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205화 (205/245)

〈 205화 〉 전초

* * *

민혁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S등급의 의뢰를 완수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했다. 그냥 무위를 살짝 들어내기로 했다. 그의 생각을 모르는 루비는 그가 의뢰를 받지 못해 상심했다고 생각해 얼른 그를 위해 준비한 은패를 건내주었다. 민혁은 그것을 받아들어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혹시 시간 있으십니까?”

“시,시간?!”

루비는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직원들은 어머어머하며 둘을 쳐다보았다. 민혁은 그녀가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쪽이 좀 더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냐냥...그,그....차라면 마셔줄 수 있다냥...”

강렬한 그의 시선에 루비는 고개를 푹­숙이고,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민혁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 프론트에서 나오게 만들었다. 루비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해 냐냥­하고 짧게 울었지만 딱히 손을 뿌리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직원들은 프론트는 우리가 맡아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를 배웅했다. 그의 손에 이끌린 루비는 얼굴을 붉힌 채 귀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사람의 인적이 없는 막다른 골목길이었다. 루비는 무슨 상상을 하는지 침을 꿀꺽­삼켰다.

“냐냥! 아,아무리 내가 먼저 들이댔다고 해도 이건 너무 빠른거 아니냥!”

그녀는 민혁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다.

“무슨 소리입니까?”

말뜻을 전부 알아차렸음에도 민혁은 장난을 쳤다.

“냐앙~ 그걸 내 입으로 말하란 거냥! 정말 귀축이 따로 없다냐앙~!”

고양이 꼬리가 정신없이 흔들렸고,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붉게 물들었다. 민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루비는 막상 그가 손을 놓자 아쉬움에 귀를 추욱 늘어트렸다. 민혁은 히죽 웃으며 품 속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냐,냐냥! 그런 취미가 있는 거냥!”

“뭘 상상하던 아닙니다..”

음란한 상상을 하는 묘족에게 민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단검을 들이밀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단검에서 뭉클뭉클 기가 유형화되어 피어오르더니 검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검기가 되었고, 이내 소드마스터의 전유물인 강기를 형성했다. 루비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으며,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는 고양이 꼬리가 빳빳하게 하늘을 가리키며 섰다. 루비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에게 달라붙어 질문 세례를 던지기 시작했다.

“냐냥 그 나이에 소드마스터라니 믿기지 않는다냥 설마 드래곤은 아니냥 아니지..이럴 때가...!”

“잠깐 진정하시죠...”

두서없이 말을 내뱉는 루비, 민혁은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진정시켰다. 그제야 조용해진 골목길, 민혁은 내공을 수거하고, 단검을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루비는 눈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회수가 끝나자 이번에는 루비가 그의 손을 꽉 붙잡고, 용병 길드로 향했다. 그는 저항 없이 끌려가 주었다.

“사무실 좀 쓴다냐앙~ 긴급이다냥!”

프론트에서 의뢰지를 한 장 챙긴 뒤 다른 직원들을 향해 소리친 루비는 그를 데리고 3층의 방으로 향했다. 꽤나 화려하게 꾸며진 것으로 보아 높은 지위의 사람이 쓰는 방인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루비는 방을 동동구르며, 누군지 모르겠지만 필요할 때만 자리에 없다고 방에 주인을 원망했다. 루비는 그를 방 안 소파에 앉히고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백금색으로 빛나는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패가 하나 보관되어 있었다. 루비는 그것을 챙겨들었다.

“은패 내놓으라냥!”

“아..네..여기....”

민혁은 은패를 내밀었고, 루비는 그것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리고 두 개의 용병패를 맞대었다.

“синтезирoвать!”

그녀의 입에서 북방의 신비한 힘, 마기가 흘러나왔다. 민혁은 루비가 서리부족 전사들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자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용병패는 루비의 마기에 따라 빛을 내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은패에 각인되어 있던 민혁의 정보는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패로 각인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민혁은 이렇게 빨리 처리되는 것을 하루가 걸렸는지 그녀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이미 루비는 지친 듯 소파에 누워버린 채였다. 땀이 이마에 송긍송글 맺힌 것으로 보아 힘을 꽤나 잡아먹는 작업인 것 같았다.

“고생하셨어요..”

“..하아..아니다냥...할 일을 했을 뿐이다냐앙...그보다 이거 받으라냥..”

“이건?”

그것은 민혁이 원하던 포베너가의 의뢰 용지였다.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것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일행을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가능할까요?”

“냐냥...소드마스터가 의뢰를 나선다는데 그 정도는 내 선에서 처리하겠다냥 포베너가에선 내일 영주성으로 용병들을 보내달라고 했다냐 그러니까 시간만 잘 맞춰서 가면 된다냥”

민혁은 지친 루비에게 의뢰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용병 길드를 빠져나왔다. 그가 자리를 뜰 때까지 루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입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론트 직원이 새로운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패를 발급하게 되면 발급한 직원에게는 해당 용병이 완수한 의뢰 건당 일정 금액이 성과금으로 나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민혁은 여관에 돌아오자마자 전쟁통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하기 시작했다. 아리나도 그를 도와 식재료를 잔뜩 사왔다. 다음 날, 일행은 포베너 영주성으로 향했다.

“와아 정말 사람이 많아요!”

아리나는 포베너가 영주성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용병들을 보며 말했다.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러게.. 한 두 시간 정도는 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티샤는 인비져블 마법을 사용해 귀를 가렸음에도 습관적으로 로브를 꾸욱­ 눌러쓰며 말했다. 민혁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하울은 아직 졸린지 하품을 하며 쪼그려 앉아 사람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냐냥~!”

지루하게 기다리던 중, 대기열 앞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루비였다. 그녀는 민혁에게 아는 채를 하며 다가왔다.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아 매우 기분이 좋아보였다. 민혁도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려 했지만 팔을 꼬옥 붙잡는 아리나와 티샤 때문에 그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왜 여기 있냥?”

루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줄을 서고 있는 민혁에게 물었다.

“영주성으로 들어가려면 이곳을 꼭 지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냥... 플레티넘 용병패를 가진 용병들은 검문대에 패를 보여주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냥...”

“어제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만...”

루비의 말에 민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한 고생을 한 것이다.

“냐냥 미안하냥..어제 내가 설명 안해준 것 같다냐앙!”

그의 얼굴이 좋지 않자 루비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아리나는 더욱 더 세게 민혁의 팔을 끌어안았다. 티샤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루비는 무안한 기색으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민혁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검문소로 향했다. 민혁은 아리나와 티샤의 손을 꼬옥­잡고, 쭈그려 앉아 졸고 있던 하울을 데리고 루비의 뒤를 따라갔다. 검문소에는 두 명의 묘족 병사와 용병 길드 직원이 여러 명 앉아서 용병들의 용병패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민혁은 루비를 따라 바로 검문을 받기 위해 줄 맨 앞에 섰다.

“거기 줄 좀 섭시다!”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용병들이 화를 냈지만 그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냐냥 말했지 이번에 내가 발견한 새로운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이다냥”

그녀는 검문소에 앉아 있던 병사에게 말했다. 자신이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인 것도 아닌데 루비는 보일락말락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오 이분이...”

병사는 민혁의 얼굴을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어린 나이에도 굉장한 경지에 오른 민혁에 대한 놀라움을 뒤로 하고, 병사는 그에게 용병패 제시를 요구했다. 민혁은 백금색으로 빛나는 동그란 패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뒤에 서 있던 용병들도 그가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이란 것을 알고 웅성웅성거렸다. 특히 민혁에게 줄을 서라고 소치쳤던 용병은 얼굴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한 상태였다.

“그럼 수고하라냥~!”

용병패 확인이 끝나자 루비는 젊은 병사의 어깨를 툭툭­치고 민혁 일행과 함께 포베너 영주성 내부로 들어갔다. 안에는 의뢰를 받고 온 용병들이 우글거렸다. 그는 미아가 되지 않게 아리나와 티샤의 손을 꽉 붙잡고, 루비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영주성 본관으로 향했다. 경비병들은 루비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길을 잡고 움직였다. 상인의 가문답게 여기저기 호화스러운 장식들이 즐비했다. 그것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영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똑똑­

“냐냥 영주님 나다냥!”

기사가 문을 지키고 서 있음에도 루비는 직접 집무실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안에서 얇은 미성이 들려왔다. 민혁은 영주가 여성인 것을 알아차렸다. 능력치가 외모에 비례하는 만큼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 분명했다. 그는 기대를 안고, 루비가 문을 여는 것을 지켜봤다.

“어서오게나 루비”

Level: 133

이름: 릴리 포베너

종족: 묘인

경지: 4서클 마스터

체력: 21660/21660

마나: 10555/10555

이윽고 문이 열리고, 포베너의 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당연한 일이지만 루비와 같은 묘인족이었다. 릴리라는 이름의 영주는 서류를 결제하고 있었는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키가 작다보니 책상 위로 겨우 고개만 빼꼼 내민 상태였다. 그녀는 민혁을 보고는 검정머리 위에 고양이 귀가 쫑긋하고 섰다.

“오..자네가 루비가 자랑하던 소드마스터인가!”

그녀는 의자에서 폴짝­하고 뛰어내렸다. 120cm정도 되는 키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작아보였다. 릴리는 쪼르르 민혁에게 다가왔다.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서 아리나와 하울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민혁은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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