 유튜버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나.
“전 선배가 낚시 동영상을 촬영할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낚시는 잘 되세요?”
“아니요, 그냥 낚시하기 좋은 분위기라서 온 거죠. 괴물 상어도 등장한다고 하고.”
“선배, 이제 말씀 낮추세요.”
“예?”
“저도 선배하고 같은 학교 졸업했어요.”
“아, 그래요?”
“예, 처음엔 몰랐는데, 선배 약력보고 알았어요.”
“아하.”
상준은 가방에 넣어뒀던 물병과 커피 캔을 다슬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다슬이 휴게소에서 구입한 핫도그와 케찹이 발린 어묵을 꺼내어 상준에게 주었다. 한 입 가득 베어 무니 맛이 괜찮다. 다만 막상 그녀를 만나고 나니 할 말이 없고 여러모로 어색하기만 했다.
“근무는 어떻게 돼요?”
“똑 같진 않지만 보통 한달 비행시간은 80에서 90시간 정도구요, 국제선을 타면 장거리 비행이라 해외체류 기간 포함해서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 걸려요. 그렇기 때문에 2박 3일, 또는 3박 4일 휴가를 줘요. 휴가 기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집에 다녀오기도 해요.”
“그렇군요.”
“선배 말씀 낮추라니까요?”
“흠. 그럴까?”
“네, 그게 편해요. 그건 그렇고 뭐 좀 잡으셨어요?”
다슬이 낚싯통을 열며 호들갑을 떨었다.
낚싯통 안에 있는 참돔과 감성돔을 보더니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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