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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0화 (10/225)

〈 10화 〉 섹시한 스튜어디스(1)

* * *

뒤를 돌아보니 주인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 옆에는 처음 보는 아가씨 하나가 서 있었다.

그둘은 눈이 서로 마주쳤다.

한창동안 멍하니 보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뭔가에 그들은 알수없는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상대의 매력에 사로잡힌 걸까?

‘이 기분은 뭐지?’

눈앞에 선 아가씨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총각, 이 애가 우리 딸이야. 총각에게 방내 줬다고 나한테 야단이야.”

아주머니의 말씀에 당황하며 엄마의 말을 막으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엄마, 내가 언제?”

“조금 전에 그랬잖아. 방 빼게 할거라고.”

사실 조금 전까지 모녀는 의견 충돌로 화가 난 상태였다.

딸은 엄마가 자신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자기 방을 남에게 내준데 대한 섭섭함을 표현했고,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몇번이고 설득을 하는데도 고집만 부리는 딸이 무척 섭섭해서였다.

그것도 집에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아주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총각 내말 들려?”

“네? 네에.”

딸이 엄마의 팔을 슬쩍 잡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이 건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았다.

상준이 두사라의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모녀의 신경전을 끊어 놓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아, 참 아주머니. 이 고기 좀 보세요.”

“엉? 또 잡았어?”

“네.”

“뭐지 이 고기? 이거 엄청 예쁘게 생겼네.”

“와, 예뻐요, 색깔도 곱고.”

“어제 밤에 잡았어? 이건 값이 얼마나 한데?”

아주머니의 폭풍 질문에 상준은 아무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괴물고기란 책자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책을 펴 주인집 딸에게 보여주었다.

사실은 자신도 아직 가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같은 종류의 고기를 찾아보니 기준 시가가 3억이나 되는 녀석이었다.

소름이 돋는다. 엄청난 횡재다.

“엄마! 이게 3억이나 한데.”

“뭐? 3억? 와, 작은 집 두채는 사겠네?”

“축하해요. 아저씨.”

“고맙습니다.”

“엄아 말이 맞긴 맞네요.”

“어머니께서 무슨 말을?”

여자가 깔깔 웃었다.

“아뇨. 멋진 헌터가 오셨다고.”

“아, 예. 아무튼 방을 뺏어 미안하게 됐습니다.”

“실은 그것 땜에 헌터님을 찾았는데. 이제 제가 포기했어요. 그냥 그방 쓰세요.”

“고맙습니다.”

“사실은 저도 헌터님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내러왔어요.”

"저를 요?"

상준은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아가씨가 순간 당황한다.

말을 하고나니 이상한가 보다.

“아니, 그냥 호기심도 생기고 궁금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일까 하는.”

“실망시켜드려 죄송해요. 저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입니다. 괴물을 잡은 것도 우연이죠.”

“아니에요. 대단하시네요.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어요.”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새하얗고 작은 손이 보드라웠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보다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아주머니가 둘의 대화를 듣고 번갈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딸을 흘겨보며 말을 던졌다.

“거 봐. 내가 우리 총각 보통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 상준 총각은 단순한 낚시꾼이 아니야.”

“미안해요. 엄마. 제가 잘 몰랐어요. 그건 그렇고 상준씨, 이번 괴물낚시대회에 참가하신다면서요?”

“어라, 어떻게 아셨습니까? 벌써 소문이 났나요?”

“초청장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협회관계자가 방송에 나와서.”

“아, 예. 경험삼아 한번 참가해 보려고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그럼 전 이만.”

“실례지만 성함이?"

“아, 저는 정다슬이예요. HK항공 직원이구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대문 앞까지 딸을 따라 배웅하러 나갔다.

상준은 주인집 딸이 나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서 있었다.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멍때리고 있다가 커피를 마시고 잡생각을 지웠다.

문득 지난밤 거북상어를 낚을 때가 머리에 떠올랐다.

역시 초능력이 있었던걸까? 대체 무슨 원리로 괴물이 올라온걸까?

모르겠다.

아무튼 상준은 이번에 잡은 고기를 다른 곳에 팔아보기로 하였다.

바로 [쇼라이트컴퍼니].

이 회사는 괴물고기의 가죽과 보석가공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회사였다. 어머니를 통해 취업 보장을 제안한 회사이기도 하다. 실은 어제 밤 거북상어를 잡은 직후에 전화를 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한때 국내 헌터들이 괴물을 많이 잡아 올릴 때는 보석과 가죽 가공으로 해외 수출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으나, 점차 국내 헌터들의 활약이 소원해지면서 가죽과 원석을 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은 좀 힘이 빠졌다.

그만큼 원료 수입이 어렵고 고가인데다 사치품에 대한 관세까지 높다보니 타산이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큰 회사지만.

얼마 후 쇼라이트컴퍼니 이명우 부장을 만나 거북상어의 원석과 상아 이빨, 등껍질을 넘겨주고 영수증을 받은 뒤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예전에는 남 밑에서 돈을 받으면서 일하기도 어려웠건만, 또다시 3억을 받고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분이 엄청 좋긴 한데 뭔가 좀 묘하게 이상하다.

빌어 먹을 돈이라는게 이렇게나 쉽게 벌리는 거였나 싶다.

이명우 부장은 허리가 아프도록 고개를 굽실거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고 상준은 국내 유명회사들의 사정을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괴물고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결코 헌터가 [을]이 아니라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공회사 간의 경쟁도 만만치가 않다. 거북 상어의 고기는 남아있었기에 포장을 잘해서 냉동 보관하였다. 보관하기 전에 몇점을 베어 소금을 넣은 참기름에 찍어 맛을 보았다.

괴물도 두 종류다.

인간이 먹어도 되는 종류.

절대로 먹으면 안되는 종류.

‘헐, 대박. 식감이 죽여준다.’

이러니 미식가들이 그 비싼 돈을 내고 먹는 건가 싶다.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인간들도 많이 있으니까.

그 때부터 상준은 틈틈이 운동도 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집안이 궁핍하자 어머니께서 생활전선에서 흐름한 분식점을 운영하셨다. 그 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따돌림을 당하고 집단폭행도 당한적이 있었다. 아니, 자신은 그래도 공부라도 좀 하니 나은 편이었다. 심한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탈선하거나 가출한 아이들도 여럿이 있었다.

왜 그때 급우들이 그런 짓을 했는지 지금도 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긴 불량한 놈들의 뇌 속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그 일로 인해 상준은 어머니 가게 부근에 있는 합기도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었다. 사람 좋은 관장님의 배려로 공짜로 도장에 들러 체력을 단련 할 수 있었다. 허약하던 몸은 점점 튼튼해지고 병치레가 점차 줄어들면서 키도 크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아무도 상준을 건드리지 못했다. 괴롭히던 아이들도 어느 때부터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그래서 공부에 집중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운동을 때려쳤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시작한 셈이다.

‘흠. 요즘들어서 몸도 유달리 가볍다니까.’

상준은 최근에 와서 자신의 몸이 새롭게 변했다는 걸 다시 느끼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밤 맞은 유성의 빛 때문인가? 항상 몸은 활기가 넘치고 조깅을 해도 지칠 줄을 몰랐다. 처음엔 단순히 취준생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그러리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낚시를 하면서 좋은 공기를 많이 마셔 그럴까? 육류보다 어류를 많이 먹어 그럴까? 아니, 이 정도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올리 없다. 상준은 간혹 알 수 없는 괴력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혹시 이게 초능력일까? 헌터들은 다들 이런 감각을 느끼나?

어쨌든 상준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와 건강한 체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자신을 칭찬하였다. 짜식이 좀 멋있어졌다. 본래도 멋졌지만 이쯤되면 자신을 보고 반하지 않는 여자는 없을지도 모를... 낯간지럽다. 관두자. 아무튼 좋은 방향의 발전에 또다시 기분이 업 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만반의 준비를 다해서 서해안에 위치한 해산으로 차를 몰았다. 해산은 최근 들어서도 괴물이 올라오는 유명 낚시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이 괴물을 낚아올리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그러고보니 대회 개막이 오후 1시라 했었나. 현장에 도착하니 인파가 상상을 초월했다. 상준이 도착하자 협회관계자들이 모두 달려와 반겨 주었고 각 방송국, 신문사, 인터넷 매체 들 언론 매체의 집중적인 취재가 있었다. 헌터들보다 더 주목받는 일반인. 그게 자신이다.

“오늘 각오 한 말씀만 해 주시죠.”

“운만 믿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솔직히 대답했다.

초능력에 관한 것.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

“예상 인원이 5,000명 정도로 생각했는데. 총 신청자가 23,000여명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참여하신 가족분들도 있고 전국 낚시 동호회를 비롯하여 각종 친목회, 산악회, 동기 동창회 등 모임의 성격과 관계없이 모두 참석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낚시 애호가만 하더라도 10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낚시인 축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엄청난 구경꾼과 응원단까지 모였으니 축제 분위기 그 자체입니다. 현재 해산 앞바다는 인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누가 괴물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을지가 몹시 궁금하군요. 과연 누가 대상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겠습니다.”

정오가 넘어서자 방송을 통해 안내사항과 주의 사항이 전달되었다. 미리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다 오후 한시가 되면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조과가 있을 시는 신속하게 안내원을 통해 본부에 보고하고, 오후 일곱시에 모든 대회를 종료한 후 시상과 격려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낚시대회가 시작되었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해산 앞바다를 흔들어 놓았다. 사람들의 탄성이 와 하고 터져나왔다. 상준 역시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러 한자리에 몰린 것은 처음봤다.

“에이, 잡긴 잡았는데 참돔이야.”

“여기서 입상하려면 괴물을 낚아야겠죠.”

“난 조기가 잡혔어. 뭐 그래도 이게 어디냐.”

“아빠! 나 잡았어! 이거 괴물이야?”

“아니야, 그건 망둥어야.”

“야호!”

곳곳에서 잡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돛대기 시장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조용해졌다. 다들 진중한 태도로 물고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름대로 주변을 배려해서 낚시 예절을 지켜주려는 마음도 있어보였다.

두 시간이 가까워 오자 곳곳에 설치해둔 임시 화장실 앞에는 줄을 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아예 일찌감치 낚시를 포기하고 불고기를 구워먹거나 잡아 올린 물고기를 회로 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서도 괴물고기를 잡았다는 소식은 없었다. 비교적 괴물이 자주 올라오는 곳이긴 해도 역시나 쉽지가 않다.

상준의 주변에는 프로 낚싯꾼들이 좌우로 쭉 늘어서 있었다. 일반인들이 많은 곳과는 달리 이쪽편은 경쟁의식이 장난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긴장감도 높다. 이곳은 진행 본부와 거리가 가까운 해수욕장이면서도 비교적 수심이 깊은 곳이었다. 아마 주최측에서 특별히 프로 사냥꾼들에게 배려해준 장소 같았다. 어차피 괴물을 올리는 건 특수한 초능력이 있는 이들이니까.

‘와, 긴장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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