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68화 (168/245)

〈 168화 〉 전초

* * *

하울은 진심으로 기쁜 듯 웃었다. 민혁은 순간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적발과 왠만한 엘프 보다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그 무엇보다 금색의 눈동자가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것보다는 파충류의 그것과 닮아있었지만 그녀의 외모에 플러스가 되면 플러스가 되었지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과거 다른 게임에서 이종 콜렉터라고 불렸던 민혁을 불타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민혁은 다짐했다. 하울이라는 드래곤을 공략하고야 말겠다고

“야..뭘 그렇게 빤히 봐!”

“아...음...아냐 아무것도..”

하울은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민혁에게 소리쳤다. 하울이 큰 소리를 내뱉자 그는 그제서야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멈췄다.

“그럼 이제 문제는 무대륙으로 어떻게 돌아가느냐 인데...”

“공간이동마법이라던지 그런 걸로 어려운거야?”

손가락을 튕긴 것만으로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어려운 걸까 의문이 들었다.

“아 그거 무리 200마리가 넘은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이 결계를 쳐놓은거라 말이야.. 나야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지만 너까지 함께 데려가는 건 무리야 게다가 평범한 마법으로는 소용없어 결계를 풀려면 적어도 100마리 이상은 모아야 되는데.. 움직이기 귀찮아하고, 엉덩이 무거운 녀석들이 모일리도 없고...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네!”

“그게 뭔데?”

하울의 말에 민혁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드래곤 로어를 찾는거야!”

“드래곤 로어?”

“그래 드래곤 로어!”

민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울은 ‘아차 너 무대륙인이었지­’ 혀를 차며, 드래곤 로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드래곤로어라는 것은 고대제국의 유산으로써 드래곤 나이트들의 전유물이라고 한다. 옛 마도제국 시절에는 인간과 드래곤이 거의 동등한 위치에 서 있었고 일부 기사들은 드래곤들과 계약으로 드래곤 나이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계약을 맺는 곳이 드래곤 로어라고 한다. 하지만 제국이 붕괴된 후 드래곤 로어 또한 파괴되어 이후 드래곤 나이트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파괴된 걸 어떻게 찾게?”

“예전에 로드에게 들었는데 혹시라도 로어가 파괴될 일을 대비해서 예비용을 마련해놨다고 하더라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는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드래곤 로어를 찾고 드래곤 나이트가 되면 드래곤의 마법은 전부 통하지 않아 즉 드래곤이 만든 결계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거지 이해됐어?”

“그래 이해됐어 그런데 나는 누구하고 계약을 맺어?”

하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혁은 뭘 쳐다보냐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이 꽤나 따가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컷아 우매한 수컷아 니 앞에 있는 게 누구라고?”

“그거야... 드래곤....맞지?”

“뭐야 그 의문형은?!”

하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매우 못마땅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하울의 시선에 눈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그녀의 기세가 사뭇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내가 생각한 드래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서 말이야”

“아아 정말 됐어 어쨌든 드래곤 로어만 찾으면 무대륙으로 넘어가서 마신족 몇 마리 정도야 내가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너도 같이 가려고?”

하울의 말에 민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은 꼭 하울 자신도 같이 무대륙으로 넘어간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다. 민혁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계약은 맺으면 드래곤과 나이트는 언제나 함께여야해”

언제나 함께 라는 말이 걸렸다. 하지만 이미 그는 하울을 공략대상으로 찍어 놓은 상태, 민혁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신족 강림 퀘스트를 보아도 다음 단계는 드래곤로어를 찾아라­ 라고만 적혀 있다. 즉 거부권은 없는 셈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하울은 이게 무슨 뜻이냐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잘 부탁한다는 뜻이야”

“흐흠...그래?”

하울은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그가 내민 손을 붙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무슨 여자가 이리 힘이 강한지 민혁은 어깨가 탈골될 것만 같았다. 하울과 마신족에 대한 자잘한 대화가 끝나고, 민혁은 아리나를 제 정신으로 돌려놓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키스도 해보았고, 몸을 흔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아리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귀를 살짝 만져보기로 했다. 효과는 발군이었다. 헤헤헤­ 거리며 흐리멍텅하게 웃음만 흘리고 있던 그녀가 움찔 거리며 정신을 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뒤에 한 동안 얼굴이 빨갛게 물든 아리나에게 꼬집힘을 당해야했다. 하울은 또 웃음보가 터져버렸다.카샤 영지로 돌아가는 길,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한다면 빠르게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초원과 영지간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페일은 어쩔 거야?”

민혁은 뭐가 그리 웃긴지 하하호호 웃으며 아리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하울에게 물었다.

“흠 글쎄... 원래 유희 중에 드래곤인 걸 들키면 정체를 알게 된 사람을 처리하는 게 원칙이긴 한데 말이야..”

그녀는 팔짱을 끼고,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울님 그건.......”

아리나는 반대의견을 확실히했다. 민혁도 그녀의 의견에 반대했다. 꼬장꼬장하고, 특유의 남을 내려 보는 시선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것도 싫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소중한 공략 npc중 하나이지 않은가?

“그렇지? 나도 꽤나 그 녀석을 예뻐했으니까 이번만 넘어가지 뭐.. 그나저나 아리나 너 또 가슴 커진 거 아니야?”

하울은 아저씨 같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아리나의 가슴을 응시했다. 아리나는 불길함을 느끼며 양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워낙 크기가 크다보니 절반도 채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동작이 하울의 가슴속에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풍만한 아리나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뭉클­ 부드러운 촉감이 손을 간지럽혔다.

“에..에엣 어딜 만지는 거에요!”

아리나는 열심히 허공에 손을 흔들며 저항했지만 소용 없었다.

“오오!”

풍만한 젖가슴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뒤에서 구경하던 민혁은 뜻 밖의 눈호강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역시 커졌어... 동반자가 열심히 주물러줬나 본데?”

그녀는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처럼 아리나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사이즈를 측정했다. 하울은 그녀의 가슴이 커졌음을 확신했다. 그녀는 아리나의 가슴을 잡은 채 열심히 이 부드러운 것을 주물렀으리라 생각되는 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그녀의 시선에 민혁은 표정을 찡그렸다. 하울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더러웠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테크닉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싶어서!”

“하울님~!”

그녀의 말에 결국 아리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소리를 질렀다. 소란이 지나가고, 일행은 카샤 영지에 도착했다. 외곽성문을 지키던 병사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카샤 기사단의 단장이 평원으로 난 길에서 내려오자 의문이 들긴 했지만 바짝­ 군기가 든 상태로 경례를 했다.

“오 수고해!”

하울은 수고한다며 병사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아..넵 감사합니다! 그런데.. 뒤에 오시는 분들은 일행분들이십니까?”

병사는 하울이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주자 방실방실 웃으며 대답했다. 영지의 보배이자 최고미인으로 꼽히는 그녀에게 칭찬을 받다니 운수가 좋은 날이다. 바보처럼 웃던 그는 하울의 뒤쪽에 서 있는 민혁 일행을 발견했다. 그는 창대를 들어 경계하며, 하울에게 그들이 그녀의 일행인지 확인했다.

“소영주의 손님이야 신분증명은 영주성에서 해줄테니까 들여보내도 괜찮아”

“알겠습니다.”

잠시 경계를 하던 병사는 하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웃으며 그들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터주었다. 병사는 하울과 일행이 지나가자 부동자세로 경례를 취했다.

“생각보다 영지 내에서 귀족계층이 인기가 많네.. 대단해”

민혁은 이제 보일 듯 말 듯한 병사가 아직도 경계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생각보다 고위직들이 일반병사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을 확인하고 감탄했다.

“그러게요 모두 하울님을 존경어린 눈빛으로 봐요!”

아리나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붉게 타오르는 빨간머리의 그녀가 하울이라는 것을 일반 백성들은 알아차린 모양이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거나 접근 하지 않았다. 평소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고 알려진 하울을 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접근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녀를 향해 따뜻한 눈빛을 계속해서 보내주었다. 개중에는 더러운 음욕 가득한 시선도 섞여있었지만 일부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잠시 카샤 영지에 상주하는 용병들의 것이었다.

“내가 좀 인기가 많은 편이지 에헴!”

민혁과 아리나가 칭찬을 하자 하울은 히죽 웃으며 으스대었다. 아리나는 옆에서 하울의 하는 행동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하울은 그녀가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왜 웃냐며 아리나를 째려보았지만 무시당했다. 하울은 이를 아드득­ 갈았다. 반면 아리나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성희롱에 대한 복수는 성공적이었다. 민혁은 아리나를 톨킨으로 보내 짐을 정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는 하울과 함께 영주성으로 향했다. 민혁은 곧장 드래곤로어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지만 그녀가 영주성에서 정리할 것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울이 말한 정리할 것이라는 건 그녀가 유희 중 쌓아온 인간관계일 것이다.

“허허... 이렇게 갑자기 기사단장직을 그만둔다는 말인가..”

단상 위 의자, 실크로 된 옷을 곱게 차려입은 호골의 노인이 자신의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아래 하울이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민혁 또한 그녀의 옆에 같은 자세로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허나...”

하울은 고개를 들고 노인 아니 카샤 영지의 영주를 보며 말했다.

“허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그래서 그와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울은 옆에 있는 민혁을 힐끔 쳐다보았다. 영주는 그녀의 시선을 읽었다. 하울이 데려온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영주는 ‘우리 천하무적 기사단장님도 결국 여자였군!’이라 외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민혁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고개를 숙인 채로 이마를 찌푸렸다. 하울에게 연기를 부탁받기는 했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영주는 한바탕 크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종에게 손짓했다. 남자 시종은 큰 주머니와 검을 한 자루 들고 왔다.

“받게나”

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와 검을 하울에게 다가와 직접 건내주었다.

* * *


0