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93화 (193/245)

〈 193화 〉 전초

* * *

“이야기는 여기까지요... 갑자기 무슨 바림이 불어 이런 말을 당신네들에게 하게 된 건지는 몰라도 속은 시원하구려... 우린 이만 들어가보겠소...잘 주무시구려”

그는 아리아와 마리아를 데리고 마차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 남은 일행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저곳이 바로 저주 받은 땅......”

마부석에 앉은 모리슨의 중얼거림, 마차가 아센시오 영지를 떠난지 13일 째 슬슬 세헬렘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에는 검은 구름으로 가득차서 햇볕 한줌 없었고, 땅은 오염되 식물 하나 자라지 않았다. 곳곳에 날벼락과 천둥이 내리쳤다. 흡사 악마의 땅, 저주 받은 땅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렸다. 어린 쌍둥이는 보는 것만으로 몸서리를 치며 두려움을 표출했다. 아리나는 그녀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모리슨도 잠시 고개를 돌려 괜찮다며 쌍둥이를 달래주었다.

슈욱­

“무슨.....!”

마차를 향한 살기, 쌍둥이들을 아련하게 쳐다보던 모리슨은 전면에서 화살이 여러 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 말머리를 반대쪽으로 틀어 말들이 다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뒷칸에는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무슨 일이에요?!”

멈춰버린 마차, 아리나가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곰 가죽을 입은 남자들이 활을 마차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흠칫 놀란 아리나는 재빨리 마차 뒤로 숨었다. 그들은 아리나를 보고 눈을 빛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마부석에 앉아 있던 모리슨이 충격을 떨처내고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머리가...”

그가 고개를 흔들며 마부석에서 내려오자 곰가죽을 입은 자들은 활을 일제히 그에게 겨누었다. 모리슨은 옥죄어 오는 살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검집에 메어져 있던 검을 꺼냈다.

“모리슨 포기해라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인가!”

“모리스님 아이를 내놓으십시오!”

“맞다 영광스러운 서리부족의 부족장이었던 자답게 어서 너의 딸들을 내놓아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들은 바로 서리 부족의 전사들이었다. 모리슨이 부족을 떠났음에도 전사들은 악마의 자식이라고 추정되는 그의 딸들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찌 아비된 자가 딸들이 죽는 것을 두 눈 뜨고 본다 말인가!”

이를 악문 모리슨의 외침에 전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선택은 이해가 됐지만 아직도 전염병에 고통 받는 부족원들을 위해서는 그의 딸들을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전사들은 활시위를 당겼다.

“으아아악!”

먼저 달려든 것은 모리슨이었다. 그는 마차의 피해가 없게 하기 위해 선공을 선택한 것이다. 모리슨은 가장 가까이 있는 부족원에게 돌진했다. 전사는 활을 버리고 그와 생김새가 비슷한 검을 빼들어 맞섰다. 챙­ 하고 검과 검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발사!”

슈욱­

남은 전사들이 움직였다. 한 사내의 신호에 맞춰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землянoй стoлб!”

전사와 대치하던 모리슨은 괴이한 말을 내뱉었다. 바로 마기(??)였다. 마법과는 다른 북방민족만의 주술, 그 신비의 언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에 모리슨의 키만한 흙기둥 하나가 생성되었다. 기둥은 화살을 막기에 충분한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치잇!”

화살 공격이 막히자 발사신호를 주었던 전사는 혀를 차며 검을 빼들었다. 나머지 전사들도 검을 빼들어 모리슨의 주위를 감쌌다. 그는 긴장하지 않고 검에 검기를 주입했다. 밝게 빛나는 그의 검, 모리슨은 접근 하는 전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쳉­

“이, 이럴수가!”

전사는 검을 들어 그의 일격을 막으려 했지만 전사의 검은 모리슨의 검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그의 검은 부서져 바닥에 떨어졌고, 흠칫 놀란 그는 잽싸게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모리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세로로 눕혀 전사의 허리를 노렸다.

푸확­

“......!”

검은 정확히 그의 허리를 지나갔고, 상처 부위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전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모리슨은 얼굴을 흠뻑 적신 피를 소매로 대충 닦고 다음 상대를 찾았다.

“......”

“......”

압도적인 그의 무력에 전사들은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결국 먼저 나선 것은 대장격으로 보였던 남자였다. 그는 전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더니 차륜전을 펼쳤다.

챙­

“크윽...!”

전사 한 명이 사선베기를 하고 치고 빠진다. 모리슨은 그것을 막고 반격을 노리지만 그의 등을 노리는 다른 전사 때문에 공격은 하지 못하고 수비에도 애를 먹었다. 차륜전이 먹혀든다는 것을 알아챈 전사들은 거칠게 그를 몰아쳤다. 다리와 허벅지, 팔과 손등 상처가 하나씩 늘어났고, 출혈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모리슨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만 포기해라!”

전사의 외침에 모리슨은 고개를 흔들었다.

“Храм oгня”

비장의 수, 모리슨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변에 불길이 일어났다. 다행히 마차까지는 닿지 않았지만 전사들을 감싸기에는 충분했다. 모리슨은 검을 두 손으로 쥐고 갑자기 일어난 불길에 당황한 전사의 목을 노렸다.

푸확­

검은 정확히 전사의 목을 베었다. 그는 자신의 목을 잡고 꺼억꺼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털썩­쓰러졌다. 아직 소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모리슨은 다음 먹이를 찾아 눈을 부라렸다. 그의 검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고, 이번에도 전사의 목에는 실선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이어진 정적, 전사들은 동료의 죽음에 분노에 차 검을 겨누었고, 모리슨은 광기에 가득찬 눈빛으로 전사들을 노려보았다.

“чегo­л”

이번에는 전사들의 입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몸이 화악­빛나기 시작했다. 눈이 붉게 물들었고, 근육이 불끈거리며 요동쳤다. 마치 마법사들의 근력 증가 마법 스트랭스(strength)와 유사했다. 다른 점이라면 전사들의 눈이 이성을 잃은 것처럼 하얗게 뒤집혔다는 것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비명과 같은 기합소리를 내며 돌진하는 7명의 서리 부족 전사, 모리슨은 모래주머니를 채워 놓은 것처럼 미동이 없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모리슨은 광전사처럼 달려든 부족원의 가슴팍을 차고, 검을 들어 넘어진 그의 허벅지에 꽂았다. 엄청난 고통에도 전사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검을 잡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검을 포기한 그는 주먹으로 달려드는 전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얼굴이 무너졌다. 하지만 전사는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모리슨에게 달려들었다. 개처럼 달려드는 그들의 움직임에 질린 표정을 지은 그는 바닥에 떨어진 화살촉 하나를 집어 들어 아직도 허벅지에 검을 꽂은 채 발버둥을 치는 전사의 머리를 노렸다.

콰악­

살벌한 소리와 함께 전사의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이 났다. 모리슨은 허연 뇌수와 얼굴을 적시는 핏물을 닦고 그가 꼭 잡고 있던 검을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일련의 동작으로 인해 모리슨도 체력을 많이 소비한 상태였다. 아직 남은 적은 6명, 그는 장기전이 불리하다 생각했다.

“?ертвoвание!”

“모리슨 봉인된 마기를!!”

처절하다 싶은 외침과 함께 강렬한 바람, 핏빛 혈기가 그의 몸을 타고 흘렀다. 서리 전사들은 기함을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돌풍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이내 멈췄지만 돌풍 속에 숨어 있던 모리슨의 눈빛은 방금 전과 180도 달랐다.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노랗게 빛났다.

꿀꺾­

“크르르르릉!”

누가 냈는지 모를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모리슨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 자는 그의 검에 가슴이 사선으로 베어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전사들은 그 빠른 몸놀림에 지진이 난 것처럼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리슨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빠르게 날아들어 당황해하던 전사의 손목을 자르고, 그를 가로로 양분해버렸다. 뼈와 장기가 바닥에 쏟아졌고, 전사들은 난생처음 공포란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등을 보인다면 노란 눈의 포식자가 날뛸 것이 분명 했기 때문이다.

“пoнятие!”

서리 부족 전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고, 짐승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아나려 할 때 허공에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고, 마기가 발동되었다. 녹색 빛이 전사들 머리 위로 흘러들었고, 미지의 공포에 무릎 꿇으려 했던 전사들은 신색을 회복하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지님!”

전사의 외침과 동시에 마기를 사용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리슨은 두 눈을 꼬옥­ 감았다. 그는 그녀의 앞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레이지라고 불린 여성은 다짜고짜 그에게 화살을 날렸고, 모리슨은 눈을 부릅 뜨고 그것을 피했다.

“그 몸을 하고도 제법이군요. 부족의 죄인 모리슨”

마리아와 같은 청발의 여인 레이지는 활을 아래로 내리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지......”

나른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받은 모리슨은 애끓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담지 말아요!”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했다. 싸늘한 레이지의 목소리에는 그에 대한 힐난이 섞여 있었다. 결국 죄인 모리슨은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흥­하고 콧바람을 불었다. 레이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마치 맡긴 물건을 되찾으러 온 사람처럼 당당하게 쌍둥이를 내놓으라 했다. 모리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거절, 단호한 그의 의지가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정말 끝까지 더러운 남자군요...”

그의 눈빛을 읽은 레이지는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얼굴에 담았다. 그녀는 아래로 늘어트렸던 활을 다시 모리슨에게 겨누었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도 좋아요...이 쓰레기!”

슈욱­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활시위가 당겨졌고, 화살은 그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모리슨은 입을 앙 다물고, 화살을 쳐내기 위해 검을 들었다. 일반 화살이라면 정확히 위치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튕겨냈겠지만 레이지가 쏜 것은 보통의 화살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리슨이 사용했던 Храм oгня와 동일한 마기가 담겨진 화살이었다.

챙­

화살촉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지옥의 불길과 비슷한 불꽃이 모리슨의 몸에 옮겨 붙었다. 화르르­ 불타오르는 그의 인형, 그것은 마치 불에 탄 목탄인형과 같았다.

“흥! 어리석은 모리슨...”

레이지는 잠시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다 차갑게 일별했다. 그리고는 서리 부족의 전사들에게 쌍둥이를 찾으라 명령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었다.

“레이지!!”

바로 모리슨이었다. 그는 지옥의 악귀처럼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도 죽지 않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등을 돌리고 있던 레이지는 깜짝 놀라 그가 있던 자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리슨의 검이 반짝였고, 그는 이미 자신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싱긋 웃었다.

“언니처럼 나도 죽일 생각인가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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