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4화 (4/225)

〈 4화 〉 신종을 잡았다(2)

* * *

다음 날부터 바닷가는 난리가 났다.

티비를 본 사람들이 연상준을 찾아 귀신같이 몰려들었고, 신종 어종을 찾아 나선 다양한 사람들이 바닷가 곳곳에 진을 쳤다. 경기 하락으로 파리를 날리던 어촌이 갑자기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며, 자연스럽게 주변의 횟집이며 펜션, 민박집 할 것 없이 모두가 대성황을 이루었다.

“아니, 이게 대체 뭔 일이래?”

“연상준이란 청년이 우리 동네에서 괴물을 낚아 올렸다고 하잖아.”

“대박, 연상준 그 사람이 우릴 살렸어.”

보통 사람들은 괴물을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런 부분에서 헌터도 아닌 일반인 상준이 낚시로 괴물을 잡아올렸다는 소식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바닷가로 몰려들었고 순식간에 낚시 붐이 일어나겨 되었다.

상준은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되었고, 각종 매체에서도 상준을 취재하려고 경쟁이 극심했다. 방송 출연 신청이 쇄도했으나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 출연과 취재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어느 지상파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다.

주인집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계속해서 연락이 온다.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서라도 한번쯤은 티브이 앞에 등장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뭐 그렇게 예쁜 얼굴이라고 카메라 앞에 앉히지 못해서 안절부절인지. 피디가 어찌나 주둥일 털어대는지 진땀을 뺐다.

“예, 예. 연상준입니다. 방송 출현하겠습니다.”

담당PD의 몇차례나 되는 전화를 받고 결국 승낙,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실제로 연예인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 기분이 살짝 들뜨기도 했다. 아니,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이토록 주목받을 일이 또 있을까 싶어 굳게 결심한 부분도 있었다.

유명 탤런트와 개그맨, 그리고 진행자를 만나보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별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토크쇼에서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원고에 따라 대화를 한다지만 출연진의 질문에 즉각 대답하는 자체도 어려웠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역시 방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 칼복을 잡은 소감은?

* 낚시를 처음 시작한 것은 몇 살 때인가?

* 낚시를 가르쳐 주셨다는 아버지는?

* 학창 시절 성적은 어느 정도였나?

* 성장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앞으로의 계획은?

앞에서 한 KBN 기자 인터뷰와 별반 다른 내용이 없었다. 진땀을 뺐으나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그 와중이 등장한 여자 연예인이 예뻐서 눈호강 정도는 했다. 방송 출연을 마치자마자 예전에 지냈던 주인집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할머니!”

상준은 썬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마치 유명인사라도 된듯한 기분이 들지만 사람들의 과한 호기심 또한 일시적인 것임을 안다. 신종 괴물을 잡아 올린 일반인이라는 이유로 당장에 주목받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두, 세 달만 지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보는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 갈 것이다. 뭐 그때까지는 얼굴을 숨기는 편이 돌아다니기에 편하겠지만.

“이게 누구야. 상준 학생 아니야?”

“예, 할머니! 건강하셨죠?”

“나야 잘 지냈지. 그보다 학생이 텔레비 나오는 것 봤어. 탤런트보다 인물이 더 좋더라.”

“웬 할머니도... 그 때는 믿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상준은 준비해 간 방세에 할머니 쓰시라고 용돈을 조금 더 얹었다. 식사라도 하고 가라는 할머니의 권유를 멀리하고 다시 지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밀린 방세를 갚는 것은 그다지 급한 일이 아니었건만 빚을 지는 건 질색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믿어 준 할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보답을 하고 싶었다. 방세 대신에 티비를 뺏길 뻔 했던 건 잊어버리자.

“저기 연상준씨 아니세요?”

“칼복, 칼복 잡아올리신 분 맞죠?”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변장을 했는데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하긴 며칠동안 티브이 곳곳에서 신종 괴물인 칼복에 관한 기사가 나왔으니. 긴가민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을 피해 중산으로 내려왔다. 혹시나 또 괴물을 잡는 일이 생길까봐 바닷 속에 사는 괴물과 관련된 서적, 5차 산업 관련 서적을 구매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자취방에 돌아왔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지난 며칠간 사람들에 치여서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었다.

‘이 돈으로 뭘 하지?’

티브이를 틀어보니 일부 공중파 방송에서 아직까지도 칼복에 대해서 토크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건만. 이제 세상은 이란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까발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취재를 했는지, 누가 제보를 했는지, 뭐 하나 비밀이란 것이 남아있질 않았다.

[글쎄, 연상준씨 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셨다네요. 아버지의 오랜 병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중,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내 노라는 대학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졸업을 했다고 하네요.]

[집에서는 또 효자라고 하는데 분식점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한 모범생이었다고도 하고요.]

[지금 취업준비생의 고충을 단편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모 대기업에서 본인이 원하면 당장 특채하겠다고 제안도 들어 왔다는데.]

[현재의 회사 면접 방법에도 문제가 있고.]

[이런 학생이 원서를 수십번 내고도 실패했으면 채용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언론에서는 이제 엉뚱한 주제까지 등장시키면서 사회를 비판하고 있었다. 자기가 낚시로 칼복을 잡아 올린 것과 취직 못한 것이 뭔 상관이 있다고. 하여튼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니까. 티브이를 끄고 한숨 푹 잤다. 이제까지의 모든 걱정 고민을 떨쳐내고 기절한 듯이 잤다. 잠에서 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개통했다.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연락 수단이었다.

“어머니.”

“상준이니?”

휴대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상준의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였다. 취직도 제대로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느라 어머니를 뵐 염치가 없었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건강하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을 풀 길이 없었다.

“예, 어머니. 그간 잘 지내셨죠?”

“장하다. 상준아! 나는 니 방송 나오는 것 다 봤데이. 장하다. 정말 장해. 흐흑!”

“죄송해요, 어머니. 저 취직도 잘 안 되고 그래서 죄송해서 연락도 못 드리고...”

“괜찮아, 괜찮아. 너 고생한 거 이 애미도 다 안다.”

모자 둘 다 목이 메였다.

한참동안 서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고 입을 뗐다.

“앞으로 더 잘 모실게요. 정말 약속할게요.”

“울 아들 엄마 걱정은 너무하지 말거레이. 아, 그리고 분식집에 전화가 왔는데, 뭐라카드라 ? ? 맞어, 그기에서 자기들 기업에 취직 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라. 아무 때나 연락하면 받아준다 카더라. 연봉 1억이나 준다카데.”

“예?”

쇼라이트 컴퍼니.

괴물 보석을 활용하는 대기업. 제 5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대표적인 회사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곳이다. 취직이라니. 갑자기 일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아니. 이 시점에 취직을 하는 게 옳은 일일까? 모르겠다. 뭔가 마음이 들뜨는데 머리가 복잡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담당자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아, 제 스마트폰 번호는 알려주지 마시구요. 그리고 한동안은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나중에 조용히 한 번 다니러 갈게요.”

“그래, 상준아! 이제 난 죽어도 원이 없데이! 분식점도 니 덕분에 엄청 잘된다. 손님은 많은데 자리가 비좁아서 골치 아푸다 카이.”

“하하.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고 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 통장으로 돈 좀 붙일게요.”

“뭐? 상준아 안 그래도 돼. 정말 우리 아들 덕분에 장사도 엄청 잘되고...”

전화를 끊은 상준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부산대 인근에 위치한 어머니의 분식점은 원래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간혹 연세 많은 분들이 소수 찾기는 하지만 가게가 좁고 인테리어가 뒤떨어진 후진 분위기 때문인지 영 손님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겨우 집세를 내고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딸린 방이 두 개가 있어 장사도 하고 살림도 같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세를 얻어 살림을 해야 할 입장이니 현상 유지 정도면 꽤나 괜찮은 장사라고 할 법도 했다.

그러나 이제 전과는 다르다. 자신이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동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몰려들어서 어머니에게 말을 걸고,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양이다. 팬이라면서 선물까지 주고 간 사람이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어머니 역시 자식 덕을 보게 됐다면서 이웃 사람들께 자랑을 하시는 모양이다.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보니 자식으로서 뿌듯했다.

‘이대로 낚시를 하면 괴물이 또 잡힐 가능성은?’

상준의 낚시는 밤낚시로 고정되었다.

꿈같은 며칠을 보낸 후 다시 한 번 밤바다로 나갔다. 바닷가 곳곳에 불빛이 있는 걸 보니 아직도 낚시꾼들이 바글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인파를 피해 최대한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밤낚시는 항상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는 것 같다. 들려오는 건 파도소리 뿐이었지만 무한한 대상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 찌를 바라보며 상상의 날개를 마음 것 펼칠 수 있어 더더욱 좋다. 수확은 적었다. 간밤에 잡은 고기 중에 작은 녀석들을 골라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렸다.

“아주머니, 이것 구워서 잡수세요.”

“아이구! 고마워라. 총각이 먹지 그래?”

“아주머니. 그건 그렇고 마당 한구석에 물탱크 하나 놓으면 안 될까요?”

“물탱크? 물탱크는 뭐하게? 우리 수도 잘 나오는데.”

“바닷물 좀 넣어서 활어 보관 좀 하게요.”

“으응, 그렇게 하려면 수족관이라야 할 텐데?”

“그럼 수족관 하나 놓아도 될까요? 잡을 때마다 매번 가져다 팔기가 좀 불편해서.”

“그래요, 그럼.”

상준은 곧바로 시장에 나가서 중형 수족관과 공기 주입기 설치를 의뢰했다. 설치가 끝나자 검정색 천으로 수족관을 덮어 두었다. 만에 하나 또다시 괴물이 잡힌다면 곧바로 가져다 경매에 붙이겠지만. 이제 그 외의 물고기들은 수족관에 보관해뒀다가 한꺼번에 판매 할 생각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준의 낚시 조과는 좋은 편이었다. 늘 다른 낚시꾼에 비해 두, 세배 정도는 수확이 좋았다.

“히야. 자네한텐 아주 그냥 물고기가 착착 달라 붙는가봐?”

“내 낚시 경력이 20년이나 됐는데 그쪽에겐 당할 수가 없구먼.”

“에이, 그럴리가요.”

상준이 낚시를 하고 있으면 다른 낚시꾼들이 은근슬쩍 다가와서 말을 걸고는 했다. 뭐 낚시만 하다보면 심심할때도 있기에 대화를 주고받는 정도는 나쁠 게 없었다. 은근히 자신을 탐색한다는 느낌을 받을때도 있었으나 기분이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아냐, 자넨 뭔가 남다른 데가 있어.”

“상준씨는 미끼는 주로 뭘 쓰는데?”

“주로 갯지렁이나 아니면 크릴을 씁니다만.”

신종 괴물을 두 번이나 노래기 미끼로 잡아 올렸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남몰래 바위틈을 뒤져서 노래기를 한 마리를 잡아 갯지렁이와 함께 미끼통에 넣어두고 잠을 청했다. 밤낚시에 치중하다보니 낮잠은 상준에게 필수적인 휴식이었다. 그 외엔 바다 괴물이나 5차 산업에 대한 책도 보고 뉴스도 보면서 시간을 할애하였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미안해요. 주무셨나 봐요. 저 옆집 사는 김소현이라 해요. 김소현.”

“소현? 그런데 무슨 일로?”

“아저씨가 유명한 괴물 낚시꾼이라면서요?”

이제는 아주 그냥 옆집 여자애까지 찾아와서 이 난리다. 헌터란 족속들은 평소에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사는 걸까. 하긴 현 시대에서 헌터라는 직업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두루두루 인정받는 특권 계층이었다. 괴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의사, 변호사, 판사 같은 사짜 직업이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그 위에 헌터라는 직업군 하나가 더 생겼다. 괴물을 사냥하는 헌터는 다소 위험한 직업이지만, 그만큼 엄청난 부와 명성을 끌고 다니는 존재들이니까.

“유명은 무슨... 그래서 왜?”

“오늘 밤에 낚시 가실 때 저도 같이 따라가면 안돼요?”

뜬금없는 꼬맹이다.

상준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가씨가 밤에? 위험해서 안돼.”

“저 이래 봐도 낚시 경력 아저씨보다 훨씬 많아요.”

“그래도 안됩니다.”

“왜 안돼요?”

“아가씨 부모님이 알아봐. 뭐라고 하실는지.”

“참 이 아저씨가! 벌써 우리 부모님 다 알고 계시거든요? 저랑 동생이랑 밤 낚시하는 거.”

하긴 동네 전체에 낚시붐이 불고 있다.

괴물이라도 한마리 잡으면 그 날로 팔자 펴는 거다.

로또 정도까진 아니지만 자신만 해도 1억 5천을 벌었으니.

“그럼 동생이랑 둘이서 가렴.”

“칫, 알겠어요. 그저 주변에서 동생하고 할 거예요.”

“그러시던지.”

가시나가 참. 어린 게 벌써부터 돈맛을 보려고. 상준은 문을 닫고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이미 낮잠은 멀리 도망을 친 후였다. 피곤한 상태로 밤낚시를 간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저 여자애가 종종 자신을 성가시게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스렌지 위에 물을 얹어놓고 라면 봉지를 뜯고 있는데 또 누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아저씨. 저예요.”

‘뭐야? 저거 왜 또 왔어?’

혼자 중얼거리며 문을 열어보니 조금 전 그 아가씨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쳇 소리를 내며 나가더니.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채소, 생새우, 회, 초장 등을 내민다. 밥 한 그릇이 가득히 차려진 넓은 사각쟁반을 두손으로 내민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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