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226화 (226/245)

〈 226화 〉 전초

* * *

민혁이 나섰다. 칼립소는 웬 검은 머리 애송이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려하자 목 뒤로 열이 뻗쳤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머리를 쳤겠지만 머리가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고, 장신구와 값나가 보이는 검을 찬 행색으로 보아 귀족이나 혹은 그 자제 정도로 보였다. 그가 아무리 실력 좋은 1급 용병이라 하여도 결국에는 평민, 칼립소는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이봐요 도련님 이 아이는 노예입니다. 노예 그것도 제가 직접 영지에 세를 내고 적법하게 구매한 것이란 말입니다. 정의감에 나서는 것도 좋겠지만 낄 때 끼고...하아.. 여기까지만 말해도 알아들으셨겠지요?”

31년 인생을 살면서 한 번 도 가져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인내심이라는 것을 끌어올려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뱉은 칼립소, 그 말에 반응한 것은 민혁이 아니라 투숙객들이었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소년이 노예라는 칼립소의 말에 안타깝게 지켜보던 눈빛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마치 더러운 오물을 보는 듯한 눈길로 소년을 쳐다보았다. 민혁은 갑자기 변한 사람들의 태도에 의아해했지만 소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소년을 구하라는 퀘스트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히든 퀘스트 노예 꼬마

획득조건: 라이너의 은반지 소유

노예 꼬마 리나는 칼립소가 소속된 용병단에게 부모와 함께 잡혔습니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대항을 하던 중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는 용병들에게 무참하게 능욕을 당한 뒤 개들의 먹이로 던져졌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리나는 용병들의 검은 손길을 피해왔지만 그것도 어젯밤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노예들이 갇혀 있는 옥을 지키던 용병들에게 밤에 자신을 품으러 높으신 분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 필사의 도주에 성공했으나 결국 칼립소의 손에 잡혔습니다. 당신은 라이너 영지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칼립소의 용병단과 높으신 분을 상대로 노예 꼬마를 구할 용기를 가지고 있습니까?

성공조건: 노예 꼬마 구출

실패조건: 노예 꼬마의 죽음

퀘스트보상:??????????????

퀘스트 지식: 라이너 영지는 세 달 전 벌어진 이종족의 침공으로 인해 라이너가의 전 가주인 파르잔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영주민들은 자애롭던 영주이자 제국의 군신인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이종족들을 증오합니다. 혹여 동료 중 이종족이 있다면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권합니다. 만약 정체가 이미 드러났다면 어서 라이너 영지를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퀘스트 수락 Y/N

민혁은 망설이지 않고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퍼억­

“크헉!”

그는 우선 리나를 지키고 있는 칼립소의 부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 익스퍼트 하급의 경지에 이른 칼립소도 반응을 하지 못했다. 한편 명치에 발차기를 맞은 남자는 숨이 안쉬어지는지 꺼억거리며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민혁은 그를 무시하고 일단 리나를 안아서 뒤로 물러났다.

“......”

칼립소의 부하들은 갑작스런 민혁의 공격에 서둘러 무기를 꺼내들었고, 민혁을 단순 정의감 넘치는 귀족자제로만 생각했던 칼립소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움직임조차 읽을 수 없는 그를 쓰러트릴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몸 성히 살아나갈 수 있을지 계산해본 결과, 확률은 0에 가까웠다. 지금이라도 뒤돌아 도망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아마 등을 돌리게 된다면 그의 허리춤에 메어진 검으로 인해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 분명했다.

앞도 뒤도 도망갈 구멍은 없는 상황, 칼립소는 이 개미지옥 속에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도련님..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죠....그 노예를 원한다면 적정가에 팔겠습니다.”

이것이 칼립소가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분께서 저 노예를 마음에 들어하기는 하셨지만 저녀석과 비슷한 하거나 더 뛰어난 미색을 가진 것들이 많았다. 굳이 자신의 목숨과 바꿔가면서까지 저 노예를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흐음......’

그의 제안에 민혁은 어느 쪽이 이득이 될지 따져보았다. 퀘스트에서는 딱히 칼립소를 제거라하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무사히 돌아간다면 차후에 귀찮은 일이 벌어질 일이 농후했다. 물론 이미 자신과 칼립소가 대립한 것을 여관 사람들이나 용병들이 보아 트러블은 무조건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손을 쓰는 것보다 나중에 일망타진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로 보였다. 칼립소와 거래를 하기로 결정한 민혁은 품에서 금화를 30개 정도 꺼내 그에게 던졌다. 공중으로 높게 퍼졌던 금붙이들은 놀랍게도 허공을 유영하며 칼립소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이행에 칼립소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민혁의 경지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값은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예 물론입니다!”

금화를 받아든 칼립소는 서둘러 금화의 개수를 확인했다. 성년이 지난 엘프 여성의 값이 금화 20개인 것을 감안하면 민혁이 건내준 금화는 리나를 구매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금액이었다. 칼립소는 품안에 금화들을 소중히 집어넣고, 종이 뭉치를 꺼내 민혁에게 주었다.

“이건 무엇이지”

민혁은 그가 내민 종이뭉치를 받아들고 물었다.

“노예증서입니다....알고계시겠지만 라이너 영지는 이종족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꼬마는 표가 잘 나지 않지만 잘 살펴보면 누구나 이종족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그럼....저 꼬마를 어떻게 해서든 노예로 만드려는 자들이 나타날 겁니다..그럴 때 꼬마가 도련님의 것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노예증서를 꼭 소지하고 다녀야 합니다...”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은 인벤토리로 자동 수령됩니다.

­적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노예증서까지 넘겨준 칼립소는 아직도 꺼억거리며 신음을 내뱉고 있는 부하를 챙겨 꽁지가 떨어질까 후다닥 여관을 떠났다. 남겨진 것이라고는 침묵 뿐, 민혁은 투숙객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구타로 인해 기절한 리나를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3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는 우선 기절한 꼬마를 의자에 앉혀두었다.

“전 믿고 있었어요!”

리나를 의자에 앉히자마자 아리나는 민혁을 껴안고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부담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뭐,뭘?!”

갑작스런 그녀의 허그에 민혁은 영문을 몰라 머리 위로 물음표를 만들었다.

“히히 모른 척 하시기는...저 아이를 구해준 것 말이에요..정말 고마워요...저번에도 동족을 구해주셨는데....이번에도...”

‘동족?’

자신의 가슴팍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거리는 아리나를 뒤로하고 민혁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리나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귀가 무언가로 인해 잘린 흔적이 있었다. 아마도 노예 상인들에게 잡히고 나서 당한 듯 아직 상처가 덜 아문 상태였다. 민혁은 얼굴을 찡그렸고 그건 옆에서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티샤도 마찬가지였다.

“...민혁....”

“응?”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맞아 나나 너는 상관없지만 아리나나 티샤의 정체가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소동이 일어날게 뻔해”

민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종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예가 되는 곳이다. 만약 보통의 엘프보다 더욱 아름다운 티샤나 아리나의 정체가 발각된다면 꽤나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이 영지의 영주민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전 영주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고 해도 무관계한 이런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족쇄를 채워 놓은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보더라도 야만적인 행동이었다.

“알겠어 내일 라이너 영주를 만나고 이 영지를 뜨자”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영지를 떠날 것을 약속했다. 티샤와 하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아리나는 계속 민혁의 가슴에 머리를 부비적거릴 뿐이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로브를 벗고 짐을 정리한 민혁은 우선 하울에게 부탁해 리나에게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 때문인지 바로 깨어나지는 못했다. 눕혀두는 것이 좋겠지만 몸에서 악취와 오물들이 묻어 있는 이대로 여관 침대에 재우는 것도 무리일 듯싶었다. 민혁은 우선 오물이 잔뜩 묻고, 구둣발에 더럽혀진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뭐야.... 이 애 여자아이잖아..”

그러자 드러난 것은 덜 여물었지만 부푼 가슴 그리고 그 위에 우뚝 솟은 젖꼭지였다.

“어 정말요?!”

“......!”

아리나와 티샤 또한 리나가 여자아이인 것을 몰랐는지 씻을 준비를 하다 말고 민혁의 등 뒤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 리나를 살폈다.

“야 고개 돌려 뭐해!!”

“응? 아...응!”

그리고 고막을 관통하는 하울의 고함, 어버버 거리던 민혁은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아채고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울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짐 속에서 옷을 한 벌 꺼내 아리나에게 건내주었다.

“흠 맞을까요?”

아리나는 한눈에 봐도 기장이 좀 더 긴 하울의 옷을 리나에게 대보며 말했다.

“안 맞으면 어쩔 거야 대충 입혀놓고 생각해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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