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전초
* * *
그녀의 쫀득쫀득한 살결을 주무르던 그는 티샤가 팔을 잡아때자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직도 울컥거리며 용암을 쏟아내고 있는 여왕누에에게로 향했다. 바닥에는 용암이 흐르기 때문에 천상제의 묘리를 이용해 허공을 밟고, 여왕에게 다가갔다. 뭉개진 누에의 시체틈 사이로 노랗게 반짝이는 것을 찾았다. 민혁은 용암에 빠져 흘러가는 그것을 재빨리 주었다.
호르헤의 눈물A등급
용암을 먹는 누에가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이 채내에 쌓여 굳은 것으로 무기 제련이나 인챈트에 주로 사용 된다. 그 색의 영롱함이 이민족의 신 호르헤와 같다하여 호르헤의 눈물이라 부른다.
“오케이!”
원하던 아이템을 획득한 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호르헤의 눈물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때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혁은 주변을 경계하며 기다리던 티샤의 곁으로 돌아왔다
“돌아가자”
끄덕
둘은 주변을 경계하며 동굴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익숙한 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쉐에엑 소름끼치는 괴성에 민혁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수십 아니 족히 백마리는 되어 보이는 용암누에들이 기어나오고 있었고, 숫자는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티샤와 민혁은 그 혐오스러운 장면을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쉐에엑
용암누에들은 자신들의 부모이자 지배자인 여왕이 죽자 분노하며, 민혁에게로 돌진했다.
“도망쳐!”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인 민혁은 꽁지가 빠지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굴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티샤 또한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빠르게 뛰어 본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렸다. 쉐에엑소리를 내며 민혁들의 뒤를 꿈틀거리며 빠르게 쫒아오는 용암누에들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정신 없이 달리기를 한참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티샤와 민혁은 반색하며 발을 놀렸다.
쾅
“크윽 뭐야?!”
동굴 입구를 나서기 바로 전 민혁의 등 뒤에서 파공음과 함께 엄청난 열기가 그들을 덮쳐왔다. 범인은 용암누에들이었다. 그들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용암누에의 선택은 적절했다. 비록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민혁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티샤는 갑작스러운 후방의 폭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꺄악!”
여성스러운 비명과 함께 폭발에 휘말린 그녀는 풍압에 못이겨 동굴 밖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티샤!”
화들짝 놀란 민혁은 천마행공을 사용해 그녀의 뒤를 쫓았다. 다행히 그녀는 한손으로 절벽 아래 돌뿌리를 잡고 견디고 있었다.
“내 손 잡아!”
그는 땀을 흘리고 있는 티샤에게 서둘러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민혁의 손을 잡지 않고, 미적거렸다. 그는 티샤에게 왜 손을 잡지 않냐고 소리쳤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볼을 발그레 붉힌 채 고개를 저었다. 답답한 그녀의 행동에 민혁은 가슴을 끓였다. 게다가 그녀의 아래서는 용암이 부글거리며 튀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던 것을 멈추고 직접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너....”
옆에서 그녀를 봤다. 민혁은 그제서야 티샤가 자신의 손을 거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폭발과 풍압으로 인해 그녀의 옷은 갈갈이 찢긴 상태였다. 한손으로 돌뿌리를 잡고 있던 이유도 다른 손은 노출된 젖가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한숨을 쉬며 티샤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땀이 흘러 촉촉한 살결이 손에 달라붙었다. 그의 한숨에 그녀는 몸을 잔뜩움츠렸지만 민혁의 손길을 피하진 않았다.
“올라간다.”
끄덕
다크엘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민혁은 그녀를 끌어안고, 허공을 격해 안전지대로 올라올 수있었다. 티샤는 땅을 밟자마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다. 민혁은 그녀가 갑자기 쓰러지자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등에 입은 화상이 문제였다. 근육이 고르게 분배된 그녀의 구릿빛 등은 빨갛게 익어 가죽이 벗겨지고 진물이 흘러나오는 상태였다. 그는 인벤토리를 살폈다. 다행히 포션이 남아 있었다.
“참아 멍청아”
그녀는 자신을 멍청이라 부르자 발끈해서 그를 노려보려 했지만 화끈거리던 등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온 몸의 힘이 기분 좋게 풀렸다. 민혁은 티샤의 등판에 포션이 흘러내리는 것을 관찰했다. 흡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에 포션을 발라 그녀의 등에 가져갔다.
“꺄앙!”
등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손의 감촉에 티샤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며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녀는 창피함에 재빨리 입을 막았지만 이미 그는 신음을 들은 상태였다.
“흐흐흐 이게 누구 입에서 나온 소리일까?”
그는 변태 같이 웃으며 포션이 잔뜩 묻은 손으로 그녀의 등을 마사지하듯 쓸어내렸다.
“...잠,잠깐만..!”
등에서 전해져 오는 야릇한 느낌에 티샤는 다급하게 민혁에게 동작을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머리에 있는 성욕 스위치가 딸칵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등을 이리저리 훑었다. 날개 쭉지서부터 등골 사이 탄탄한 근육까지 세심하게 쓰다듬었다. 티샤의 신음성은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더욱 커졌다. 그러는 사이 화상은 점점 아물었다. 손에 묻어 있던 포션이 사라질 때 쯤 상처가 완전히 사라졌다. 민혁은 송글송글 땀이 맺힌 이마를 쓰윽 닦았다.
“......”
반면 티샤는 몸을 떠도는 쾌락과 부끄러움에 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박고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민혁은 피식 웃더니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등짝을 찰싹소리가 나게 쳤다.
“......!”
그녀는 화끈거리는 등짝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어 민혁을 노려봤다. 그는 히죽 웃었다. 그녀가 몸을 돌림에 따라 가리고 있던 속살이 보였기 때문이다. 민혁의 시선을 느낀 티샤는 다시 고개를 숙여 젖가슴을 가렸다. 민혁은 그녀의 등에 자신이 입고 있던 로브를 덮어주었다. 티샤는 어깨에 내려 앉은 로브를 끌어당겨 상반신을 가렸다.
“이제 가자”
끄덕
로브로 속살을 전부 가린 티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두 사람은 화산지대에 들어설 때처럼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갔다. 분화구를 벗어나니 시원하고 차가운 바람이 둘을 맞이했다. 잠시 땀을 식히던 민혁과 티샤는 몸이 차가워지자 화산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영주성의 성문에는 오늘도 콜먼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푸르뎅뎅하게 변해 있었다.
“정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하울이라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곳이 쓰려왔지만 위압감을 주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창을 바닥에 내려찍었다. 그의 눈이 영주성으로 들어가려는 자를 스캔했다. 로브를 푹 뒤집어 쓴 여성이었다. 모자 속을 홀깃 보니 어제 하울이라는 여자와 같이 있던 일행이었다. 그는 순간 두려움에 차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하울은 없었다. 콜먼은 변태 같이 웃었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젖가슴, 좋은 여자였다. 거기에 구릿빛 피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평소처럼 임시초소에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다.
퍽!
“으어어어어어억!!!”
그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여자의 다리가 움직였다. 그녀는 무릎으로 콜먼의 성기를 세게 가격했다. 그는 짐승 같이 바닥에 엎드려 비명을 질렀다. 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콜먼을 지나쳤다.
“..굳이..그렇게까지.....”
민혁은 아직도 엎어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콜먼을 불쌍하게 쳐다봤다. 그리고는 앞서 가는 티샤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했냐며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빛이 너무나도 살벌하게‘너도 그렇게 되고 싶어?’라고 묻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정적 속에 ‘오클레앙’에 도착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유리종이 울렸고, 예의 그 여종업원씨가 두 사람을 반겼다.
“오 벌써 호르헤의 눈물을 구해오신건가요?!”
여종업원씨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계산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민혁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정말 강아지 같은 여자다. 민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
민혁은 인벤토리에서 호르헤의 눈물을 꺼내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오오...이 크기는 설마..여왕인가요..여왕을 잡으신건가요?!”
“맞아”
긍정의 표시를 하자 여종업원씨는 환호성을 지르며 좀 더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민혁은 이란 호르헤의 눈물과 여왕에게서 나온 호르헤의 눈물이 다른지 물어보았다.
“여왕의 것은 무기를 제련할 때 보조마법의 옵션이 높아져요!”
그녀의 설명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종업원씨 아니 이제 자기소개를 해서 오클레앙씨에게 호르헤의 눈물을 넘겨준 민혁은 티샤와 함께 공방 ‘오클레앙’을 나왔다. 여관에 가보니 두 사람은 아직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허기가 져서 식사를 하려 했지만 티샤가 그를 말렸다. 수동적이던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 정도로 여관의 음식 맛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결국 민혁은 주린 배를 잡고 다른 식당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티샤도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눈여우의 모피 팝니다!”
“쌀과 고기를 교환해드립니다~”
배고픈 민혁이 향한 곳은 시장이었다. 그곳에는 많은 상인들이 저마다 다른 품목들을 팔고 있었다. 티샤는 무표정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눈여우로 만든 목도리를 발견하고 눈을 떼지 못했다. 민혁은 티샤의 시선을 읽고 좌판대로 다가갔다.
“하나에 얼마입니까?”
민혁이 가격을 묻자 티샤의 귀가 쫑긋거렸다.
“2골드만 주쇼”
주머니에서 2골드를 꺼내 상인에게 주었다. 그는 새하얀 눈여우의 목도리를 그에게 건내주었다. 민혁은 그것을 자신의 목에 맸다.
“......”
티샤는 그를 노려보더니 귀를 추욱 늘어트리고 뚱한 얼굴로 앞서 걸어갔다. 민혁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는 먼저 앞서 간 그녀의 팔을 잡아 멈춰 세웠다.
“야야 장난이야 장난!”
그는 티샤의 잘 뻗은 구릿빛 목에 새하얀 목도리를 해주었다. 그녀는 목도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민혁도 방긋 웃었다. 두 사람은 시장에서 파는 간식거리를 사먹었다. 다행히 시장에서 파는 음식은 짜기는 했지만 여관의 음식처럼 소금을 씹는 것 같지는 않았다. 군것질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빵빵해졌다. 민혁은 무언가 소화 시킬만한 놀거리가 없는지 찾아봤다. 한쪽에서 팔씨름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입간판을 보니 도전자가 이기면 건 돈의 2배를 돌려준다고 써있다. 인파가 꽤 모여 있는 것이 심심풀이로는 제격일 것 같았다. 그는 티샤를 끌고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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