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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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그녀의 자애로운 말에 티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티르빙을 쳐다보았다. 천사와 같은 미소, 어렷을 적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주었던 언니의 것이었다. 티샤는 방울방울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티르빙은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티샤를 꼬옥 껴안아주었다. 비록 아버지가 다른 자매고, 비난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녀는 티르빙의 둘 밖에 없는 피붙이였으며, 눈물 많고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골렘의 사원으로 떠나는 마차 안은 훈기로 가득차 있었다. 아리나와 민혁이 꼬옥 붙어있었고, 티샤도 무표정한 얼굴을 버린 채 마부석에서 자신의 언니와 찰싹 달라붙어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하울은 짜증이 났지만 민혁에게 티르빙과 티샤의 사정을 들었기에 뭐라 소리치지도 못하고 벌레 씹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슬립(slip)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저 곳이 바로 골렘 사원입니다.”
마차를 타고 2시간여 정도 달리자 골렘의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위에 족히 20m는 되어 보이는 골렘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사이에 골렘과 비교해 매우 작고 아담한 유적이 하나 있었다.
“와아...정말 커다란 골렘이네요!”
마차에서 내려 가까이서 골렘을 올려다본 아리나가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타이탄(Titan)이야”
“타이탄?”
하울이 골렘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민혁이 의문을 표했다. 타이탄이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신들이 통치하기 전에 세상을 다스리던 거대하고 막강한 거신족을 가리킨다.
“마도시대 때 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인간들이 만든 전략병기야...정확히는.....아 됐어 몰라 이제 더 이상 안 움직이는 고철 덩어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들어가자!”
그녀가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리며 유적 안으로 향했다. 남은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뭔가 잘못 한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일행은 그녀가 짜증을 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하울을 따라 유적으로 들어갔다. 골렘의 사원 내부는 무척이나 깜깜했다. 다행히 먼저 들어왔던 하울이 횃불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불을 나눠 받은 일행은 앞을 전진했다.
“이게 다 골렘인가..”
골렘의 사원이라는 명칭이 붙은 만큼 내부는 골렘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모두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먼지가 가득 앉은 것을 보아 파괴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파손 부위에는 모두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상처가 세겨져 있었다. 일행들은 바닥에 널려진 골렘들을 구경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사원의 중앙 최심부에 도착할 때까지 함정은 없었다. 아예 없던 것은 아니고, 흔적만 있었다. 아마도 골렘을 부순 자가 함정까지 모조리 부숴 놓은 것 같았다.
“완전 폐허잖아..”
하울의 말대로 최심부는 폐허가 된 상태였다. 곳곳에 골렘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고, 벽면에 조각들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반파된 상태였다.
“여기 어디에 드래곤 로어가 있다는 거야...”
민혁은 주위를 빙글 둘러보며 하울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에게 보채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벽면의 조각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다른 일행들도 뭔가 나오는게 있을까 싶어 하울을 따라 폐허가 된 공간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골렘의 잔해뿐이었다.
“정말 여기 맞아?”
기다리다 지친 민혁이 칭얼거리며 하울에게 물었다.
“닥치고 있어라...”
하울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민혁은 헙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길 잠시 그녀가 벽면 조각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것은 동그란 무언가를 꽂아 넣을 만한 작은 공간이었다. 하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석판을 꺼내들었다. 구멍에 석판을 들이밀어 보니 크기가 딱 맞았다. 그녀는 일행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그럼 넣는다..”
민혁과 아리나, 티샤가 다가오자 하울이 석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째 표현이 야하다?”
“너 진짜 죽어볼래?!”
시시껄렁한 민혁의 농담에 하울은 그를 찌릿째려보았다. 민혁은 흠칫 놀라며, 입을 잠그는 시늉을 했다. 하울은 이를 갈며 작은 구멍에 석판을 밀어넣었다. 사이사이 끼인 먼지 때문에 매끄럽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내 공간에 딱 맞게 석판이 들어찼다.
우르르르릉
석판이 끼워지자 골렘의 사원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혁과 하울은 주변을 경계했고, 티샤는 호위라는 자신의 역할로 돌아가 아리나의 곁에 붙었다. 티르빙도 동생처럼 아리나의 곁에 붙어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콰앙
“......!”
“꺄아아아악!”
이변이 일어난 곳은 일행이 서 있던 곳이었다. 흙으로 되어 있던 바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리나는 비명을 질렀다. 티샤는 허공에서 몸을 바둥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단검을 꺼내 벽에 박아 넣어 조금이라도 추락하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단검으로 둘의 몸무게를 지탱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들의 뒤에 있던 티르빙은 입을 벌려 무어라 중얼중얼 거렸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타이탄의 저주로 인해 마나와 내공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제기랄!”
디딜 곳이 없어진 민혁은 천마행공을 사용하려 했지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에 의해 가로막혔다.
“말도 안돼 마법이!!”
그건 하울도 마찬가지였다. 플라이 마법을 쓰려던 그녀는 마나가 통제되지 않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발아래는 공허와도 같이 어둠 밖에 보이지 않는 나락, 하울은 욕지기를 내뱉었고, 민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히든 던전 드래곤 로어에 입장합니다.
다시 한 번 나타난 시스템창, 그리고 온 몸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마지막으로 민혁은 의식을 잃었다.
똑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수정 동굴, 물빛에 반사된 종유석과 석화가 아름답게 빛났다. 물기 젖은 동굴의 바닥, 두 사람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한 명은 민혁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티샤였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으그극....아오..골이야..”
민혁은 온 몸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미끄러운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아파왔다. 그는 광대뼈 위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주었다. 기분 탓이겠지만 통증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상태가 호전된 민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석화가 제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티샤가 누워 있었다. 그는 얼른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후우...상처는 없네..”
충격 때문에 의식을 잃긴 했지만 큰 상처는 없었다. 민혁은 혹시라도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봐 축축하게 젖은 로브를 벗겼다. 물에 젖어 풍만한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삼매진화를 사용하려 했다.
타이탄의 저주로 인해 마나와 내공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젠장...”
낙하할 때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내공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새로운 로브를 꺼내 그녀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민혁은 시스템창을 열어 이곳으로 떨어지기 전 보았던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비로써 그는 누워 있던 이곳이 드래곤 로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로 간거야?”
기감을 넓혀 그녀들의 기운을 읽어보았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 던전에 들어오면서 어떤 작용으로 인해 서로 떨어진 것 같았다. 민혁은 빨리 다른 일행을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기절한 티샤를 혼자 둘 수는 없기에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흐음...”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의식을 되찾았다. 티샤는 어지러운 듯 몸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민혁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디지..?”
“우리가 그토록 찾던 드래곤 로어인 모양이야.. 다른 애들과는 떨어진 모양이고”
민혁의 설명에 티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가 깨어났으니 민혁은 다른 이들을 찾으러 나서기로 했다. 민혁이 앞장을 섰고, 티샤는 뒤에서 단검을 쥐고 따라왔다. 동굴은 꽤나 커다란 것 같았다. 발이 아플 때까지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구나 다른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지친 민혁은 평평한 바위 위에 주저앉았다. 티샤도 그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
그는 옆에 앉아 있는 티샤의 옆선을 빤히 쳐다보았다. 찰랑거리는 은발, 매력적인 적안, 키스를 부르는 입술과 탄력적인 구릿빛 피부까지 정말 아름다운 여자다.
“......”
시선을 눈치 챈 티샤의 볼이 발그레 붉어졌다. 민혁은 히죽 웃으며 엉덩이를 들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옴에 따라 티샤의 얼굴은 더더욱 빨갛게 변했다.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 민혁은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렸다. 흠칫하고 놀란 티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민혁의 눈이 동그랗게 반달을 그렸다. 그는 티샤의 반응을 보고 쌀이 익어 이미 밥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혁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갸르릉...”
반항하지 않고, 그의 손에 머리를 맡기는 티샤, 민혁은 좀 더 스킨십 진도를 나아가기 위해 그녀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었다. 근육과 살집이 적당이 섞인 탄탄한 감촉이 그를 즐겁게 했다.
“...안...된다...”
민혁의 손이 닿자 티샤는 허벅지를 틀어 미약한 반항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탄탄한 살집을 부여잡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티샤 난 분명히 말했어..강제하지 않겠다고..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안아줄게 뼈가 부서지도록...녹아 없어질 때까지..”
움찔거리는 여체, 민혁은 그녀가 고민중이라는 것을 알고, 귓가에 입을 가져가 작게 속삭였다. 마치 악마의 유혹과 같은 달콤한 그의 목소리에 티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안겨 모든 것을 맡겨버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나의 믿음을 배신하는 건 아닌지 관계를 맺은 후 그녀의 어머니인 라거처럼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티샤는 고민했다. 민혁은 잠자코 그녀의 선택을 기다려주었다.
“......!”
선택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티샤는 눈을 질끈 감고, 민혁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른 후 먹이를 찾는 아기새처럼 그의 입술을 찾았다. 민혁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그녀의 행위를 받아주었다. 성욕의 키스가 아닌 첫사랑과의 풋풋한 키스처럼 입술을 비비는 그녀, 민혁은 티샤의 허벅지와 허리를 끌어안고 본격적으로 혀를 집어넣기 위해 움직였다.
“...잠,잠깐....!”
치열 사이로 침입하는 혀, 티샤는 흠칫하며 그를 말리려 했지만 민혁은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 치열을 훑고 그 사이가 살짝 벌어지자 잽싸게 입안을 휘저으며 그녀의 입안을 정복했다. 티샤는 어찌할 바를 몰라 혀를 얌전히 내밀고, 바들바들떨며 그의 공격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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