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화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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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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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세계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문이 생겨났다. 학계는 이것에 라는 이름을 붙였고, 다년간 조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이것이 다른 세계로 이어져있는 특수한 차원 이동장치의 일종임을 입증해냈다. 세상은 발칵 뒤집혔으나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게이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게이트의 등장으로부터 정확하게 5년이 지났을 무렵.

조용하던 문이 활짝 열리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대량으로 지구에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는 순식간에 군대를 동원해서 괴물들을 막아냈으나, 놈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 즈음에 인간들 사이에서 괴상한 초능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헌터(Hunter).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서 헌터라고 불렀다.

이 유능한 사냥꾼들은 정부의 공인하에 제각각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며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오는 괴물들을 무찔러나갔다. 세상 곳곳에서 헌터들과 괴물들 사이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괴물들의 몸속에 함유되어 있는 특수한 보석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보석은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아니, 괴물의 가죽부터 시작해서, 고기, 뼈 하나 하나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물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바야흐로 5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급격한 변화속에서 또다시 십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제 괴물은 하나의 산업이 됐다.

물론 일반인들의 삶은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구는 이제 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이 됐다. 괴물을 사냥하는 신종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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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서 괴물을 잡아 인생역전을 꿈꾸며 대박인생을 노리는 자가 등장했다. 그는 과연 어떤 생각과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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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하는 상준의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 생의 보람을 느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감을 원동력 삼아 온갖 종류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해냈고, 힘든 것도 모른 채 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왔다.

그런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아들 상준은 남들이 말하는 일류 대학에 거뜬히 입학했다. 부모의 자랑거리로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 혼자서도 자식을 잘 키워냈다는 자부심은 그 무엇보다도 크나큰 것이었다. 게다가 아들 상준은 죽은 남편을 닮아서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았다. 아들을 처다 보는 것만으로도 항상 힘이 났다.

“어머니, 이제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제가 어머니를 잘 모실께요.”

상준은 일류 대학에서도 항상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아르바이트로 학비의 일부를 충당해가면서 밤낮으로 부지런히 공부했다. 그 와중에 같은 학과 소속의 여자 친구도 생겨 졸업이 다가올 때쯤 어머니께 소개를 했다.

“어머니. 얘가 바로 제가 말했던 제 여친이에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송연희라 합니다.”

“아이고, 그래. 연희라꼬? 예쁘장하게 생겼네. 앞으로도 우리 상준이 잘 부탁해요.”

“물론이죠, 어머니. 걱정마세요.”

그러나 막상 대학을 나온 상준은 몇년이 지나도록 취업에 실패했다.

여기저기에 수십번이나 입사 원서를 제출해 봤지만 되돌아오는 것이라고는 기업들의 매몰찬 불합격 문자뿐이었다.

세상은 머릿속으로 꿈꾸었던 장밋빛 미래처럼 가볍지도 않았고, 마치 연상준이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듯 했다.

“하...”

[귀하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보다 낳은 직장에 합격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너무 많이 지원해서 선발이 어려웠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귀하의 자질은 높게 평가되었으나 저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보다 낳은 직장? 보다 나은 직장이겠지. 얼어뒈질 낳긴 뭘 낳아. 이런 멍청이도 회사에 취직해서 불합격 통보 메시지를 보내는데 자신은 왜 이 꼬라지인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번번히 실패를 반복하자 자신감도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무기력해졌다.

아니, 여기까진 좋았다. 그 날 연희의 이별 통보만 없었더라면.

“오빠한텐 정말 실망이야. 졸업한지 벌써 몇년이 지났는지 알아? 언제까지 방구석에 쳐박혀 백수짓이나 하고 있을 건데?”

“대기업 위주로 도전해서 그렇지, 이 오빠가 중소기업 정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거 너도 알잖아? 야, 그러는 너도 아직 취업 못했잖아?”

“아, 듣기 싫어! 맨날천날 그 소리야! 나랑 오빠가 상황이 같아?”

무서운 얼굴.

상준은 깜짝 놀랐다.

“야, 송연희! 너 오늘 따라 왜그래? 대체 왜 이렇게 신경질적이야? 오빠가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잖아.”

“나 쪽팔려서 아직까지도 부모님한테 소개도 못하고 있는 거 알지? 이래서 언제 돈 벌어서 결혼할 건데? 서른 살에? 마흔 살에?”

열불이 터졌다. 처음에는 그녀 역시 취업준비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가했다. 아니, 착각이었다. 최근 들어서 그녀의 핸드폰에 낯선 남자들의 전화번호가 수두룩하게 늘어난 것을 알게되자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 남자들 중 한 명은 같은 학과 동기 출신이었다.

유달리 뺀질거리는 녀석으로, 어느 날 초능력을 각성해서 괴물을 사냥할 수 있는 헌터의 능력을 손에 넣은 놈이었다.

벌써 괴물을 몇마리 사냥해서 큰 수입을 올려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놈이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정말 우연찮게 연희의 문자 통화를 엿보게 되었는데, 대부분이 그놈과 주고받은 내용이었다.

상준은 이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연희는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보란 듯이 이별을 통보했다. 딱 문자 한줄로.

[우리 헤어지자. 잘 살아.]

'개 같은 년.'

애지중지하며 그렇게나 잘해줬는데 입을 싹 닦고 이별 통지를 해?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다른 애들에게 들어보니 그 헌터 각성을 한 뺀질이와 사귄다고 한다.

짜증이 났다.

세상이 다 싫어졌다.

그렇게 자신을 따르던 연희도 떠나갔고 남은 것이라곤 사랑도, 체면도, 돈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촌놈 출신 취준생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대졸 실업자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그냥 취준생.

이제 친구 만나기도 두려워 졌고 어머니께 전화도 할 형편이 못되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뒀던 돈도 바닥이 나고, 재학시절 어머니께서 해 주신 전세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씩 하던 방도 빼서 월세 25만으로 땡치는 변두리 월세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냐. 일단은 뭐든지 일을 해야 돼.’

배가 고파서 후배 자취방에 들러 한끼를 해결했다. 취업한 친구를 찾아가서 인생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얻어마셨다. 학창 시절 친구인 민수와 준영이, 보라와도 만났다.

오래전에 어머니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며, 김밥, 우동 등 민폐도 많이 끼친 절친들이었다.

제대로 장사가 안 되어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의 입장을 잘 알면서도 방학 때면 꼭 상준의 집에 몰려와서 며칠씩을 먹고 가던 그런 친구들이었다.

“이야, 반갑다! 연상준! 잘 지냈지?”

“새끼. 졸라 오랜만에 본다.”

“자주 좀 오고 그래라. 자주 좀.”

그래도 민수는 다행이었다.

중소기업이라 연봉은 비록 보잘 것 없었으나 취업을 한 상태라 상준이 자주 찾는 목구멍 해결 창구였다. 녀석은 어릴 때부터 친했었고 학창시절에도 자주 어울려 놀았다. 인성도 좋은 아주아주 된 녀석이다.

그보다 준영이가 가장 잘되어 있었다.

예전부터 조금 삐딱한 녀석이었는데,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면서 완전히 안하무인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준영과 얼굴을 마주보기도 껄끄러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신세지는 것이 미안했는데, 아예 대놓고 사람을 무시하기 시작하더니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 버렸다.

‘모처럼 걔 자취방에나 가볼까?’

거리를 헤매며 밤이 이슥하도록 알바자리를 찾던 상준은 보라가 사는 자취방의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창문에 두 남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누가 왔나?'

어라?

하나로 합쳐지며 아래쪽으로 조용히 가라 앉는다.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모양이다.

친구들은 모두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있는데 자신만 제자리에 맴돌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뜀을 뛰고, 구역질이 나왔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씨발!’

'눈물은 왜나?'

언뜻 연희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린다.

시발, 자신을 차버리고 다른 놈에게 가버린 개같은 년인데 왜 이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단 말인가?

그래, 능력없는 놈이 죄다. 취직도 못해 몇년을 보낸 자신이 병신이다. 차를 타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데 까닭없는 눈물이 멈출 줄을 몰랐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 공허한 상태로 멍 때리고 있었는데 티브이에서 어느 어촌풍경이 잠시 나온다.

갯바위에 서서 낚시를 하는 낚시꾼의 모습이었다.

“우와! 이게 무슨 고기죠? 45cm는 족히 되겠네요.”

“그렇지요. 이게 바로 감생이입니다. 내 오늘은 그냥 허탕인 줄 알았는데. 햐! 기분 좋네요.”

“감생이라면 감성돔 말씀입니까?”

“예, 감성돔. 이정도면 족히 20만원은 하거든요.”

“20만원씩이나요?”

“예, 자연산이라서. 좀 잡을 땐 이런 것 5­6수는 하는데.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하하.”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낚시를 해본적이 있다. 꽤나 상세하게 배워서 지금도 자신이 있었다. 물론 갑자기 20만원짜리 감성돔을 낚아 올릴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태평하게 신세나 한탄하면서 집에 누워있느니 낚시나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집으로 가서 창고를 뒤져보니 이게 웬 걸.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낚싯대가 용케 구석진 곳에 쳐박혀 있었다. 엄청 낡아서 빛이 바랬지만 대는 꽤나 튼튼했다.

‘그래. 기죽을 거 없어. 낚시나 하러가자. 기분 전환도 할겸.’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남은 잔금을 뒤져 보았다.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께 만큼은 절대로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동안 방안에 싱크대가 없어 취사용으로 쓰던 등산용 가스버너에 쓰다 반쯤 남은 가스통을 교체한 후 숟가락, 젓가락, 냄비 하나와 칫솔과 치약, 타월 및 볼펜 몇자루를 가방에 꾸겨넣었다.

TV는 보자기에 싸두고 주인집 할머니를 찾았다.

허리가 다 꼬부라진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계신 할머니가 상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왜? 총각 어디 가려고?”

“예, 할머니. 잠시만 나갔다 오려구요.”

“총각 요새 많이 힘들지? 지난달 방세도 여태 밀려 있잖아. 나도 총각 입장은 알지만 통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며칠만 있으면 방세 받는 날인데 지금 15만원이라도 주면...”

“죄송해요. 할머니. 정말 죄송해요!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에 다 갚아드릴게요.”

“어려워? 정 어려우면 그 텔레비라도... 아, 아니야. 좀만 더 기다려줄게.”

“고맙습니다. 할머니.”

이 할머니가 더럽게 무섭다.

이러다 잘못하면 티브이까지 뺏길 판이다. 일단은 무작정 버스를 타고 해변에 위치한 지방도시 중산으로 내러왔다. 없는 돈을 짜내어 사소한 낚시 용품을 구입하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변두리 해안가에 자리를 잡았다. 가지고 온 짐을 풀어 정리를 해 보니 그래도 짐이 하나 늘어나 있었다.

오랜만에 낚시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기분이 들뜨는 것 같다.

‘큰 거 하나 잡히면 횟집에다 팔아야지.’

“어이, 총각! 보자!”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50대 후반의 아주머니였다.

말을 걸어오는 폼이 낚시꾼들을 상대로 민박을 하는 모양이었다.

꽤나 인상이 좋고 키가 크고 몸매가 좋아 한때는 미인으로 소문이 났을 것 같았다.

“총각 방 필요 없어? 낚시하러 온거 아니야?”

“예, 맞아요. 근데 방은 필요 없어요.”

“이 부근에선 낚시 잘 안될 텐데. 멀리 갯바위로 나가면 몰라도.”

“이 부근에는 할만한 곳이 없을 까요?”

“저 옆에 해수욕장 지나면 갯바위가 하나가 있어. 낚시꾼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거기에 감성돔 때가 붙어서 좀 잡힌다고 하던데. 뭐 정부에서 몇년 동안 감성돔 치어를 대량으로 풀었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 돌아오고 있다나 뭐라나. 이 근처는 다들 잘 모르는데 저쪽 위편에는 낚시꾼들이 드글드글해.”

“가, 감성돔이요? 진짜요?”

하필 감성돔이라고?

이건 꽤나 좋은 정보였다. 귀가 번쩍 뜨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아버지 따라 이런저런 낚시를 해본 경험도 있지 않는가? 크게 기대도 안하던 20만원 호가의 감성돔이 마치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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