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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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제국(coronaempire)
로기아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써 해상무역과 연금술이 발달된 산업의 나라다. 주 거래원은 바다 건너 해상왕국 프로미스이며, 수입해온 물품들을 주변 왕국에 되팔거나 연금술로 보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제국이라 하면 무력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제국은 로기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둘씩이나 데리고 있다. 또한 용기병이라는 특수병과를 가지고 있는데 직접 키운 와이번을 탄 궁기사들의 위력은 그들이 왜 제국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제국을 세운 이는 폭군(??) 알터 라이고라는 자로 2천년전 평민으로 태어나 마룡을 쓰러트릴 용사로 간택되어 마룡 헬베우스를 쓰러트렸다. 이후 함께 모험을 한 동료들과 함께 나라를 세우는데 이것이 바로 코로나 제국의 전신인 코로나 왕국이다.
그는 왕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정복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다른 나라들은 마룡과 마족에게서 받은 피해가 채 복구되지 않은 상태라 쉽게 영지를 내주고 말았다. 왕국은 덩치를 금세 불려 제국이 되었고, 알터 라이고는 자신을 스스로 황제라 칭했다. 여기까지라면 그가 폭군(??)이라 불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왕국이 제국이 되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알터는 자신과 함께 모험을 했던 동료들에게 관직을 주었었는데 그들의 활약이 커짐에 따라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그는 해서는 안 될 결정을 하게 된다.
알터는 동료들을 해치우기 위해 그들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핑계는 좋았다. 제국이 되었으니 건국일을 지정, 그를 기념해 파티를 연 것이다. 순진한 그의 동료들은 아무 의심 없이 알터가 보내준 마차를 타고 제국의 황성 크렐린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어진 즐거운 연회, 전쟁의 추억 그리고 동료를 잃었던 아픔을 노래했다. 파티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술을 못하던 성직자도 분위기에 취해 약을 탄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용사 알터의 동료들은 하나 둘 씩 정신을 잃었다. 테이블 혹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기절해 있는 옛 동료들을 살피던 황제 알터는 고민했다.
“이들을 꼭 죽여야만 하는가!”
고민은 길어졌고, 가장 적게 술을 마셨던 성직자가 정신을 차리려 했다.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들이 모두 깨어난 후 사실을 알게 되어 등을 돌린다면 자신의 명예와 부 그리고 권력이 유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알터는 마룡의 피가 묻은 성검으로 가장 먼저 동료가 되었던 성직자의 목을 쳤고, 사랑했었던 엘프 궁수의 심장에 검을 꽂았으며, 친우인 용인족 전사의 몸을 이등분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으로 동료들의 목숨을 모두 앗아갔다. 이후 소문은 멀리 멀리 퍼져 엘프들의 왕국인 라 하임에까지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폭군(??) 알터에게 대항하지 못했다. 그는 대륙제일인이었으며 황제의 군사는 이미 대륙을 일통하고도 남음이었다. 권력에 미친 그가 어째서 그 큰 힘을 가지고도 대륙을 일통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용사(??)였으며 황제(??)였으며 폭군(??)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의아하게도 제국의 황성인 크렐린이 아닌 로랑이라는 작은 영지에 위치한 용의 신전이었다. 알터 라이고는 동료들을 모두 참하고 세월이 흐른 후 황위를 계승한 뒤 용의 신전에 틀어박혀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그것이 후회 때문인지 아니면 생후 황천에서나마 만날 동료들에 대한 무서움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자식도 참 바보였다니까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으면서 후회는 왜하냐”
물론 그것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본 하울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용사의 동료 중 도적으로 위장해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거짓으로 죽은 척을 하긴 했지만 목이 떨어졌을 때는 정말 죽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민혁은 점심 식사를 고르기 위해 메뉴판을 훑어보며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울은 그것이 화가 났는지 테이블 아래 그의 정강이를 세게 찼다.
“으윽...”
“왜그러세요 민혁님?”
“....아프다면 큰 병이 되기 전에 말하는 것이 좋다...”
민혁이 메뉴를 고르다 말고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정강이를 부여잡자 아리나와 티샤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괜찮냐며 물었다. 하울은 피식 웃었고, 민혁은 남자 자존심에 아프다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하울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키득거리며 그를 약올렸다. 툰드르 왕국에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한 민혁 일행의 목적지는 용의 신전이었다. 일행은 괜찮은 숙소를 잡고 전쟁의 피곤을 달래기 위해 이틀 정도는 푹 쉬자고 합의를 했다. 민혁은 이럴 거면 포베너 가문에서 제공하는 곳에서도 편히 쉴 수 있었을 거라며 입을 열었다가 아리나가 미간을 찌푸리자 황급히 입을 닫았다.
“그럼 우린 데이트나 할까?”
“정말요?!”
종업원이 가져다준 닭다리를 한 입 크게 베어물고 맛을 음미하던 민혁은 식당 밖 밝은 날씨를 보며 말했다. 아리나는 두 손을 가슴 위로 모으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티샤도 귀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은근 기대하는 눈치였다. 반면 하울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용의 신전 주위 구경을 할만한 명소가 있는지 종업원에게 물어봤다.
“로랑 영지의 구경거리라...용의 신전 옆에 가보면 매우 큰 호수가 있습니다. 제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호수죠 간혹 환수들도 물을 마시러 온다고 하니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0대로 보이는 후덕한 남자 종업원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는 민혁과 아리나가 꼭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신혼여행을 온 부부로 착각을 한 것 같았다.
“어때 호수라는데?”
“전 좋아요!”
“...나도 가보고 싶다...”
아리나와 티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하울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녀는 잠이 부족하다며 숙소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민혁은 일단 알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녀가 요즘 들어 잠을 부쩍 많이 잔다는 점에 걱정이 들었다.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자 하울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민혁은 사람이 걱정하는데 그게 뭔 태도냐며 따져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얼굴을 치우라고 타박을 할 뿐이었다. 식사를 하고 일행을 갈라졌다. 하울은 하품을 하며 숙소를 잡기 위해 느릿느릿 움직였고, 아리나는 종업원이 건내준 관광책자를 펼치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티샤는 그의 뒤에서 조용히 길을 걸으려 했지만 그가 허리를 잡아채자 못 이기는 척 민혁의 곁에 붙었다.
“우와 호수가 꼭 바다 같아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호수에 도착했다. 물이 워낙 맑고, 깊어 색이 꼭 도화지에 뿌려진 파랑색 물감 같았다. 게다가 호수 경계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기도 워낙 컸다. 아리나는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티샤도 처음 보는 절경에 입을 살짝 벌리고 감탄성을 내뱉었다. 민혁은 호수가에서 사람들이 조각배를 빌려 타는 것을 보고 그녀들에게 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타보고 싶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아리나는 손을 번쩍 들며 배를 타길 희망했고, 티샤도 눈을 반짝거렸다. 두 사람 다 내륙 지방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배를 탈 일이 거의 없었기에 호기심을 보였다. 민혁은 배를 빌려 주고 있는 이에게 다가갔다.
“배를 빌리는데 얼마입니까?”
“은화 다섯 개만 주십시오”
은화 다섯 개면 한 끼 식사를 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관광지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민혁은 주머니에게 은화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사공은 민혁에게 즉석으로 노 젓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 금방 습득했다. 배는 아리나와 티샤를 태우고 민혁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물결이 잔잔해 노 젓기도 수월한 편이었다. 호수 위에는 연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배 위에서...문란하다....”
티샤는 스킨십을 나누고 있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민혁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채고, 노 젓기를 잠시 멈추고 그녀의 얇은 허리를 끌어안았다. 배가 좌우로 살짝 흔들리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티샤는 갑작스런 그의 손길에 당황했지만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겨 미소 지었다.
“착하다 착해”
“...어린아이가....아니다.....”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민혁이 한 마디 하자 티샤는 짐짓 투정을 부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환하게 미소 지으려 했지만 순간 자신의 어깨 위로 올라오는 작은 손에 얼음이 되어버렸다. 티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아리나를 잠시 잊고 있었다. 민혁은 고장난 기계인형처럼 덜덜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리나가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목선 뒤로는 식은땀이 흘렀고,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듯 입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아리나 설마 멀미......?”
“...네...괜찮을거라고...생각....우읍!”
그녀는 속이 뒤집히는 소리를 내며 호수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민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리나의 등을 쓰다듬어주었고, 티샤는 구토를 한 그녀에게 깨끗한 식수를 건내주었다. 아리나는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500ML정도 되는 물을 한 번에 들이키고 나서야 그녀는 괜찮아졌는지 민혁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하지만 아직도 안색이 창백한 것이 물놀이는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 민혁 일행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노를 저어 육지로 돌아왔다. 사공은 민혁이 배를 빨리 반납하자 의아해했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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