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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229화 (229/245)

〈 229화 〉 전초

* * *

민혁의 말에 제임스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 그 주변만 서성일 뿐이었다. 그리고 방 안을 모두 둘러보고 의심 살만한 것이 없자 제임스는 병사들을 물리고 민혁과 일행에게 고개 숙여 사과의 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벌벌 떨고 있던 여관 주인도 살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제서야 아리나와 티샤 하울의 얼굴이 조금 풀리는 모양새였다.

“안 들킨 걸까요?”

아리나의 물음에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야 아까 그 자가 환영마법이라도 꿰뚫어 볼 정도로 강자였어?”

리나에게 환영마법을 걸었던 하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민혁은 부정의 표시로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 제임스는 하울의 마법을 꿰뚫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리나가 누운 침대 아래 핏자국을 보았을 것이다. 아마 지금 물러난 것은 아마 병력을 충원하기 위함이겠지. 민혁은 일이 귀찮아 지기 전에 영주성을 찾아 라이너의 반지를 보여주기로 했다.

“빨리 나가자”

“이 아이는 어쩌죠?”

“...내가 업겠다..”

아직 어린아이라고 해도 민혁이 여자를 안는 것을 볼 수 없다는 티샤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리나를 챙긴 것은 그녀 본인이었다. 민혁은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더니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주었다. 구릿빛 피부가 복숭아처럼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자니 당장 키스를 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님으로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거리는 한적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일행은 로브를 눌러 쓰고 재빨리 발을 놀렸다. 영주가 업무를 보는 영주성은 영지의 최심장부에 위치해 있었는데 판금갑옷을 둘러 입은 기사들이 철통 같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민혁은 당당히 정문으로 걸어갔다. 번을 서고 있던 기사들은 로브를 눌러쓴 자가 다가오자 당연히 경계했다.

“멈춰라! 이곳은 영주님이 기거하시는 영주성이다 부랑자들이 올만한 곳이 아니다!”

기사는 민혁을 단순히 부랑자로 본 것 같았다.

“영주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이걸 보여드리면 영주님께서도 입성을 허락해주실 겁니다.”

민혁이 라이너가의 반지를 건내자 기사는 미심쩍은 눈길로 그를 쳐다보면서도 반지가 내뿜는 범상치 않는 광채에 어쩔 수 없이 확인을 위해 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반지를 가져갔던 기사가 아닌 늙스구레한 집사 한 명이 민혁 일행를 마중하기 위해 나왔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일행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중간에 경비대장인 제임스와 마주쳐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별 문제 없이 현 영주의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주님 찰리입니다. 보구를 가져오신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남심을 자극하는 색기 넘치는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민혁은 영주가 여자인 것에 약간 놀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산더미 같은 서류가 신음하고 있는 아리따운 여성이 앉아 있었다. 타오를 듯 붉은 머리카락과 입술 아래에 찍힌 매력점 그리고 앵두 같은 입술까지 마치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태어난 여자 같았다. 민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리에 앉아 있어 보이지 않지만 몸매 또한 외모 못지않게 훌륭해 보였다.

“으윽...”

“....정신차려라....”

민혁이 영주의 미모를 보고 헤벌레 해있자 티샤가 그의 팔뚝을 꼬집었다. 그는 아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신음성을 내뱉었고, 일련의 과정을 본 라이너 영주는 피식 웃으며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서는 집사에게 나가있으라 명했다. 집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영주의 명령에 결국 수긍하고 자리를 떠났다.

“당신들이군요. 보구를 가져온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내는 라이너 영주

“네...그렇습니다..이 반지를 가져다 드리면 원하는 들어주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민혁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에 라이너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 반지는 저희 라이너 가문의 소중한 보구... 옛날 선조께서 은인들에게 나눠드린 것이니만큼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말입니까?”

그 무엇이라도 들어준다는 말에 민혁은 살짝 욕심이 생겼다. 뇌살적인 그녀를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싶어졌다. 그의 눈에 깃든 욕심을 알아챈 라이너 영주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당장이라도 저 붉은 입술에 자신의 물건을 넣어 빨개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지만 옆에 앉아 있던 티샤와 하울의 매서운 손맛에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럼....혹시 황태자님을 만나 뵙게 해줄 수 있으십니까?”

“황태자님을.......?”

“네.....옛날부터 그 존안을 한 번 보는게 소원인지라.......”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와 소원을 말했다. 라이너 영주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흐음....좋아요. 안 그래도 황실에서 병력 소집령이 내려져서 방문할 계획이었으니까요. 당신들이 포베너가에 넘겨준 반지를 가져왔을 때 어느 정도 예상도 했으니.... 그 정도 소원이라면 들어드릴게요”

민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녀는 자신이 건낸 반지가 포베너가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라는 의문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일행이 가져온 반지가 현재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포베너가의 것이라는 것을 라이너 영주가 알아챘다면 무언가 손을 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비해 티샤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고, 아리나 또한 정령을 불러들일 준비를 했다. 라이너 영주는 전투 준비를 하는 일행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그녀는 양손을 들며 티샤에게 검을 내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하하핫..전 싸울 마음이 없어요... 그보다 먼저 궁금증을 해소시켜드리죠 당신들은 몰랐겠지만 저희 선조께서 나눠드린 반지에는 저마다 다른 각인이 새겨져 있어요. 그리고 이 반지에는 포베너가에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죠.”

“그걸 알고 있음에도 저희를 황태자와 만나게 해주겠다는 겁니까?”

포베너가에서 보낸 암살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너 영주는 일행과 황태자와의 만나게 해주겠다고 확언했다. 의심스러웠다.

“물론이죠...이 반지에는 그럴만한 힘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 황태자는 제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 참에 당신들이 암살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칫하면 황실모독죄로 잡혀가 사지가 찢겨져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폭언을 내뱉는 라이너 영주, 그에 민혁은 미간을 좁혔다. 그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다시 집무실 의자에 앉아 태연히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어이가 없는 행동, 하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업무가 많이 밀려서요......”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는 노릇,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주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문 앞에는 집사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옆에는 메이드 복장의 시녀들이 여럿 붙어 있었다. 집사는 일행을 호화스러운 방으로 안내했다. 이제껏 묵었던 방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구들 또한 척 보기에도 명품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안내를 끝낸 집사가 떠나자 일행은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리나를 침대 한쪽에 눕히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어떻게 생각해?”

“마음에 안 들어.....”

“저두요..”

“........”

동문서답과 같은 느낌에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원한 것은 방금 전 라이너 영주와 나누었던 대화에 대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여성진들은 알 수 없는 불쾌감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평소 나긋하기만 했던 아리나도 라이너 영주에게 적의감을 불태우고 있었다.

“아니....그 영주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말고... 방금 전 나눴던 대화 말이야. 역시 함정이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함정이라고 해서 달라질게 있을까?”

마치 악당처럼 웃으며 말하는 하울, 안일한 말 같지만 그녀의 말은 정론이었다. 함정인가 아닌가는 나중에 따져도 상관없는 문제다. 이쪽에는 현경에 이른 무인과 드래곤 한 마리가 있다. 웬만한 함정 따위는 우스운 전력이었다.

“머리 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여기 음식은 맛있겠지?”

“앗! 분명 엄~청 맛있는 요리가 나오겠죠?!”

민혁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아리나와 하울을 보며 속으로 ‘먹보들...’이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만약 입 밖으로 조금이라도 꺼내는 순간 고룡의 드래곤 브래스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 두 먹보들을 뒤로 하고 민혁은 리나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아직도 기절해 있었다.

Level: 23

이름: 리나 (이상상태:기절)

종족: 엘프

성별: 여

경지: 초급 정령사

체력: 3250/3250

민혁은 그녀의 상태창을 살피며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리나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민혁은 그녀가 놀라지 않게 머리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으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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