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70화 (170/245)

〈 170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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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이름 베르할렌은 이검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로 아이지스 왕국의 비보 중의 비보다. 성각검은 드래곤 하트와 신의 금속 아다만티움을 섞은 후 세상 그 무었보다 뜨겁다는 래드 드래곤의 브레스로 직접 주조한 아이지스의 건국왕이자 드래곤 슬레이어 레이건의 검이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검을 드래곤이 만들었다면 얼핏 웃긴 이야기지만 레이건이 쓰러트린 대상은 마족과 계약을 맺어 영락한 마룡이다. 마족과의 계약을 통한 후유증으로 날뛰는 드래곤, 전설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지막 드래곤 나이트였던 그와 파트너인 래드 드래곤은 무려 나흘 밤 낯 동안 마룡과 싸웠으며, 결국에는 마룡의 목을 베었다. 영락하긴 했지만 드래곤은 드래곤, 레이건은 결국 한쪽 팔을 잃었고, 파트너 드래곤은 잃어버린 팔을 대신해 을 만들어 그에게 선물했다.

성각검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이다. 성각검이 천칭검이라는 별칭을 얻은 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초대 레이건 국왕의 사후 그 누구도 성각검을 들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성각검을 잡으려고 하면 검 자체가 거부하듯 강한 마력을 방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파트너 드래곤이 직접 나서서 왕국 중앙 대성전에 성각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각검이 대성전에 방치된지도 천년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각검을 뽑지 못했다. 아이지스 왕국에서는 성각검이 비보임에도 불구하고 성각검을 뽑은 이에게 검을 선사한다는 포고까지 붙였지만 각지의 소드 마스터들조차 그리고 전설상의 경지에 도달한 일부 소드마스터조차 실패했다. 호사가들은 성각검을 두고 진정한 검의 제왕을 고른다는 뜻으로 천칭검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이후 많은 기사들이 천칭검을 보고 들어올리기 위해 아이지스 왕국의 수도 베르할렌에 와서 대성전에 방문했다.

“꽤나 자세히 알고 있네?”

“뭐 그렇지 사실 레이건의 파트너 드래곤, 우리 아빠거든 지금은 드래곤 로드기도 하고..”

“뭐?!!”

아이지스 왕국의 수도 베르할렌은 기사들의 성지로도 이름이 높지만 상당한 실력을 가진 제과사들이 많은 걸로도 유명하다. 기사왕국에 왜 제과사들이 많냐 묻는다면 아이지스 왕가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라고 대답할 수 있다. 실력 좋은 제과사들은 왕가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시험에 응시해서 왕가에서 일하는 제과사가 될 수 있다. 이는 대륙에서도 극히 특이한 시험 중 하나다. 보통 궁중의 제과는 요리장이 만드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시험을 응시 혹은 시험에 떨어진 자들 왕실 제과사를 지내다 은퇴한 이들이 모여 제과거리가 형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카페 마이오스의 2층 테라스에서 하울과 민혁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리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케이크를 떠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물..우물... 이거 정말 맛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했다. 아리나는 귀까지 파르르 흔들며, 화려한 초콜릿 장식이 달려 있는 케이크를 열심히 떠먹으며 말했다. 그녀의 앞에는 이미 빈 케이크 접시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아리나 너 그렇게 먹다가는 살찐다.”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를 본 하울이 괜한 심술을 부렸다. 그녀의 말에 아리나의 얼굴을 곧 울상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가슴에 살이 몰려서 곤란했다. 사이즈가 커져서 속옷이 맞는 것이 없었다. 숲 속에서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인간세상에서는 속옷을 입는 게 상식이라고 배웠다. 그녀는 한창 물이 오른 자신의 젖가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민혁을 불렀다.

“...민혁님..”

“응?”

하울의 부가 드래곤 로드이자 레이건 전설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된 민혁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케이크에 올라간 생크림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아리나의 부름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살찐 엘프는 싫죠?”

그녀의 물음에 민혁은 풋­ 하고 웃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의 취향은 전에도 말했듯 내숭 떨지 않고, 밥 잘 먹는 여자다. 아리나는 보기 좋게 살이 올라 있다. 케이크 몇 조각 더 먹는다고 해서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먹여주고 싶다. 팔이 저렇게 가늘어서야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가 고개를 젖자 아리나는 ‘정말요?!’ 라고 소리쳤다.

“그럼.. 지금이 딱 좋아... 아니 더 먹어도 될 것 같아”

“히히 정말이죠?”

아리나는 귀를 파닥파닥 흔들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치안이 좋은 왕국의 수도라 하나 엘프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녀가 로브를 벗고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하울 덕분이었다. 그녀는 민혁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아리나의 귀가 인간처럼 보이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럼”

단 것을 좋아 하지 않는 민혁은 포크를 내려놓고 케이크를 떠먹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쩜 입가에 생크림을 묻히고 먹는 모습도 천사였다. 옆에서 하울이 옆구리가 허전하다느니 연애지옥이라고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신선한 과일이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웃는 얼굴로 케이크를 먹던 아리나의 귀가 갑자기 추욱­ 쳐졌다.

“그러게.. 케이크를 다 먹고 시장에 돌아다녀 볼까?”

민혁은 풋­ 하고 웃어버렸다. 참으로 먹성 좋은 엘프 아가씨다. 민혁의 말에 아리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욱 집중해서 눈앞에 놓인 케이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

민혁은 2층 테라스 아래의 풍경을 훑어보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름난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뒤로는 엄청난 규모의 고택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지방귀족들이 수도에 마련해 놓은 자택들이다. 문득 이 지루한 광경도 꽤나 괜찮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 풍경에 빠져 일을 미뤄둘 수는 없다. 민혁 일행이 아이지스 왕국의 수도 베르할렌에 온 이유는 성각검 베르할렌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다. 드래곤 로드이자 하울의 부는 마지막 드래곤 나이트인 레이건이 죽자 성각검에 예비용 드래곤 로어의 위치를 각인 시켜두었다.

“애초에 아빠가 예비용 드래곤 로어의 위치를 까먹지 않았다면 여기에 올 일도 없고, 일이 더 쉽게 풀렸겠지만 말이야...정말 건망증이라니...드래곤 망신은 다 시킨다니까......!”

하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민혁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드래곤이 그것도 드래곤 로드가 건망증이라니 그녀는 울상을 짓더니 테이블에 고개를 푸욱­ 박았다.

“너도 만만치 않지만 말이야..”

“내가 뭘!”

민혁의 지나가는 말에 하울이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그는 눈짓으로 하울의 복장을 지적했다. 그녀는 자신의 슬림하고 날렵한 몸매를 붉은 색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남이 보기에는 평범한 복장으로 보이겠지만 민혁은 알고 있었다. 로브 속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놀랍게도 로브 안의 옷, 그러니까 겉옷 자체를 입지 않았다. 그 대신 로브와 똑같은 붉은 색 스티커 따위로 신체의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 아리나가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카샤 영지를 나선 후부터 쭈욱 그런 패션만을 고집했다. 민혁이 생각하기에 건망증이라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하울 같은 변태가 남을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하울이 그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도 이정도면 보통 아니냐며 성을 내고 있었다.

“됐어 그건 넘어가고... 대성전에는 꼭 몰래 침입해야돼? 아까 말을 들어보니까 누구든지 검을 뽑을 기회를 준다던데 그냥 가서 뽑아 보면 안되려나..”

결국 포기한 것은 민혁이었다. 그는 그녀의 복장에 대해 신경을 끄고 하울이 설명했던 계획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야 이...수컷아..그냥 가서 뽑으면 아이지스 왕국 인간들이 그냥 냅두겠냐..생각을 해라 좀...그리고 나도 도둑처럼 숨어들어가는 건 마음에 안 들어 이래봬도 드래곤이란 말이야 지체 높은 드래곤!”

그녀가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나 열변을 토해냈다. 유희를 즐기고 있던 하울을 불러낸 것은 자신이다. 게다가 도둑질 비슷한 것까지 자존심을 구겨가며 하겠다는데 나 싫다는 소리만 하니 그녀가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민혁은 미안한 마음에 뒷통수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하울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민혁이 사과하자 이번만 봐준다며 다음에는 용서를 바라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하울은 화가 풀린 듯 인상을 폈다.

“...후우...그리고 인간 중에 수위가 드는 너라도 베르할렌을 뽑지는 못해”

“어째서?”

무시하는 건가­ 라고 생각한 민혁은 무무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울은 호오­하고 이채를 띄웠지만 이내 손짓 하나로 그가 내뿜는 기운을 걷어내버렸다. 민혁은 하울을 째려보았다.

“너 무시한거 아니니까 그만하지?”

그가 자신을 째려보는 것을 본 하울은 날카로운 어금니를 보이며, 으르렁 거렸다. 민혁은 깨갱하며, 눈을 내리 깔았다. 그는 속으로 레벨이 깡패라며 한탄했다.

“애초에 성각검은 드래곤과 드래곤 나이트들만이 들 수 있는 신기(??)야 게다가 자존심이 얼마나 쎈지”

“자존심? 검에 입이 달려서 말이라도 해?”

“어... 어떻게 알았어?”

하울은 깨림칙한 표정으로 정답을 맞춘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장난삼아 말해본 게 정말이었다. 하울은 피식 웃었다. 그가 뒷걸음질 치다 정답상자를 밟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성각검은 자아가 있는 에고소드라고 한다. 그것도 초대 국왕 레이건이 물리친 마룡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레이건의 손에서는 조용히 사용되었지만 다른 이들의 손을 타는 것을 거부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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