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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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답게 용의 신전으로 가는 길에는 장사꾼들과 상인들이 가득했다. 커플들은 팔짱을 끼고서 괜찮은 물건이 없나 살피고 있었고, 간혹 보이는 신혼부부들은 세공사들이 내놓은 반지와 목걸이 등을 구경했다. 민혁은 쓸만한 아이템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대부분 C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아리나와 티샤는 상아로 만들어진 장신구를 구경했고, 하울은 민혁이 어제 주었던 목걸이를 만지작거릴 뿐 다른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용의 신전 앞은 매우 붐볐다. 과장을 섞어서 로랑 영지의 번화가 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민혁 일행은 인파를 뚫고 신전 내부로 들어갔다.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축 양식에 거대한 드래곤의 시체가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드래곤을 경외와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민혁도 잠시 그것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뿔과 날개는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정도로 대단히 거대했다. 아리나와 티샤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어 했지만 하울이 이만 가자고 말하자 시무룩해져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용의 결정은 어디서 얻는 거야?”
민혁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하울은 용의 신전 뒤로 향했다.
“이쪽 뒤에 작은 우물이 있어 용의 결정은 그 안에서 나오는 거야”
“흐음...왜 하필 우물에서?”
“용의 결정이란 건 흐음...뭐라도 설명해야할까...그래 사리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생긴 것도 노란 보석같이 생기기도 했고 하여튼 다른 드래곤들은 죽으면 바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서 채취하기가 어렵지만 베글렛님은 저렇게 시체가 남아 있잖아? 그래서 떨어지는 사리를 우물하고 연결해서 모아두고 있어 신세를 좀 지고 있는 셈이지! 아 물론 일방적인 거래는 아니야 방금 전 말 해줬던 이야기 속의 여자의 혼을 찾아서 베글렛님과 이어줬으니까 말이지 지금은 천상계에서 둘이 잘 살고 있을 걸?”
이어진 하울의 설명과 함께 일행은 신전 뒤 쪽에 위치한 우물에 도착했다. 우물은 커다란 돌덩이로 막혀있었다. 하울은 간단하게 허공에 손짓을 하더니 우물을 막고 있던 돌덩이를 산산조각 냈다. 그녀는 민혁에게 내려갔다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는 허공답보의 수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물은 꽤 깊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빛이 없어져서 삼매진화로 불을 밝혔다.
“저건가?”
물이 고여 있는 바닥을 보니 노란색으로 빛나는 호박과 비슷한 돌맹이가 있었다. 민혁은 시스템창을 열어 아이템을 확인해보았다.
용의 결정S등급
죽은 용의 시체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용정이 결집되어 만들어진다. 마도시대 때는 타이탄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을 만큼 큰 에너지를 담고 있다. 무기 합성이나 제련을 할 때 사용한다면 부가 옵션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민혁은 바닥에 흩어져 있는 용의 결정을 몇 개 주워들어 인벤토리에 챙겨 다시 위로 올라갔다. 아리나가 고개를 내밀어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민혁은 천마행공의 수법으로 모습을 순간 감추고 그녀에게 접근해 쪽하고 키스를 했다. 아리나는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하울은 뭐하는 짓이냐며 화를 냈지만 민혁이 얼굴에 철판을 깐 듯 연인끼리 뭐 어떠냐고 말하자 합죽이가 되어버렸다. 민혁 일행은 용의 신전을 나와 들어가기 전 점찍어 두었던 음식점으로 향했다. 해산물 요리 전문점으로 새우 요리가 특기인 것 같았다.
“A정식으로 4인분 가져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은 민혁의 주문을 받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꽤나 많았다. 점심때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변 음식점 중 가장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아리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들떠서 티샤에게 종알종알 말을 걸었다. 하울은 민혁이 가져온 용의 결정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도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심심해서 인벤토리를 뒤적였다. 그러다 데네이루에게 받은 아이템이 생각났다.
“하울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흐음 계약의 문 말이지... 이건 그냥 간단한 마법진만 구비하고 주문만 외우면 끝이야 내가 밥 먹고 어떻게 사용 하는 건지 알려줄게”
때 마침 식사가 나왔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가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리나는 수다를 떨던 것을 멈추고 눈앞에 있는 음식에 집중했다. 티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민혁의 눈치를 봤다. 그녀는 의외로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가 먼저 식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식기를 들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영향인 것 같았다. 민혁은 새우를 집어 들어 껍질을 정리했다. 그리고 살을 아리나와 티샤 앞에 놓인 접시에 나눠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고맙다..”
그녀들은 환하게 미소를 지은 뒤 앞 접시에 놓인 새우 살을 맛보았다. 통통한 식감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 안을 즐겁게 했다. 아리나와 티샤는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민혁은 그녀들이 먹는 것을 보며 부지런히 새우를 까서 접시에 놔 주었다. 한참을 두 사람을 위해 껍질을 까고 있었는데 옆에서 하울이 그의 소매를 당겼다. 민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하울은 입을 아앙하고 벌리며 손가락으로 내 입에 새우를 넣어달라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자 여기”
민혁은 속으로 자기 손으로 냅뒀다 뭐하냐며 궁시렁거렸지만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어 잠자코 그녀의 입에 새우 살을 넣어주었다. 하울은 고소한 새우의 맛을 음미하며 다시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결국 민혁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마치 어미 새처럼 세 여자의 입에 새우를 넣어 주기만 했다. 음식을 다 먹어갈 때 쯤 티샤가 미안해하며 새우를 직접 까서 먹여준 것이 다였다.
“맛있었죠?”
“아...응....”
음식점을 나서며 아리나가 밝은 미소를 띄우고 묻자 민혁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하울은 뒤따라 나오며 키득거리며 웃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얄밉던지 그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하울은 도끼눈을 뜨고 그를 노려봤지만 더 이상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속으로 찔리는 점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을 나오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본래라면 여관으로 돌아갔겠지만 일행은 호수로 가기로 했다. 데네이루에게 받은 아이템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저녁에는 하나도 없네”
“그러게요 별빛이 비치는 호수의 야경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말이에요...”
호수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배를 빌려주던 사공도 일찍 들어갔는지 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별빛이 머물고 있는 호수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아리나와 하울은 벤치에 앉아 경치를 구경했고, 티샤는 민혁의 뒤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파닥파닥 움직이는 티샤의 귀를 보고 피식 웃고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어안았다. 티샤는 꺅하고 작은 비명성을 내질렀지만 그것마저도 그의 눈에는 귀여워 보였다. 뒤늦게 아리나가 그것을 발견하고 달려와 티샤가 안겨 있는 쪽과 반대에 달라붙었다.
“솔로 서러워서 살겠냐...”
“풉!”
“야 그만 속 터지게 하고 떨어져 이제 슬슬 계약의 문 쓰고 돌아가자”
그의 장난 섞인 웃음에 하울은 화를 낼 기운도 없는 듯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민혁은 그저 그녀가 피곤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계약의 문을 꺼내 하울에게 던져주었다. 가볍게 그것을 받아든 그녀는 수풀에서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주어왔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동그라미와 네모, 세모를 적당히 그려넣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말 간단해 보이는 마법진 하나가 완성 됐다. 하울은 그것 위에 계약의 문이라 불리는 동그란 환을 올려놓고 뒤로 물러섰다.
“자 여기다가 이제 네 마나를 집어넣으면 돼”
하울의 말에 민혁은 내공을 일부분 떼어내 마법진을 향해 쏘아냈다. 그녀가 대충 그려낸 마법진은 야금야금 그의 내공을 빨아드리다가 번쩍하고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있던 자리에 아공간과 같은 검정색 일색의 구멍이 생겨났다. 민혁은 이게 뭐냐고 하울에게 질문했다. 그녀는 저 구멍 안에서 그의 마나에 이끌리는 환수가 계약을 하기 위해 튀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혁은 하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안 나오는데?”
5분 10분이 지나도 구멍 안에서 환수가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민혁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는 아리나를 끌어안으며 지루하다는 얼굴을 내보였다.
“이상하네 원래 5분 정도면 나오는데?”
하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멍에 다가갔다. 고개를 내밀어 구멍 안을 살펴봐도 환수는커녕 다른 물체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혹시나 마법진이 잘못된 건 아닌지 해서 자신의 아공간에서 마법진들을 기록해둔 책을 꺼냈다. 거기에는 수많은 마법진들이 집약되어 있었다. 6서클 마법사들이라면 영혼을 받쳐서라도 얻어내고 싶어 하는 것들이 수두룩했다. 그녀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소환계열 마법진을 찾아냈다.
“뭐야 마법진도 틀린 건 아닌데...이런 경우가 있나?”
그녀가 그린 마법진과 기록해둔 것의 모양은 동일했다. 하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다른 이상이 있나 찾아봤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짜증이 난 하울은 데네이루까지 불러 환수 소환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민혁은 한숨을 쉬며 돌아가자고 말했다. 하울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좀 더 기다려보자며 뻐팅겼지만 자신의 작은 입에서 나오는 하품을 막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어깨를 추욱 늘어트린 채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리나는 침대를 보자마자 스르르 잠에 빠졌고, 하울도 마찬가지였다.
“한 잔 할래?”
출출했던 민혁은 티샤에게 술 한 잔 할지 물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엘프 마을에서부터 알게 된 사실이지만 티샤는 술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는 종업원에게 간단한 안주와 과일주 몇 병을 방으로 올려달라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몸단장을 끝내자 종업원이 때 마침 주문했던 것을 가지고 왔다.
“자 한 잔 받아”
“고맙다”
첫 잔은 그녀에게 따라주었다. 티샤는 안주로 온 닭고기 샐러드를 한 입 먹고 레몬 향이 뿜어져 나오는 과일주를 들이켰다. 술을 마신 그녀의 얼굴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속을 보호 하기 위해 스프를 떠먹었다. 뒷맛이 깔끔하고 고소했다. 음식이 좋아서 술자리는 굉장히 즐거웠다. 티샤는 시켰던 것으로 모자라 과일주를 두 병이나 더 주문했다. 민혁은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려보았지만 이미 인사불성이 된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흠냐...히힛....”
술에 잡아먹힌 티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그의 품에 안겼다. 민혁은 온 몸에서 술기운을 풍기는 그녀를 보며 장난기가 샘솟았다. 그는 한 손으로도 잡히지 않는 그녀의 묵직한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짓에 따라 젖가슴이 모양을 바꿨다. 뒤에서 자고 있는 아리나와 하울의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민혁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술상을 옆으로 치우고 티샤를 안아 들었다. 그녀는 키에 비해 매우 가벼웠다.
“난 분명히 그만 마시라고 했어 모든 건 취할 때까지 마신 티샤의 잘못이야”
그는 혼잣말로 자기 위로를 하며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그녀는 잠꼬대를 하며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민혁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덮쳤다.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가까운 두 사람의 얼굴, 그는 탐욕스럽게 티샤의 입술을 빼앗았다. 그녀는 술에 취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침략자에게 중요 요충지를 점령당했다. 티샤는 늦게나마 팔 다리를 바둥거리며 반항 했다. 하지만 그가 화려한 스킬로 혀를 희롱하자 그를 끌어안으며 항복했다.
츄릅츄르릅
“...민혁...?”
애무와 같은 키스가 계속되고 이쯤 되자 티샤도 눈을 살짝 떴다.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티샤의 젖가슴에 손을 올렸다. 얇은 천을 입은 상태라 확연히 첨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유두가 꼿꼿이 선 것이다. 그는 옷을 벗기지 않고 앙하며 유두를 베어 물었다.
“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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