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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95화 (195/245)

〈 195화 〉 전초

* * *

그들이 타고 있던 말들이 일제히 멈추고, 다크엘프들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들은 하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됐어 일어나”

오랜만에 드래곤의 위엄을 뽐내는 하울, 민혁은 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져 괜히 키득키득 웃었다. 그녀는 그가 웃자 다크엘프들이 보지 못하게 얼굴을 왈칵­ 찌푸렸다. 그러자 민혁이 흠칫하고 놀라 웃던 것을 멈추었다. 하울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다크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전쟁터의 용맹한 군인들처럼 절도 넘치게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누가 라거냐?”

그녀의 물음에 정 중앙에 있던 다크엘프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티샤와 같은 은발에 아름다운 적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를 본 민혁의 눈이 반짝였다.

“제 이름은 티르빙 라거의 딸입니다. 어머니께서는 현재 지병으로 인하여 거동이 어려우십니다...위대하신 분께 이런 불편을 겪게 하는 점 정말 죄송합니다만..저희 페투사 일족의 마을까지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Level: 99

이름: 티르빙 그란데

종족: 다크엘프

성별: 여

경지: 흑마법 3서클 마스터, 허밋

체력: 31990/31990

“흠...지병이라 뭐 상관없겠지.. 안내해”

그녀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사정을 설명했다. 하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이 마차에 타고, 다크엘프들은 말에 타 선두에서 길을 안내했다. 민혁은 마차에 올라 티르빙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를 굴리던 중 하얗게 변한 티샤의 안색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페투사 일족, 바로 그녀가 속한 곳이었다. 그러나 말을 타고 달리고 있는 저 다크 엘프들은 그녀를 모르는 눈치였다. 혹시 티샤가 로브를 쓰고 있었기에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티샤”

그는 마부석으로 건너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티샤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민혁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앞서 나가는 다크엘프들의 등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티샤의 등판을 찰싹­하고 내리쳤다.

“..꺄앙!”

조그맣게 울려퍼지는 신음성, 민혁은 손바닥을 보며 너무 세게 때렸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제대로 힘 조절은 했다.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이지만 티샤의 볼이 발그레 붉어져 있었다.

“...왜 때린 거지...?”

그녀는 민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안색을 다시 돌려놓으며 등을 때린 이유를 물었다.

“...설마 마조냐?”

얼굴 표정이 어둡게 변한 민혁이 티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려 물었다.

“...마조...그게 뭐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조가 무슨 뜻인지 모를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가 마부석에 방문한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저 앞 다크엘프들과 그녀가 무슨 사이인지 물었다. 순간 티샤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모른다..”

“거짓말”

머뭇머뭇 입을 연 티샤의 말에 민혁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정지었다.

“...정말이다...”

울상을 짓는 티샤, 민혁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 전방을 주시하던 티샤는 민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고, 눈을 먼저 돌린 쪽은 민혁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으리라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뭐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 강제하지는 않으니까..”

끄덕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티샤, 민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은발을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티샤는 반항 하지 않고, 그의 손길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일행이 탄 마차는 한 시간을 넘게 달리고 나서야 페투사 일족의 마을에 도착했다. 다크 엘프들의 터전인 그곳은 높게 솟은 썩은 나무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고, 입구에는 커다란 철책이 설치되어 있어 외부의 침입을 막기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하고 있었다. 마차가 입구에 서자 철책이 내려와 마을 내부가 보였다. 많은 수의 다크엘프가 무장한 채 일행을 반겼다. 티샤는 어째서인지 잔뜩 긴장한 채 말고삐를 휘둘렀다.

히힝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발을 놀렸고, 마차가 전진했다. 그에 무장한 다크엘프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하울은 만족한 듯 호탕하게 웃었고,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티르빙과 여섯 다크엘프는 일행을 마을 내 가장 큰 집으로 안내했다. 건물은 높게 솟아오른 썩은 나무 속을 파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저흰 여기까지입니다...”

“그래 수고했어”

안내를 끝낸 티르빙과 다크엘프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들이 떠나가자 하울은 라거가 살고 있을 집의 문을 열어젖혔다. 커다란 외관에 비해 내부는 아담했다. 따뜻한 톤의 벽지가 사방에 발라져 있었고, 바닥에 깔린 러그 한 장과 침대, 간이 의자 몇 개가가 전부였다.

“콜록콜록”

침대 위에는 병색이 완연한 다크엘프가 누운 채로 마른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마치 산송장과도 같은 모습, 아리나는 울상을 지었고, 하울은 혀를 차며 주인 허락 없이 마음대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Level: 198

이름: 라거 그란데(허약상태)

종족: 다크엘프

성별: 여

경지: 흑마법 6서클 마스터

체력: 9606/26599

‘티샤와 성이 같아..’

민혁은 라거의 상태창을 살피고, 티샤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덜덜 떨고 있었다. 민혁은 조용히 그녀의 옆으로 이동해 손을 잡아주었다. 그제서야 티샤는 안정을 되찾았다.

“..호호..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대하신 분...콜록..보시다시피 몸이 좋지 않아 마중을 나가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또한..콜록...예를 취하지 못하는 점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콜록...”

라거는 하울이 의자에 앉자 침대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 건 됐어...그보다 너 죽어가고 있어”

“호호..알고 있답니다.”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하울의 말에도 라거는 태연하게 말했다.

“하아.. 하여튼 흑마법을 연구하는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고르비뉴님의 친구분께서는 상냥..콜록..하시군요..”

하울의 한숨소리에 라거는 기침을 하면서도 히죽히죽 웃었다.

“친구도 아니고! 상냥한 것도 아니거든!”

그녀가 버럭 화를 내자 라거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어머..실례를..’이라 말하며 자신의 침대 맡에서 먼지가 가득 묻은 석판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하울에게 그것을 전달했다. 석판을 받아든 하울은 후우­하고 그것에 바람을 불었다. 먼지가 사방으로 날렸고, 하울은 떼를 벗은 석판을 위 아래로 뒤집어 가며 살폈다.

“이게 뭐야 그냥 돌이잖아?”

하울은 심퉁맞은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석판을 툭­던지고 말했다.

“호호...석판을..콜록..향해 레져렉션(resurrection)을 사용해 보십시오”

입술을 가리며 웃는 라거, 그녀의 말을 들은 하울은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7서클 최고 마법 레져렉션을 사용했다. 대기가 엄청난 마나의 움직임에 요동쳤고,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환한 빛은 석판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내 석판이 파각­하고 깨지기 시작했다. 마모되었던 부분이 사라지고 제 모습을 찾았다. 그것은 특정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울은 석판을 들어 라거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콜록...골렘의 사원이라는 곳입니다.”

­에픽 퀘스트 ‘마신족(???) 강림’

획득조건: 퀘스트 ‘흑관의 조각’ 해결, 퀘스트 ‘음양오행신공’ 소유, 칭호 천마의 후계자 소유, 신녀의 호감도 일정 수치 이상 충족

위 네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자동 발생되는 퀘스트로 플레이어와 신녀가 제물로 받쳐졌을 경우 발동하게된다. 제물로 받쳐진 플레이어는 천마신교의 땅에 소환된 마신족 대신 무대륙에서 로기아 대륙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주술진이 불안정해 마신족은 천마신교에 소환된 후 1년 간 천마신교 밖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플레이어는 드래곤들과 협력을 통해 무대륙으로 돌아가 마신족을 섬멸할지 로기아 대륙에서 일반 플레이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1. 레드 드래곤 하울을 찾아라.

2. 드래곤 로어

­1.저주 받은 땅 세헬렘을 찾아라.

­2.다크엘프 장로 라거 그란데를 찾아라.

­3.황량한 대지 위 골렘의 사원에서 드래곤 로어를 찾아라.

3. ?????????????????????

성공조건: 무대륙으로 귀환, 마신족을 섬멸

실패조건: 플레이어의 죽음

거세지는 기침, 라거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가렸다. 그 사이로 불긋한 피가 언뜻 보였다. 그럼에도 라거는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하울은 한숨을 쉬며 석판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고, 안내인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라거는 기꺼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신의 딸 티르빙이 안내를 도와줄거라고 말했다. 라거의 말이 끝나자 아리나가 하울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하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를 향해 리커버리[Recovery] 마법을 사용했다. 환한 빛과 함께 마나가 요동쳤고, 다시 한 번 7서클의 대마법 리커버리가 발동됐다. 빛은 그녀를 감쌌고, 라거의 거칠던 호흡은 진정이 되었다.

“콜록..콜록..”

하지만 병세에 차도는 없었다. 안색은 아직도 좋지 않았고, 마른기침과 토혈은 멈추지 않았다. 하울은 그녀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이건 병이 아니었다.

“뭐야 너 저주에 걸린거야?”

끄덕

라거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울은 미간을 찌푸리며 해주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라거가 그녀의 손을 잡아 마법을 막았다. 하울은 싸늘한 표정을 내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몸을 압박하는 드래곤 피어에 덜덜 떨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강한 거절의 뜻, 하울은 라거의 표정을 읽었고, 곧 그녀가 원하는 바를 깨달았다. 하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흑마법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라거는 잔잔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결국 얼굴을 붉게 물들인 하울은 씨익씨익­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을 벌컥­ 열고 나가버렸다.

“잠깐만요 하울님!”

아리나는 그녀를 따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

뻘쭘하게 남게 된 민혁은 라거의 눈치를 살피다 뒤돌아 굳어 있는 티샤와 함께 집을 빠져나가려 했다.

“..콜록..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녀가 부르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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