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전초
* * *
그는 바로 애드민이었다.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걸까 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방금 전 공격을 날린 사제복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는 그와 비슷한 복장을 한 이들이 스무명 가까이 서 있었다. 민혁은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왔음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대단하군요...그걸 막다니...아 참 저란 사람이...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여러분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전사의 신 튀랑의 사도(apostle) 스토크입니다.”
Level: 141
이름: 스토크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홀리 마스터(holy master) 전쟁의 신 튀랑의 사도(apostle)
체력: 59111/59111
대표격으로 보이는 사제는 자기소개를 했다. 은발이 아름다운 미남자에다 가진바 무력도 아이지스 왕국에 두 명 밖에 없다는 소드마스터급의 실력자였다. 리얼충의 등장에 민혁은 얼굴을 왈칵 구기며 그를 노려보았다.
“눈빛이 불손하군요”
스토크의 입이 열렸다.
“불손? 말같지도 않은 소리 지껄이지마 말도 없이 공격해놓고 내 눈빛 가지고 시비냐!”
민혁은 그의 말에 울컥해 화를 쏟아냈다. 그가 화를 내고 있음에도 사제는 자애로운 미소를 만들었다.
“제 입장에선 대성전에 마음대로 발을 들인 당신을 곱게만 볼 순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민혁은 그의 말에 필요 없다고 소리치려 했지만 그의 손에서 던져지는 물체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리나는 입을 가리며 터져나오는 신음성을 막았다. 하울과 티샤는 그저 눈을 꼬옥 감았다.
툭
사제가 던진 그것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새하얗던 대성전을 붉게 물들이고서 데구르르 굴러 민혁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는 스토크가 던진 것을 주어들었다. 그것은 고블린의 머리였다. 방금 전까지 그에게 달라붙어 빛나던 눈동자는 총기를 잃은 상태였다. 민혁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는 잠시 샤일록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 재잘거리며 마왕님이라고 소리칠 것만 같았지만 그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민혁은 그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 인벤토리에 그것을 보관했다.
“왜 그를 죽였지?”
차가운 물음, 사도는 미소를 지었다.
“흠...그렇군요...당신은 모를테니 설명을 해드리죠...처음에는 죽일 생각이 없었습니다..암요...여관에서부터 당신의 행적을 쫒다보니 저 고블린이 있었습니다. 전 자비를 배풀어 당신이 있는 곳을 토설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했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래서 고블린씨도 그의 아래 있던 일꾼도 신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아아...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단을 돕다니 언어도단이 아닙니까?”
연극을 하는 배우처럼 하늘을 보며 말하는 스토크의 목소리에 민혁은 이를 갈았다. 어디서 계획이 들통난 걸까..아니다. 계획은 들키지 않았다. 스토크라는 사제는 처음부터 그를 이단이라 부르며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샤일록을 살해했다. 그는 도대체 왜 민혁을 이단이라 칭하며 쫒은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날 왜 이단이라고 부르는거지?!”
그의 외침에 싱긋 웃고는 옆에 서 있던 애드민을 가리켰다.
“제 옆에 계신 신도님께서 모두 말해주셨습니다. 당신이 이교도의 힘을 사용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방금도 제 신성력을 전쟁의 신이신 튀랑님이 제시한 단련법이 아닌 이교도의 힘으로 막아내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도 신성한 이 대성전 안에서!”
민혁은 입을 다물고, 애드민을 노려보았다. 모든 일의 배후에는 저 녀석이 있었다. 아니 자신의 안일함이 화근이 되었다. 그는 천마신공의 기운을 모았다. 사제들은 이단이라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무공을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기사들의 수련법은 무공과는 다른 것일까’ ‘왜 무공을 이단이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민혁은 그저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그가 끌어 올린 마기가 퍼져나갔다. 그는 진각을 밟고, 튀어나갔다. 그 속도가 눈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그는 애드민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마기를 잔뜩 머금은 수강(手)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애드민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홀리 베리어(Holy barrier)!”
콰앙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애드민은 멀쩡했다. 그의 주먹이 사제들이 발현한 신성 마법에 의해 막혔다. 한 번더 주먹을 뻗어보았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목표를 바꿨다. 바닥에 주저앉아 소변을 지리고 있는 그가 아니라 투명한 막을 만든 사제들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이교도 따위가 신의 장벽에 도전하는 것입니까!”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은 스토크였다. 그는 모닝스타에 강기를 불어넣고, 소드마스터 답게 굳건한 자세로 민혁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처음 상대해보는 모닝스타의 난해한 공격로에 당황했지만 리치가 짧은 것을 깨닫고 천마신공의 초식을 풀어냈다. 강맹하고, 패도적인 그의 공격에 스토크는 당황했는지 막기에 급급했다.
“밀어 붙여!”
하울이 제자리에서 방방뛰며 소리쳤다.
“......이익!”
한참을 밀리던 스토크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게 얼굴빛을 바꾸며 사제들이 홀리 베리어 뒤로 숨었다. 그가 숨자 짜증이 난 민혁은 12성(?) 천마신공의 공력을 모두 모아 주먹에 집중시켰다. 수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묵빛 강기가 그의 주먹에서 넘실거렸다. 민혁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렸다.
콰아앙!
“소용 없다! 겨우 이교도의 힘으로 신성한 그분이 내린 힘에 대항할 수 없다!”
전의 충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광음이 울려퍼졌음에도 그들이 만든 홀리 베리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토크는 의기양양해하며 소리쳤다. 홀리 베리어를 깨부수지 못했음에도 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천마신공의 기운이 담긴 공격을 가했을 때 사제들이 만든 신성마법은 마기를 흡수했다. 아무래도 신성력과의 상성 문제인 것 같았다. 그래서 민혁은 신성력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벼락의 힘을 빌리기로 하였다.
치지직
“스, 스토크님 번개가!”
뇌전풍신공(?風??)의 기운이 민혁의 주위로 영역을 넓혔다. 벼락을 내뿜으며 욕심 많은 독재자처럼 사제들의 영역을 빼앗으며 전진했다. 사제들은 민혁에게서 벼락이 뿜어져 나오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스토크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교도의 힘이 이리도 강력하다는 말인가 그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민혁은 개의치 않고, 뇌령을 발동했다. 그의 몸 전체가 벼락이 되었다. 그는 주먹을 말아쥐고 있는 힘껏 홀리 베리어를 강타했다. 처음으로 벽이 흔들렸다. 사제들은 기함을 토해냈다.
“““홀리 베리어가!”””
사제들은 자신들의 믿음의 증표가 흔들리자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민혁은 다시금 일격을 준비했고, 스토크는 사제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선택이다. 몸이 부서지고 다시는 교전을 들 수 없는 몸이 될지도 모른다. 허나 그의 선택에 담긴 뜻을 읽은 사제들은 새로운 신성 마법을 꺼내 들었다. 그들이 영창을 외우자 마법진들이 겹겹이 싸이기 시작했고, 그것들은 모두 스토크에게로 향했다.
“““블레스(Bless)!”””
스무 명의 사제들의 손에서 펼쳐진 신성 마법이 스토크의 몸을 감쌌다. 그의 몸이 밝게 빛났다. 고위급 사제들의 전유물이자 신의 숨결, 최강의 버프 마법이라고 불리우는 블레스, 그것도 고위급 사제 스무명이 사용한 것을 스토크는 홀로 받아들였다. 그는 일시적이지만 소드마스터를 뛰어넘으려 했다.
“그냥 둘 것 같냐!”
민혁은 그에게 몰려드는 엄청난 기운에 가만있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홀리 베리어는 금이 갈뿐 꿋꿋히 버티며 그의 공격을 막았다. 민혁은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섰다. 사태를 지켜보던 하울과 티샤도 스토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자 각자 무기를 빼들었다. 하울은 레이피어를 꺼내들고 민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티샤는 호위역활을 충실히 하기 위해 단검을 들고 아리나 앞을 막아섰다. 블레스를 시전한 사제들은 모두 신성력 고갈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신의 축복을 받은 사도가 각성했다.
“보십시오 그리고 경배하십시오 신의 기적을 그분의 힘을!”
Level: 141>>240
이름: 스토크(강제각성)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홀리 그랜드 마스터(holy grand master) 전쟁의 신 튀랑의 성자(Saint)
체력: 58440/59111
성자(?者)! 그 누구라도 지금 스토크의 모습을 본다면 그리 말할 것이다. 금색의 신성력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고, 넘치다 못한 신성력은 그의 외형에도 변화를 주었다. 그의 은발을 신성력의 색과 같은 금발로 변했고, 날렵했던 그의 몸에는 근육이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었다. 그의 기세는 철옹성과도 같았으며, 눈빛은 마치 한 마리 사자를 보는 것과 같았다. 민혁은 그의 상태창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100가까이 레벨은 올라간 것이다. 방금 전과 같이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울이 옆에 있더라도 그녀는 마법을 부릴 수 없는 상태다. 드래곤으로 변한다면 콧바람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이다.
민혁은 천마신검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음을 알기에 천라수라도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꺼내주지 않아 삐지기라도 한걸까 녀석은 인벤토리에서 나오자마자 짙은 검명을 내뱉었다. 하울은 베르할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검의 등장에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적이 바로 앞에 있어 달라붙는 등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고작 검 한자루 꺼내 들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습니까?”
스토크는 천라수라도를 보았음에도 여유가 넘쳤다.
“방금 전까지 쥐어 터지던 자식이 버프 좀 먹었다고 나대지마!”
그가 화를 내자 뇌전풍신공도 호응하듯 벼락을 내뿜었다. 스토크는 씨익 미소지었다. 공포를 불러오던 저 벼락도 그분의 축복이 더해지자 하찮게만 여겨졌다. 이만한 힘을 얻은 만큼 후유증도 있을테고, 긴 시간을 유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힘이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눈 앞 이교도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짓밟을 수 있다. 스토크는 민혁의 공격을 받아 너덜너덜해진 모닝스타를 버리고, 주먹을 올리고 자세를 취했다. 홀리 마스터란 소드마스터나 보우마스터처럼 특정 무기로 경지에 오른 이들이 아니다. 신성력을 끊임없이 단련해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스토크는 모닝스타를 주로 사용하지만 그의 본 실력은 격투술에서 나온다. 그가 바로 악명 높은 튀랑의 몽크 출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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