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 전초
* * *
그녀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마치 개구리처럼 바닥에 넙적 엎드려버렸다. 자연스레 그녀의 국화꽃에서 그의 자지가 퐁 소리를 내며 빠져나왔다. 항문에서는 그가 싸지른 정액이 미끄러져 나왔다. 필라스크는 자신의 물건에 묻은 정액을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에 비벼서 대충 닦아내고 바지를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중에 묶여 있는 다크엘프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엘프를 두고 자신의 방에서 빠져 나왔다.
“깨끗이 치워라”
“네 알겠습니다.”
방을 빠져나온 그를 기다린 것은 얼굴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라미아였다. 그녀 또한 고운 미색 때문에 그의 첩으로 받쳐지기 위해 저택으로 끌려왔지만 다행히 아직 관심을 받지 않아 메이드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명령에 라미아는 꼬리에 달린 방울을 흔들며 짧게 대답했다.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라미아의 모습에 짧게 코웃음을 친 필라스크는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피곤하군...”
서재 의자에 앉자마자 온 몸이 무기력해졌다. 속되게 말해 현자타임이라는 것이 온 것이다. 그는 몸을 의자에 깊게 묻고 나른함에 몸을 맡겼다. 최근 거슬리는 일이 많아 잠을 못 청했기에 지금이라도 잠을 자두기 위함 이었다.
“필라스크님 큰일입니다!”
필라스크를 방해한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황궁에서 파견 나온 기사였다. 그의 손에는 편지가 한 장 들려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필라스크는 화를 참고 그를 맞이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소란인가”
“경비대장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전 영주가 돌아왔고, 현 라이너 영주가 저희의 꼬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기사의 말에 필라스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 영주가 탈출했다.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무려 그 여자와 황태자가 직접 왕림해 그를 봉인 했다. 7서클,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古)의 경지에 오른 전 영주 아니 아버지라도 그것을 불가능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혹시 드래곤이라도 출몰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됐다. 필라스크는 두통이 전해져 오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일으킬까요?”
“......!”
기사의 말에 필라스크는 눈을 희번뜩 반짝였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당장 움직여야 했다. 그 날, 아버지가 봉인 당한 날 자신 또한 경비대장 제임스, 집사와 함께 황태자에게 가담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두 두 눈으로 목격했다. 필라스크가 어떤 망나니짓을 해도 탓하지 않던 그라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마하자크가 힘을 회복한다면 제일 먼저 취할 행동은 필라스크의 목을 따는 일일 것이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트레탄경 어서 움직여라 병력을 끌어 모아!”
필라스크의 말에 트레탄은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손이 벌벌 떨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솔직히 말해 무서웠다. 하지만 그는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다. 죽더라도 한 번은 꿈틀 거려 보는게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제 아무리 7서클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자라고 해도 6개월 동안이나 그 곳에 갇혀 돼지죽보다 못한 것으로 생명을 연명했다. 많이 쇠약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활로를 찾으려면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온 영지를 샅샅이 뒤지는 영지군, 그리고 그에 맞서는 트레탄의 병사들, 라이너 영지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상점가의 주인들은 길가에 내놓은 물건들을 정리하기 바빴고, 골목 어귀에서 놀던 아이들은 병기를 든 병사들의 움직임에 겁에 질려 집으로 돌아갔다. 영지군은 무섭지 않다던 뒷골목의 조직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지금이 기회다. 때만 잘 탄다면... 높은 자리에 앉는 것도 꿈이 아니야.”
유일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은 칼립소 일파였다. 그들은 트레탄의 병사들을 도와 순식간에 영지군을 압박했다. 평소 지리를 꿰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대규모 전투라면 모를까 시가지전에서는 골목 사이사이가 주요 요충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사들의 중무장 또한 시가지전에서는 방해만 되었다.
“지지마라! 영지를 배신한 적들에게 자비는 없다!”
그 와중에 맥컬킨은 중무장을 집어 던지고 몸을 날려 적들을 상대했다. 그의 용맹함에 영지군은 힘을 얻은 듯 필라스크군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길을 열어라.”
필라스크가 날렵한 무장을 한 채 등장했다. 그의 출현에 맥컬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전사로써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의 경지는 갓 소드마스터에 오른 자신보다 명백히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앉아서 질 수만은 없는 노릇, 맥컬킨은 자신의 애병인 창을 세우고 그에게 돌진했다.
“영주의 사냥개가 감히!”
“닥쳐라! 이 간악한 놈 설마 설마 했거늘 너를 그리 아껴주시던 전 영주님을 배신하고 황가에 붙어!”
둘의 병기가 부딪쳤다. 파열음이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링을 만들어주었다. 공방전은 맥컬킨이 의외로 우세했다. 그는 창의 리치를 이용해 필라스크의 공격을 견제하며 위협적인 일격을 날렸다. 필라스크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점차 맥컬킨의 공격에 적응하며 반격의 때를 노렸다.
챙
“받아라 이 후레자식아!”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주둥이를 놀리는구나!”
매서운 맥컬킨의 일격, 필라스크는 허리를 노리는 그의 창날을 피하며 검으로 그의 창대를 부러트렸다. 애병이 부재에 맥컬킨은 뒤로 물러났고, 필라스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격이 맥컬킨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는 피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맥컬킨은 뒤에서 전투를 벌이던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빼기에 이르렀다.
“밀어 붙여라!”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음을 느낀 칼립소는 눈앞의 병사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으며 소리쳤다. 그에 칼립소의 부하들과 트레탄이 숨겨 놓은 병사들은 각자 무기를 빼들며 영지군에게 돌격했다. 치열한 칼 다툼이 벌어졌다. 목이 떨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튀기는 혈전, 승자는 필라스크의 병사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영지군을 압박하며 영주성까지 진격했다.
“성벽이 너무 높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다리를 준비할까요?”
칼립소가 필라스크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간을 지체한다면 혹시나 마하자크가 회복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는 것만이 답이었다. 필라스크는 자신의 부장에게 미리 준비 해두었던 불화살을 건내 받아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다. 화살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수놓았다. 그러자 마치 마법처럼 영주성의 성문이 스르륵 열렸다.
“돌진하라!”
성문이 열리자 트레탄이 검을 빼들며 소리쳤다. 필라스크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성 안으로 쳐들어갔다. 영지군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영문을 몰라 당황하다 필라스크군의 칼에 목숨을 달리해야만 했다.
“크큭”
필라스크는 영주성 위에 서서 이를 갈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맥컬킨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몰아 개선장군처럼 성문을 통과했다. 성 내부에서는 두 무리 병사들이 치열하게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엎치락 뒤치락 멀리서 보기에는 대등하게 보여도 실상 가까이서 본다면 영지군이 밀리고 있었다. 이미 대장 격인 맥컬킨이 필라스크와의 승부에서 졌고, 성문이 열림에 따라 배신자가 있다는 부담감에 영지군의 사기는 많이 저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항복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마.”
트레탄이 소리쳤다. 영지군은 동요했다. 이미 판세는 기울어진 상황, 계속 싸운다 하여도 개죽음 뿐이었다. 영지군의 병사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만약 누구 한 명이 항복을 한다면 다른 병사들도 우르르 항복을 할 기세였다. 부장들은 병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무리였다. 그 때 맥컬킨이 나섰다. 그는 필라스크에게 부숴진 애병을 대신해 새로운 창을 들고 있었다.
“모두 진정해라! 모두 전 영주님의 은혜를 잊었다는 말인가!”
우렁찬 외침에 영지군 병사들의 동요가 순간 사라졌다. 병사들 중 전 영주의 은혜를 입지 않은 자는 없었다. 무지렁뱅이, 술주정뱅이인 자들을 모아 병사들로 키워냈고, 굶주린 고아들을 구제해 강병으로 키워냈다. 그 덕에 넉넉한 봉급,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의 품을 만들 수 있었다. 병사들의 눈빛이 일순간 달라졌다. 패전병 같이 암울하기만 했던 그들은 창을 꼬나 쥐고 필사의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저 자는 전 영주님을 황가에 팔아먹고 반란을 일으킨 자다! 그분을 대신해 우리가...그분께 은혜를 입은 우리가 저자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그분께 받은 것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길!”
맥컬킨은 창을 하늘 높이 들며 소리쳤다. 주변의 영지군들도 그에 호응해 커다란 함성을 내질렀다.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아 좋아하던 필라스크는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자 눈살을 찌푸렸다. 난전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했고, 핏자국이 낭자했다. 대부분이 필라스크군의 것이었다. 영지군은 방금 전 시가지 전투 때와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들을 몰아붙였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희생이 늘어날 뿐이다.”
“닥쳐라! 비루먹은 개도 은혜를 아는 법이다. 네놈은 개만도 못한 놈이니 말을 섞고 싶지도 않다!”
그 말을 끝으로 맥컬킨은 필라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붙자 기사단들도 각자 애병을 뽑고 달려들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황실기사단이 높았지만 연계 전술은 라이너 기사단이 한 수 위였다. 게다가 라이너 기사단은 비장의 수를 숨기고 있었다. 바로 궁기사의 존재였다. 그들은 라이너 기사단과 황실기사단의 결투가 심화되자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모두 갑옷에 마나를 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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