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전초
* * *
다행히 시장에서 파는 음식은 짜기는 했지만 여관의 음식처럼 소금을 씹는 것 같지는 않았다. 군것질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빵빵해졌다. 민혁은 무언가 소화 시킬만한 놀거리가 없는지 찾아봤다. 한쪽에서 팔씨름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입간판을 보니 도전자가 이기면 건 돈의 2배를 돌려준다고 써있다. 인파가 꽤 모여 있는 것이 심심풀이로는 제격일 것 같았다. 그는 티샤를 끌고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사람들을 뚫고, 팔 씨름판을 볼 수 있었다. 테이블을 기준으로 두고 왼쪽에는 근육으로 똘똘 뭉친 남자가 기를 쓰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민혁은 진심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모르는 사람인 척 다시 인파를 헤집고 빠져나가려 했다.
“민혁님!”
때 마침 붉은 머리 소녀, 하울의 뒤에 서 있던 아리나가 그를 불렀다. 민혁은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천사님의 부름을 도저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근육남이 항복한다고 엉엉 울 때 까지 하울의 힘자랑을 봐야 했다. 그녀는 두배로 불린 돈을 받아들고 실실 웃고 있었다. 민혁은 혀를 차며 아리나의 손을 잡고 하울에게서 멀어졌다.
“어..어 야 뭐야 어디가?!”
물론 위대하신 드래곤님께서는 일행이 자신을 부끄러워 피한다는 것을 바로 깨닫고 추격해왔다. 민혁은 그녀를 떨쳐내지 못해 아쉬워했고, 하울은 그가 진심이라는 것에 격노해 티격태격 다투었다. 일행은 다 함께 시장을 한 번 더 돌아본 후 여관으로 돌아왔다.
“많이도 샀네.....”
아리나와 하울이 산 걸 전부 꺼내놓으니 민혁과 아리나의 방이 꽉 찼다. 주로 식재료가 많았고 옷은 몇 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 맛이...”
“맛없잖아 솔직히!”
장을 본 두사람의 말에 가만히 서 있던 티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했다.
“어.. 그런데 그 목도리 못 보던 거네요?”
벌려놓았던 과일들을 정리하던 아리나는 자신을 돕던 티샤의 목에 돌돌 말린 여우 목도리를 발견했다. 티샤는 목도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민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순간 아리나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민혁님?”
“네,넵!”
북풍한설 같이 싸늘한 그녀의 목소리 민혁은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대답하며 혹시 몰라 구매한 목도리를 재빨리 하나 더 꺼냈다. 아리나는 눈을 동그랗게 떳다. 그녀는 민혁이 직접 목도리를 매주자 그제서야 한기를 내뿜던 것을 멈추었다. 아리나는 하얀 목도리에 볼을 비비적거리다 그의 품에 안겨와 헤실헤실 웃었다.
“야 내껀?”
지켜보던 하울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니껄 왜 나한테 찾아?”
민혁은 진심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씩씩 콧바람을 불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에게 다가와 발을 세게 콰악하고 밟았다. 뇌신경을 자극하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꼴 좋다며 히죽웃었다. 민혁은 그녀를 노려보며 인벤토리에서 목도리 하나를 더 꺼냈다.
“어..그거 내꺼야?”
하울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니 내껀데”
그는 그녀를 약올리며 자신의 목에 목도리를 둘렀다. 하울은 정말 화가 났는지 이마에 사거리 마크를 매달고 그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민혁은 잽싸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그가 혀를 내밀어 낼름거리자 하울의 눈이 뒤집혔다. 그녀의 손에서 머리통만한 불덩이가 나타났다.
“거기 딱 서있어라!”
“야 장난이 심하잖아?!”
민혁은 기겁하며 방을 빙빙 돌며 그녀에게서 도망쳤다. 하울은 잡히면 죽는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렀다. 도망치는 것도 방이 좁다보니 한계가 있는 법,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민혁은 결국 무릎을 꿇고 자신이 매려고 했던 목도리를 헌납해야만 했다.
“흥 진작에 그럴 것이지!”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하울은 자신의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민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왜?”
그는 그녀가 자신을 계속 보자 의아해했다.
“..뭐 할 말 없냐”
그의 눈치 없음에 하울의 눈가가 절로 찌푸려졌다. 민혁은 한참을 고민하다 그녀의 손에서 불덩이 다시 피어오르자 다급히 잘 어울리다고 말해주었다. 엎드려 절 받기에도 기분이 업된 하울은 베시시 웃었다. 민혁은 불덩이를 들고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흡사 마녀와 같다 생각했다. 정확히 3일후 마차가 영지에 도착했다. 하울은 이두마차와 사두마차 중 고민하다 좀 더 큰 사두마차를 선택했다. 마차를 인도 받은 일행은 짐칸 가득 식재료를 집어넣고 티샤의 무기를 찾기 위해 오클레앙을 방문했다. 가게의 외관을 보고 아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디저트 가게 아니에요?”
“아니야 안에는 훌륭한 무기점이야 그치?”
민혁은 티샤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
그녀는 귀를 전력으로 파닥파닥 움직이며 말했다. 티샤는 기대감에 가득차보였다. 민혁은 피식웃으며 오클레앙의 문을 열었다. 여종업원씨는 언제나처럼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다. 그녀의 생글거림에 아리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민혁은 잽싸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리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오클레앙은 ‘어머’라고 말하며 입을 가렸고, 하울은 그만 좀 달라붙으라며 짜증을 부렸다. 평소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티샤는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
“무기는 다 완성이 됐나요?”
“네 물론이죠 여기 있어요!”
오클레앙은 계산대 아래에서 천으로 둘러싸인 단검을 꺼내 티샤에게 건내주었다.
아토믹 대거A+등급
마수 포식자라는 환수종 몬스터 샤벨 타이거의 송곳니로 만든 단검, 강철도 마수의 뼈도 종잇장처럼 베어낼 수 있다. 명장 ‘오클레앙’의 제련으로 쉽게 녹이 쓸지 않고, 절삭력이 강화되었다. 보조마법 리버스가 새겨져 있어 투척 후 회수가 용이하다.
보조마법 리버스 사용 가능
“...좋군...”
티샤는 허공에 아토믹 대거를 몇 번 휘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한다는 듯 작은 미소가 달려 있었다. 민혁은 고생한 보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민혁과 티샤는 오클레앙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잔금을 건내주었다. 샤벨 타이거의 송곳니 가격이 비싸서 200골드 가량 금액을 얹어야 했다. 티샤는 민혁이 돈을 꺼내는 것을 보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눈치보지마 이 정도는 너한테 투자 할 수 있어”
그는 괜찮다며 그녀의 등을 찰싹 때려주었다. 화끈거리는 등, 화산지대에서의 그것이 생각난 티샤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행은 오클레앙을 나서서 아센시오 영지의 국경으로 향했다. 중간에 부패문지기인 콜먼을 다시 만나 그를 한 번 더 다져주기도 했다.
“점점 더 추워지네요...”
아리나가 팔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민혁은 조용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끌어안아주었다. 말을 몰던 티샤는 미간을 찌푸렸고, 하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행은 국경을 넘어 북방민족의 땅에 도달했다. 마차를 사용해도 저주받은 땅 세헬렘까지는 10일이 족히 걸리는 거리다. 다행히 마차가 그리 흔들리지는 않아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조금 심심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들판 뿐이었고, 간혹 여우나 늑대나 돌아다닐 뿐이었다.
“어 몬스터에요!”
밖을 구경하던 아리나가 외쳤다.
“실버 팽이네”
하울이 대답해주었다. 실버 팽은 늑대 같이 생겼지만 주둥이가 쭉 삐져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우와...설인도 있어요!”
털복숭이 설인의 출현에 아리나는 방방뛰며 소리질렀다. 민혁은 피식웃으며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어주었다. 설인의 출현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세헬렘에 가까워짐에 따라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앞에..누가 있다...”
마차를 몰던 티샤가 말했다. 민혁은 짐칸에서 마부칸으로 고개를 쑥 내밀며 전방을 주시했다. 정말로 마차 한 대가 도로에 서 있었다. 바퀴가 하나 빠진 것으로 보아 사고가 난 것 같았다. 민혁은 턱을 쓰다듬었다.
“민혁님 도와줘요”
“흠..도적일지도 몰라”
뒤에서 구경하던 아리나가 그들을 도와주자고 말했다. 하울은 반대 입장에 섰다. 심심했던 그는 티샤에게 마차를 일단 세우자고 말했다. 그녀는 민혁의 얼굴이 가까워짐에 따라 얼굴을 붉혔지만 그의 말대로 마차를 세웠다. 히힝하고 말들이 울며 마차가 멈춰섰다. 고장난 마차에 있던 사람들이 민혁 일행을 일제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총 세 명이었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 분위기 상 남자는 두 여자의 아버지인 것 같았다. 눈보다 하얀 피부의 여자들은 꽤나 어려보였다. 잘 봐주어도 15살, 둘은 머리색이 적발과 청발로 다를뿐 얼굴 생김새가 똑같은 쌍둥이였다. 그들은 민혁이 마차에서 내리자 극도의 경계를 취했다. 남자는 검을 빼들었으며 두 여자는 그의 뒤로 숨어 빼꼼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바라봤다.
“곤란하신 것 같은데 도와드릴까요?”
민혁은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대륙인이요?”
남자는 검을 허공에 휘두르며 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경계심 가득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륙인?”
“...북방민족이 왕국이나 제국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몰랐던 사실을 티샤가 알려주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민혁은 남자에게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제서야 남자는 그에게 향했던 검날을 아래로 향했다. 쌍둥이는 남자의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나와 옆에 서있다가 민혁의 시선을 마주하고 화들짝 놀라 남자의 양 다리를 꼬옥 끌어안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직도 자신을 경계하는 남자의 태도가 매우 기분이 나빴지만 민혁은 소녀들의 앙증맞음에 환히 웃으며 넓은 아량으로 그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미안하오...도적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남자는 검을 검집에 넣지 않은 상태로 사과를 해왔다.
‘미안하면.. 검 좀 집어넣지..’
“아닙니다...그보다 우선 마차를 살피도록 할까요?”
속마음을 삼킨 민혁은 마차에 다가갔다. 남자는 검을 든채 뒤로 물러섰다.
“이거 심각하네요”
민혁은 마차의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파손의 상태가 심각했다. 뒷바퀴는 완전히 부숴졌고, 균형축도 맞지 않았다.
“그러게요..”
마차에서 내려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아리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목적지까지 바로 코 앞이거늘...‘
남자는 민혁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한숨소리를 들은 쌍둥이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던 아리나는 민혁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에게 동승 제안을 했다.
“정말 괜찮겠소?”
남자는 민혁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민혁은 한숨을 쉬며 아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울 넌 괜찮아?”
“난 상관없어”
민혁이 마차를 향해 물었다. 하울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했고, 티샤는 머뜩치않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는 그제서야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해왔다.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쌍둥이들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결국 아리나에 의해 쌍둥이와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됐다. 다행인 점은 그들의 짐이 많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야반도주를 한 사람들처럼 옷 몇 벌이 다였다. 민혁은 못내 의심스러웠지만 오지랖 넓게 사정을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기소개는 했다.
“이쪽 빨간 머리 아이가 아리아 푸른 머리의 아이가 마리아요 그리고 내 이름은...모리슨”
적발이 동생 아리아 청발이 언니 마리아 민혁의 예상대로 두 소녀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모리슨이었다. 그는 마차에 신세지는 대신 마부역활을 맡기로 했다. 아리아와 마리아는 낯선 사람들 속이라서인지 많이 불안해하는것이 눈으로도 보일정도였지만 아리나가 곁에 있어주자 안정을 찾았다.
“당신들도 저주받은 땅으로 향하는 거요?!”
모리슨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밤이 되자 마차를 세우고, 모닥불에 모여든 일행, 놀랍게도 모리슨들의 행선지도 저주받은 땅 세헬렘이었다. 티샤는 의심의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반면 하울과 아리나는 쌍둥이를 데리고 노는데 정신이 없었다. 보관해놨던 과일들을 배불리 먹이고,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작거렸다. 특히 평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아리나는 그녀들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리아와 마리아가 싫어했다면 모리슨이 말렸겠지만 그녀들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말은 없지만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들은.....”
모리슨은 쌍둥이를 귀여워하는 하울과 아리나를 살피더니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그의 입이 열리자 일행은 귀신에 홀린 듯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모리슨은 서리부족의 차대 부족장이었다. 설인을 혼자 상대할 정도로 강력한 힘과 카리스마, 일족을 이끌 능력을 가진 그에게 기대를 하는 부족원은 많았다. 하지만 그의 아이가 태어나며 상황이 변했다.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다. 서리부족에선 쌍둥이가 태어나면 바로 아이의 목숨을 취한다. 두 아이 중 하나는 악마가 변신을 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은 실어증을 가지고 있었다. 부족을 위하는 그라면 아이는 언제라도 낳을 수 있다며 목숨을 거두었겠지만 그가 사랑한 아내는 쌍둥이를 낳고 죽으며 아이들을 잘 키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 부족원들을 설득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노라고, 평소 신망있던 그의 설득으로 여론이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울었고 아이들은 모리슨의 보호아래 무럭무럭 자랐다.
“문제는 아이들이 성년, 13살이 지나면서부터 일어났소”
성년이 지난 아이들의 주변에서 불길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녀들의 유모는 마을에 침범한 마수에 의해 죽었고, 친구가 되어 주었던 아이들은 원인 모를 전염병으로 인해 죽었고, 그 병은 마을 전체에 퍼졌다. 부족원들은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을 쌍둥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아이들을 죽이자는 부족원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졌다. 하지만 모리슨은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책임을 지고 부족장 자리를 내려와 몸과 마차, 최소한의 짐만 챙긴 채 마을을 떠났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요... 갑자기 무슨 바림이 불어 이런 말을 당신네들에게 하게 된 건지는 몰라도 속은 시원하구려... 우린 이만 들어가보겠소...잘 주무시구려”
그는 아리아와 마리아를 데리고 마차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 남은 일행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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