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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75화 (175/245)

〈 175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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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눈을 마주친 일행은 서로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싸웠다 라던지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울이 아리나를 보자마자 밤에는 잠 좀 자자며 타박을 해왔기 때문이다. 민혁은 방과 방 사이 방음이 좋지 않았구나 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아리나는 아침식사 내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민혁은 어제 샤일록과 나눈 이야기를 하울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전 찬성이에요!”

아리나는 한 손을 번쩍 들며 찬성했다.

“흠...... 그 고블린 믿을 만해?”

하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샤일록이 배신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의 작전은 심플했다. 샤일록이 왕성의 식재료 일부를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일행은 식재료를 납품하는 직원으로 가장해 대성전에 숨어드는 것이다. 하울은 민혁이 샤일록은 믿을만하다 말하자 작전에 동의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일이 잘못돼도 위대하신 드래곤님의 마법이 있잖아?”

“응? 내가 말 안 했나 대성전 안에서는 나 마법 못 써”

능글거리는 민혁의 아부 같은 비꼬기에 하울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민혁은 그런 소리는 못들었다며 의아한 얼굴로 하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대성전 내부에서 마법을 못쓰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레이건의 파트너 드래곤이자 현 드래곤 로드인 자는 혹시라도 마족이나 악한의 손에 베르할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결계를 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베르할렌이 내뿜는 힘과 파장이 맞물려 안티 마법존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민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 메인스토리 퀘스트 난이도가 쉽다 했더니 어김없이 하울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구석구석에 여러가지 트랩적인 요소를 설치 해놨다.

“그럼 너 완전 무쓸모인거네?”

민혁이 짜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뭐야 무례하네!”

버럭 화를 내는 하울, 그녀는 그래도 소드마스터라고 소리치며 민혁에게 먹다 남은 과자를 던졌다. 물론 그는 얄밉게 쓱 피해버렸다. 아리나는 옆에서 과일을 베어물며 키득거렸다. 3일의 여유가 생긴 일행은 수도 관광을 하기로 했다. 물류의 중심지인 곳 답게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었다. 하울은 주로 옷에 관심을 보였고, 아리나는 수도의 맛집을 모두 섭렵할 기세로 돌아다녔다. 같이 다니는 민혁으로써는 죽을 맛이었다.

“저기는 뭐하는..우물.. 곳일까요?”

손에 들고 있던 꼬치구이를 꿀꺽 삼키며 말하는 아리나, 민혁은 그녀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척 보기에도 나 귀족이요 하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간판에 쇠사슬이 그려저 있었다.

“음.. 노예시장이네”

“노예시장?”

하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할렌은 기사의 성지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지만 노예산업이 성행하는 곳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이지스 왕국 자체가 전쟁을 통한 영토확장에 혈한이 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영지민들의 노예화나 적군 포로들의 노예화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리나는 하울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민혁은 그녀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한 번 내부를 살펴보자 말했다.

“너 어지간히 변태구나”

하울은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 뭔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구경만 할거거든”

괜히 찔리는 부분이 있는 민혁은 정색을 했다. 하지만 하울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고, 아리나는 그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일행은 귀족들이 몰린 뒤로 가 줄을 섰다. 사람들이 꽤나 많아 입장하는 데 오래 걸릴 줄 알았지만 빠르게 줄이 줄어들었다. 이윽고 민혁이 입장할 차례가 왔다.

“신분증과 입장료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인상이 험악한 문지기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처음이라 그렇습니다만 입장료가 얼마입니까?”

민혁의 물음에 문지기는 한 명당 2골드 씩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인상을 굳혔다.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지라 6골드라는 거금을 그에게 건내 주었다. 문지기는 돈을 받더니 번호가 쓰여져 있는 나무 푯말를 민혁에게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푯말을 받아든 민혁이 물었다.

“아..이건 경매에 참여 하실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처음 오셨다고 하니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노예옥션은 일반적인 노예구매가 가능한 상점가와 희귀 상품을 판매하는 경매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혹시라도 경매장에서 입찰을 하실 경우 이걸 들고 사회자에게 가격을 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돈이 없음에도 경매에 참여할 경우 낙찰가의 10배를 물어내야 하니 이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

친절한 문지기의 설명을 듣고 안으로 입장했다. 입구부터 노예상들이 자신이 잡은 노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주로 인간 노예가 대부분이었다. 하울과 아리나는 동족을 사고 파는 노예상인의 행태에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내보였다. 개중에는 수인들도 보였다. 인간의 몸에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려 있었는데 그들은 민혁이 바라보자 꼬리를 말고, 낑낑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가자!”

하울은 노예를 사고 파는 귀족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일행의 선두에 서서 경매장을 향해 걸어갔다. 아리나도 울상을 지으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민혁은 아리나나 하울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 괜히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낸 돈도 있기에 경매장만 보고 빨리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 상품은 기대 하셔도 좋을 겁니다. 바로 옛 마도제국 시절의 아티팩트입니다. 아직 용도나 사용방법은 알려진게 없으나 .....!”

경매장 내부의 열기는 뜨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자의 말을 듣고 푯말을 여기저기서 들어올렸다. 개중에는 자신의 신변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 가면을 쓴 사람도 있었다. 민혁과 그 일행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종업원들이 음료가 놓인 쟁반을 들고 돌아다니며 음료를 권하고 있었다. 민혁은 칵테일로 보이는 것을 세 잔 집어 들어 아리나와 하울에게 건내주었다.

“고마워요!”

새로운 먹을거리에 아리나는 눈을 반짝이며 홀짝 음료를 마셨다.

“난 됐어”

반면 하울은 음료를 거부하고 경매장을 둘러보았다. 민혁은 뭐 재미난 거라도 있나 싶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곳에는 다음 경매 물품이 있었다.

“다크엘프?”

다음 경매물품은 놀랍게도 다크엘프였다. 구릿빛의 매끈한 피부, 쫑긋 선 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크엘프임에도 수인족처럼 동물의 귀가 달려 있었다. 파닥파닥 움직이는게 정교한 코스프레 용품인 것 같았다. 민혁은 인벤토리에 있는 자금을 확인했다. 300골드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는 아리나가 동물귀 코스프레한 모습을 상상했다. 동물귀를 장착한 채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를 흔드는 천사님, 민혁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는 경매가 끝나면 저 코스프레 용품을 따로 구매할 방법을 꼭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엘프요?”

아리나는 민혁의 말을 듣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크엘프는 팔과 다리 여기저기에 쇠사슬이 묶여있었다.

“저건 다크 엘프가 아냐 정확히 말하자면 다크엘프와 수인족의 하프지”

하울이 냉랭한 목소리로 쇠창살을 발로 차고 다크엘프의 정체를 밝혔다.

“정말요? 수인족과 다크엘프의 하프라니 처음 봐요...”

하울의 설명에 아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아쉬운 마음에 다크엘프의 머리 위를 주시 했다. 쫑긋쫑긋 파닥파닥 달려 있는 것은 진짜였다. 민혁은 실망했지만 이내 하프 다크엘프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는 아리나에게 다크엘프와 사이가 나쁜지 물었다. 소설속에선 사이가 나쁘다고 자주 묘사되기 때문이다.

“아뇨 딱히 사이가 나쁜것도 친한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모시는 신이 다를 뿐이지 종의 기원을 따르자면 한 뿌리에서 내려온 동족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아리나의 눈동자가 슬픈 빛을 띄웠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민혁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으려 했지만 경매장 위로 다크엘프가 등장하자 경매장에 울려 퍼지는 환호소리가 너무 커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크엘프의 몸매가 환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날렵한 허리선과 일명 꿀벅지라고 불리는 허벅지라인 그리고 그 위로 이어지는 커다랗고 탄력있는 엉덩이 아리나 보다는 못하지만 가슴의 크기도 보통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절정의 외모, 그녀는 은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여자였다. 게다가 찢어진 천으로 몸을 가리고 있어서 구릿빛 피부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었다.

“이번 품목은 바로 바로 다크엘프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반응이 뜨겁군요.. 그럼 이 녀석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국 근접 산맥에서 잡은 녀석으로 놀랍게도 수인족과 하프입니다. 마법도 사용이 가능하며, 처녀이니 마음대로 조교도 가능합니다. 발견 당시 요리를 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가사에도 재능이 있으니 완전무결 메이드용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경매 시작가는 100골드 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푯말이 들려졌다.

“180골드!”

“거기 신사 분 220골드!”

“16번 고객님 400골드!”

경매가는 쭉쭉 올라가 600골드를 돌파했다. 4인가족이 1년간 쓰는 금액이 1골드 정도인 것을 볼 때 굉장히 큰돈이었지만 가격은 쉬지 않고 올라갔다. 결국 가격은 1000골드에 가까워졌고 경쟁자는 두 명으로 좁혀졌다.

“민혁님...”

“응?”

경매를 느긋하게 구경하던 민혁은 아리나의 부름에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일텐데도 그녀는 우물쭈물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살짝 답답함을 느낀 민혁은 그녀의 말랑말랑한 두 볼을 잡아 시선을 자신에게로 고정시켰다.

“왜 불렀어?”

시선이 마주치자 아리나는 볼을 사르르 붉혔다.

“저, 저 부탁이 하나 있어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부탁이라는 말에 민혁은 말해보라며 고갯짓을 했다. 아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쇠창살을 잡고 소리를 치고 있는 다크엘프를 사달라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울도 경매를 보던 것을 멈추고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민혁은 잠시 고민하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그가 선뜻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나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정말 저 다크엘프를 사게?”

하울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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