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72화 (172/245)

〈 172화 〉 전초

* * *

방금 지어낸 민혁의 말에 샤일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님에게 불편을 드릴 순 없지­라고 외친 샤일록은 그럼 민혁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물어보았다. 민혁은 한참을 고심하다 그냥 민혁님이라고 부르라 말했다. 샤일록은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이 정말 이름으로 민혁을 불러도 되는지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그는 귀찮기는 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그가 싫지 않았기에 몇 번이고 부르라고 말해주었다.

“자자 어서 드셔보세요 근처 식당 중에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민혁은 샤일록에게 이끌려 근처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그는 테이블이 꽉찰 정도로 음식을 시켜 민혁을 대접했다. 주위에서 동물원의 동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둘 다 신경 쓰지는 않았다. 식사를 하며, 둘은 대화를 나눴다. 주로 샤일록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민혁이 가볍게 대꾸해주는 게 다였다.

“마법사들에게 재료를 파는 것도 모자라서 왕성에 식료품까지 판매하다니 대단하네.. ”

민혁은 샤일록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케륵케르륵­ 이게 다 마왕님은 은총 덕분입니다!”

사회생활을 잘 하는 샤일록의 말에 민혁은 기분 좋게 웃었다. 식사를 마친 둘은 가볍게 차를 시켰다. 민혁은 홍차를 시켰다. 차가 나오는 동안 민혁은 눈앞에 샤일록을 두고 생각에 빠졌다.

‘녀석을 이용해볼까?’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왕성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샤일록을 이용한다면 식료품을 납품할 때 변장을 해서라도 대성전 안으로 몰래 숨어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따르는데 이용한다는 것도 꺼림칙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악마와 천사가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이긴 쪽은 악마였다. 악마는 삼지창을 높이 들고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천사가 마지막 힘을 발휘했다.

‘그래 밝히고 도와달라고 하자’

주문했던 홍차가 나오고 민혁은 샤일록에게 사실대로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너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 정말 괜찮겠어?”

샤일록은 믿음직스럽게 팔을 번쩍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그 시간, 하울은 아직도 더 먹겠다고 버티는 아리나를 데리고 케이크 가게를 나섰다. 거리에는 아직도 케이크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녀는 번잡한 거리를 통과하기 위해 아리나의 손을 꽈악­ 붙잡고 인파를 뚫고 나왔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그러게 누가 납치 당해도 모를 정도야”

하울의 말에 아리나는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그녀는 하울의 등짝을 살짝 때리고 겁주지마세요­라고 소리쳤다. 하울은 그녀가 등짝을 때리자 실실거리며 웃었다. 오히려 우렁찬 소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주목하자 아리나의 얼굴만 붉어졌다.

“저 먼저 갈거에요!”

아리나는 삐졌다고 표시를 내며 하울의 손을 놓고 걸어갔다.

‘히히..정말 괴롭히는 맛이 있는 아이야!’

하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소리 죽여 웃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있고?”

장난기 가득한 하울의 말에 아리나는 거짓말처럼 뚝­하고 멈췄다. 그녀는 울먹울먹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울은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를 보고 마음 속 가득한 가학심이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지만 꾸욱­ 참았다. 그녀는 아리나에게 이리오라며 손짓했다. 아리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반항했지만 이내 다시 하울의 옆으로 돌아왔다.

“자자 예쁜 얼굴 찡그리지 말라고 네 동반자가 싫어할 거야”

하울은 제 자리로 돌아온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리나는 민혁이 싫어할거라는 하울의 말에 금세 얼굴을 폈다. 그제서야 하울은 발걸음을 놀렸다. 그녀는 유희를 나서고 아이지스 왕국의 수도 베르할렌에 와본 적이 있기 때문에 길을 꿰고 있었다. 그녀는 번화가를 지나쳐 용병거리를 지나 여관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서오십시오~ 베르할렌 최고의 여관이 여기 있습니다!”

“말 관리라면 저희가 최고입니다!”

호객을 위해 어린아이들이 나와 각자 일하는 여관의 자랑을 큰 소리로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동정심을 키우기 위해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하울과 아리나도 기 대상이 될 뻔 했지만 그녀들의 얼굴을 본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다가서던 것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얼굴에서 귀족과 같은 귀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둘은 여유롭게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흐음 분명 이 근처였는데...”

둘은 고급여관 거리까지 흘러 들어왔다. 하울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딜 찾는 거에요?”

“음... 저번에 왔을 때 음식 맛이 끝내주는 곳이 있었거든”

하울의 말에 아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래곤들 중에서도 소문난 미식가인 하울은 그녀가 그러던 말던 꿋꿋이 자신이 원하는 숙소를 찾았다. 아리나는 그녀를 따라가며 다리가 아픈지 투덜투덜거렸다. 그녀는 그렇게 먹을 것만 밝히다 돼지가 된다며 하울을 보챘다. 오냐오냐 하며 참을 인을 세기다 울컥한 하울은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아리나의 배에 붙은 애교살을 꼬집어왔다.

“꺄악!”

아리나는 자신의 배를 감싸며 길바닥에서 주저 앉았다. 하울은 그녀의 모습에 속이 시원하다는 듯 웃어댔다. 결국 둘은 서로에게 삐진 채 숙소에 도착했다. 하울이 찾은 곳은 생각보다 고급진 곳이었다. 외관서부터 고택의 느낌이 물씬 흘러나왔고, 장식품들도 하나부터 열까지 값 비싼 것들 뿐이었다.

“어서오십시오 몇 분이십니까?”

백발의 종업원이 둘을 맞이했다. 그는 마치 노집사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1명은 따로 올거야 3인실 하나 주겠어?”

하울이 꽁해 있는 아리나 대신 말했다. 백발의 종업원은 고개를 숙이며, 방키를 건내주었다. 키에는 602호라고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는 일행을 3층에 있는 방까지 안내해준 후 식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하울은 잠시 고민하다 아리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

“......”

시선이 마주쳤다. 먼저 고개를 돌린 쪽은 아리나였다. 하울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종업원에게 추천메뉴와 신선한 과일을 방까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신속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가 사라지고,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리나는 볼을 부풀리며, 짐을 정리했다. 하울은 창가 쪽 침대에 앉아 밖을 구경했다. 그렇게 둘은 식사가 올 때 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삭아삭­

과일을 깨무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아리나는 사과 하나를 들고 야금야금 깨물어 먹고 있었다. 반면 하울은 달그락거리며, 스프와 매운 양념을 바른 양고기 구이를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대화 없이 묵묵히 식사를 했다. 하울이 움찔거리며 뭐라 말을 하려 치면 아리나가 고개를 홱 돌리고 대화를 차단했다. 둘의 대치는 식사가 끝나고도 계속되었다.

“내가 먼저야”

하울은 슬림한 몸매를 수건 한 장만으로 가린 채 욕실 앞에 서서 말했다.

“...아뇨 제가 먼저에요..”

아리나도 지지 않고 우뚝 솟은 젖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하울과 대치했다. 결국 승자는 아리나였다.

“흑흑...가슴 따위는 지방일 뿐이야!”

아리나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며, 하울의 가슴에 자신의 젖가슴을 가져가자 하울이 자신의 민둥산과 비교를 하고 나서 무릎을 꿇고만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장난스레 눈물 흘리는 척 했다. 아리나도 그녀의 장난에 피식 웃더니 먼저 욕탕에 들어갔다.

“히히...들어갔지? 오랜만에 녀석의 앙큼한 가슴을...!”

아리나가 욕탕에 들어가자 하울은 벌떡­ 일어나 손가락을 요란하게 움직이며 아저씨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아리나의 성장발육을 확인하기 위해 욕실 문을 열어젖히려 했지만 문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당황한 하울은 이리저리 힘을 주었지만 닫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친 그녀가 마법을 쓰려 하자 욕실 안에서 아리나가 마법을 쓰면 정말 삐질거라며 소리쳤다. 좌절한 하울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는 없쪙!!”

그리고 방 안에는 한참동안 하울의 통곡성이 울려퍼졌다.

애드민 백작가는 예로부터 변경을 지키는 전통 있는 기사가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렷을 적 가문을 박차고 나서 기사종자로 시작해 소드 마스터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기사들 사이에서는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현 애드민 백작도 젊은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왕국의 젊은 유망주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변경 수비를 하면서 이민족을 죽이며, 너무나 냉철하고, 잔혹한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여 호사가들은 그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냐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사례로 그는 자신의 영지를 약탈한 도적들을 붙잡아 모두 참수, 시체는 들개들의 먹이로 주었고, 머리는 가루로 빻아 죽은 도적들의 가족에게 먹이도록 시켰다. 주변 가신들은 잔혹한 그의 손속에 우려를 하며 말려도 보았지만 애드민 백작은 그 가신들마저 죽여버렸다.

1년에 한 번 기사들은 대성전에 모여 베르할렌을 들어올리는 의식을 치룬다. 애드민도 이를 위해 잠시 성도에 올라왔다. 그는 사치를 싫어 하기 때문에 다른 여타 귀족들처럼 수도에 저택을 구매하지 않아 여관을 찾게 되었다. 수도에 몇번 방문한 적이 없던 터라 좋은 숙소를 찾기 어려웠지만 수도에 거주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꽤나 좋은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여리여리하지만 나올 곳은 나온 풍만한 몸매 아름다운 금발과 반짝이는 눈동자, 거기에 손짓 하나하나 베어 있는 우아함까지 그녀는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고 있음에도 애드민은 이 세상에 자신과 그녀 밖에 남지 않은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아...아름답구나”

식사가 나오고 스프를 입안에 떠넣었지만 시선은 그녀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 깊숙히 타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 이었다. 적의 목을 베었을 때도 반란분자들의 수장을 고문 했을 때도 지금의 아내와 만났을 때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 이었다. 그녀가 과일을 한 번 베어물 때 마다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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