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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76화 (176/245)

〈 176화 〉 전초

* * *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부탁이라는 말에 민혁은 말해보라며 고갯짓을 했다. 아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쇠창살을 잡고 소리를 치고 있는 다크엘프를 사달라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울도 경매를 보던 것을 멈추고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민혁은 잠시 고민하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정말 저 다크엘프를 사게?”

그가 선뜻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나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민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철창 속에 갇혀 쇠사슬로 자유를 빼앗긴 저 가녀린 다크 엘프에게 동정심이 발휘된 것이다. 팔려간 다크엘프는 성노예로써 온갖 궂은 일을 당할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믿을 수 있는 민혁의 품이 나으리라 하지만 이건 위선이었다. 밖의 인간 노예들은 불쌍하지 않은가 아니다. 그들도 각자 사연을 가지고 사고 팔리는 것이다. 어쩌면 고향친구인 테르겐을 떠올리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의 착한 마음씨를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도 모두를 구하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테고, 지금도 아리나는 금전이 많이 든다면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며, 그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주었다. 물론 그가 인벤토리를 털면 다크엘프를 사는 것이야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금도 불을 내며 경쟁중인 두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감정을 심어줄게 분명했다. 그들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 딱 보기에도 나 귀족일세 하는 귀티나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이 앙심이라도 품는다면 앞으로의 계획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민혁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되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여겼다.

“아리나의 부탁이라면 이 정도는 언제라도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아리나 무조건적인 동정심만으로 다른 사람을 구해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타인을 구하는 행동은 위험한 행동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그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어 알겠지?”

“알겠어요!”

해맑게 웃는 아리나, 민혁은 정말 알아 들은 게 맞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었지만 천사 같은 그녀의 미소에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옆에서 한 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던 하울도 헛웃음을 짓고 다시 경매에 집중했다. 그는 챙겨두었던 푯말을 들어 올렸다.

“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입니다! 96번고객님의 입찰가는?”

사회자의 맛깔스러운 진행에 민혁은 손가락을 들어올려 1200골드라고 알려주었다. 경매장 내부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환호성이 더 커졌고, 두 명의 경쟁자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났다는 것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혔다.

“새로운 경쟁자께서 강하게 나오셨군요 그럼 나머지 두 신사 분들은 어쩌시겠습니까?”

사회자의 말에 스포트라이트가 두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저마다 입술을 꽉 깨물더니 푯말을 내려놓고 더 이상 입찰가를 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들은 민혁을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더니 경매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들의 행동을 살피던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후환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는 기뻐하는 아리나와 뚱해있는 하울의 로브에 달린 모자를 꺼내 깊게 눌러 씌웠다. 하울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아등바등 저항했지만 이내 잠잠해졌고, 아리나는 팔을 공중에 휘저으며 파닥파닥거렸다.

“하프 다크 엘프는 96번 고객님께서 낙찰 받으셨습니다!!”

사회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다크 엘프가 갇힌 철창을 들고 어딘가로 옮기기 시작했다. 민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낙찰 받은 물품을 인수하는 방법을 알려줄 자를 찾았다. 때 마침 음료를 권하던 종업원이 지나갔고, 그는 친절하게 낙찰 받은 물품을 인수받는 곳을 알려 주었다. 일행은 먹다만 음료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오십시오 방금 전 다크엘프를 낙찰 받으신 96번 고객님 맞으시지요?”

그곳에는 약간 살이오르고 인상 좋은 남자가 철창 옆에 서 있었다. 다크엘프는 그르렁거리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민혁은 다크엘프를 잠시 살펴보다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푯말을 주시겠습니까?”

민혁은 96번 번호가 적혀 있는 푯말을 그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푯말을 확인하고 결제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물었다. 민혁은 금화로 대금을 일부 치루고 잔금은 순금으로 치룬다고 말했다.

“흐음.. 좋습니다..금화는 저에게 주시고, 금은 이쪽 바닥에 놔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자에 말에 따라 민혁은 300골드를 남자에게 주고, 나머지 900골드에 해당하는 금덩어리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순간 남자의 눈이 탐욕으로 일렁였지만 그것은 찰나였다.

“좋습니다. 맞군요 그럼 이제 노예각인을 세기도록 하시지요”

남자의 말에 민혁은 하울에게 노예각인이 무엇인지 전음을 통해 물어봤다. 하울은 노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복종 마법이라고 알려주었다.

“노예각인...그건 됐습니다.”

“음..혹시 노예계약이 처음이십니까?”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침음성을 내뱉더니 국법으로 노예계약을 할 때에는 노예각인을 세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민혁은 꺼림칙했지만 노예각인을 세기기로 했다. 남자는 민혁의 오른 손등 위에 마법진을 작게 그려 넣었다.

“이제 오른손에 마나를 끌어모으시면 됩니다.”

민혁은 무무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려 오른 손에 집중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빛났다.

­다크엘프 ‘티샤’를 노예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N

Level: 126

이름: 티샤 그란데

종족: 하프 다크엘프

성별: 여

경지: 중급 정령사, 시프 마스터

체력: 16555/26900

이제 확인해 보니 왜 노예사냥꾼에게 잡혔는지 의문이 드는 레벨에 시프 마스터라는 고위급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다 . 끝내주는 외모에 하이클래스의 실력자, 민혁은 1200골드라는 돈이 그렇게 큰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당연히 Y를 선택했다. 손등의 빛이 사그라들었고, 남자는 노예 각인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티샤라는 다크엘프를 친절하게 배송해준다며 나섰다. 민혁은 혹해서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하울이 나서서 제지 했다.

“됐어 이제 가봐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알겠습니다.”

냉랭한 하울의 음성에 남자는 그녀에게 철창의 키를 주고, 자리를 벗어났다.

“꺼내서 데려가게?”

“후...귀찮아도 그게 이 아이에게 좋을테니까”

하울의 말투에서 이상함을 느낀 민혁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물어왔다. 그녀는 만약 아까 그 남자에게 티샤를 맡겼다면 아마도 철창을 옮기며 지독하게 강간을 당했을 것이라 말했다. 민혁은 방금 전 남자의 눈에서 언뜻언뜻 보인 탐욕을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노예경매에 손을 댔다는 것부터가 인간으로써의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자 이리 나와”

“더러운 손을 치워라 인간!”

하울은 굳건히 닫힌 철창문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다크엘프 티샤는 으르릉거리며 그녀를 경계할 뿐이었다.

“더럽지 않아 깨끗이 씻었어 그러니까 얼른 나와!”

쾅쾅­

더럽다는 말에 울컥했는지 하울이 화를 내며 쇠철창을 두드렸다. 티샤는 그녀가 화를 내자 머리 위에 달린 귀를 추욱 늘어트리고 철창 구석으로 슬금슬금 몸을 옮겼다. 지켜보고 있던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하울을 비키게 만들었다. 그녀는 왜이래­라고 소리치며 저항했지만 민혁이 잔뜩 풀죽은 티샤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콧소리를 흥­하고 내며, 자리를 비켰다.

“어서 나오는게 어때 어차피 거기에 백년 천년 있을 것도 아니잖아”

민혁은 쪼그려 앉아 티샤와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녀는

“......으르르르...시끄럽다 인간!”

그의 말에 티샤는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어금니를 들어내며 소리쳤다.

“흐음...”

경계가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민혁은 조심스레 철창안으로 발을 디뎠다.

“크앙!”

그러자 티샤가 민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웨어울프보다 훨씬 빨랐고, 손톱은 짐승의 그것보다 더 매서웠다. 하지만 민혁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멈춰”

민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오른손 등위에 있던 마법진이 빛을 내뿜었다. 명령을 인식한 것이다. 돌진하던 티샤가 거짓말처럼 우뚝­ 멈춰섰다. 그는 오른손등을 쓰다듬었다. 효과 만점이었다. 아리나는 갑작스러운 티샤의 습격에 놀라 민혁에게 달라붙어 괜찮냐며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키며 제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티샤를 바라보았다.

“힘쓰지 말고 포기해 그리고..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냐 봐봐 처음부터 노예각인으로 너에게 강제로 명령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신사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잖아 그리고 노예라고 해도 복지에는 신경 써줄게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개인 여가 생활보장까지 이정도면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고?”

“......”

“성적인 부분도 강제할 생각 없어 난 이쪽에 예쁜 동반자도 있거든”

“정말 민혁님도!”

민혁에게 달라붙어 있던 아리나는 볼을 붉히며 그의 가슴팍을 가볍게 툭­쳤다.

“......”

살살 구슬리는 민혁, 그녀의 예쁜 적안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머리 위의 귀는 쫑긋쫑긋거리며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 티샤는 잠시 고민하더니 끼잉끼잉 신음성을 내뱉었다. 민혁은 그녀에게 움직이는 것을 허가해주었다. 티샤는 느릿느릿하게 그에게 다가왔고, 민혁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티샤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깨끗이 씻기고 나니 더욱 미인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은발과 사파이어 같은 붉은 적안, 아리나는 숙소로 돌아와 그녀를 깨끗이 씻기며 몇 번이나 그녀의 몸매에 감탄했을 정도다. 물론 옆에 있던 하울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여러 번 푹푹 내쉬었다.

“......”

“......”

테이블에 단둘이 마주 앉은 민혁과 티샤, 하울과 아리나는 티샤를 씻기느라 자신들은 샤워가 늦어져 여태 샤워 하고 있었다. 티샤는 아리나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다. 볼륨감 있는 그녀의 몸매와 잘 어울렸다. 민혁이 그녀를 관찰할 동안 티샤는 얌전히 앉아 있었다. 노예각인의 효과를 본 순간부터 단념한 것 같았다.

“흠흠...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 나는 민혁이라고 불러 기왕이면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더 좋겠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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