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 전초
* * *
그녀는 속이 뒤집히는 소리를 내며 호수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민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리나의 등을 쓰다듬어주었고, 티샤는 구토를 한 그녀에게 깨끗한 식수를 건내주었다. 아리나는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500ML정도 되는 물을 한 번에 들이키고 나서야 그녀는 괜찮아졌는지 민혁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하지만 아직도 안색이 창백한 것이 물놀이는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 민혁 일행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노를 저어 육지로 돌아왔다. 사공은 민혁이 배를 빨리 반납하자 의아해했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좀 괜찮아?”
“...네...”
호수가 보이는 벤치, 아리나는 민혁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시무룩해져 있었는데 자신 때문에 물놀이가 일찍 끝난 것 때문인 것 같았다. 민혁과 티샤가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우울한 상태였다. 그는 아리나의 기분을 풀어줄만한 것이 뭐 없나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게 뭐지?”
“.....저건 세이레네스다....”
Level: 67
이름: 니드
종족: 세이레네스
성별: 여
경지: 세이레네스 사제
체력: 10889/10889
그러다 호숫가 바위에 앉아 목청을 다듬고 있던 세이레네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이레네스는 물고기의 다리와 사람의 몸통을 가진 환수다. 흔히 말하는 인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세이렌과 흡사하게 마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 매혹을 걸지 않으며, 노래를 불러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최근 귀족들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수가 급감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세이레네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무룩해져 있던 아리나도 벌떡 일어나 관심을 표했다. 민혁은 싱긋 웃으며 세이레네스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봤다.
“빛 중의 빛, 가장 높은 곳 이제는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강림하사 우리에게 빛을 다시 주소서”
니드는 노래를 불렀다. 무언가에 대한 찬송가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노래의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아름다운 노래를 이어갔다. 호수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노래에 웃으며 귀를 기울였다. 민혁도 마찬가지였고, 아리나와 티샤도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했다. 몇 분이나 지난걸까 시간이 채감 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노래는 매력적이었다. 니드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사람들의 찬사에 화답했다.
우르르르 콰앙
그런데 갑자기 밝게 개었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벼락이 내리쳤다. 호수에 있던 사람들은 급히 노를 저어 육지로 돌아왔고, 니드는 어째서인지 안절부절 못해하며 몸을 벌벌 떨었다. 민혁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때 먹구름 사이로 푸른색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드래곤과 비슷했지만 드래곤이 아니었다. 환수였다. 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그는 허공을 유영하더니 이내 호수에 내려 앉아 떨고 있는 니드를 노려보았다.
[내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냐?]
그의 목소리가 호숫가에 울려퍼졌다. 니드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환수는 콧방귀를 끼더니 꼬리로 호수를 내리쳤다. 그러자 물줄기가 모여들어 큰 파도가 되었다. 그것은 니드가 앉아 있던 바위로 향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 니드는 공포에 질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리나는 민혁의 소매를 당겼다.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날렸다. 저 거대한 파도를 막기는 무리였지만 그녀의 몸 하나 빼오는 것은 간단했다.
슈슉
“......?!”
니드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인간 남자가 나타나자 놀라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민혁은 사정을 설명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아 그녀를 강제로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아등바등 그녀가 몸부림을 쳤지만 가벼운 앙탈일 뿐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천마행공을 사용해 아리나와 티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파도는 니드가 있던 곳을 휩쓸었고, 그녀가 앉아 있던 바위는 수압에 못 이겨 물에 떠내려 가버렸다. 조금만 늦었다면 니드도 위험했을 것이다.
“괜찮아요?”
아리나는 민혁이 니드를 벤치에 내려놓자 가까이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다.
“아..아...감, 감사합니다”
그녀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멍해져 있다가 민혁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민혁은 아름다운 그녀의 목소리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티샤가 옆구리를 쿡하고 찌르자 정신을 차리고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겸양을 떨었다.
[네놈.....!]
분노어린 목소리가 호숫가에 메아리쳤다. 환수는 왠 인간이 자신의 신부를 안은 것도 화가 났고, 자신을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에 기가 찼다. 그는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그러자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슷한 것이 생성되었다.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것을 민혁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발사했다. 민혁은 그것을 캐치하고, 내공을 끌어올려 일행을 보호할 기막을 펼쳤다.
콰아아앙
브레스의 위력은 상당했다. 드래곤의 그것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위력이었다. 기막은 점점 금이 갔고, 니드는 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라수라도를 발도했다. 그리고는 브레스와 맞설 거대한 참격을 만들어내 그에게 쏘아 보냈다. 그것은 기막을 깨트리고, 그가 만든 브레스를 빠르게 양분하며 머리를 향해 나아갔다. 이쯤 되자 바빠진 것은 환수였다. 그는 브레스를 뿜어내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비틀어 참격을 피했다.
[크르르르...잘도....]
인간에 의해 자신의 브레스가 양분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환수는 그를 노려보았다. 민혁은 뭐 어쩔거냐는 식으로 마주 노려보았다. 물러선 쪽은 환수였다. 그는 민혁의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니드를 한 번 째려보더니 다시 먹구름 속으로 몸을 감췄다. 그의 뒤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니드는 환수가 사라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벤치에 몸을 기대고 추욱 늘어졌다.
“다시 한 번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일행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구해줘서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 민혁은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보답이라며 그녀가 인사 하는 것을 제지했다. 아리나와 티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노래는 충분히 귀찮음을 감수하고 환수와 대적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방금 그는 대체......”
아리나가 환수의 정체를 물었다. 니드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그녀는 호수 아래 세이레네스 마을의 무녀다. 니드의 어머니도 무녀였고, 할머니, 먼 선조까지 몇 대에 걸쳐온 무녀집안이다. 세이레네스들은 호수의 신 하쿠를 믿는데 매년 신에게 무녀가 직접 노래를 공양한다. 니드는 어머니에게 자리를 물려받고 처음 공양을 위해 호수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헌데 신을 위한 노래가 환수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막무가내로 니드에게 청혼을 해왔다. 그녀는 폭력적인 그가 싫었지만 대놓고 거절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호수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자칫 그의 감정을 거스른다면 세이레네스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제가 노래를 부를 때 마다 나타나요...하지만 공양을 하려면 노래 연습을 안 할수도 없어서..흐윽...”
힘겹게 말을 잇던 니드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리나는 그녀를 안아주며 토닥였고 티샤는 허리춤에 매단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민혁은 슬피 우는 그녀를 보며 도와줄지 말지 잠시 고민을 했다. 시간도 넉넉하고, 환수도 그렇게까지 강해보이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곧 이루어졌다.
“제가 그 환수를 잡아드릴까요?”
그의 말에 니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 정말이요?!”
“그럼요”
니드는 울음을 멈추고 그에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물을 글썽이더니 벤치에서 점프해 민혁을 끌어안았다. 니드의 상의는 젖가슴을 가리는 속옷 한 장 밖에 없어 그녀의 볼륨감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그녀가 울며 죄송하고 또 고맙다고 소리치는 통에 제대로 그것을 만끽할 수 없었다. 그는 니드를 가볍게 끌어안아 토닥여주었다. 이 작은 몸에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아리나도 티샤도 따뜻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퀘스트 ‘세이레네스 무녀의 우울’
용의 신전 근처에 위치한 호수 아래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마을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세이레네스들이 호수의 신 하쿠를 모시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태어날 세이레네스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1년에 한 번 무녀를 통해 호수의 신 하쿠에게 노래를 공양한다. 환희의 무녀 니드도 어머니에 이어 무녀가 되어 호수의 신인 하쿠에게 노래를 공양했다. 허나 그 노래를 듣고 나타난 건 신이 아니라 한 마리 망종이었다. 그는 호수의 마을까지 찾아와 막무가내로 혼인을 강요했고, 그녀는 차마 거절을 하지 못해 1년의 말미를 얻은 상태다. 그녀의 노래에 끌린 당신은 못돼먹은 환수로부터 니드를 해방하고 마을을 지켜야만 한다.
성공조건: 환수 ‘라 데네이루’의 죽음, 환수의 혼인 포기
실패조건: 마을의 파괴, 니드의 죽음
퀘스트 보상: 세이레네스 마을의 비보, 소정의 경험치
퀘스트를 수락 받으시겠습니까 Y/N
민혁은 당연히 Y를 선택했다. 그는 울고 있는 니드를 달래며 내일 한 번 더 호수로 나와 노래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무서워하는 눈치였지만 그를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일단 그녀를 호수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 이번에는 하울도 함께 호수에 나왔다. 그녀는 세이레네스는 오랜만에 본다며 가까이 붙어 눈을 빛냈다. 니드는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기에 뭐라 하지는 않았다. 민혁은 니드가 곤란해 하자 하울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정을 알려주었다. 하울은 민혁의 말을 듣고 화를 잔뜩내며, 환수를 구워 먹어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참아..쫌”
“아니 참게 생겼냐 드래곤 모습을 하고 다닌다며!”
그녀가 화난 이유는 니드가 수모를 당했다는 것도 있지만 환수의 외관이 드래곤이라는 것이 가장 컸다. 하울은 당장이라도 7서클 마법을 허공에 난사할 기세였다. 민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막았고, 아리나도 거들어주었다. 그녀를 실력 좋은 마법사로 알고 있는 니드는 일행이 꽤나 쾌활한 것 같다며 멋쩍게 웃고 있는 티샤와 대화를 나누었다. 가까스로 하울을 말린 민혁은 환수가 발견 하지 못하도록 몸을 숨겼다.
“그럼 노래를 부탁해요”
“네...”
선선한 바람이 불고, 훈기가 느껴졌다. 니드는 노래 부르기에 딱 좋은 날씨라고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어제와 같은 아리아가 흘러나왔고, 이내 하늘은 어두컴컴하게 변하며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리고 환수가 나타났다. 녀석은 푸른색 거체를 뽐내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니드의 앞까지 날아왔다. 그는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차가운 한기를 내뿜었다. 니드는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내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냐?]
저번과 똑같은 물음에 니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었다. 환수는 화가 났다. 자신의 사랑을 받음에도 계속 거절하는 그녀가 미웠다. 당장 환수계에만 가도 그를 원하는 암컷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만을 보고 그녀만을 원했다. 환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줄지 이내 그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환수는 꼬리로 다시 한 번 파도를 일으켰다. 이번에는 방해할 인간도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신부가 되겠냐고 니드에게 물었다.
“아니요...싫어요...”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부정적인 답이 나왔다. 환수는 눈을 빛냈다. 그는 이 파도가 지금 당장이라도 널 덮칠 텐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화가 난 환수는 꼬리로 호수를 내리쳤다. 물이 튀겼고, 그것은 니드를 흠뻑 적셨다. 물속에서 살기에 물벼락을 맞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환수의 분노어린 눈빛을 그녀가 받아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야 환수 나부랭이!”
그것을 알아 챈 하울이 나섰다. 원래라면 민혁이 샤샥하고 해치웠겠지만 무슨 바람이 분건지 그녀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리나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혁은 껄렁껄렁하게 걸어 나가는 하울의 뒷모습을 묘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수는 일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위대하신...]
어떻게 된건지 그는 하울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야 닥쳐”
그녀의 말에 환수는 입에 지퍼라도 달린 듯 웁하고 입을 닫았다. 그 모습에 니드는 당황해 환수와 하울을 번갈아보며 안절부절해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하울은 환수를 자세히 쳐다봤다. 어디서 봤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폴리모프를 한 상태로 자신이 드래곤임을 밝히고 한 번 본적이 있던 것 같다. 하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기억이 났는지 박수를 짝하고 쳤다.
“야 너 환수계에서 나 봤지?”
[아 네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자 환수는 여지껏 니드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내보였다. 하지만 하울이 입을 빨리 닫으라는 모양새를 취하자 급히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민혁은 생각보다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자 아리나와 티샤를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환수는 그를 보고 으르렁 거렸지만 하울이 제발 닥치라고 소리치자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졌다. 그 꼴이 꽤나 웃겨 민혁은 피식 비웃어주었다.
“야 너 얘 포기해”
[네?! 그,그게 무슨 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전 이 아이를 사랑합니다!]
작품후기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돌아왔습니다!! 추천과 코멘트를 구걸하는 이 시대의 거지 천라수라입니다. 댓글로 조언을 해주신 부분은 전부 찾아서 체크하고 있습니다. 좀 더 좋은글이 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잭 팟 걸렸네요 댓글 다시고 마나 받아가세요 ><
request
ㅠㅠ
메인보드 파워면 10만원은 깨지겠네요...
잘보고가요!
컴퓨터를 새로 바꾸려구요 ㅠ 아무래도 산지 5년정도 되니까 잔고장이 많이 나서요
dntmd4220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로아르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울티오r
보고가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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